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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은 아직 다 안나왔고 장편이 될수도 있는건데
올려도 되는거지?
제목은 파도의 검객이야
큰 갈색 가죽 검집을 등 뒤에 멘 한 청년이 오솔길을 걸어가고 있다.
가죽 샌들을 신고 하얀 천 망토를 두른 가벼운 복장이, 마치 아무것도 없는 방랑자처럼 보이게 느껴진다. 그의 이름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다만 분명한 것은 그는 어디에서든지 다른 이름으로 불렸고,
이제는 다른 대륙으로 발걸음을 옮겼다는 것이다.
전혀 다른 사상과 문화가 자리잡은 곳, ‘luoes’ 루에스로 도착한 그는 스스로에게 새로운
이름을 붙여야겠다고 시작했다.
이번 나라에서의 이름은 ‘핀’이다.
혼잣말을 하며 숲길을 지나 성문 앞에 다다른 핀은, 국경 수비대의 검문을 받게 되었다.
“통행증과 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것들 아무거나 줘보시오.”
수염이 가득한 배불뚝이 병사는 의구심 가득한 얼굴로 핀에게 손바닥을 내밀었다.
나머지 한 병사는 멀찍이 뒤에서 창을 닦고 있었다.
“으음.. 그 혹시 이런것도 받나요?”
“...? 자자자 잠깐! 호..혹시 존함이...?”
“아 제 이름은 핀입니다! 방랑자일 뿐인데 존함이라뇨 허허”
“아..아니 이런 물건을 소유하시는 분이 .. 제게 주셔도 되겠습니까?”
“제가 여기가 처음이라서요.. 혹시 당신의 도움이 필요할 때 요청해도 되겠습니까?”
“무..물론입죠! 제 이름은 세인트 카잔 맥시크 입니다! 하하 맥시크라 불러주십쇼!”
“네 알겠습니다. 지나갈게요.”
“물론입니다! 감사합니다! 하핫!”
맥시크는 손에 들린 용의 이빨을 만지며 핀의 이름을 잊지 않으려 곱씹었다.
‘핀... 핀이라... 붉은 색 용의 이빨이라니... 잘하면 출세할지도 히히’
귀하고 귀한 용의 이빨을 국경 수비대 검문 병사에게 아무렇게나 줘버린 핀은, 가벼운 걸음으로 광장에 들어섰다. 신분 사회가 있는 듯 한 사람들의 행색을 미루어 볼 때, 이 나라는 왕정 사회가 분명함이 틀림 없었다. 핀이 이 나라에 온 목적은 무엇일까?
그 목적은 신기하게도 없었지만 생긴다. 모든 나라에는 더러운 모습이 존재하니까.
아니나 다를까, 핀이 광장에서 두리번 거리며 신 문물을 구경하고 있는 찰나에 광장에 큰 종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일제히 종이 울리는 곳을 바라보며, 이상한 말을 외쳤다.
종소리를 듣는 모든 사람들이 눈을 기괴하게 뜨며 경련을 일으켰다.
“르르르르르!”
사람들은 혀를 굴리는 듯한 이상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뭐지?!?’
핀은 갑자기 들리는 괴성에 당황하며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
그때 완전 무장을 한 병사가 종 옆에서 핀을 주시하며 소리쳤다.
“위대한 정복자 르에르 님에게 충성을 바치지 않는 저 무식한 자를 보아라!!”
“보아라! 보아라! 보아라!”
사람들은 일제히 핀을 쳐다보며 광기에 찬 목소리로, 목에 핏대를 세우며,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소리쳤다. 그 모습은 자의가 아닌 무언가에 홀린 듯 한 모습이었다.
촉이 곤두서며 미묘하게 흐르는 분위기를 읽어낸 핀의 본능이 발동되었다.
갑자기 두 눈이 차갑게 가라앉은 핀은, 잽싸게 종이 있는 건물로 뛰어갔다.
주변 사람들이 어떠한 반응도 하기 전에, 건물 앞으로 다다른 핀은 자신의 키의 10배는 족히 넘는 건물 외벽을 아무렇지 않게 훌쩍 뛰어넘었다.
마치 허공을 차듯 바람을 일으키며 건물 꼭대기에 다다른 핀은, 사뿐히 착지하며 방금 자신에게 소리쳤던 병사의 눈을 바라보았다. 혼이 빠져나간듯한 탁한 눈동자에, 뭔가에 세뇌당하는 듯, 붉게 충혈된 눈이 뭔가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려주었다.
“무엄하다! 위대하고 신성한 종루에 이방인이 당도하다니!”
“제가 잠에서 깨워드리죠.”
“무엄하고 무엄하다!! 신성 모독이다!! 자객들!! 이 자를 죽여라! 본보기를 보여라!”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어디에서 튀어나왔는지 모르는 자객들이 핀을 둘러쌌다.
3인조 자객은 끼릭거리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를 꺼냈다.
여유 만만한 핀은 조용히 그들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그중 하나가 먼저 바닥에 연막탄을 터뜨리며 소리쳤다.
“지옥 덫 전개!”
연막탄은 금세 붉은색으로 변하며 시야를 가렸다. 연기가 금세 뭉게뭉게 퍼져나가며 핀의 몸을 뒤덮었고 동시에 수십개의 수리검이 연막 사이로 핀에게 날아왔다.
숨을 들이마시지 않고 쉽게 수리검을 피한 핀은 등에 멘 칼을 꺼낼 준비를 했다.
그때 갑자기 자신을 지나쳤던 수리검이 폭발하며 수백개의 독침이 되어 공중에 흩뿌려졌다.
동시에 나머지 한명의 자객이 두 개의 밧줄로 핀의 양 발을 묶어서 자신에게 고정시킨 후, 건물 외벽에 두 발로 매달렸다. 자신의 몸무게로 상대를 완전히 묶는 배수진이었다.
영락없이 고슴도치 신제가 되어 중독사로 사망할 위기에 처한 핀은, 감탄하며 중얼거렸다.
‘재능은 좋은데, 창의력이 없네’
핀은 단순한 움직임으로 칼집에서 칼을 뽑았다.
그리고 그 행동은, 3명의 자객이 ‘지옥 덫 전개’ 라며 이름까지 붙였던 대단한 전략을 한번에 파쇄시켰다. 핀은 가볍게 칼을 뽑아냈다. 동시에 엄청난 풍압이 생기며 독안개와 독침들을 완전히 흩뜨려 놓았다. 핀이 칼을 완전히 뽑아냈을 때, 동시에 밧줄이 완전히 잘려나갔다. 그 때문에 성벽에 매달려 있던 자객은 중심을 잃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종루 위에 서 있던 자객 둘과 병사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그때 핀이 소리쳤다.
“후회할 짓 하지 마라!”
화들짝 놀란 자객 둘은, 앞선 상대를 죽이는 의무를 저버렸다. 동료를 살리기 위한 각오로 신속하게 중심을 잃고 떨어지는 동료를 구하러 밑으로 내려갔다. 갈고리를 벽 틈에 깊게 꽂은 상태로 빠르게 강하하며 자신의 동료에게 몸을 던졌다. 그러나 자신의 동료는 이미 바닥에 가까워졌다. 두 자객은 이를 갈며 외쳤다.
“젠장!”
“안돼!”
‘순풍’
핀의 외마디 말과 함께 바닥에서 바람이 일더니, 강하하던 세 자객을 종보다 한참 위인 공중에 띄웠다. 어리둥절한 세 자객은 칼을 쥐고 있는 핀을 일제히 쳐다보았다.
그들은 아직까지 핀의 몸 주변에 일렁이는 바람을 보았다. 분명 그것은 인위적인 바람이었다.
동작은 보지 못했지만, 어느정도 가늠을 할 수 있었다.
칼의 풍압으로 자신의 동료를 살려준 것이었다.
목숨을 노리던 우리를 살려준 것인가? 생각을 마치기도 전에 핀이 말했다.
“가치를 아는 놈들은 쉽게 죽어선 안된다.”
세 자객은 알 수 없는 경외심을 핀에게 느꼈다. 적에게 자비를 얻은 수치심이 아닌, 어떠한 일종의 경이로움과 존경심을 느낀 것이다. 실력도 그러했지만, 검기의 풍압이 자신들을 마치 스승님의 부드러운 가르침과 같이 느껴진 것이다. 깊음을 헤아릴수 없는 실력차에 압도당한 그들은, 셋 모두 같은 결심을 하게 되었다.
착지하는 그들은 조용히 암묵적인 눈빛의 신호를 주고 받기 시작했다.
한편, 갑옷을 입은 병사는 이를 갈며 핀에게 달려들었다.
“답답한 녀석들!! 내가 직접 처리하겠다!”
한손엔 방패를 들고, 한손 검을 든 병사는 제법 숙련된 몸놀림으로 핀에게 달려들었다.
‘악속(惡速)’
핀의 외마디와 함께 큰 바람이 일었다. 그리고 핀은 어느새 반대편에서 칼집에 칼을 꽂았다.
긴 직사각형의 형체에, 양날의 순백 검이 칼집에 착 안기듯 제자리로 돌아갔다.
핀은 기겁하는 병사의 표정을 즐기며 말했다.
“난 사람은 베지 않아”
“차캉! 투다닥! 스르릉!”
종을 지지했던 기둥들이 한번에 잘려나갔다. 동일 선상에 있던 종도 깔끔하게 두동강 났다.
병사의 갑옷도 마치 두부가 잘리듯 깔끔하게 잘려나가며 완전 무장 해제가 되었다.
핀이 지나간 자리는 모든 것이 두동강 나 있었다. 쇠가 잘리는 괴이한 소리가 들리며 병사의 외침이 들렸다. 또한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본, 종루 밑의 사람들의 표정은 마치 하늘에서 떨어지는 운석을 보는 것 같았다. 충격 그 자체였다.
갑옷이 잘린 병사는 입을 떡 벌린 채 충격에 말을 잇지 못했다.
“으어..어... 어..”
이어서 잘린 종들과 기둥의 잔해들이 바닥에 떨어지며, 순식간에 광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콰과광!! 우직! 콰쾅!”
종이 부숴짐과 동시에 무언가에 홀린듯한 사람들의 눈동자도 다시금 정상으로 돌아왔다.
반쯤 잘린 갑옷을 걸친 병사가 반대편에서 겨우 힘을 짜내며 말했다.
“허억.. 허억.. 다...당신이 우리를 구했소.”
“무슨 소리야?”
“저.. 종이.. 왕의 주술에 우리가.. 다 놀아난..”
‘콰악’
성인 남자 팔뚝 하나만큼의 크기의 화살이 병사의 머리에 박혔다.
“끄어어..”
병사는 앞으로 엎어지며 숨을 거뒀다. 무언가 잘못되어도 상당히 잘못됐다 느낀 핀은, 다시 칼을 뽑으려고 했다. 그 때, 3명의 자객이 핀의 주변으로 재빠르게 올라와서 말했다.
“지금 어서 벗어나셔야 합니다!” “저희가 돕겠습니다!” “일단 저희와 피하시죠!”
핀의 촉이 곤두서며, 3명의 자객의 존경과 결의에 찬 눈빛을 확인했다.
“좋은 눈빛이야.”
일단 짧게 올려봤어. 가독성이 너무 구린가..
보고있는거 맞나 다들? 흥미있으면 더 올려볼게.. 나름 고심하며 쓴거라 가치가 있을때 공유하고싶거든
세 자객을 따라간 핀은, 작은 동굴에 도착했다. 풀숲을 지나, 가시넝쿨이 가득한 험한 길을 지나야 나오는 은둔 거주지였다. 세 자객중 리더로 보이는 자가 말했다.
“제 이름은 히리코입니다. 돈을 받고 자객질이나 호위무사를 하는 중입니다. 그리고 여기 두 녀석은 제 동료이면서 아끼는 의형제입니다. 왼쪽부터 히라키, 히마리입니다.”
“히라키입니다. 둘째입니다.”
“히마리입니다. 막내입니다.”
자세히 보니 낡고 헤진 검은색 자객 옷을 셋 다 똑같이 맞춰 입었다.
도복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닌자들의 전통적인 복장과도 같았다.
이어서 맏형 히리코가 넙죽 절을 하더니, 두 자객도 동시에 바닥에 엎드렸다.
히리코가 목소리를 떨며 말했다.
“당신이 악몽의 종을 베어주셨기에, 저희도 겨우 정신을 차릴 수 있었습니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점점 종소리에 중독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핀이 물었다.
“소리에 중독된다는 요술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다. 그런데 그것이 언제인지 모른다고?”
“예 그렇습니다. 마치 꿈을 꾸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지금은 겨우 잠에서 깬 듯 하네요.”
“종을 베었을 때 다들 정신이 돌아오는 듯 했다. 병사가 왕의 짓이라고 하던데 그 말이 사실인가?”
“아...안됩니다! 방금 그 단어를 말하시면 안됩니다!”
“...왕? 이라는 단어 말인가?”
“안됩니다!!! 그만!! 추적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히리코는 갑자기 일어나며 소리쳤다.
“히라키! 히마리! 어서 얕은 안개 덫을 산개해라!”
그때 핀이 외쳤다.
“이왕 그럴거면 좋지! 왕!왕!왕!왕!”
갑작스런 핀의 돌발 행동의 뜻을 그들은 알지 못했다.
핀은, 두려울게 없었다. 오히려 쉽게 원인을 찾을 수 있다면 그게 더 편했다.
히리코는 아연실색하며 소리질렀다.
“안됩니다!! 제발!! 그 왕이라는 단어는 역 추적 마법에 걸려있..!!”
자신도 모르게 ‘그 단어’를 말한 히리코는 놀란 표정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히라키와 히마리도 함정도구를 준비하기도 전에, 핀과 히리코를 보며 굳었다.
“이제 우린 다 죽었다.”
“아마.. 지금 죽는게 나을지도 몰라.”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하늘에 천둥이 울리더니 용언과 같은 우레의 말이 들렸다.
“무엄하도다! 존귀한 것을 더러운 입에 담는 자들을 처형하라!”
하늘이 점점 어두워지며 마치 종말이 올 것 같은 분위기가 되었다.
이어서 갑자기 몰려온 먹구름에서 노란색 번개가 파지직 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번개는 마치 늑대의 모습으로 변하여 폭발할 것 같은 전류의 형상이 되었다.
살아있는 늑대처럼 번개가 울부짖었다.
‘크아아아앙!’
세 자객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하늘을 바라보았다.
핀은 이 상황의 심각성을 아는지 마는지, 칼을 조용히 뽑아들며 말했다.
“너희들은 잠시 뒤로 물러나 있어라.”
사실, 세 자객은 물러나 있을 겨를도 없었다. 우레와 같은 목소리와, 엄청난 번개의 위엄 앞에 두 다리가 굳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핀에게 그 사실은 아무런 방해가 되지 않았다.
핀이 땅을 가볍게 차며 도약했다.
‘탓’
마치 독수리처럼 가볍게 공중에 오른 핀은 칼을 쥔 채,
몸을 회오리처럼 회전시키며 소리쳤다.
‘타이푼!’
핀이 미친듯한 속도로 몸을 회전시키자, 칼바람과 함께 날카로운 바람이 회오리바람이 되어 핀의 몸을 둘러쌌다.
‘휘이이이잉’
상당히 불안정한 기류가 생성되며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먹구름이 더욱 더 불안정해졌고, 마치 어느 공간에서 주입되었던 마나가 끊긴 것처럼 위력이 약해졌다.
‘파츠츠..츠츳’
그러자 늑대의 형상이었던 전류가 점점 형상을 잃더니 부풀어오르기 시작했다.
여전히 회오리바람을 두르던 핀은, 회전을 급격하게 멈추고 소리쳤다.
‘난도질!’
그러자 회오리바람이 뺵빽한 칼바람을 만들어내며 사방으로 퍼졌다.
전력이 끊겨서 일시적으로 부풀어진 늑대 모양의 전류는, 정전기가 되어버렸고 바람에 방전되어서 이리저리 흩어졌다. 외마디 비병과 함께 전기 늑대는 그렇게 소멸했다.
‘크아앙!’
방전된 전류들이 사방에서 스파크를 일어내며 불을 일으켰다.
‘치칙.. 화르르륵’
공중에서 허공을 차듯, 다시 도약한 핀이 일렁이는 먹구름을 향해 날아갔다.
‘파팟!’
그러자 갑자기 먹구름에서 동그란 형상이 나타났다.
순간 엄청난 굉음과 빛이 동그란 형상에서 뿜어져 나왔다.
‘삐이이!!’
마치 천국의 문이 열린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밝은 빛이 뿜어져 나왔고, 황금색 갑옷을 두른 장수 하나가, 날개가 달린 흰 말을 타고 등장했다.
마치 용의 형상을 하는 듯한 멋진 갑옷을 두른 장수의 얼굴은 빛 때문에 잘 보이지 않았지만, 상당히 좋은 체격에 어마어마하게 큰 대검이 눈에 띄었다.
먹구름이 사라지면서 강렬한 빛도 사그라들었지만, 장수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빛이 여전히 하늘을 밝게 비추고 있었다.
그곳을 향해 날아가던 핀은 순간 뿜어진 빛 때문에 멈춰섰다. 그러나 상당히 밝은 느낌이면서도 위화감에 가득한 장수를 보고는, 말을 걸었다.
“왕정의 마검사인가?”
핀을 빤히 쳐다보던 장수는, 눈이 부시게 완전 무장을 한 갑옷을 덜그럭 거리며 말했다.
“이방인이군. 무지함에게는 한번의 자비가 따른다. 죄를 고하고 도망쳐라.”
상당히 오만한 장수의 태도에, 핀은 기분이 상했는지 눈썹을 꿈틀거리며 대답했다.
“나를 모르는 걸 보니, 풋내기에 마법 떡칠을 한 장수인가본데, 굴복될 준비가 된 것 같군,”
그러자 갑자기 장수의 표정이 일그러지면서, 주변을 감싸던 빛에 빨간 빛이 돌았다.
“왕정모독이다!! 실력에 들인 시간을 아까이 여겨 목숨을 부지해주려 하였건만, 네게는 천벌이 주어질 것이다!”
하늘이 울리는 것처럼 대기가 진동하며 빨간 빛이 크게 일렁이기 시작했다.
장수가 대검을 하늘에 치켜들고 소리쳤다.
“디멘션 매직 – 드래곤 헤드!”
대검에서 붉은 빛이 미친 듯이 뿜어지기 시작하더니, 그 빛이 온 하늘을 감쌌다.
붉게 물든 하늘이 마치 갈라지듯, 알 수 없는 존재가 공간을 찢고 나오기 시작했다.
마치 커튼을 찢고 얼굴을 내밀 듯, 하늘이라는 배경이 찢어지며, 그 틈 사이로 거대한 붉은 용의 대가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미친 광경을 지켜보는 세 자객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자신들의 함정 도구는 마치 어린아이의 장난감처럼 초라하게 느껴졌다.
용이 부르짖으며 엄청난 열기를 내뿜었다.
“캬아아아!!!”
용의 울부짖음에 땅이 울리며 나무들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핀이 갑자기 박장대소를 하며 말했다.
“하하하하! 고작 꺼낸다는게 용용이냐?”
장수는 미친놈을 쳐다보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드디어 정신이 나갔군. 이 광경을 보면 충격이 클테지.”
핀은 정말 웃겼다는 듯 혼자 낄낄 거리다가, 눈에 맺힌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용고기를 먹어봤나? 역시 어두육미라고 할수 있을만큼, 머릿고기가 일품이지.”
장수는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핀의 표정과 말이 결코 허세가 아님을 느끼기 시작했다.
“뭐.. 뭐란말이냐 대체... 네놈의 정체는 뭐냔 말이냐”
“네놈 행색을 보아하니, 국제 왕정 수비대 소속 같은데 말이야.. 일살의 천사라고 들어봤나?”
“..이...일살의 천사...?!?! 서..설마 네놈이...!!? 그럴리 없다!! 일살의 천사는 죽었어!!”
“사람들은 눈에 보이지 않으면 쉽게 편집하는 경향이 있단 말이지, 물론 내 입장에선 아주 편한 습성이지만 말이야.”
“흥, 네놈의 말이 거짓말인지는 네 녀석의 목숨이 붙어 있다면 들어보지!”
“말 대가리, 용 대가리, 둘중 어느걸 베줄까?”
“이이..!! 무엄하다!! 드래곤 브레스!!”
장수의 분노섞인 외침과 동시에, 붉은 용의 아가리가 크게 벌어지며 대기를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공기를 미친 듯이 빨아들이던 붉은 용은, 숨을 일순간 참더니 아가리를 다물고 핀을 노려보기 시작했다.
핀은 아무렇지 않은 듯, 용을 노려보며 말했다.
“아르후, 자크문 퀘앜, 쑨 아마샤 카.”
핀의 알 수 없는 언어를 들은 용은, 갑자기 얼굴이 새파래지며 눈을 깔기 시작했다.
“키르케 사캄, 사캄 자칼.”
핀이 한번 더 말을 하자, 용은 끼긱거리며 고개를 장수 쪽으로 돌리기 시작했다.
장수는 대체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용과 핀을 번갈아 보았다.
“대...대체 무..무슨 일이...”
밑에서 지켜보는 자객들 또한 어안이 벙벙한 채로 일어나는 일을 지켜보았다.
순간, 핀은 빠른 속도로 용의 코 위에 올라섰다.
낮은 목소리로, 용의 눈을 노려보며 핀이 말했다.
“너 정도라면, 이정도 하면 알아듣겠지. 머릿고기 수육이 되고 싶으면 계속 해봐.”
용은 순간 입을 딱 벌리며 무서운 얼굴로 입에 품었던 브레스가 될 공기를 뱉었다.
뜨거운 침과 액체들이 땅 밑으로 떨어지며 연기를 내었다.
용은 느리게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대가리를 자신이 나타났던 곳으로 집어넣었다.
그리고 하늘의 균열은 다시 닫혔다.
장수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용이 사라진 하늘을 지켜보았고, 자객들은 아예 포기한 듯 그냥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하늘에서 날개가 달린 말을 타고 있는 황금색 갑옷의 장수가 그렇게 초라해 보이는건 정말 신기한 현상이었다. 어떻게 공중에 머물러 있는지 모르겠지만, 핀은 자연스레 땅을 밟듯, 공중에 서 있었다.
장수는 점점 자신이 상대할 수준이 아님을 체감하기 시작했지만, 이미 늦었다.
핀이 물었다.
“너희 나라는 뻥튀기가 좀 심한 것 같아. 이런 보여주기식 마법은 누가 알려준거지?
네놈은 마치 용을 소환하듯 보여주었지만, 다 알고있었다. 소환할게 없어서, 왕정 초급 마법사 소환서를 사용했냐?“
장수는 밀가루처럼 하얘지는 얼굴을 숨길 수 없었다.
핀의 말이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장수는 일개 무관이다. 왕정의 위엄과 존엄을 극대화 시키기 위해, 그의 출동은 거진 뻥튀기 마법에 떡칠되어 있었다.
처음 먹구름과 번개는, 그가 고위 마법사의 마법에 의해 지정 좌표로 송출되면서 함께 시전되었던 전력 마법이었다. 보통은 전력 마법에 겁을 먹으며 도망가지만, 그것이 먹히지 않을 시에는 장수가 나타나는 레파토리였다. 핀은 전력 마법을 상쇄했고, 장수는 정해진 방식대로 송출 마법에 의해 공중에 나타난 것이다. 장수의 갑옷과 칼, 온갖 특수효과도 물론 마법으로 꾸며져 있었다. 장수가 타고 있던 날개달린 말 또한, 일정 시간동안 변신 마법에 걸린 도마뱀이다. 그렇다면 공중을 찢어발기며 나타난 용은 무엇인가?
그것은 소환 마법서를 찢으면 지정된 사람이나 물건을 송출해 주는 소환 마법을, 연쇄 마법 개념으로 만든 것이다. 장수가 마치 용을 소환하는 마법의 주문을 외치는 액션을 취하면, 마나를 주입해주던 상위 마법사가, 초급 마법사 좌표가 찍혀진 스크롤을 사용하면서 그 사용 마나를 장수에게 지정한 것이다. 이 매커니즘을 이미 스크롤에 지정해두고, 자신은 연쇄 마법으로 환영 마법을 걸어두었다. 단지 텔레포트의 이미지를, 마치 공간을 찢는 것처럼 뻥튀기한 환영 마법과, 화염 마법 브레스 하나만 주구장창 마스터한 초급 마법사의 모습을 용의 대가리로 둔갑한게 다였다. 그렇게 용의 모습으로 뻥튀기된 초급 마법사가 옆에 소환되면 장수는 자연스레, 용을 다루는 척 하는 연극 이었다.
둔갑한 초급 마법사의 시점에선 이러했다.
왕정에서 보급한 비약마나 포션을 입에 서너개 쑤셔넣고 들이키며, 억지로 광역 화염 마법을 시전하려던 초급 마법사는, 핀이 마법사 언어로 마법을 간파했다는 말에 의해 자신이 들켰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어서 들려오는 핀의 마법사 언어에 그는 벌벌 떨면서 장수를 바라본 것이다. 두 번째 마법사 언어로 얘기 했을 때에, 핀은 정확히 이렇게 말했다.
“쇼하지 말고 꺼져라. 꺼지지 않으면 대가리를 잘라주마.”
고용된 한낱 일개 마법사는, 공포심을 이기지 못하고 용의 대가리를 한 형태로, 장수를 바라보았고, 마치 그것은 브레스를 장수에게 뱉으려는 용의 모습처럼 보였다. 그리고 다시 핀이 코 앞에서 말하는 그 말을 듣고, 마법사는 겁에 질려서 덜덜 떨며 입에서 마나 포션을 질질 흘렸다. 얼마나 머금고 있었는지, 마나 포션에는 화염의 기운이 깃들여서 마치 용의 침처럼 연출되고 말았다. 초급 마법사는 뒷일은 고사하고, 겁에 질린 나머지 일을 마치고 후퇴할 때 사용하는 귀환 스크롤을 사용해서 도망쳤다.
마법사의 언어를 알아들을 수 없었던 장수는, 갑자기 겁에 질려 꽁무니를 빼는 초급 마법사를 보며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자신의 뻥튀기가 결국 들킬 것이라는 그 겁에 질려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왜냐면, 여태까지 이런 적이 단 한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왕정 수비대에서도 굳이 이렇게까지 마법 뻥튀기를 하는 이유가 있었다. 조금은 수고스럽지만, 한번만 겁을 제대로 주면, 겁에 질린 백성들이 반란조차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그 가짜 마법이 모두 탄로나게 되었다. 장수는 핀을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무섭게 자신의 정체를 꿰뚫어 본 핀 앞에서 장수는, 마치 발가벗겨진 아기처럼 벌벌 떨고 있었다.
- 한편, 왕정 대마법사 아지트.
뒤에서 이 모든 광경을 마법으로 지켜보던 고위 마법사, 브렛은 이를 박박 갈고 있었다.
“멍청한 새끼들!! 이렇게 가면 우린 다 모가지라고!! 어떡하면 좋지??”
브렛은 옆에서 스크롤을 제작중이던 동료 마법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카밀! 나좀 도와줘! 비상사태다. 왕정의 마법이 탄로날 위기에 처했다!”
마나에 집중을 하던 동료 마법사 카밀은, 감았던 한쪽 눈을 뜨며 말했다.
“뭐 얼마나 심각하다고 그래, 그냥 적당히 처리해.”
브렛은 소리치며 말했다.
“아니라고!! 지금 장난 아닌 녀석을 만났어. 우리가 상대할 수 없을지도 몰라!!”
카밀은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장난도 정도껏 쳐야지! 그런 놈이 어딨어 우리나라에!!”
“야! 너 내가 이렇게 소리치는거 봤어?! 진짜라고!”
“그래! 봤다! 너 나랑 싸울 때 매일 그러잖아! 몰라 너 알아서 해! 나 바쁘다고!”
“으아아아!!!! 제발!!!”
둘이 옥신각신 하고 있는 그 와중에, 혼나기 두려워서 그들을 찾아온 초급 마법사가 귀환 통로를 통해 그들의 방에 들어왔다.
“저... 왔습니다..”
브렛과 카밀은 겁에 질려 돌아온 초급 마법사를 보며 직감했다.
‘일살의 천사’가 이 나라를 방문했다고.
- 5년전, 대 제국 ‘나우어스’ nowus
나우어스 대 제국의 군사 총 사령관 엑스는, 이번 전쟁을 통해 대 제국의 명예를 드높이고 싶었다. 그에게 있어서 전장은 명예 그 자체였으며, 자신들의 병사는 세상 어떤 군대보다 더 체계적이며 완벽했다. 보병 50만, 기병 10만, 궁수 20만, 공성병기 4천대, 왕정 명예 호위군 20만 도합 100만의 병사를 거느리는 엑스는, 이제 땅을 정복할 일만 남았다.
나우어스의 황제 이모탈은 스스로의 부와 재력. 군사력이 가히 신의 영역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늘 사령관 엑스를 통해 군사력의 상황을 보고 받으며 스스로가 이룬 어마어마한 대 제국의 능력에 뿌듯해 했다. 완전한 황제의 그릇과 명예를 아는 전장의 영웅이 만난 것은, 그들에게는 완벽한 호흡이었으나, 다른 나라들에게는 재앙 그 자체였다.
나우어스 주변 여러 약소국들은 나우어스를 대항할 동맹을 맺기를 바랬다. 그들은 은밀한 동맹을 위해 아무도 모르게 접선을 시도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각자 다른 장소에 도착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장소마다 바닥에 하얀 글씨로 한 문장이 적혀있었다.
‘일살의 천사가 내일 나우어스를 방문한다. 무고한 피를 흘리고 싶지 않다면 멈춰라’
왕들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서로 연락을 통해 의견을 모았고, 어쨌든 분명 일이 벌어질 것 같으니, 각자 나라의 수비를 철저히 하기로 했다. 만약 한 나라에 나우어스의 군대가 당도할 시, 주변 동맹국이 바로 도움을 주기로 약속을 맺었다.
다음날의 아침은 이상하리만치 고요했다. 하늘에는 한점 구름도 없었고 햇빛은 쨍쨍했다.
나우어스 대 제국의 군사들은 아침 훈련을 하는 중이었고, 다른 나라들의 군대는 뜬 눈으로 밤을 지새며 국경 수비에 전력을 다했다.
나우어스의 총 사령관 엑스는, 왕궁 꼭대기에서 왕과 함께 대 제국의 풍경을 바라보며 나라의 미래를 얘기 중이었다.
우락부락한 얼굴에 다부진 몸을 가진, 중무장 상태의 총 사령관 엑스가 왕에게 말했다.
“이모탈 왕이시여, 우린 싸울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선군이라 칭찬받던 용안의 왕, 이모탈은 근엄하게 말했다.
“총 사령관, 이 대륙의 미지에 대해서 아는가?”
“물론입니다. 밝혀지지 않은 괴생물체들과 신비한 힘들에 대해서 들어보았습니다.”
“사령관이 안다는 그것이, 실존한다면?”
“위대한 왕이시여, 그렇다 하더라도 목숨바쳐 그것들로부터 이 나라를 지키겠습니다.”
왕은 한숨을 내뱉으며 이마를 짚었다.
“전쟁의 영웅 엑스여, 짐은 만약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왕이시여.. 소인의 미천한 지식으로는 헤아릴 수 없는 지경입니다.”
약간의 침묵 이후, 왕은 주변을 거닐며 하늘을 보고 말했다.
“짐은 줄곧 생각했다. 이 대륙의 미지가, 과연 우리 힘으로 해결 할 수 있는 것인지 말이야...
또 내가 꿈을 꾸었는데, 이 나라의 땅이 바닷물처럼 일렁이고 사람들이 나뭇가지처럼 이리저리 바스라지는 모습을 보았다. 날이 갈수록 선명해지는 이 꿈은 예삿일이 아니다. 결코 기우로 봐선 안된말 말이다.“
그러나 엑스는 의지를 불태우며 말했다.
“위대한 왕이시여.. 소인이 이해했사옵니다. 그러나 소인은 그럼에도 왕을 위하여 거침 없이 우리 제국의 위엄을 떨치고 싶사옵니다.”
왕이 천천히 고개를 돌려, 엑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나의 친애하는 총 사령관, 아니 어찌보면 내 인생의 유일한 벗이여.”
엑스는 흠칫 놀라며 말했다.
“와..왕이시여! 어찌 제게 그런 과분한....!”
“짐이 어떻게 왕이 되었는지 아는가? 내 유일한 마음의 벗, 전쟁영웅 엑스여. 우린 오랜 시간을 함께해 왔지만 내 차마 이 사실은 말할 수 없었네.”
왕의 진실된 목소리에, 엑스는 왕의 두 눈을 응시하며 다음 말을 기다렸다.
“짐은, 옅은 미래를 볼 수 있다네. 꿈으로 미래를 짚었고 그것들이 나의 인생을 전혀 다른 길로 이끌었지. 내 인생의 모든 분기점은 꿈을 통해 달라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야. 나의 벗을 만난 것도, 이 제국을 세우게 된 것도 다 꿈의 힘이었지.”
엑스는 조금 충격적인 사실에 담담히 왕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나의 벗이여. 나는 이 제국의 종말을 몇 년 전부터 꿈에서 보고 있다네. 이전의 모든 꿈보다 더욱 선명한 이 악몽을 매년 꾸고 있다네. 그리고 그 꿈의 마지막에는.. 천사가 나타났다네.”
“천...사 말씀이십니까? 미지의 전령을 말씀하시는 것이지요?”
“그렇지. 그러나 그 천사에게는 칼이 있었는데, 그 한번에 휘두름에 제국을 삼키던 괴물들이 두 동강이 되었다네. 그리고 우리 제국도 그 칼을 피하지 못했지. 그리고 나는 점점 느껴지네... 그날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왕이 말끝을 흐리자, 엑스는 모종의 불안함에 말을 이었다.
제국의 강인한 주군의 인간적인 모습은 그만큼 자기를 신뢰하는 것이라는 반증이나, 이 제국의 불안한 미래를 비춰주는 것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만약.. 정말 그 꿈이 사실이라면, 소인은 끝까지 왕을 지키겠나이다.”
“영웅이여. 내가 지금 벗이라고 부르는 것은, 내 마지막 진심일세. 이 나라를 떠나게. 나는 왕으로써 할 일을 다 했네. 이제 죽음이 나를 부르러 왔네.”
엑스는 고개를 바닥에 쳐박으며 엎드린 채 말했다.
“말씀을 거두소서 왕이시여!! 죽어도 왕을 위해 죽고! 살아도 왕을 위해 살겠나이다!”
왕은 엎드린 엑스를 보고는, 고개를 돌려 반대 방향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내 꿈에서 한번도 벗의 얼굴은 본적 없었네. 죽음을 비껴 갈 수 있단 말이겠지. 내 마지막 유언일세. 벗이여, 나를 떠나서 새로운 주군으로써 새 나라를 세우시게.”
엑스는 복잡한 얼굴로 엎드려 있다가, 벌떡 일어서며 말했다.
“왕이시여!! 이모탈 왕 영원하라!!”
눈물을 그렁이던 엑스는, 목숨을 바쳐 섬기려 했던 왕의 마지막 유언을 저버릴 수 없었다.
왕을 왕궁 위에서 눈물을 흘리며 이를 꽉 악물고 왕국을 내려가는 엑스의 마지막 모습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너와 같은 인재는 이곳에서 죽을 수 없다. 나의 제국, 나의 백성과 함께 나는 사라지겠다. 나의 꿈은 한 번도 빗나간 적이 없으니... 겸허히 마지막을 받들겠다.’
그러나 이어서 보이는 풍경에 왕은 실소를 하며 엑스를 바라보았다.
엑스가 두 눈에서 불꽃을 튀기며, 모든 군사들 앞에서 이렇게 소리친 것이다.
“전쟁 준비를 하여라! 우리 대 제국은 영원할 것이다! 출전 준비를 하여라!!”
왕은 예상했다는 듯, 하늘을 보며 혼잣말을 했다.
‘영웅은 끝까지 영웅이군.’
모든 군사가 준비되었을 즈음, 엑스는 출전 명령을 하러 나온 왕의 앞에 예의를 갖추며 말했다.
“위대한 왕이시여, 출전 명령을 내리시기만 하면 바로 나가겠나이다.”
왕은 오랫동안 함께 했던 영웅이, 자신을 위해 죽을 각오를 하는 그 마음에 심히 감동하였다.
그 순간, 왕은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자신의 인생이 눈 앞에 펼쳐지는 것을 보았다.
어디서부터 온 능력인지는 몰랐으나, 꿈으로 미래를 보던 왕은, 지금 이 순간 그 능력이 최대 발현되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그것은 죽음 전의 인간의 예감이 날카로워 지는 것과 같은 개념이었다. 죽음을 피하기 위한 인생의 발악인 것이다.
왕에게는 몇분이 지나가는 듯한 시간이었지만, 사실은 찰나의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찰나에, 왕은 주마등과 함께 더욱더 발현된 예지 능력에 의해 당장 다가올 재앙을 볼 수 있었다. 해가 가장 높이 뜨는 그 때에 큰 일이 일어날 것을 예견했다.
지금 해의 위치를 미루어 볼 때, 30분 여 남짓 남아있었다.
왕의 유언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위하여 목숨을 바치겠노라 바치는 그들의 모습을 본 왕은, 이번만큼은 운명을 이기겠노라 다짐했다.
왕은 발이 빠른 자들 여럿을 불러 주변 약소 국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편지를 보내었다.
온갖 재물과 함께 진정성 있는 편지를 보낸 후, 왕은 백성들을 모두 성 밖으로 내보내어 피신 시켰다. 갑자기 자신의 집을 잃어버린 백성들은 어리둥절 했으나, 전쟁 피해를 막기 위한 왕의 정책이라는 말에 말 없이 성 밖으로 피신했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차라리 기우였으면 좋았을 그 재앙이 곧 벌어진다.
그러나 백성들을 피신 시키는 일은 순식간에 이루어지는 쉬운 일이 아니었고, 한참 백성들이 성문 밖으로 나가는 중, 땅에 재앙이 풀어졌다.
‘구구구구....’ ‘구구구구....’
알 수 없는 땅의 울림이 성벽을 진동하기 시작했다.
피난 중이던 백성들은 황급히 뛰어나갔지만, 성벽이 무너지며 입구를 막아버렸고, 수많은 사상자가 생겼다.
‘콰콰쾅’
피난민의 3분의 1정도는 빠져나왔지만, 나머지는 대개 성 안에 갇히게 되었다.
왕과 군대는 큰 지진에 의해 성벽이 무너지는 것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큰 땅의 울림 때문에 제대로 서 있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어서 그 울림은 왕과 군대가 있던 자리로 옮겨졌다. 땅이 파도처럼 꿀렁거리며 이리저리 흔들리기 시작했다.
“으으..으아아!!”
군인들은 중심을 잃고 이리저리 부딪히고 넘어지며 온갖 무기와 갑옷들이 엉키기 시작했다.
운이 나쁜 몇은 무기에 찔려 죽기도 했다. 왕과 엑스 또한 그 영향에서 온전할 수 없었다,
그들도 겨우 중심을 잡는 것이 다였기 때문이다. 미칠 듯이 꿀렁거리던 땅이 갑자기 부풀어 오르더니, 마치 풍선처럼 크게 터졌다.
‘퍼어어어엉!’
군대의 한 가운데 일어난 땅의 폭발은 군대의 모든 진영을 흐트러 놓았고, 5분의 1 정도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큰 재앙을 일으켰다.
20만이 그새 땅과 하늘로 솟구치고 떨어지며 죽은 것이다.
“아아...”
왕을 포함한 모든 군인들은 인간의 나약함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이 재앙을 받아 들여야만 했다. 그러나 그것은 재앙의 시작이었다.
터진 땅의 구멍으로 미친 듯이 소름돋는 울음소리가 들렸기 때문이다.
‘그워어어어어어어!!!’
괴물의 울음은 온 땅을 울렸고, 사람들은 드디어 재앙의 시작이 도래했음을 몸소 느꼈다.
지진은 단지 재앙이 왔다고 알려주는 말이라고 느낄 정도로, 그 존재감은 어마어마 했다.
울음소리와 함께 거대한 괴물의 아가리가 땅 위로 드러났다. 거대한 고래와 같이 생긴 괴물의 아가리에는 수많은 촉수들이 이글이글 거렸다. 날카롭고 이리저리 삐죽삐죽 솟은 이빨과 피부 표면에 딱딱하게 굳은 온갖 이상한 물체들은 괴기하기까지 했다. 빨갛게 빛나는 두 눈은 재앙의 전령과 같았으며, 아가리가 땅 밖으로 나왔을 때는 이미 아가리의 크기가 왕이 선 궁정의 꼭대기만 했다. 괴물이 다시 한번 포효했다
‘그워어어어어!! 그워!!’
그러자 괴물이 나왔던 땅의 구멍에서 검은색 물이 넘쳐 흐르기 시작하더니, 점점 성 안을 흘러다니기 시작했다. 마치 막혔던 수맥이 터지듯, 검은 색 물이 미친 듯이 솟아나기 시작하며, 온 땅을 뒤덮었고, 괴물은 그 물줄기와 함께 지상 위로 몸을 드러냈다. 기괴하게 진화한, 물칼퀴를 가진 두 다리가 자연스레 거대한 고래에 달린, 괴상하고 엄청난 괴물의 모습이었다.
양 팔과 다리는 근육질로 뒤덮였으며, 양 손과 발은 날카로운 발톱을 가졌고, 등에는 날카로운 송곳이 솟아난 모습처럼 뾰족뾰족한 등딱지가 있었다. 전설의 괴물 ‘레비아탄’ 이었다.
심해에서 발견한다는 심해 괴물 레비아탄이, 땅에서 검은 바다를 통해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검은 파도가 미친 듯이 뿜어져 나왔다. 이미 성 안은 검은 물이 넘처났고, 검은 물에 익사하거나 그 물살에 밀려 죽은 사람이 허다했다. 중무장을 했던 군인들은 모두 갑옷 때문에 헤엄을 칠 수 없었고, 공성 병기와 무기들이 파도에 쓸려, 수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있었다. 위대한 제국의 군대는, 괴물 한 마리의 말도 안되는 출현에 몰락하는 중이었다. 100만 부대가 허무하게 한 마리의 괴물에 의해 사려졌다.
개중 살아남은 왕의 5천 정예 호위 부대와 전쟁 영웅 엑스만이 높은 지대에 서 있었기 때문에 그나마 물살로부터 빠져 나올 수 있었지만, 출전 대기로 줄을 맞춰 선 보병들과 기병들, 궁수들은 대부분 물에 잠겨 죽었다. 왕 이모탈은 허탈한 표정으로 엉망이 된 나라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다시 마음을 먹고 명령하기 시작했다.
“엑스, 자네에게 마지막 전투의 지휘권을 맡기겠네, 나도 병사가 되어 싸울테니 지휘하시게.”
“왕이시여! 제가 어찌 감히 전하를 지휘한단 말입니까!”
왕은 조용히 왕의 옷을 벗고, 안에 입었던 갑옷을 드러내며 자신의 보검 쌍검을 들었다.
“나도 한때 전쟁 영웅이었다는걸 잊지 말게”
엑스는 말 할 수 없는 동질감과 벅차오름에, 말을 한번 삼키고 소리질렀다.
“정예 부대는 들으라! 궁수들은 일제히 피부가 약한 눈을 노린다! 투척 무기를 든 척후병들은 육탄전을 보조할 수 있게 투척 무기를 준비한다! 긴 검을 가진 부대는 베지 말고 무조건 꽂고 찢어야 한다! 몸을 던져라! 짧은 독검을 가진 자객들은 내 신호에 대기 하라! 마지막으로 전하! 저와 함께 가시죠!”
엑스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어마어마하게 큰 양손 도끼를 손에 쥐고 괴물을 가리켰다.
병사들은 겁에 질렸으나, 엑스의 위용과 왕의 전투에 다시금 마음을 다잡고 각자 자리를 잡았다. 엑스가 소리쳤다.
“나우어스여!! 이모탈 왕이시여!! 영원하라!!”
“와아아아!!!!!”
정예 부대는 외침과 동시에 괴물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괴물보다는 높진 않았지만, 다행히도 높은 지대였기 때문에, 목숨을 걸고 달려든다면 떨어지는 각도로 괴물에게 닿을 수 있었다. 궁수들이 일제히 눈쪽으로 화살을 날렸다.
일반 궁수들의 화살이었으면 닿지 않았으나, 특제 활과 화살, 그리고 실력은 화살을 마치 창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그러나 괴물은 손쉽게 팔을 한번 휘두름으로 모든 화살들을 튕겨냈다.
‘그워어어어!!’
괴물은 화가 났는지, 입을 군대 쪽으로 돌려 소리를 지르며 온갖 촉수들을 뻗었다.
촉수들의 생김새는 다 제각기 달랐는데, 심해에 사는 뱀장어와 바다뱀들의 모든 종류를 모아 놓은 듯 했다. 그러나 궁수들은 제빨리 화살을 다시 쏘았고, 촉수들과 화살이 정면 충돌했다.
그때 괴물이 입에서 악취가 나는 보라색 가스를 뿜었고, 화살들은 부식되어서 공중에서 사라졌다. 촉수가 그들을 향해 빠른 속도로 쇄도했다.
‘푸칵!!’
찰나의 틈을 노렸던 대검을 든 병사들이 공중에서 하강하며 레비아탄의 그나마 부드러운 부분을 향해 검을 찔러 넣었다. 반 정도는 단단한 피부에 의해 검이 부러져서, 튕겨져 나오거나, 괴물의 몸에 매달려서 부러진 검을 억지로 쑤셔넣고 있었다.
그러나 괴물의 키가 워낙 커서, 가장 치명상인 머리 쪽에는 상처를 낼 수 없었다.
덕분에 궁수를 향해 날아들던 촉수가 멈췄고, 궁수들은 다시 빠른 속도로 활에 화살을 걸었다. 검사들은 온 힘을 다해 살을 찢으려고 노력했고, 궁수들은 계속 화살을 날렸다.
하지만, 아무 효과가 없었다. 그정도 생채기는, 바다에서 헤엄치다가 돌에 긁힌 것보다 얕은 상처였기 때문이다.
잔챙이들이 거슬린 레비아탄은 소리를 지르며 몸을 한 바퀴 흔들고, 땅으로 쳐박았다.
그 움직임은, 몸에 붙어있던 모든 병사를 순식간에 송장으로 만들었다.
큰 괴물의 몸은, 어마어마한 파도를 만들었다. 쓰나미와 같은 검은 물살이 나머지 공격을 대기하던 왕을 포함한 군대를 향해 쇄도했다.
그때 흰 옷을 입은 한 남자가 공중에서 떨어지며 외쳤다
“청풍!”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의 손 놀림에 칼이 춤을 추었고, 거대한 검은 파도를 얇게 채 썰 듯 갈갈이 찢어놓았다. 힘을 잃은 파도는 이리저리 흩어졌다.
검은 물을 뒤집어쓴 채 그 광경을 목격한 왕을 포함한 나머지는 할 말을 잃었다.
왕은 순간 꿈의 내용을 떠올리며 말했다.
“처...천사다.. 꿈에 본 천사!”
남자가 뒤돌아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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