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20/08/21 04:35:22 ID : grxTQsruk78 0
어머니를 데리고 공원으로 피크닉을 갔더라... 그나마 사람 적은 곳으로 간 것 같긴 한데 그래도 사람이 많았지. 심지어 걔 어머니 몸도 편찮으셔. 듣자하니 병원에서 몇 년 안 남았다고 그랬대. 그래서 당연히 엄청 욕했어. 너네 어머니 몸도 안 좋으신데 이런 시국에 사람 많은 곳에 피크닉 가는 게 제정신이냐고, 최전방에서 고생하시는 의료진들은 생각 안 하냐, 너 답답한 거 조금 참지 왜 그걸 못 참았냐고. 막 욕했는데 걔가 그냥 묵묵히 듣더니 미안하대. 그냥 변명도 안 하고 미안하대. 근데 얘가 엄청 효녀고 성격상 절대 이런 일을 할 애가 아닌데, 답답하다고 이런 일을 할 애가 아닌데. 코로나 터지고 나서부터 정말 필요한 일 아니면 집에 틀어박혀서 나오지도 않던 애가 왜 그랬나 싶었어. 그래서 물어봤어. 왜 그랬냐고. 그랬더니 걔가 그러더라. 자기가 어릴적에 생일날 가족끼리 소풍을 가기로 했었는데, 부모님이 중간에 일이 생겨서 결국 못 가게 됐대. 그래서 그때 엄청 울고 떼 썼대. 나 생일인데 소풍도 못 가냐고, 간다고 하지 않았냐고. 친구는 이제 거의 잊은 일인데 걔 어머니가 그게 계속 마음에 걸리셨나 봐. 지금 치매가 오셨는데, 자꾸 우리 XX이랑 소풍가야 한다고, 가기로 약속했으니까 가야 한다고, 계속 그러신대... 친구가 엄마한테 요새 시국이 이러이러해서 못 간다고, 집에서 맛난 거 해먹자고 매일 말씀 드리는데 친구 어머니는 치매가 심해지셔서 다음날이면 또 잊어버리시고 소풍가야 한다고 그런대. XX이 좋아하는 김밥 싸서 소풍가야 한다고. 계속. 매일매일. 근데 코로나가 완전히 끝날때까지 기다리자니 어머니가 그때까지 살아계실지도 모르겠고, 이미 거동이 상당히 불편하신 상태라 당장 반년안에 이 사태가 끝나도 그땐 어머니 데리고 나오지도 못할 것 같다고, 그래서 어머니 데리고 소풍 갔대. 의료진들한테도 미안하고, 어머니한테도 너무 미안하다더라. 그러면서 나한테 뭐라는 줄 알아? "그러게, 네 말대로 좀 참을 걸 그랬어. 우리 엄마 갔다 오시고 한숨 주무시고 나니까 소풍 갔다 온 거 기억도 못 하시더라. 그냥 참을걸." 이러면서 허탈하게 웃었어. 걔가 잘못한 건 맞는데 오히려 내가 사과하게 되더라. 얘는 이래서 봐주고, 쟤는 저래서 봐주고 하면 큰일난다는 걸 알면서도 걔 말 들으니까 괜히 울컥하더라. 걔가 어떤 마음으로 그 날 어머니를 모시고 소풍을 가고, 어떤 마음으로 웃으면서 어머니랑 사진을 찍었을지 난 짐작조차 안가더라. 할 말이 없어져서 너무 몰아붙여서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결국 둘이 약속이라도 한 듯이 다른 얘기로 넘어가 버렸어. 마음이 너무 쓰리다.
2 이름없음 2020/08/21 05:42:44 ID : gmFhgjdCrAl 0
혹시 레주야 의료직 종사하거나 해본 적 있니 ? 물론 사정이 어찌 되었든 이 시국에 피크닉 가는건 좋지 못 한 일인건 맞고 이건 무엇보다 개인가치관 차이가 크니까 네가 어떤 생각으로 그렇게 몰아붙혔는진 알 것 같긴 한데 .. 친구는 아마 굉장히 상처받았을 것 같아 .. ㅠ 내가 말 하고 싶은 건 좀 더 좋은 방법으로 말 해 줄 수 있었지 않을까? 라는..ㅠㅠ 아마 그리고 이게 말이 조금이지 절대 조금이 아니긴 하잖아ㅠㅜㅠ 친구분은 평소에 그런 상황에 처해있으신데도 그렇게 사회적으로 의식을 갖추려고 노력해오신 분이셨던 것 같은데 그 기약없는 기다림이 병원에서 몇 년 안 남으셨다고까지 들었는데 시간은 가고, 그냥 너무 두렵고 무서우셨을꺼라는 생각이 들어. 물론 의료진분들께서 이 시간에도 열심히 뛰어주시는거 고생 하시는 것도 알지 ... 근데 부모님 계실 때 잘 해드리라는 말도 있잖아ㅠㅠ 그만큼 후회하는 것보단 낫다고 생각하셨을꺼야 ㅠ ㅠ 레주 네가 그 친구 입장이라면 어땠을까 찬찬히 생각해보는 겻도 좋은 생각 같아..!
3 이름없음 2020/08/21 06:19:48 ID : 7cMrAjdxyJT 0
친구가 잘못한 건데 스레주가 잘못한 것 처럼 보이는 마법이네. 사실 그 친구 잘못도 뭔지 잘 모르겠다 걱정한 건 알겠는데 말 한마디 들으려고 하지도 않고 우다다다 쏘아 붙였을 거 생각하면 좀... 말에 정말정말 동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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