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20/09/30 09:55:22 ID : vhbDy6qqpdR 0
뭔가 짜증나는 일이 있을때 나는 혼자 있고 싶은데 자꾸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가 가까이 와서 귀찮게 하더라고. 고양이는 아무런 잘못도 없는데 괜히 짜증이 나는 거야. 난 지금 이렇게 화가 나 있는데 얘는 눈치도 없나? 싶어서. 그래서 괜히 고양이한테 성질내고, 저리 가라고 하고. 그렇게 짜증을 내놓고 나중에 아차 싶어서 고양이한테 가서 미안하다고 사과해. 오늘은 안 그래도 기분이 안 좋은데 고양이가 사고를 쳐놨더라고.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너무 지쳐있을 때였는데, 고양이가 사고까지 치니까 너무너무 화가 났어. 그래서 소리를 지르면서 바닥에 발을 한 번 꽝! 하고 굴렀는데, 고양이가 놀라서 나오면서 내 발이 세게 부딪힌거야. 고양이는 내가 자기를 발로 찼다고 느꼈나 봐. 나중에 내가 가까이 다가가려고 하니까 후다닥 도망가는 거 보고 너무 미안했어. 나는 짜증나서 발을 굴렀을 뿐인데 그 애는 내가 한 행동을 폭력처럼 받아들였다는 거니까. 결국 고양이 안고 엉엉 울면서 알아듣지도 못할텐데 미안하다고 열댓번은 더 말한 것 같아. 무서웠을 건 내 고양인데 내가 펑펑 울어버렸어. 뭘 잘했다고 그렇게 울었는지 모르겠어. 진짜 그냥 고양이 안고 바닥에 주저앉아서 30분 가까이 계속 울었어. 화내서 미안하다고, 고의는 아니었지만 차서 미안하다고, 내가 다 잘못했다고 계속 울었어. 그렇게 머리가 아파질때까지 울고 나니까 그냥 아무 생각도 안 들더라. 머릿속에 안개가 낀 것 같이 뿌얘서, 뭐 하나를 떠올리려고 해도 기억속에서 손을 뻗어서 더듬거리면서 겨우 찾아야 하는 느낌이고, 풍선이라도 매달아 놓은 듯이 머리가 멍해서 뭐에 집중도 안되고. 이 모든 상황의 피해자가 나 같으면서도 그렇게 느끼는 나 자신이 너무 한심하다... 잘 대해주겠다고, 잘 키워주겠다고 마음 속으로 수도 없이 다짐하면서 데려왔으면서 왜 난 애들한테 화나 내고 있을까. 왜 나는 내 감정 하나를 주체를 못해서 이러고 살까. 나 같은 사람이 나중에 동물 학대하고 자기 자식한테 손찌검 하는 좇 같은 새끼가 되는 거겠지. 그렇게 생각했더니 그냥 한숨만 나온다. 난 진짜 왜 이러고 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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