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20/10/02 00:48:12 ID : 4HxwtApgksm 1
스레딕 한 10년만에 온 것 같은데 엄청 바뀌었네. 되게 깔끔해졌다. 스레딕 옆에 별도 좀 귀여운 것 같고. 난장판이 아직 살아있다는 게 조금 놀랍네. 거기는 아직도 버섯 얘기 하려나
2 이름없음 2020/10/02 00:49:51 ID : 4HxwtApgksm 0
아무튼.. 얘기는 하고 싶은데 어디다가 할지는 모르겠어서 여기다 글 쓴다. 오늘 드디어 장래 희망을 포기했어.
3 이름없음 2020/10/02 00:51:37 ID : 4HxwtApgksm 0
사진을 되게 하고 싶었거든. 사진관을 하나 차려서, 암실도 하나 만들고 스튜디오도 하나 만들고 의상 대여 서비스에 스냅 촬영 서비스까지. 내가 너무 좋아하는 일들을 가득가득 모아두고 하고 싶었어. 그러기 위해 잠깐 좋아하는 작가님 보조로 지내기도 하려했고. 근데 그냥... 포기해야 할 상황이 오더라.
4 이름없음 2020/10/02 00:53:11 ID : 4HxwtApgksm 0
발단은 이거였어. 어머니가 내가 반려하는 고양이들을 다른 곳에 보내고 강아지를 입양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말씀하셨거든. 보름 정도 전의 일이구나 벌써. 그때 그럴 수는 없다고, 엄마한테 아마도 처음 소리치고 동거인한테도 소리치고 죽겠다고 집을 뛰쳐나갔어. 25살에 처음으로 가출을 한거지.
5 이름없음 2020/10/02 00:55:02 ID : 4HxwtApgksm 0
가출은 수치심으로 끝났어. 죽지 못하고 현관문을 여는 게 너무 수치스럽고 내가 미웠어. 휴대폰을 안 들고 나갔었는데, 뒤늦게 확인한 연락들도 가증스러웠어. 엄마가 다 잘못했어. 연락만 해줘. 어디야. 엄마가 미안해. 진짜 가증스러웠어. 내가 무엇 때문에 이러는지 전혀 모르는 것 같았거든.
6 이름없음 2020/10/02 00:56:32 ID : 4HxwtApgksm 0
왜,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사과 있잖아. 그런 느낌. 그리고... 그제서야 고양이들을 보내지 않아도 된다고 이야기하는 어머니를 보고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내말을 들어주는 걸까.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포인트는 이 상황에서 어머니가 나에게 했던 말이야. "너는 나를 돈줄로 보고 있지?"
7 이름없음 2020/10/02 00:57:52 ID : 4HxwtApgksm 0
어림도 없는 소리. 내가 실수로 100정도를 까먹었을 때 죄송해서 펑펑 울면서 다시는 이런 일 없을 거라고 너무 죄송하다고 얘기한 적도 있는데 어떻게 부모 돈을 가볍게 여기고 부모를 돈줄로만 생각하겠어. 어쨌든. 저 상황은 어떻게 정리가 되긴 했는데 문제는... 어머니가 더 이상 용돈을 안 보내주시네.
8 이름없음 2020/10/02 01:00:16 ID : 4HxwtApgksm 0
집안사정이 힘들고 어떻고 하는 건 나도 알고 있지만.... 나도 지금 많은걸 내려두엇는걸. 정기 상담과 불어 과외와 사업과 그런 것들. 많은 걸 바란다기 보다는, 정말 필요한 건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야. 이모한테서 따로 용돈을 받고 있긴 한데, 통신비와 공과금 고양이들에게 들어가는 비용을 빼면 20 안쪽으로 남아. 특히나 이번 년도에는 코로나 때문에 수업에 필요한 책들을 모두 구매하고 있어서 지출이 크고 (문창과)
9 이름없음 2020/10/02 01:01:45 ID : 4HxwtApgksm 0
그렇게 돈에 쪼들리다... 1200원하는 커피 하나 사마실까 말까 고민하다가 사마시고 자괴감에 빠지는 날들을 겪다가.... 그냥 포기하게 되더라. 나같은 게 무슨 사진을 한다고 그러나 싶어서. 전공자도 아니고, 줄도 없고, 사진 봐주는 사람도 없고, SNS에서 인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외주가 들어오는 것도 아니고, 커리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이런 내가 25이라는 늦은 나이에 졸업한 후 사진을 업으로 삼는 게 말이 될까.
10 이름없음 2020/10/02 01:03:11 ID : 4HxwtApgksm 0
어렸을 때부터 부모 의지만 따랐어. 부모 의지에 따라 공부하고 생활하고. 아주 성실했어. 내가 생각해도 그건 약간, 그 나이였기에 가능한 그런 일들 같았어. 위염에 이틀에 한끼 먹으면서도 공부하고 그랬던 날들이. 그러다 대학 입시 때, 원서 딱 한장만 내 의지로 썼던 것이 합격하고, 학교를 다니면서 이런저런 꿈을 키워왔는데 그게 문제였나봐.
11 이름없음 2020/10/02 01:05:10 ID : 4HxwtApgksm 0
재능과 돈.....예체능에 필요한 건 그런 게 아닐까. 부모에게 도저히 용돈을 달라고 말할 수가 없었어. 문제는 정신질환 때문에 재택 근무가 아니고선 아르바이트도 어렵다는 사실이야. (코로나 때문에 일자리가 더 줄기도 했고) 고정 지출은 있는데 수입이 거의 반토막이 나니 당황스러우면서 동시에, 내가 지금도 이렇게 허덕이는데....지금도 돈을 이만큼 까먹는데 사진을 하는 게 맞을까.
12 이름없음 2020/10/02 01:07:23 ID : 4HxwtApgksm 0
처참하더라고. 비참하고. 아무튼 그런 감정. 계속 울었어. 계속 계속 울었어. 그만큼 사진이란 내게 소중하고 사랑하는 작업들이었거든. 사진을 찍으러 다니면 몸이 좀 힘들더라도 괜찮았고 구상하고 디렉팅, 보정 작업까지 그 일련의 과정이 너무나 즐거웠는데. 그래서 더 사진 일을 하고 싶었는데, 지난 그 시간들이 (약 5년의 시간들이) 전부 비참해지더라고. 카메라를 들고 날뛰었던 그날들이.
13 이름없음 2020/10/02 01:09:31 ID : 4HxwtApgksm 0
공시.... 사실 나는 조직 사회에 알맞는 인물은 아니야. 성격도 성격이지만 정신 질환 부분도 있고 그래서, 프리랜서 아티스트가 가장 이상적인 직업인데, 불가능하니까. 어쩌면 내가 할 수 있는 것 중 가장 만만한게 공시라서 도전해보는 걸지도 몰라. 아무튼 나는 이렇게 꿈을 포기했어. 카메라를 더는 들 수 없을 것 같아. 책상 위에 있는 카메라 치워야하는데 자꾸 눈물이 나. 필름들도 처분해야하는데.
14 이름없음 2020/10/02 01:11:19 ID : 4HxwtApgksm 0
2주 전인가 처음으로 직접 필름 사진 인화를 해봤어. 단순히 셔터스피드 조절에 따른 빛 차이를 보려고 삼각대 세워놓고 한 공간만 계속해서 찍은 사진이었는데, 그게 그렇게 뿌듯하더라고. 내가 첫 인화를 했다는 게 너무 감격스러웠고, 기뻤고, 앞으로도 계속 하고 싶었어. 이제 그것도 버려야할까봐. 앞으로 남은 사진과 수업들은 교수들한테 메일 보내서 그냥 F달라고 하고.
15 이름없음 2020/10/02 01:13:17 ID : 4HxwtApgksm 0
'어쩌면 좋아. 내가 더 해줘야하는데...' '속상하겠다..' '나는 오히려 지금 결정이 좋다고 보는데?' 어머니와 동거인의 말. 계속 눈물이 나는데 이제 눈물을 또 참아야해. 자꾸 울면 안 되니까. 어머니는 속에 있는 것을 다 털어내라고 하는데 어떻게 그래. 당장 다음 수업에 필요한 교재들 구매하는 것도 가능할지 모르겠는데 입이 떨어지지를 않는걸.
16 이름없음 2020/10/02 01:15:04 ID : 4HxwtApgksm 0
사진 계정 알림 뜰 때마다 눈물이 나 사진과 사람들 얼굴을 생각할 때마다 부러워서 미치겠어 나도 잘할 수 있는데. 나도 잘할 수 있는데. 근데 나는 하면 안 될 것 같아..
17 이름없음 2020/10/02 01:17:36 ID : 4HxwtApgksm 0
어른스러워져야한다고 생각하고 있어. 지금 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건 다 미성숙하기 때문이고 어른들은 으레 이렇게 살아간다는 그런..생각을 하는데. 주위에 자신의 꿈을 위해 달려가는 사람들을 보면 너무 부러워. 나는 카메라 수리 비용도 감당 못해서 약간은 감으로 촬영하는 경우도 있는데, 레슨 들어가면서, 필요한 준비를 다 배워가면서, 투고도 마음껏하고 기회도 얻을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이 부러워. 질투가 나. 아무튼 그래.....응. 그래. 상실감이 너무 커서 내가 살아있는 것 같지가 않다.
18 이름없음 2020/10/02 01:20:47 ID : 4HxwtApgksm 0
괜찮아지기를 요구받는 게 너무 싫어 나한테는 이게 너무나 괴로운 일이고 고통스러운 일인데 괜찮아져야지 얘기하는 게 원망스럽기까지 해 그냥 다 내 잘못인 거 같아 분수에 맞지 않게 욕심부린 죄인 것 같아.... 애초에 이런 분야에 관심이 없었으면 좋았을걸 예술이고 어쩌고에 관심이 하나도 없는 사람이면 좋았을걸. 내 머릿속의 이야기와 이미지들이 나를 너무 괴롭게 해 마구마구 찔러대는 느낌이야. 이걸 표현해내고 싶은데, 난 그게 너무 좋은데 이제는 그럴 수가 없네. 아침이 안 찾아오면 좋겠어.
19 이름없음 2020/10/02 12:56:11 ID : 4HxwtApgksm 0
사진과 교수들한테 더이상 수업 듣기 힘들 것 같다고 연락 남겼다. 그 단문을 적고 보내는데 꼬박 이틀이 걸렸네. 너무 울어서 두통약을 계속 먹고 있어. 신경과약도 조만간 늘려야겠다. 나는.... 모르겠어 이제. 세상이 조금씩 나를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느낌이야. 결국에는 죽을 수밖에 없도록 프로그래밍 된 세계 안에서 살고 있는 기분이야.
20 이름없음 2020/10/02 13:06:56 ID : 4HxwtApgksm 0
내 과거가 지금과 달랐다면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아주 어릴 적부터 예술을 하고 싶었어. 특히 성악. 합창부 선생님이 탐낼 정도로 잘했거든. 성량도 좋고 음을 이해하는 것도 좋고 발성도 좋은 편이었어. 대구에 있는 개인 연습실에 구경갔던 거 생각난다. 너무 멋졌는데. 하지만 우리 집안 사람들은 다 공부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라. 선생님이나 그런 직업. 기본적으로 교육자 집안이라고 하면 좋을 것 같네. 다들 예술은 직업을 가지고 취미로 하는 거랬어. 심지어 그 편이 더욱 성공할 수 있다고.
21 이름없음 2020/10/02 13:10:25 ID : 4HxwtApgksm 0
내가 아무리.. 취미가 아닌 직업으로 갖고 싶다고 했을 때도 그를 응원해주는 사람은 어디도 없었어. 시골 출신이라 학원 같은 것도 마땅히 없었고, 영화처럼 선생님들이 부모와 상담해서 이 아이는 재능이 있습니다... 하지도 않았어. 재능이 없어서 그랬던 건지. 생활기록부에는 꾸준히 예능에 대한 재능이 적혀있어. 진짜 모든 종류의 예술을 다 잘했거든. 미술도 입시 학원 다니는 친구보다 감각적인 작업을 해왔고, 음악은 말할 것도 없고, 사진은.. 학교 집 왔다갔다하며 찍은 사진들로 도내 예술제 입상을 하는 건 잦은 일이었고. 문학도 대단했지. 예술제 같은 걸 하면 상을 기본적으로 2개를 받곤 했으니까. 아. 연기는 좀 못했다.
22 이름없음 2020/10/02 13:11:41 ID : 4HxwtApgksm 0
진짜 꾸준히... 예술이 하고 싶더라고. 종합 예술인이 되고 싶었어. 한 가지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분야를 접목시켜서 의미를 만들어내는 작업을 하고 싶었어. 20살이 될 때까지... 예술은 비밀스럽게 해야하는 거였어. 그림 그리는 것도, 책을 읽는 것도. 공부 안 한다고 책을 찢어버리는 게 우리 집이었으니까.
23 이름없음 2020/10/02 13:14:26 ID : 4HxwtApgksm 0
19살 여름, 엄마와 마주 앉아서 예술이 너무 하고 싶다고. 근데 엄마가 말한 것처럼 그림이나 성악을 하지는 않겠다고. 문창과. 국문과랑 비슷하니 나한테 원서 하나만 달라고. 하나만 쓰게 해달라고. 반년의 준비 기간이 있었어. 과외를 받을 곳은 당연히 없었고 학교 선생 중에서도 문창과에 입학 시킨적은 없어서 학교에서 정보를 바랄 수도 없었어. 백일장 정보도 안 알려주더라니까. 학교에 공문으로 내려가는 건데. 지금 생각해보면 선생들도 나를 문창과에 보내고 싶진 않았던 것 같아. 예술 학교의 경우 전문학교가 많고 전문 학교가 아니더라도 내 성적으로는 SKY까지 노려볼 수 있을 졍도였으니까, 굳이 그 '아래'의 학교에 보내서 제 실적을 깎아먹고 싶진 않았던 거겠지.
24 이름없음 2020/10/02 13:17:10 ID : 4HxwtApgksm 0
어떻게 반년을 준비해서 (12시에 야자마치고 2시까지 혼자 입시 준비했던 기억이 나) 실기로 당당하게 입학을 해버렸네. 나는 그때부터는 괜찮을 줄 알았어. 그때부터는..... 등단의 꿈도, 웹소설 작가의 꿈도, 비평가의 꿈도, 동화작가의 꿈도, 다 부정당하고 부모는 나랑 통화할 때마다 나를 교대에 보낼 걸 하며 후회하고. 그러던 와중, 정말 간만에 카메라를 잡았는데, 너무 행복한거야. 사진을 찍는 게, 뷰파인더에 담기는 세상의 편린. 또는 이야기와 컨셉을 가지고 진행되는 모델 촬영. 사진을 본격적으로 찍은 건 5년 정도 되었네. 그 사이의 작업들을 보면 정말 많이 늘었어. 점점 더 내 색채라는 걸 찾아가고, 독특한 작업을 진행하고.
25 이름없음 2020/10/02 13:19:16 ID : 4HxwtApgksm 0
지금와서 그게 다 부질 없었구나.. 싶으니까, 뭐랄까 되게, 자기 혐오도 많이 들고. 다른 애들이 기업에 들어갈 스펙 쌓을 때 나는 카메라마나 들고 다니면서 조금의 커리어도 못 쌓았구나 싶기도 하고. 그 조금의 커리어만 있었더라도, 어떻게든 해봤을 텐데. 재능이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정말로. 그래서 이렇게 된 것이 아닐까. 지난 5년의 기억이 벌써부터 너무.. 꿈같아.
26 이름없음 2020/10/02 13:21:29 ID : 4HxwtApgksm 0
문득 생각나는 게 있네. 사촌 동생이 성악을 했거든. 부산에 사는 애였는데, 부모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예고-예대 루트를 밟은 애였어. 원래도 좋아하던 애는 아니었는데, 우리 집에 올 때마다 어른들이 노래를 불러보라는 말에 노래를 부르곤 했던 애야. 나는 걔가 너무 질투가 나고 싫었어. 걔 노래를 듣는 것도 싫었어. 그 당시 나는, 반항심에 변성기 때 목을 막 다뤄서 이미 목이 상할대로 상한 상태라 흉내도 내지 못하는 게, 알면서도 모른척하고 싶어서 걔를 되게 미워했어. 그거 말고도 미워할 이유는 많았지만 뭐, 각설하고.
27 이름없음 2020/10/02 13:23:47 ID : 4HxwtApgksm 0
부모는 나에게, 어린 시절 그런 걸 못해준 죄책감으로 학교 다니는 동안 지원을 해주지 않았느냐. 내가 못해준 게 뭐냐. 뭘 더 해야하냐. 그런 말을 했어. 아주 틀린 말은 아니긴 했는데, 전폭적인 지원은 아니었지. 휴대용 조명 하나 구매하는 것도 힘들어서 휴대폰 플래시로 야간 작업하고, 미니 손전등으로 야간 작업하고 그랬으니까. 카메라 수리 맡길 돈이 없어서 불편을 감수하고 사용하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사진을 배운다는 건.... 먼 미래의 꿈이었고. 예나 지금이나 피드백에 목말라 있는 사람이었으니까.
28 이름없음 2020/10/02 13:27:09 ID : 4HxwtApgksm 0
소품이나 의상을 준비하지 못해서 직접 만들고, 의상은 비슷해 보이는 싼 옷을 찾아서 리폼해서 작업할 준비도 했어. 이번에 사진을 그만두지 않았더라면 한지로 한복을 만들어서 호러 필름 작업을 할 예정이었는데. 하고 싶은 작업이 정말 많았는데. 색과 죽음을 연관 시킨 작업도, 외화를 한국풍으로 재해석 해서 작업하는 것도, 탄생석을 주제로 한 작업도, 신에 대한 작업도(무신론자지만) 악몽 시리즈도, 각종 호러필름도. 촬영 소품으로 만들던 걸 어제 버렸어. 소품도, 의상도 하나씩 처분해야겠지.
29 이름없음 2020/10/02 13:28:16 ID : 4HxwtApgksm 0
꿈이란 건 진짜 덧없는 거구나. 현실과 타협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는데 마음대로 안 되는구나. 타협하지 않아도 되는, 주변의 사람들이 너무 부러워.
30 이름없음 2020/10/02 13:29:32 ID : 4HxwtApgksm 0
집안에 예술을 하는 사람이 있어서 작업을 부정받지 않고, 여유가 있어서 앞으로도 계속 작업할 수 있고, 재능이 있어서 자신에게 넘치는 확신이 있는 사람들이 부러워.
31 이름없음 2020/10/02 13:30:34 ID : 4HxwtApgksm 0
학교를 졸업하면 글도 더는 쓰지 않겠지. 내 안의 이야기들과 이미지들을 다 어디로 보내야할지 모르겠어. 지금 이 시간에도 작업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는데.
32 이름없음 2020/10/02 13:32:32 ID : 4HxwtApgksm 0
사랑하는 것을 모두 보내야할 때인 것 같아. 죽고 싶다 정말. 내 모든 삶과 미래가 박살나서 이제는 아무것도 남지 않은 기분이야.... 공무원이라니. 그렇게 되기 싫었던 직업인데. 이제 그걸 위해서 몇 년을 공부해야하네. 눈물나
33 이름없음 2020/10/02 13:34:09 ID : 4HxwtApgksm 0
노래를 듣는 것도 괴로워 귀가 멀고 눈이 멀었으면 좋겠어 아니 아예 혼수상태에 빠지면 좋겠어.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싶어 사랑하는 것들에 대한 생각을 그만두고 싶어 너무 힘들어서 그냥 내 머리가 다 표백되면 좋겠어 내가 그냥 죽어버리면 좋겠어 내 생명을 더욱 가치있는 사람에게 주고 싶어 얼마 전에 죽은 동기가 있어 참 글을 잘 쓰던 애였는데 내 생명을 걔에게 줄 수 있다면. 걔는 더 사랑받고 더 많은 작업을 하고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었겠지
34 이름없음 2020/10/02 13:35:06 ID : 4HxwtApgksm 0
힘들다 정말.
35 이름없음 2020/10/02 13:37:16 ID : 4HxwtApgksm 0
이런 와중에, 졸업하려면 과제는 해야해서 되지도 않는 과제를 붙들고 있는게 웃긴다.
36 이름없음 2020/10/02 13:40:00 ID : 4HxwtApgksm 0
기적같은 거 일어난 적 한 번도 없고 일어날 리 없다는 거 아는데 괜히 기대게 되는 거 있지. 만에 하나. 만에 하나. 혹시나. .조금이나마. 이제 소리내서 울지도 못해. 어제 많이 울었거든. 지금부터는 울면 혼날 것 같아. 왜 우냐고. 이미 정해진 일을 가지고 왜 자꾸 우냐고. 죽고싶다. 진짜 너무 죽고싶다. 내가 이런 존재라는 게 너무 싫다. 내가 진짜 너무 싫어 내가 이런 내가 아니었다면 나는 행복할 수도 있었을지도 모르잖아. 예술 같은 거 관심 없고 부모가 바라는대로 교육자의 길을 걸었으면 이런 일은 없었겠지. 근데 나는.
37 이름없음 2020/10/02 13:40:27 ID : 4HxwtApgksm 0
그냥 나라는 존재를 이제 버리려고 해.
38 이름없음 2020/10/02 13:41:42 ID : 4HxwtApgksm 0
이러다가 때가 되면 죽겠지. 몇 번을 썼다 지웠다 하는 유서를 또 쓰기 시작했어. 언제든 죽을 수 있게. 언제 죽어도 괜찮게.
39 이름없음 2020/10/03 03:40:25 ID : vhgkturhtcm 0
스레주 글 하나하나 천천히 다 읽어봤어.읽어보면서 참 많은 생각이 들더라. 꿈이 사진 스튜디오를 차리고 싶다고? 진짜진짜 멋진꿈이야. 꼭 스튜디오차려서 사람들이나 풍경, 그리고 무엇보다 레주 하고싶은거 하면서 살자. 나는 배우가 꿈이야. 우리집은 주머니가 넉넉하지 않아. 내가 미성년자라서 알바도 못뛰어. 그래서 부모님에게 말 안하고 나만 간직하고있었는데 특별히 레주한테만 말해주는거야!! 내가 정말 유명한 배우가 되면 레주가 차린 스튜디오에서 프로필 찍고싶어. 예쁘게 찍어줄꺼지? 나는 꼭 레주네 스튜디오에서 사진을 찍어야 겠으니까 꿈 절대절대 포기하지 말고 나중에 스튜디오에서 봐 ㅎㅎ 화이팅!!
40 이름없음 2020/10/03 18:31:58 ID : 4HxwtApgksm 0
고마워, 정말. 유명한 배우가 되지 않더라도 언제든지 환영이라구. 배우 프로필 사진은 기깔나게 찍으니까! 우리 둘 다 화이팅!
41 이름없음 2020/10/03 18:38:29 ID : 4HxwtApgksm 0
병원에... 얼른 가고 싶은데 연휴가 너무 기네. 여전히 예술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어. 책은 읽어도 되지 않을까. 글은 써도 되지 않을까. 번역일은 계속 해도 되지 않을까. 문장과 문장 사이를 지나가며 마음에 드는 것을 꼭 껴안는, 그 아름다운 행위를 계속해도 되지 않을까. 잘 모르겠어. 사실 계속한다고 해서 별 문제는 없겠지만, 자꾸 미련이 생기니까 아예 차단해버릴 생각이었거든. 책도 다 처분하고. 음. 처분하면 정말 돈 꽤 나오긴 하겠다. 매년 본가로 책을 보내는데도 책은 안 준다니까.
42 이름없음 2020/10/03 18:40:27 ID : 4HxwtApgksm 0
만성두통에 시달리면서... 오늘도 혼자 조용히 울다가, 그러다가 이 시간이 되어서야 할 일을 하겠다고 앉았어.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을 읽어야해. 예전이라면 기쁜 일이지만 지금이라면 슬픔이 더욱 크네. 도망치고 싶을 만큼. 어제 동화 초고 한 편을 마무리했어. 공모전을 계획했어. 노래를 듣고 브루클린 나인-나인을 보면서 자수를 놓았어. 자려고 누우니까 허망하더라. 꿈 속 같아. 이 모든 게. 동시에 내가 해서는 안 되는 어떤 죄악을 저지르는 것만 같기도 해.
43 이름없음 2020/10/03 18:41:06 ID : 4HxwtApgksm 0
자꾸 잠이 와서 큰일이다. 도피성 수면은 정말 귀찮아. 참, 어제 문자 보낸 것에 대한 답이 왔는데. 취미로 할 때 더 사랑슬울 때가 있다고, 사진이라는 건. 그런 말을 듣고 어쩐지 화가났어.
44 이름없음 2020/10/03 18:44:18 ID : 4HxwtApgksm 0
사진은 아니지만 예술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고, 진지하게 생각했던 사람으로서, 예술이 얼마나 힘들고 고된일인지 알지. 근데 그걸 감안하고도 그게 너무 좋아서 그것에 집중하고 싶어서 직업으로 선택하는 거잖아. 사실 모든 게 그렇지. 직업이 아니고 취미면 마냥 즐겁기만 할거야. 하지만 그 어려운 모습들을 보고도 직업을 삼고 싶은 건, 내 욕심이긴 하지만, 그 어려움조차도 나중에는 즐거움으로 승화되더라고. 진상을 만나도, 엄한 소리를 들어도, 차가 없어서 로케 다녀올 때마다 3시간씩 걸어다니고, 삼각대 한 번 챙기려면 끙끙대고, 필름 값 감당하기 위해서 자그마하게 할 수 있는 일들을 계속하고. 다른 사람들의 사진을 자꾸 보고. 사진이 아닌 것들을 사진으로 만들 때 고민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와 의미를 생각하고. 기록하고. 그 모든 과정은 고통이었지만, 나는 너무 행복했어.
45 이름없음 2020/10/03 18:46:48 ID : 4HxwtApgksm 0
한여름에 땀을 뻘뻘 흘리며 작업해도, 한겨울에 모델들 외투며 짐을 다 짊어지고 카메라 뷰파인더를 보았을 때도, 좁은 스튜디오를 최대한 살리고, 다른 시선으로 장소를 바라보고, 내가 이야기할 수 있는 슬픔과 즐거움을 이야기하고. 글을 쓰고. 색감을 만지고. 디렉팅을 위해 크로키하고. 그런 일들. 고된 일이었지만 다 소중한걸 졸립다.
46 이름없음 2020/10/03 20:20:17 ID : 4HxwtApgksm 0
이러다 돌아버릴까봐 두려운데 오히려 돌아버리는 게 낫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
47 이름없음 2020/10/03 21:14:47 ID : 4HxwtApgksm 0
누군가의 감정을 가벼이 여기지 않았으면 한다. 나는 그런 사람들이 예술대 교수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이 수업에서 카메라를 실질적으로 사용할 일은 없습니다. 예술로 진로를 잡지 않아도 예술 공부를 하는 건 좋은 경험이 될 것입니다.' 내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사진을 어떻게 대했고 그것을 포기하면서 생긴 트라우마를 말해도 교수들은 이렇게 말한다.
48 이름없음 2020/10/03 21:15:10 ID : 4HxwtApgksm 0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더 이상 그것을 좋아할 수 없다. 교수들은 이런 경험을 겪어본 적이 없는 걸까?
49 이름없음 2020/10/03 21:19:40 ID : 4HxwtApgksm 0
내 삶은 포기의 역사다. 사랑하는 것을 사랑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결국엔 실패하는 것의 반복이었다. 어떤 것에 대해 양가적 감정을 가지는 것이 어째서 불가능한가. 당장 내가 부모에게 가지고 있는 감정만 해도 하나의 언어로 정의내릴 수 없는데. 사진을 다루는 모든 것이 고통이다. 사진 계정의 알림도 아프다. 아름다운 풍경을 보아도 아프다. 책의 표지를 보아도 아프다. 사실 사진이 연상된다면 모든 것이 다 아프다. 이런 상태에서 사진 수업을 들을 수는 없다. 적어도 내겐 불가능한 일이다. 아무렇지 않게 사진에 대해 이야기하고 사진에 대한 생각을 발전시키는 것은 내게 불가능하다. 내가 유별난걸까. 또 내가 유별난걸까. 다들 그럴 수 있는데 나만 엄살을 피우는 건가. 어제 산책을 나가서 이름 모를 꽃의 겹겹이 쌓인 주홍빛 꽃잎을 보았다. 자연이 만들어낸 정교함을 감탄하며, 이 꽃들의 무더기를 이런저런 각도로 조명하다가 결국엔 공원 구석에서 울었다. 내가 조명하는 모든 것이 사진이구나.
50 이름없음 2020/10/03 21:23:42 ID : 4HxwtApgksm 0
감도 400짜리 흑백 필름이 두 개 있다. 과제를 위해 구매해 두었던 것이다. 찾아보면 컬러필름도 2개 정도 있을 것 같다. 딱 그것만 더 찍을까. 하나하나 내가 사랑하는 것의 현재를 담을까. 마음이 오락가락한다. 눈물이 나네. 필름 카메라를 들고 찍는 사진은 항상 느낌이 새롭다. 내가 좋아하는 감각 중 하나. 필름 카메라의 셔터막이 내려가면서 손바닥을 타고 전해지는 철컥하는 진동. 그리고 필름을 감을 때 들리는 작은 소리와 팽팽한 필름의 느낌. 다 쓴 필름을 감으며 담겨있는 것들을 복기하는 그 순간. 너무 소중해서 가능할지 모르겠다. 사실 아직 책상의 필름 카메라를 치우지 못했다. 무서워서 잡아보지는 못했지만. 사실 치우기 위해 만지는 것도 좀 무서워서 둔 것도 있다. 만지고 싶은데 만지고 싶지 않다.
51 이름없음 2020/10/03 21:28:16 ID : 4HxwtApgksm 0
오늘 조금 슬펐던 일. 조현병 같은 건 없어요, 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내가 조현병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조현병의 증상을 일부 갖고 있다. 오랜 우울증 때문에 생긴 것들로 추측하고 있기는 한데, 검사를 한 게 몇 년 전이라 지금은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겠다. 하여튼 중요한 건 이게 아니라 조현병은 안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랬다. 집을 구할 때 조현병 세입자는 싫구나. 가끔 환청을 듣기도 하고 소리를 지르며 발작하기도 하는 건 맞는데... 이상한 강박이 있는 것도 맞는데... 근데 그게.... 남에게 해를 끼치나? 부동산에 가서 집을 구할 때 저 사실 조현병을 앓고 있어요 라고 말하면 집주인들은 거래를 취소할까 아르바이트 하러 가서 우울증 얘기를 했더니 돌려보내진 적은 있긴 하다. 나는 내 정신 질환이 부끄럽지 않았는데, 그 기억 이후로는 조금 부끄럽고 조심스러워지는 게 사실이다. 증상이 너무 들쭉날쭉이라 아직 제대로 된 병명도 갖지 못한 내 병은 숨겨야하는 걸까
52 이름없음 2020/10/03 21:29:18 ID : 4HxwtApgksm 0
다들 숨기라고 말하곤 한다. 불이익을 받으니까. 일자리를 못 구하던가. 나중에 말하면 다들 '그럴 줄 알았다'고 한다. 평소에 나에 대해 칭찬하던 부분들도 순식간에 정신질환의 병증으로 치환된다. 예술은 반쯤 미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거지. 잘 모르겠고 좀 지긋지긋하다.
53 이름없음 2020/10/03 21:31:11 ID : 4HxwtApgksm 0
자야하는데 자고 싶지 않다. 잠을 자는 게...... 옳지 않은 일처럼 느껴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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