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20/12/06 18:02:34 ID : ZfO3zVgqlyE 0
막 수능을 끝내고 나니 어쩐지 허무하기도 해서 조금 우울해지네 문제집을 정리해서 버리려고 방을 정리하다가 편지를 하나 찾았어 2017년 일기형식으로 나에게 쓴 편지 지금은 별로 아프지도 않고, 사실 그때 기억은 많이 안 드는데 그런걸 보니 시간이 많이 지났구나 싶어
2 이름없음 2020/12/06 18:03:23 ID : ZfO3zVgqlyE 0
그냥 담아두기는 뭐하고 남한테 얘기하기는 불편하고 그냥 학창시절 정리 겸 쓰는 글로 남길게
3 이름없음 2020/12/06 18:05:25 ID : ZfO3zVgqlyE 0
4학년 때부터 조금씩 강박과 우울증이 생기기 시작했어 나이도 어렸고 당시는 정신병원이 훨씬 부정적인 인식으로 남아있을 때라 함부로 상담을 받으러 가지도 못했고. 친구들하고 아예 못 지낸 건 아닌데 친하게 터놓을 친구는 없었고 여러가지로 답답한 상황이라 힘들어 했었던 기억이 있어
4 이름없음 2020/12/06 18:07:28 ID : ZfO3zVgqlyE 0
나이에 비해 자기검열이 심한 편이었는데 도가 넘게 심해졌었어. 친구들과 얘기하다 어쩌다 크게 웃은 날은 그것조차 남에게 불편하지 않았을까 별거 아닌데도 걱정하면서, 나중에는 저녁 때 일과 중 하나가 하루동안 내가 한 말들 표정, 웃은 거 까지 검열하면서 가위로 살을 긁어대고 나름의 죄책감을 덜려고 노력? 표현이 웃기긴 한데 그랬던 기억도 나
5 이름없음 2020/12/06 18:10:01 ID : ZfO3zVgqlyE 0
자살시도까지 극단으로 갔던 초등학생을 지나서 중학생이 되니 조금 가라앉았었어. 그래도 3년동안 꽤 힘들어 했었는데 초등학교 때 생긴 자기 검열 같은 강박은 괜찮아지가 않아서 여전히 별 일도 아닌거에 죄책감 느끼고 혼자 울고를 반복했어. 그때도 많이 충동적으로 감정이 떨어지고 그랬는데 당시 묵묵히 도와줬던 분이 없었으면 중학교 때도 아마 죽기를 시도했다고 생각해.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어
6 이름없음 2020/12/06 18:14:46 ID : ZfO3zVgqlyE 0
고등학교 입학해서 1학년 때까지 정신적으로 조금 엉망이었어. 남한테 티는 안나지만 그냥 내적으로 혼자? 그래도 고등학생 때는 이미 5년이란 시간이 흐른 뒤이긴 해서 가끔씩 옛날 기억에 잡혀서 혼자 생각이나 감정을 조절못해서 밤에 혼자 푸는 정도. 처음 힘들었던 때로부터 이미 한참 지난 시간에 와서 보니 옛날 일을 제대로 정리 못해서 그렇다는 느낌이 들어서 힘들다기 보다는 이제 옛날 일은 정리하자 라는 느낌으로 상담받기 시작했어.
7 이름없음 2020/12/06 18:19:31 ID : ZfO3zVgqlyE 0
1학년 때는 내가 생각해도 의사나 감정표현을 잘 못했던 부분이 있었는데 상담 처음 받으러 갔을 때 딱 상담사분이 그랬어. 그래도 보통 오는 친구들은 뭔가 털어놓고 싶고 우울한 친구들이 많이 와서 얘기하다보면 슬퍼하거나 화를 내는 부분이 티를 안내도 있긴한데 나같은 경우는 희노애락에서 희만 있는 사람 같다고. 근데 어떻게 가능했는지 몰라도 보통 그냥 슬프거나 화나도 웃음으로 무마시키려는 그런 의도가 아니었고, 지금 생각해도 조금 무서운게 진짜로 화도 안나고 슬프지도 않고 웃는 거 빼곤 감정이 없었어. 그래서 상담사분이 한 표현이 더 와닿았음. 뭔가 나사빠진 기분
8 이름없음 2020/12/06 18:22:40 ID : ZfO3zVgqlyE 0
여러가지로 안 맞아서 상담은 금방 그만 뒀는데 사실 중학교 말부터는 전보다도 훨씬 환경에 썩 적응을 잘 하는편으로 바뀌어가서 그런지 주변에 긍정적인 사람도 많이 생기고 조금은 기댈 수 있는 사람도 있었고, 그러다보니 많이 좋아진 것 같아. 7년? 거의 8년 전 일인 그때는 이제 생각도 많이 안 날정도로 나는 무뎌지고 별 우울하지도 않고 좋아졌어 그러다 오늘 오랜만에 편지를 보니까 그냥 그랬구나 싶네
9 이름없음 2020/12/06 18:28:01 ID : ZfO3zVgqlyE 0
' 다 써내려가긴 힘들지만 꼭 적어두고 싶은 말이 있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다. 내가 적지 않게 들어 온 말인데 지금에서야 하는 말이지만 내가 그때 겪은 1년은 결코 순간 지나갈 수 있었던 감정이 아니었던 것 같아. 12살이 두려운 걸 넘어서 스스로 목을 조르는게 얼마나 힘든 상황이었을 지. 조언과 들어주는 사람은 많았는데 아무도 이해해주지 않은 악몽 같았어 '
10 이름없음 2020/12/06 18:28:50 ID : ZfO3zVgqlyE 0
편지는 17년도니까 자살시도 했을 때로부터 한 4년 지났을 때 쓴 글 중 일부인데 지금보니 뭔가 오글거리기도 하지만 안쓰럽기도 하고. 17년도 나로부터 3년 후의 내가 읽으니 13년도의 날 이해해준 사람이 없었다는게 씁쓸하면서도 17년도 내가 그때의 날 이해해준 것 같아서 생뚱맞은 20년도 내가 또 위로받는 것 같은 뭔가 신기한 기분이 들어ㅋㅋㅋㅋ
11 이름없음 2020/12/06 18:32:17 ID : ZfO3zVgqlyE 0
하소연판은 힘든 친구들이 많이 오니까. 누구나 겪을 수는 있는 일인데 그렇다고 주변에서 그걸 핑계로 설렁설렁 얘기한다면 그걸 당연하게 생각하지는 마. 그런 말에 또 상처받고 힘들어하는게 절대 잘못된 게 아니야. 오히려 어떻게 보면 그런 말도 상처가 되는 건 당연하지. 당사자가 힘든 건 그거랑 전혀 별개인데. 힘든 사람한테 누구나 그렇다더라 괜찮아 질 수 있어 이런 말은 위로가 안된다는 걸 너무 잘 아니까.
12 이름없음 2020/12/06 18:44:54 ID : ZfO3zVgqlyE 0
옛날의 나는 항상 과거를 곱씹었는데 이제 나는 항상 미래를 짜고 있어. 다사다난했던 10대였는데 어쨌든 이렇게 한번 정리하니 속도 시원하고.. 읽는 사람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혹시 있다면 이런 글도 읽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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