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21/01/23 23:41:29 ID : qjdCqlClwrd 1
올해 고2고 작년 이맘때에 여기 적었던 글 발견해서 조금 다듬었어ㅋㅋㅋㅋ 웹소설류 글 보단 문학느낌이야
2 이름없음 2021/01/23 23:41:36 ID : qjdCqlClwrd 0
매서운 겨울에는 누구든 잠이 든다. 혹독한 나날은 전부 꿈속의 일이라는 듯 겨울이 오면 모든 곰들은 아늑한 보금자리에서 더 고민할 것도 없이 편안하게 잠이 들었다. 예외 없이 모든 곰들이 그러했다. 그러니까 이건 곰돌이 세계에서 일종의 법칙으로 통하는 무언가인 것이다. 아침 점심 저녁 하루 세 끼 비슷한 시간대에 식사를 하는 것처럼, 변기에 앉아서 소변을 보고 침대 속에서 잠드는 인간의 법칙처럼 곰들에겐 겨울잠이 지극히 당연한 삶의 일부분이었다. 그래 분명 작년까지만 해도 그랬다. 그러니까 이번 겨울은 아니다. 더이상 곰들은 겨울잠을 자지 않는다. 곰들이 겨울에 겨울잠을 자지 않는다는건 대단한 혁명이었다. 그야말로 곰들의 태생과 자연의 조건에 대한 대항이고 항쟁이었다. 앞으로도 이어질 수많은 곰들의 역사 중 단언 최고로 여겨질 혁명 바로 그 역사의 순간이 지금이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꼬박꼬박 겨울잠을 자던 곰들이 더 이상 겨울잠을 자지 않겠다 들고 일어난 이유는 여름에 있었던 권위있는 전세계 곰 연합 협회장직을 맡고있는 곰돌이 푸의 ‘대단한 선언’ 덕분이었다. 자칭타칭 대단한 선언이라 일컫는 그 선언은 약 53분동안의 기나긴 연설로 이루어졌는데 그냥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곰들이 겨울에 겨울잠을 자는 풍습은 스스로가 나약하다는걸 증명하는 꼴밖에 안된다는 주장이었다. 그 연설을 둘러싸고 한동안 여기저기서 많은 말들이 나왔는데, 대강 찬성파와 반대파로 나누어 볼 수 있었다. 반대파는 곰들의 겨울잠이란 몇천년 전 조상때부터 대대로 내려져 온 하나의 전통이나 다름없는데 지금 그 전통을 비하하는것으로도 모자라 아예 깨부수자고 말하고 싶은 거냐며 화를 내곤 했지만 결과적으로 가을이 한창 무르익어갈때쯤의 곰 여론은 대체로 겨울잠을 자지 말자는 의견에 우호적인 편이었다. 워낙 곰돌이 푸가 존경받는 희대의 인물이었기에 그의 말이라면 무조건적으로 옹호하는 푸 빠순이파가 여기저기 존재하는것도 한 몫 단단히 했지만 그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서 지지하는 곰들도 많았다. 겨울이란 봄을 위한 시련이고 고난이다. 그러니까 일종의 저금 같은거라고 봐도 무난하다. 봄이 값진 이유는 어찌보면 그 바로 전에 겨울이 존재했기 때문인건데 그 겨울동안 쿨쿨 잠이나 자고 날로 먹는다고? 이따금 덩치 큰 곰들이 산 이리저리를 헤집어다니며 온갖 먹이들을 수집해서 가뜩이나 얼마없는 먹을거리를 더더욱 부족하게 만드는 이름바 가을철 막바지 먹이부족상태를 맹비난하는 곰혐오클럽 회원 산동물들은 이러한 곰들의 선언을 듣고 코웃음쳤다. 곰들이 겨울잠을 안잔다고요? 그 나태하고 살이나 뒤룩뒤룩 찐 털보새끼들이 퍽이나 그랬으면 좋겠네요, 참새가 방앗간 싫어한다는 개소리 하지 마시고 좀 비키기나 하세요. 그렇게 거칠게 막말하는 여우의 인터뷰가 9시곰뉴스에 떡하니 방송되어서 많은 곰들의 분노를 사기도 했다. 뭐? 퍽이나? 참나 덩치도 쪼깐한 것들이 말도 많아요. 다들 겉으로는 그렇게 화를 냈지만 사실 속으로는 조금 인정하는 부분도 없지 않았다. 우리가 정말 겨울잠을 자지 않고 버틸 수 있을까? 정말로 진짜 겨울나기를 할 수 있을까? 솔직히 말하자면 아무도 확신하진 못한다. 자신있고 당당하게 소리치던 협회장 곰돌이 푸도 자신하기에 큰소리 친건 아니었다. 그렇지만 아무렴 어때 확신의 여부는 상관없다. 곰들은 이번 겨울 겨울잠을 자지 않는다. 겨울을 회피하는게 아니라 겨울에 맞선다. 그래서 다가오는 봄향기에 그 누구보다도 제일 기뻐할 것이다. 그건 앞으로도 수천년 수만년 이어질 곰들의 역사에 있어서 제일 큰 혁명이 아닐 수 없다고, 우리 모두는 용감했다고 역사는 기록할 것이다. 해서 곰은 겨울잠을 자지 않는다.
3 이름없음 2021/01/23 23:42:03 ID : qjdCqlClwrd 0
조언할 점 조언해죠
4 이름없음 2021/01/24 20:10:19 ID : lxzQtxU1CnT 0
아아 미안 실수
5 이름없음 2021/01/24 21:08:44 ID : u7bCqrxXxTV 0
뭐얔ㅋㅋㅋㅋㅋㅋ 완전 재밌어 너무 잘 썼당ㅋㅋㅋㅋ
6 이름없음 2021/01/24 23:13:09 ID : bdxA0oKZeHy 0
되게 깔꼼하게 잘 쓰는데??내 취향이다.. 조언 해도 될 진 모르겠는데 호흡이 길어지는 문장이 몇 개 보여서 쉼표나 접속사 같은 거 붙여서 짧은 문장으로 나누는 걸 추천행!!
7 이름없음 2021/02/06 03:08:29 ID : qjdCqlClwrd 0
이제 봤다 재밌다고 해줘서 고마워!!! 혹시 박민규 작가 쓴 단편집모음 카스테라 알아? 내가 그 글 느낌을 너무 좋아해서 비슷한 느낌을 내보고 싶었어. 은 이 글이 취향이면 카스테라 한번 읽어보는거 추천해!! 사실 고민이 그거야 최대한 내 머릿속 이미지를 글로 묘사하고 싶은데 막상 그렇게 하면 형용사가 많아져서 문장이 더러워지더라고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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