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21/01/28 23:46:25 ID : Lar9halhgqr 1
너를 만나기 전 내 세상은 너무 지루했어. 무언가에 한없이 집중하지 못하는 내게 넌 한 사람에게 집중하는 방법을 알려주었지. 물건에도, 사람에게도, 감정에게도 쉽게 지루함과 피곤함을 느끼는 내가 아직도 널 기억하고, 너에게만 통용되는 이 다채로운 감정을 느낀다는 게 신기해. 영원히 지속되는 사랑이 이 세상에 실재할까? 얼마나 더 사랑하고 아파해야 이 사랑이 끝날까. 우리의 사랑은 우리를 제외한 모두가 모르지만, 우리를 포함한 모든 것이 아는 그런 사랑이었어. 우리가 같이 걸었던 흙 바닥의 모래가 바람에 날려 세상 곳곳에 자리잡고 우리의 사랑이 존재했음을 알릴거야. 두 손을 꼭 잡고 걸었던 날, 우리의 머리 위로 떨어졌던 벚꽃은 거름이 되어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며 우리가 사랑했음을 말해줄거야. 우리의 사랑 이야기를 양분 삼아 무럭무럭 자라나면 다음의 후손에게 전해주겠지. 떨리는 눈가에 힘을 주고 부드러운 입술로 너에게 닿았던 날, 포근했던 새하얀 눈은 물이 되고 지하수가 되고 비로 내려 바다로 흘러가면서 그날 너가 얼마나 예뻤는지, 너를 바라보는 내 눈빛은 어떠했는지 조잘조잘 이야기를 퍼뜨리겠지. 너가 없는 시간에도 난 너를 그리고 있어. 너가 예쁘다고 칭찬해주었던 머리를 하고 너가 골라준 옷을 보며 다른 옷을 입고. 너와 함께 걸었던 길을 떠올리며 지금 내 앞에 펼쳐진 길을 걸어. 널 닮은 사람이 나타나면 내 심장은 요동치고 너와 같은 습관을 가진 사람이 나타나면 난 미소를 지어. 그거 알아? 언제부턴가 나는 네가 되고 있어. 너가 좋아했던 음악을 듣고, 너가 좋아하던 책을 읽고, 너가 좋아하는 영화를 매일 돌려 봐. 너의 습관이 나의 습관이 되고, 너의 말투가 나의 말투가 되고 있어. 사랑하면 닮는다는 것이 이런 건가봐. 내 옆엔 너가 없지만, 내 안은 항상 너로 가득해. 보고싶다. 세상이 허락하는 한, 너를 계속 사랑할게. 영원한 사랑은 실재한다는 걸 내가 보여줄게. 난 한없이 아프고 한없이 행복할거야. 모래가 되고, 거름이 되고, 눈이 되어,  너로 가득했던 나의 삶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전할게. 그래서 너에게 닿을게.
2 이름없음 2021/01/29 06:26:46 ID : 81g5e5e1u9t 0
보기만 해도 애틋하다. 네 이야기 속 화자의 나름의 사랑을 잘 담아낸 것 같아. 화자에게 사랑이란 이리 정의되는구나 싶기도 하고 구구절절 말하는 어투가 그리움이 맺힌 것 같아서 좋아. 잘 표현했어!
3 이름없음 2021/01/29 10:58:53 ID : Lar9halhgqr 0
우와! 고마워. 사랑을 독백으로 표현하는 건 처음 해 봐서 별로일까 걱정했는데, 어떤게 좋은지 세세하게 말해줘서 도움이 되네. 레스 덕분에 앞으로는 조금 더 적극적으로 쓸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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