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찾기 스레드
북마크
◆hy2Mjg5hzdO 2021/05/31 00:42:55 ID : 9ba1fQnDuk7
오랜만에 글을 잡았더니 뭘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네 문장 하나만 주고 가 열심히 글 써서 선물해 줄게 값은 잘 읽었다 이런 간단한 인사면 될 것 같아 언제나 좋은 하루 보내
이름없음 2021/05/31 23:19:30 ID : y7By5bvfRws
달빛에 반사되서 반짝이던 당신은 너무 눈부시지만 아름다워서, 바보같이 정신을 놓고 봤었다.
이름없음 2021/05/31 23:39:24 ID : nyJPa6Zbbjs
사랑한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사랑하지 않는단 말도, 사랑했었단 말도 거짓말이다. 부서진 영원에 그 어떤 미사여구를 붙일 수 없음을 알기에, 나는 그저 침묵할 뿐이다.
이름없음 2021/05/31 23:48:25 ID : 7e3VbAY4ILe
걷는 것이 내 전부였다
◆hy2Mjg5hzdO 2021/06/01 14:25:34 ID : 9ba1fQnDuk7
같이 도망갈래. 당신은 그렇게 웃었다. 땅에 내리는 걸음마다 이슬이 뒤엉켰다. 한 차례 비가 적신 벌판은 한기가 가득했다. 그러쥔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결국 돌아서 이 자리까지 오게 되었구나. 당신이 선택할 길은 정해져 있었어. 어둠을 담은 얼굴이 상기되어 붉었다. 자신이다. 당신을 이 지경까지 몰고 온 것은 결국.... 앞서 가던 걸음이 우뚝 멈추었다. 밤을 닮은 머리칼이 돌아간 고개에 맞추어 허공을 가로질렀다. ㅡ 네 탓 아닌 거 알지. 초록을 딛고 선 맨발이 창백했다. 날 때부터 유약한 몸이라던 당신의 말이 떠올랐다. 그럼에도 자신보다 곱절은 건강해 보이는 몸짓에, 나는 어쩔 도리 없이 시선을 내렸다. 당신은 강한 사람이다. 나 같은 것보다 훨씬. 다음 순간 볼에 닿는 냉기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치켰다. 달을 등지고 선 당신이 집요하리만치 나와 시선을 맞추고 있었다. 뺨에 가닿은 손은 습기를 머금어 촉촉했다. 네가 있어서 선택할 수 있었어. 예전의 그 상황도, 지금의 도망도. 꼭 후광이 드리운 것 같다고,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달빛에 반사되어 반짝이던 당신은 눈부셨다. 차마 눈이 부셔 똑바로 쳐다볼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넋을 잃게 만드는 찬란함이었다. 까닭에 바보 같이 정신을 놓고 보았다. 시간이 멈춘 듯한 새벽 속에서, 찰나에 운명이라는 것을 상기하며.
이름없음 2021/06/01 14:30:49 ID : vcre3SLcE08
밤이 오는 방향으로 걷고, 또 걸어서 내일로부터 도망가고자 했다.
◆hy2Mjg5hzdO 2021/06/01 14:45:43 ID : 9ba1fQnDuk7
시계가 열한 시 오십 분을 알렸다. 우리 이대로 같이 살면 좋겠다, 그치. 키득거리는 소리가 좁은 방 안을 메웠다. 다정한 시선, 다정한 말투, 호흡마다 고르게 섞인 사랑의 음절. 이 사람이면 내 남은 생을 맡겨도 괜찮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 무렵이었다. 헤어지자. 더없이 단정하게 새어나온 음성은 지금까지의 모든 생각을 끊기에 알맞았다. 뭐? 벙찐 표정은 덤이다. 나는 말을 아꼈다. ㅡ 장난으로 할 말은 아니라고 보이지 않아? 둘이 있는 곳이 침대 위라는 걸 제외한다면 연인들에게는 다분히 일상적인 발언이다. 그러나 방금까지도 사랑한다며 속삭인 이의 입에서 나올 말은 아니겠지. 되묻는 그를 가볍게 제치고 일으킨 몸이 가벼웠다. 야, 사랑한다며. 사랑한다며, 개새끼야. 장난이지? 고개를 젓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이유라도 알려 줘, 제발. 따라붙는 말에는 귀찮은 티를 여과 없이 드러낸다. 사랑했지. 지금은 아니야. 간단한 말이었다. 사랑한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사랑하지 않는단 말도, 사랑했었단 말도 거짓말이다. 부서진 영원에 그 어떤 미사여구를 붙일 수 없음을 알기에, 나는 그저 침묵할 뿐이었다. 내가 너한테 품은 감정이 뭐라고 생각해. 사랑도 아니고, 사랑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사랑했던 것도 아니야. 그러면 뭘까. 악을 쓰는 그가 미련해 말을 덧붙였다. 오늘은 사랑했지만, 순식간에 어제가 됐거든. 벽걸이 시계가 자정을 가리켰다. 얼빠진 표정이 장관이었다. 있지도 않은 청중들에게서 박수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이것으로 꿈은 끝났다. 이제 일어날 시간이야.
◆hy2Mjg5hzdO 2021/06/02 09:42:30 ID : 9ba1fQnDuk7
유랑 소녀. 아이는 이름 대신 곧잘 그런 호칭으로 불렸다. 들른 마을마다 이름 없는 떠돌이로 유명해 굳어진 것이었다. 기구한 것. 마을마다 노인들은 유랑 소녀를 그렇게 언급하곤 했다. 왜요? 아이는 되묻고 싶은 마음을 작게 눌렀다. 돌아갈 곳이 없으면 기구한 거예요? 소녀는 딱히 거처 없고 이름 없는 제 존재가 기구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따금 동이 틀 때마다 어둑한 하늘 아래 부신 햇빛을 받으며 살아있어 다행이라는 잡념을 한 적은 있어도. 애초에 마을에서 나고 자라 마을에서 숨을 다하다니 그것이야말로 얼마나 기구한 인생인가. 그렇기에 아이는 정말로 그들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유랑 소녀는 언제나 살아있는 걸 느낀대. 그럼 당신들은요? 걷는 것이 내 전부였다. 날 때부터 멈추어 선 이들을 이해할 수 없는 건 당연했다. 나는 호흡이 멎는 순간까지 걸음을 멈추지 않을 테고, 내 몸 역시 그것을 갈구하겠지. 그렇기에 아이는 죽을 때까지 유랑 소녀로 불릴 운명이었다. 내가 기구해? 소녀의 입꼬리가 비틀렸다. 틀렸어. 밤의 끝을 좇아 걷던 길에서 가슴 터질 듯 찬란한 빛을 보지 못한 사람이 더 기구한 법이야. 그렇게 단언한 웃음이 가벼웠다. 마을을 등지는 걸음이 일정했다.
이름없음 2021/06/02 13:47:29 ID : 02pRxDAi1cl
너의 디장함이 끝까지 나를 비침하게 만들었다
이름없음 2021/06/02 14:43:43 ID : XAlu2rbwtvy
나를 내리누르는 이 바람. 이 바람결을 따라가면 죽을 수 있을까.
이름없음 2021/06/02 23:49:59 ID : SFfO5RBhvxw
너 말고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것은 나에게 고통이였다.
이름없음 2021/06/03 02:22:46 ID : nyJPa6Zbbjs
아유크레이지? 미쳤는데? 감 잃으셨다고??
이름없음 2021/06/03 02:31:59 ID : U2NxV9dAY1a
하필 온 우주가 너를 원했다.
이름없음 2021/06/03 08:15:40 ID : upWi62Gk3xz
미처 꺼내지 못하고 삼킨 말들이 목 언저리에 쌓여서, 결국 마지막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hy2Mjg5hzdO 2021/06/03 11:11:57 ID : 9ba1fQnDuk7
해가 지는 풍경을 좋아해. 나직한 음성이 불 꺼진 실내를 휘돌았다. 어린 왕자도 그랬다잖아. 해가 지는 걸 좋아해서 매번 의자를 옮겼다고. 그 애의 별은 너무 작아서 몇 발짝만 옮겨도 종일 석양이 보이던 거야. 도아가 석양을 좋아한다는 건 처음 듣는 사실이었다. 어제 말하지 그랬어. 곧 해가 뜰 텐데. 가볍게 던진 말에 도아가 침묵했다. 여름의 하루는 새벽 다섯 시부터 시작된다. 벌써 네 시 반을 넘긴 시각이었다. 동이 틀 무렵은 좋아해? 가만가만한 물음에 살랑이는 고갯짓이 돌아왔다. 명백한 부정인 셈이다. 왜, 새해만 되면 사람들이 그렇게 일출을 보려고 한다잖아. 키득이며 넘긴 말에 의외의 답이 달렸다. 해가 지는 풍경을 좋아하는 이유가 있어. 어느 순간부터 저를 돌아보던 고동색 눈을 마주했다. 어둠 가득한 배경 속에 도아의 눈에만 빛이 있었다. 해가 지면 밤이 오잖아. 응. 그러니까 밤이 오는 방향으로 걷고, 또 걸으면. 내일로부터 도망갈 수 있는 거야. 이어진 말의 끄트머리에는 헤집어진 감정이 가득했다. 석양을 보던 날이면 어린 왕자도 내일이 오지 않길 빌었을지도 몰라. 어쩌면.... 고작 그 한마디에 숨이 막혔다. 저 애는 늘 저런 생각을 품고 살았던가. 도아, 서도아. 항상 흐릿하게만 웃고 있는.... 해가 질 때면 빛을 내던, 이 행성에 잔존하는 눈물 몇 방울은 어쩌면 모두 서도아의 몫인지도 몰랐다. 다음에 같이 해 지는 거 보러 갈래? 기껏 막힌 목구멍을 비집고 나온 말이 그거였다. 고동색 눈이 또렷하게 나를 담았다. 꼭 지척에서 그 애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응.
◆hy2Mjg5hzdO 2021/06/03 11:21:32 ID : 9ba1fQnDuk7
잃었지... 학생이다 보니까 시험에 치여서 제대로 쓸 틈도 없었어... ㅠㅠ
이름없음 2021/06/03 11:28:31 ID : jBzcINtcnu0
꽃과 인간은 언젠가는 진다는 공통 분모를 가지고 있기에 그토록 아름다운 것이다.
이름없음 2021/06/03 13:04:56 ID : hy1xDtimE5P
눈물은 슬픔에 비례해주지 않는다
이름없음 2021/06/03 21:41:04 ID : Laq2JPclgY9
차를 한잔 마셔보았다 그 차에선 아무맛도 나지 않았다
◆hy2Mjg5hzdO 2021/06/04 12:37:35 ID : 9ba1fQnDuk7
백열등이 점멸했다. 전구 가는 거 또 잊었나 봐. 살풋 웃는 그를 앞에 둔 손이 자잘하게 떨렸다. 알고 있을 터였다. 한 조직의 수장이 적대 조직의 스파이와 얼굴을 맞대고 있는 순간이 이해가 되지 않는 건 비단 저뿐만이 아니겠지. 총을 감춰 둔 부분이 뻐근했다. 쏘려면 지금 뿐이다. 그렇게 되뇌이면서도 본능적으로 걸음을 물렸다. 인생 최악의 날이네, 씨발. 고작 눈 한 번 맞았다고.... 이상한 것은 그가 제 쪽으로 걸음을 옮긴다는 점이었다. 제가 한 발 물릴수록, 한 발씩 다가오며. 까닭에 거리는 좀처럼 벌어지지 않았다. 둘 사이의 정적을 나직한 빗소리가 메꾸고 있었다. 뭐 하자는 건데, 미친 새끼가. 글쎄. 술래잡기 아니었나? 도망치려는 것 같길래. 팔자도 좋으셔. 네가 날 쫓아올 수는 있고? 당장은 아니더라도 온 생을 걸어 쫓겠지. 정 안 되면 자해 공갈이나 해 볼까. 알아서 잡혀 달라는 거냐? 너 없이 못 사는 거 알잖아. 숨 막히는 침묵. 장거리 달리기라도 한 듯 호흡이 가빴다. 너, 내가.... 쥐어짜듯 꺼낸 말에는 질척이는 절망이 묻었다. 내가... 스파이인 거 알고 있잖아. 종내에는 제 입으로 토해낸 진실. 그러나 어쩌겠는가. 그의 앞에서 저는 늘 진실을 흘렸다. 이건 불가항력이다. 어쩌면 내가 네 앞에 선 그날부터 예견된 운명이었을지도 모르지. 어디부터 뒤틀린 거지. 그래, 항쟁의 첫날 내가 널 보지 않았더라면. 파견된 이가 다른 사람이었더라면. 그는 여전히 나직한 웃음을 걸치고 저를 바라보고 있었다. 빗소리. 지긋지긋한 빗소리. 문득 그 눈을 보기가 겁이 났다. 알고 있어. 네가 날 사랑하는 것도 알지. 죽이지 못할 것도 알아. 어떤 마음으로 말을 뱉었는지도 알아. 지금 여기서 날 죽이지 않으면 네가 죽을 거라는 것도 알고. 담담하게 고해진 문장마다 심장이 아래로 추락했다. 눈물로 앞이 부옜다. 어느새 냉기 어린 총구가 제 머리를 겨냥하고 있었다. 이거면 됐다. 네가 살고 내가 죽는 거라면, 내가 없는 세상을 살아갈 네 손에 내가 죽는 거라면. 물 흐르듯 총을 장전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의 목소리가 허공에 흩어졌다. 처음 봤을 때부터 이럴 운명이었나 봐. 어떻게 생각해도 둘 다 사는 결말은 나오지 않더라고. 알아? 항쟁 때 다친 널 데려온 순간부터... 좋아하게 됐어. 탕. 영원 같던 시간은 찰나였다. 이상함을 감지하고 눈을 뜬 앞에서 그의 눈이 초점을 잃었다. 빗물의 비린내와 함께 공기 중을 유영하는 선혈, 그래, 마치 뱉어내듯이.... 흐릿했던 전등이 빛을 잃었다. 현실 감각이 들지 않았다. 지척에 튄 핏방울과 기대듯 쓰러진 인영이 꼭 너를 닮았다고... 야, 야, 씨발, 미쳤냐? 야. 장난도 정도껏이다. 일어나. 곧 연합이 올 거라는 말 못 들었어? 야, 애도 아니고 명색이 보스라는 놈이 이런 곳에서 자. 일어나. 장난 좀 치지 말고. 야, 씨발, 일어나라고. 야. 아직 열 시도 안 됐잖아. 야, 원아, 야. 원아. 원아. 그놈의 씨발놈의 다정함. 그 다정함 때문에. 그 다정함 때문에. 휘어진 눈가에 빗물이 내려 영락없는 눈물이 되었다. 품 안에 끌어안은 까만 머리통에 한기가 돌았다. 너의 다정함이, 끝까지, 나를. 나를, 비참하게. 비참하게. 이것도 네 계획의 일부야? 내가 아무것도 하지 못하도록, 너 없이는.... 야, 원아. 목소리라도 들려 줘. 제발. 이러는 게 어디에 있어. 존나 개새끼야. 미친 새끼야. 좋아한다고. 사랑한다고. 씨발 새끼야. 사랑해. 사랑해. 둘 중에 하나가 사라진 세상에서라도 남은 사람은 살아가야 해. 미쳤냐? 같이 죽어야지. 21세기에 로미오와 줄리엣이 웬 말이야. 아직도 그런 구식 낭만을 좋아해? 넌 어쨌으면 좋겠는데. 살아갔으면 좋겠어. 남은 사람 생각은 좆도 안 하지. 슬프든 아프든 알아서 하라고? 그게 좀 더 사랑 같잖아. 산 사람은 평생 죽은 연인을 곱씹을 테고, 죽은 사람은 마지막에 떠오른 사람이 연인일 테니까. 존나 세기말 로맨티스트 납셨어. 수야. 뭐. 나 죽으면 그렇게 해 줘야 돼. 지랄. 나는 이기적이라 너 없이는 못 살 것 같거든. ㅡ 그래서 그래.
이름없음 2021/06/04 13:48:02 ID : xCqnSHwq3Wo
오오 잘 쓴다 나도 하나 투척! 가슴이 아픈 것이 병인가 하였는데, 후회였다.
◆hy2Mjg5hzdO 2021/06/04 13:55:13 ID : 9ba1fQnDuk7
글에 대해 호평을 받아본 적도 없고 그냥 아예 평을 받아본 기억이 드물어서... 내가 제대로 쓰고 있는 건가 힘들 때가 많았어 이런 말 들으니까 진짜 힘 된다 고마워 사랑해 좋은 하루 보내
이름없음 2021/06/04 15:02:40 ID : xCqnSHwq3Wo
스레주도~~ㄴ(^♡^)
◆hy2Mjg5hzdO 2021/06/07 10:29:44 ID : 9ba1fQnDuk7
재앙은 들불처럼 번졌다. 지나치는 길바닥마다 울지 않는 이가 없었다. 인디는 숨을 삼켜내고 고개를 돌렸다. 마주할 곳 없는 값싼 동정은 저들에게도, 저에게도 달갑지 않은 일일 것이다. 한낮의 더위 아래 몸을 둘둘 감은 로브가 아지랑이처럼 흔들렸다. 소녀는 엷은 한숨을 내쉬었다. 나날이 번성했던 대도시에 예고 없이 찾아든 비극, 부패는 감염병 한 번 없던 천국을 하루아침에 지옥으로 바꾸었다. 풍족했던 물과 자원은 동이 났으며 거리마다 살 썩는 냄새가 진동했다. 남동쪽 폐허 지대에서 시작된 부패는 어느새 수도에까지 손을 뻗치고 있었다. 신님, 살려 주세요. 살려 주세요. 기도하는 음성이 날마다 높아졌으나 신은 응답이 없었다. 아니, 아니다. 어쩌면 외면하는지도 몰랐다. 저들이 찾는 신이 나라면, 필시.... 폐허 지대의 유일한 생존자는 열네 살 난 어린 소녀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죽지 못했지, 저를 두고 썩어가는 가족들 앞에서도. 날 때부터 무슨 놈의 축복을 받았다며 그 흔한 잔병치레조차 없었다. 그래, 인디는 그게 정말 축복인 줄만 알았다. 제가 죽지 못하는 몸인 걸 알기 전까지는. 알아? 폐허 지대에서 유일하게 죽지 않은 붉은 머리의 애가 있다는데... 그 애의 피를 먹으면 우리도 부패에 걸리지 않을 수 있대. 인디는 조용히 로브를 고쳐 썼다. 바람결에 또 누군가 죽었단다, 하는 소식이 흘러들었다. 나를 내리누르는 이 바람. 이 바람결을 따라가면 죽을 수 있을까. 죽기보다 더한 일을 당할 바에야 차라리 홀로 살아가는 것이 낫지 않을까. 수도에도 제가 머무를 곳은 존재하지 않았다. 예상했음에도 씁쓸함을 억누를 길이 없었다. 그래, 폐허 지대로 돌아가자. 우리 가족을 집어삼킨 역병의 근원지로.... 바람이 부는 틈에 살짝 벗겨진 모자 사이로 새붉은 머리칼이 눈에 띄었다. 인디, 언니 로브 빌려줄게. 이거 입고 꼭 수도로 가. 머리색을 감추고 수도로 가서 살아. 알았지? 조용한 발걸음 뒤로 눈치채지 못할 인기척이 따라붙었다. 어린 소녀는 깨닫지 못하는 채였다.
이름없음 2021/06/07 10:48:07 ID : upWi62Gk3xz
너의 유령과 함께 춤을 춘다. 동이 틀 때 까지 오르골은 멈추지 않아.
이름없음 2021/06/07 11:05:20 ID : jh89s7gnPil
잘썼다!!! 내 문장 사용해 줘서 고마웡!
◆hy2Mjg5hzdO 2021/06/07 11:38:18 ID : 9ba1fQnDuk7
점심 맛있게 먹고 행복한 하루 보내 (*•̀ᴗ•́*)و ̑̑
◆hy2Mjg5hzdO 2021/06/07 14:47:41 ID : 9ba1fQnDuk7
쌍방이 아닌 사랑은 대개 비슷한 양상을 띤다. 한쪽의 과도한 헌신, 그로 인해 자연히 정해지는 상하 관계. 그 노력에 감동한 나머지 둘이가 서로 연인이 된다는 스토리는 구식인지 오래다. 애정을 포함한 전부를 기꺼이 바칠 준비가 되어 있는 상대를 이용하지 않고 배길 수가 있겠는가. 말해두건대 나는 이용하는 쪽이 아니다. 되려 달갑게 이용당하는 쪽이지. 장장 칠 년을 구애하는 동안 아무래도 머리가 좀 돈 모양이었다. 이제는 그에게서 무슨 말을 받들든 그저 기껍기만 했다. 정신적 마조히즘, 뭐 그런 거야? 질색하는 표정에 등줄기가 아찔했다. 야, 치워. 머저리 새끼. 넵. 이데아는 멀리 있지 않다는 걸 실감하며 비척비척 일어섰다. 나 말고 어느 누가 이런 쾌락을 느낄 수 있단 말인가. 축복, 축복 받은 사람. 이걸 모르는 삶이야말로 고통이지. 진작 왜 당신을 보지 않았을까? 그간 손을 맞대고, 입을 맞췄던 무수한 이들이 머릿속에 스쳐갔다. 낭만 비스무리한 인생이랍시고 영화 같이 사랑하려고 노력했던.... 왜 몰랐을까. 당신 말고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내게 고통이었다. 기나긴 고통의 시간 끝에 나는 절대적인 이상을 얻은 것이다. 그래, 마침내. 허공에 욕지기를 뱉는 당신의 모습이 눈에 담겼다. 문득 저 공기를 핥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름없음 2021/06/07 21:50:16 ID : O08o3SLe2E8
알고는 있었지만, 너도, 나도 애써 모른척 했던거야

레스 작성
227레스일상에서 문득 생각난 문구 써보는 스레new 31031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8시간 전
2레스소설 쓸 때 제일 먼저 구상해야 할 건 뭐야?new 226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13시간 전
22레스파워N인 스레주가 쓰는 이야기!new 145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21시간 전
410레스If you take these Piecesnew 24739 Hit
창작소설 이름 : ◆PfTQoNteNvA 23시간 전
31레스다들 캐릭터 이름 만들때 쓰는 방법있어? 5177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2024.04.25
907레스소설 제목 기부하는 스레 39866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2024.04.25
13레스읽는 사람들이 만드는 소설 1511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2024.04.24
7레스너무 특이한 이름 별론가 1262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2024.04.21
6레스로판에 등장인물 이름 고증 어떻게 해? 932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2024.04.21
359레스☆☆창작소설판 잡담 스레 2☆☆ 33470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2024.04.21
400레스첫문장/도입부 적고가는 스레 10937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2024.04.21
348레스마음에 드는 문장 모으는 곳 37877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2024.04.20
6레스이과와 문과의 고백법 1080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2024.04.18
3레스웹소설에서 좋아하는 부분 각자 얘기하고 가자 2414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2024.04.17
142레스'사랑'을 자신만의 언어로 표현해보자! 10028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2024.04.17
171레스패러디 소설 창작자+독자 잡담판 17611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2024.04.15
5레스과거의 흑역사 쪼가리들을 읽어보는 스레 1013 Hit
창작소설 이름 : 수치사하기직전 2024.04.14
3레스소설 주제 좀 추천해줄 사람..?ㅠㅠ 1018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2024.04.14
1레스어른이 되고 깨달은 것은 1079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2024.04.13
3레스이런 설정 흔한가?? 1224 Hit
창작소설 이름 : 이름없음 2024.0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