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 아이는 소문이 무성했습니다. ` 부모가 엄청난 갑부라고 하더라. ` ` 아니다. 사실은 조숙하게 문란한 생활을 하는 아이라더라. ` ` 귀가 들리지 않는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조금은 들리고, 그래서 우리가 하는 말을 사실 다 알고 있다. ` ` 범죄를 저질러서, 사람을 죽인 전례가 있다. 이후 복수를 받을까 늘 칼을 지니고 다닌다. ` 사방에서 그 아이에 관해 얘기합니다. 어떤 의미에서 그 아이는 동네 사람 모두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이런 소문의 뿌리는 한 방향으로 이어져 있습니다. 그것은, 아이가 딱히 반론하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사람들의 이런 소문에도 최소한의 근거는 있었지만, 그것들은 개인적인 생각에 억측으로 보였습니다. 다만, 한가지 소문은 사람들 사이에서 사실처럼 돌았습니다. 아이의 귀가 사실은 조금 들린다는 소문. 아이는 현재 청각장애인으로 알려져있습니다. 다만, 아이는 눈치가 빠르다고 할지, 종종 들리지 않아도 알아보는 모습을 보입니다. 저는 그런 아이의 눈치를 청각과는 전혀 상관없으리라 생각했지만, 사람들은 그것을 집요하게 청각과 엮으려 했습니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눈치 정도는 지니고 있는 법이었으니까요.

아이는 분위기가 미묘하게 어둑했습니다. 그것이 선입견에서 비롯되었을지라도, 저는 아이를 그렇다고 생각했습니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머리카락은 길게 퍼져있었습니다. 특히 앞머리는 눈을 가릴 듯 말듯 아슬아슬했습니다. 사람들과 종종 마주치면, 아이는 날카로운 시선으로 바라봤습니다. 그런 아이의 시선은 사람들이 다가오기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당연하게도. 아이는 청각 장애인이었기에 말을 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정확히는 말을 시도하더라도 그것이 대화까지 닿기에는 무리가 있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아이는 대화 자체를 잘 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였고, 사람들의 퍼져가는 소문에 대해서도 반론하지 않게 된 것입니다. 그런 아이를 오늘 편의점에서 만났습니다. 손에 힘이 들어갔습니다. 저는 아이의 손목을 힘껏 움켜잡고 있었습니다. 아이는 물건을 훔치려 하고 있었습니다. 물건을 계산하지 않고 빠져나가려던 것을, 편의점 앞에서 제가 붙잡고 있었습니다. 아이의 초점은 제 미간을 꿰뚫어버릴 듯 예리했습니다.

붙잡고서도 뭐라 말을 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안된다고 말하고자 해도, 아이는 청각 장애인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수화로 전해야 할까요. 아쉽게도 저는 수화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었습니다. 점원을 불러서 얘기할까요. 하지만 만약. 만에 하나라도 아이가 훔치려던 것이 아니라면. 아이는 말을 하기 어려운 상황인데, 어떻게 이를 해결할지 고민하던 찰나였습니다. 아이가 손을 거칠게 떨쳐내곤 물건을 도로 돌려놓았습니다. 그리곤 빈손 그대로 편의점을 걸어나갔습니다. 점원은 스마트폰에 정신이 팔려있어, 그런 상황을 일절 모르고 있었습니다. 저는 아이가 내려놓았던 빵을 집어 들고 아이를 부르며 뛰어갔습니다. 아이는 빠른 걸음으로 걸어서, 저는 그 속도를 따라잡으려 뛰어가야 했습니다. 아이에게 도착한 후에야, 제가 소리쳐도 아이는 들을 수 없었다는 사실을 떠올렸습니다. 숨을 헐떡이는 저를 아이는 난처하다는 눈으로 보고 있었습니다.

#2 아이의 손에 빵을 쥐어주었습니다. 여전히 아이는 어리둥절한 얼굴입니다. 저는 간신히 숨을 몰아쉬면서 말했습니다. " 그 빵 눈여겨봤잖아. 아냐? " 아이는 절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 눈빛은 사람의 시선을 자연스레 피하게 만들었습니다. 상당히 불쾌하다는 표정으로 메모장을 꺼내고, 아이는 글자를 천천히 적어나갔습니다. 글자는 누군가 공들여 쓴 것처럼 정갈했습니다. 아이는 그런 수려한 글자를 거리에서 순식간에 적었습니다. ' 가게에서 내 손은 왜 잡았어요? 말로 해도 됐잖아요. ' " 내 말이 들리는거야? " 저는 아이가 말을 생각보다 쉽게 이해하는 모습을 보며 놀랐습니다. 어쩌면, 소문대로 아이는 귀가 조금은 들리는 쪽일지도 모릅니다.

' 입모양을 보면 알 수 있어요. 반은 지레짐작이지만요. ' " 아... ... 가게에서. 그건 네 도둑질을 점원에게 들키기 전에 말리려고 했어. 너는 소문이 좋지 않으니까, 점원에게 걸리면 머리아파지잖아. " 말이 길어지자, 아이는 손에 들고있던 메모장으로 입을 가렸습니다. 그리고는 한참동안 고민스럽게 저를 올려다봅니다. 아이가 짐작만으로 해석하기에는 말이 너무 어려웠던 모양이었습니다. 저는 입모양을 조금 크게 강조하며 아이에게 느리게 다시 얘기했습니다. ' 저는 소문은 신경 안써요. 갑자기 잡으면 놀라죠. ' " 그건... 미안. 내가 생각이 짧았어. " ' 도둑질을 하려던게 아니예요. 살 물건이 많아서 주머니에 넣어놓고, 나중에 계산하려던거지. ' " 으... " 대화가 이쯤 이어지니 제가 성급했다는 사실만 남았습니다.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손목을 낚아챘다는 점에서 할 말이 더 없었습니다. 오지랖이 너무 심했던겁니다. 제가 당황스러움에 사과하려하자, 아이는 빵을 주머니에 집어넣었습니다. 별 신경도 쓰지 않는다는듯, 아이는 제 갈길을 가버렸습니다. 아이의 걷는 방향이 저와 같았습니다.

걸어가며 알게 된 사실이지만, 아이의 집은 제가 살던 집의 건너편이었습니다. 그렇게까지 가까운 거리는 아니지만, 또 먼 거리도 아니었습니다. 걸어서 가기에는 너무 가깝고, 마주보기에는 조금 먼, 애매한 그런 거리였습니다. 아이는 골목길에서 뭐라 말을 하는 대신, 조용히 눈으로만 인사하고 걸어갔습니다. 메모장이 없는 아이는, 당연스럽게도 상당히 과묵했습니다. 그러나 그것과는 또 다른 과묵함의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무언가, 조심스럽게 말을 아낀다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아이의 집 앞에서 기다리는 노모가 보입니다. 노모는 미간을 구기며 아이의 어깨를 거칠게 잡았습니다. 뭐라 말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노모는 아이를 꾸짖고 있었습니다. 두어번 작게 쥔 주먹으로 아이의 팔을 내려치더니, 노모는 먼저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아이는 잠시 집 앞에서 연초를 태우려는 모양입니다. 저는 아이가 불씨를 키우는 것까지만 보고, 먼저 자리를 옮기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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