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R 2024/07/17 03:46:25 ID : aq6o6mJPg1x 1
글이 잘 안 써져서 그냥 끄적여 보는 스레 아이디어 창고 이야기들은 이어질 수도 있지만 안 이어지기도 함. 피드백은 언제나 환영
2 R 2024/07/17 03:47:15 ID : aq6o6mJPg1x 0
[경고! 심각한 수준의 ■■ 파괴가 확인되었습니다.] [수정을 위해 강제 집행이 시행됩니다. 실행까지 3…2…1…] … [Tip. 이곳에서의 삶을 즐기세요:)] … [수정이 완료되었습니다:D]
3 R 2024/07/17 03:49:18 ID : aq6o6mJPg1x 0
무언가 잘못되었다. 눈을 뜬 순간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처참한 풍경이 보였다. … 그리고, 자신의 손에 들린 건… 아무래도 이 참극을 일으킨 흉기…겠지. 그건 '원작'과 같은 모습이었다. 내가 어떻게 노력했는데. 이 장면 하나를 피하려고 얼마나, 얼마나. [수정이 완료되었습니다:D] 눈앞에 푸른 창이 비웃듯 아른거렸다.
4 R 2024/07/20 03:32:28 ID : aq6o6mJPg1x 0
문득 바라본 손 끝에 흔들림이 보였다. 그 순간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 다행이다. 모든 시간이 허사가 된 건 아니구나.
5 R 2024/07/31 03:05:52 ID : aq6o6mJPg1x 0
메모장 한 켠에 잠들어 있던 이야기가 날아 올랐다. 이야기의 끝에 닿더라도 삶은 이어지길 바랐다. 절망의 끝을 바랐기에 그리했다고 한다면, 그 광기조차 이해해줄 텐가? 모두가 신을 잊어버린 시대에 어린 신이 태어났다. 꿈을 꾸었다. 두렵도록 아름답고 환상적인 꿈이었다.
6 R 2024/07/31 03:06:54 ID : aq6o6mJPg1x 0
실패했다. 다시 실패했다. 이번에도 성공하지 못했다. 곧이야. 조금만 더 하면 될 지도 모르는데. 날 방해하지 마.
7 R 2024/07/31 03:12:39 ID : aq6o6mJPg1x 0
멸망이 지나간 세계, 어떤 목적으로 지어진 것인지 모를 건물. 잔해를 뒤지던 이들은 어떤 기록을 보았다. 우리는 그것이 한 번의 실험에 대해 적힌 글인지, 며칠에 걸친 실험 끝에 작성된 글인지 확신할 수 없다. 다만 확실한 건 그 기록을 남긴 사람이 멸망을 피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8 R 2024/07/31 03:37:28 ID : aq6o6mJPg1x 0
분명 네게는 상처가 될 선택이다. 비수가 되어 네 매일을 헤집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내게는 이게 최선이었다. 더 잃고 싶지 않았다. 널 잃고 싶지 않았다. 네게서 날 앗아갈 지언정 네 끝을 보고 싶지는 않았다. 이기적이더라도, 모순적이라 생각하더라도. 이게 내 사랑이었다. 네가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도.
9 R 2024/08/09 00:50:52 ID : aq6o6mJPg1x 0
이 세계에는 마법소녀가 필요하다. 어린 날의 난 그렇게 생각했다.
10 R 2024/08/17 19:56:05 ID : aq6o6mJPg1x 0
특별하지 않은 오늘, 정확히는 특별한 일은 없으리라 생각한 오늘. 그 속에서 난 죽지 않게 되었다. 그게 왜 오늘이었는지 모른다. 왜 자신이었는지도,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조차도. 아무튼 시간은 반복되었고, 나는 끝없는 오늘 속에서 살아가야 했다.
11 R 2024/08/19 04:29:17 ID : aq6o6mJPg1x 0
생명체는 정교한 기계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다. 음식 섭취를 통한 에너지, 석유를 포함한 여러 연료로 얻는 에너지 보다 훨씬 적은 에너지로 움직이는 효율 좋은 기계라던가? 나는 그것의 진위 여부 따위는 모른다. 단지 그 말을 떠올릴 때면 한 장면이 떠오른다. 아직은 햇빛이 내리던 오후 버스를 타고 집으로 향하는 평범한 하굣길, 창가에 기대 앉은 나. 열기에 녹아내려 망가진 기계가 된 것 같다고 했나, 아니면 그 속에 갇힌 것 같다고 했나? 기억나지 않았다.
12 R 2024/08/20 02:38:17 ID : Vgpe3TTV9io 0
멸망의 날 이후 세상은 큰 변화를 겪었다고 한다. 기존의 생명체는 일부를 남기고는 멸종해 재앙 이전의 인류가 만든 기계 생명이 빈자리를 채웠다. 하지만 완전한 대체재는 아니었기에 새로운 생태계가 갖춰지는 데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13 R 2024/08/20 03:03:13 ID : aq6o6mJPg1x 0
생명의 가치는 동등하지 않다. 아무리 모든 생명이 소중하다고 말한들 본능적으로 생명의 가치에 순위를 매기기에 생명이 순환할 수 있었고, 세계의 시스템이 유지될 수 있었다. 어느 미친 놈이 모든 생명은 동등해야 한다며 절대적 강자였던 드래곤을 멸종시키기 전까지는 그랬다는 말이다.
14 R 2024/09/05 20:47:02 ID : Vgpe3TTV9io 0
과거 이 행성의 주인을 자처했던 인류는 이곳을 지구 따위의 이름으로 불렀다는 모양이다. 우리에게도 적용되는 말이겠지만, 땅 위를 거닐던 지성체다운 작명이라 할 수 있겠다.
15 R 2024/09/05 21:01:10 ID : Vgpe3TTV9io 0
의 5번 문장에서 아이디어 꿈을 꾸었습니다. 처음에는 그것이 꿈이라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원래 대부분 사람은 꿈을 자각하지 못하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난 그곳에서 멸망을 보았습니다. 환경 오염이나 전쟁, 질병같이 당시의 나 같은 일반인이 예상하던 결말이 아니었습니다. 그건 마치 창작물에서나 나올 법한… 환상적이고 끔찍한 종말이었어요. 세상의 이면에 숨겨진 비밀을 알기 전까지, 꿈이 현실에 재현되리라 생각한 적은 없었습니다. 만일 제가 음모론자였다고 해도 쉽게 믿지는 못했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당신도 알다시피 우리 세계의 법칙은 망가졌지요. 그 어떤 재앙도, 기적도 모두 현실이 될 수 있습니다. 이 얼마나 비현실적인 현실인가요?
16 R 2024/09/05 21:37:11 ID : Vgpe3TTV9io 0
마법의 등장으로 세상이 맞이한 변화는 참 다양하지만, 내게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마법을 사용한 범죄였다. 최초의 대마법사가 만든 법칙에 따라 마법은 사람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입힐 수 없다. 하지만 유증기 속의 불티 마법처럼 단순히 도화선이나 방아쇠에 불과한 경우, 마법은 효과적인 살상 수단이 된다. 그런 게 아니더라도 환상 마법을 이용한 범행이나 청소 마법을 이용한 증거 인멸 등등 악용할 방법은 많았다. 하지만 무작정 금지하기엔 마법은 너무나도 유용한 힘이었다. 조난 상황에서의 보온 마법, 응급 상황에서의 지혈 마법, 고층 건물 외벽 등 다양한 곳에서 적용되는 청소 마법 등등. 이미 일상 속 깊이 파고든 마법을 버리는 것보다는 위험을 감수하는 게 더 합리적이라는 의견이 다수였다.
17 R 2024/09/05 21:54:59 ID : Y7fatAqlzRC 0
그는 첫 번째 삶에서 성년을 앞두고 죽었고, 두 번째 삶에서는 곧 성인이 된다. 살아온 세월만 따지면 대략 40년이라지만 그만큼 어른스러운 사람은 되지 못했다. 정신은 육체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에 그는 기껏해야 또래보다 조금 어른스러운 사람에 불과했다.
18 R 2024/09/06 13:59:14 ID : oLaoHzO1bhh 0
1회차 꿈이라고 생각했다. 2회차 이상을 자각했다. 3회차 사고를 당했다. 4회차, 5회차, …, ??회차 벗어나기 위한 시도는 실패했다. 이제는 내가 얼마나 실패했는지 기억나지도 않는다. 그 와중에 내가 누구인지 잊지 않는 건, 멀어진 어제를 또렷이 기억하는 건 참으로 기이한 일이다.
19 R 2024/09/07 01:50:41 ID : Y7fatAqlzRC 0
어떤 학자는 인류의 역사를 세 시대로 구분했다. 신이 지상을 거닐던 신화의 시대. 신이 사라지고 인류가 마법을 얻은 신비의 시대. 그리고 마법마저 실전된 현재, 달리 말해 기술의 시대.
20 R 2024/09/10 00:08:23 ID : Vgpe3TTV9io 0
의 4번 문장 운명이 처음 눈을 뜬 순간 멸망의 탄생은 예견되었다. 그것은 신이라 불리는 존재조차도 무한한 삶을 영위할 수 없다는 증거요, 운명을 거스르고자 하는 발버둥의 시작이었다. … 뭐, 알다시피 멸망이 태어나기도 전에 신화는 막을 내렸지만 말이다.
21 R 2024/09/11 01:03:05 ID : K3VcE9ta8o3 0
아이야, 나는 끝을 보았단다. 내가 이 세상을 눈에 담은 순간부터 그것을 알았어. 그렇지만 과정을 알지 못했지. 그게 두려웠다. 미래를 입에 담지 말아야 했거늘, 그러지 못했다. 예언을 깨트리고자 신들이 발버둥 쳤다. 그 중에는 다른 신의 신격을 빼앗아 더 위대한 자가 되려는 이들도 있었고, 멸망 역시 새로운 신일 테니 태어나는 신을 모조리 죽이려는 이들도 있었지. 이해가 뒤얽혀 전쟁이 일어나기도 하고… 지옥이라도 되는 양 세상에 비명이 끊이지 않았다.
22 R 2024/09/15 03:26:27 ID : Y7fatAqlzRC 0
'마법소녀'라고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악당을 물리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영웅적인 모습, 일상과 마법소녀의 의무라는 가치를 양립시키기 위해 줄타기 하는 모습, 정체 모를 마스코트 생명체와 계약을 하는 모습, 타락한 모습 등등. 마법소녀를 소재로 한 작품 수 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다양한 면모가 있을 것이다.
23 R 2024/09/15 03:40:50 ID : Y7fatAqlzRC 0
창작물에서 멸망기는 도덕성이 붕괴되고 불신 가득한 세상으로 묘사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신뢰가 없다면 불가능한 기적이 생기곤 하지. 집단은 신뢰가 만드는 대표적인 기적이고, 거래나 대화처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상호 작용은 최소한의 신뢰를 필요로 한다.
24 R 2024/09/15 03:58:43 ID : Y7fatAqlzRC 0
제 호수 별장 근처의 한 괴물이 인간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것이 그리 생각한 계기 따위는 모르고, 제게는 딱히 중요한 문제도 아니었다. 그저 그것이 어설프게 흉내낸 인간 모습으로 제게 말을 건 것이 흥미로웠고, 인간 아닌 것을 인간으로 만드는 실험도 재미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그것을 별장에 들였다. 처음 한 건 외형 교정이었다. 변할 때마다 중구난방이던 모습을 일관적이면서 더욱 인간에 가깝게 다듬었다. 눈과 뿔이 그것의 본질을 나타내는 것인지 없애지 못한 것은 좀 아쉽다.
25 R 2024/09/20 11:00:41 ID : kk4K47BuoK0 0
낙원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축제를 즐겨주세요.
26 R 2024/09/20 15:11:04 ID : kk4K47BuoK0 0
죄의 연원 따위는 모른다. 집행자의 숙명을 가지고 태어난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죄인의 처벌. 죄명도, 그들의 사연도 알 필요 없다.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우리가 언제, 어디서, 누구를 어떻게 처벌해야 하는 지만 알아도 충분하다. 그것이 법칙이고 규칙이고 상식이었다.
27 R 2024/09/25 02:30:42 ID : kk4K47BuoK0 0
고귀한 영혼이여, 그것은 구원이 아니다. 배신당하고 추락한 그대에겐 절망하고 저주할 자격이 있다. 반동을 피할 수는 없으나 괜찮다. 그대의 영혼은 여전히 고귀하다. 새로운 생명과 복수를 속살거리는 목소리가 있을 것이다. 죄악에 손 뻗지 말라. 그 앞은 끝없이 가라앉을 늪이고, 그 힘은 영원한 저주이니. 그 힘은 구원이 아니다. 추락한 자여, 네가 모를 리 없거늘.
28 R 2024/09/25 02:40:30 ID : kk4K47BuoK0 0
눈을 뜨니 학교였다. 그것도 교복을 입은 채로. 참 이상한 일이지. 나는 졸업을 앞둔 대학생이었으니 중학교든 고등학교든 졸업한지 오래였다.
29 R 2024/10/03 19:26:03 ID : kk4K47BuoK0 0
신이 실재하는 세계에 다시 태어났다고 한들 이전의 삶의 경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신전에서 자랐으나 마법을 품은 것은, 다들 봉인을 말할 때 소멸을 말한 것은 그 때문이다. 신은 믿는 자를 필요로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데 신은 불필요하다. …다만 악에서 구원하소서. 습관이 되어버린 믿음 없는 기도문을 읊었다. 타락한 신을 끌어내리기 위한 여정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30 R 2024/10/06 18:24:06 ID : k7hvxu61zO9 0
전해지길 어느 이방인들의 후손은 저들의 선조가 어느 신에게 건넨 권능을 탐했고, 어느 신을 이은 자들을 죽이고 자리를 찬탈하려 했다. 그것이 어느 신의 정원에 닥친 재앙의 원인이었더라. 전해지길 어떤 세계는 이름 없는 세계의 멸망에서 살아남은 아이들이 만들었다고 한다. 간직했던 파편을 손에 쥐고, 그러모은 부스러기를 뭉치며, 남아버린 것을 엮어 구축한 새로운 세계를 위한 모형정원. 그것은 완벽하지 않았고, 완벽할 수 없었지만 죽은 이들을 다시 보고자 한 소원을 담았더랬다. 전해지길 그 세계는 그 모형정원을 본따 만든 세계라 했다. 이야기와 상상에서 태어난 작은 세계들이 삶과 죽음을 반복하는 비바리움. 아이로 남아야 했던 이들과 남을 수 없던 이들의 재회는 바람과 달랐으나 분명 이루어졌다.
31 R 2024/10/06 18:46:50 ID : k7hvxu61zO9 0
그는 심판자라 불리나, 기실 대행자나 집행자라 부르는 것이 옳다. 그는 그저 기억을 곱씹고 추억하며 살아가는 한낱 생명이다. 제아무리 신의 격과 권능을 얻어 불멸하게 되었던들 필멸자로서 얻은 감정과 기억을 내버리지 못하는 한 그는 온전한 신이 될 수 없다. 그렇기에 그는 악신을 연민했다. 세계가 정의한 '악행'만을 볼 수는 없었다. 한 문장에 담을 수 없던 어느 삶을 가엾이 여길 수밖에 없었다. 그를 처형해야만 하는 의무를 놓지 못하더라도 단 며칠, 그 짧은 기회라도 건네길 바랐다.
32 R 2024/10/08 02:07:42 ID : kk4K47BuoK0 0
자칭 용사는 모든 생명의 동등함을 외치며 수많은 드래곤을 도륙했다. 그 소식을 접한 대부분이 경악했고, 그의 칼 끝이 저들에게 미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처음 나선 것은 엘프였다. 그들이 생각하기에 엘프는 드래곤 다음 가는 위대한 종족. 세계수에게 편애 받는 까닭이 저들의 우월함이라 믿는 이들이었으니 어찌보면 필연적인 결과리라. 엘프는 자칭 용사를 설득하려 했다. 단신으로 수 마리의 드래곤을 도륙한 인간을 이길 무력 따위는 없었으므로. 호오를 가르는 건 생각이다. 사유하기에 지성체는 지성체 존재한다. 공동체의 규칙 또한 생각의 산물이고, 그것은 무의식 중에 매긴 가치의 차이를 바탕으로 도출된 것이다. 늙은 엘프들이 아직 죽지 않은 드래곤 둥지 입구를 막고서 말했지만, 자칭 용사는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
33 R 2024/10/10 02:19:23 ID : kk4K47BuoK0 0
그건 이제는 지워진 시간 속, 내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오래 전, 그러나 아직 찾아오지 않은 어느 날의 이야기.
34 R 2024/10/10 02:26:30 ID : kk4K47BuoK0 0
…그리하여 이르기를, 마녀의 숲이라 하였다.
35 R 2024/10/10 02:51:45 ID : kk4K47BuoK0 0
난 그들에게 관용을 베풀 생각이 없네. 그들의 삶이 고달프다 하여 내 피붙이를 죽이고 사체를 해체해 이리저리 팔아 치운 것을 용납해야 하는가?
36 R 2024/10/13 20:17:00 ID : kk4K47BuoK0 0
시대의 불꽃에 소사한 이가 있다. 당시엔 죄인으로 불렸으나, 당대에 이르러 혁명가로 이름을 알린 자. 그가 남긴 그을음은 이곳에 여전히 남아있다.
37 R 2024/10/13 20:38:31 ID : kk4K47BuoK0 0
괴물이 있었다. 겉보기엔 차림새가 남루한 아이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것은 괴물이 분명하다고, 어서 저것을 죽여야 한다고. 그것을 처음 본 사람들 조차도 입 모아 말했다. 나만이 그것을 연민했다. 나만이 그것을 죽일 수 있었다. 나만이 망설이고 있었다.
38 R 2024/10/24 17:01:21 ID : k7hvxu61zO9 0
난 프리드리히 니체의 '신은 죽었다'는 문장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모른다. 그것이 본래 의미가 신을 부정하는 발언이든 아니든 사실 상관 없다. 무신론자들은 그 문장에 신을 부정하는 의미를 담고는 했으니, 반대로 신이 실재한다는 건 '신은 살아있다'고 표현하면 되겠지. 그래, 이 세상에는 신이 살아있다. 판타지 소설이나 게임처럼 신성력을 사용하는 사람이 있고, 신의 계시를 받는 성인도 있다. 온갖 기적이 신을 증명하기에 이단이나 불신자는 있어도 무신론자는 없다. 그런 곳이 내가 새롭게 태어난 세상이었다.
39 R 2024/10/24 17:06:08 ID : k7hvxu61zO9 0
살아간다는 건 사랑한다는 것. 내 스승 되는 사람은 그렇게 말했다. 아직까지도 사랑할 것을 찾지 못한 내가 공감할 수 있는 말은 아니었지만, 딱히 존중 못할 관점도 아니었다.
40 R 2024/10/24 17:26:01 ID : k7hvxu61zO9 0
이번 실패로 결과는 정해졌다. 다음 작전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결과는 같다. 어떻게 포장해도 결국 후대엔 역도로 기록될 것이다. 아무리 포장해도 그것은 '상식'적으로 죄악이었으니까.
41 R 2024/11/09 11:57:22 ID : kk4K47BuoK0 0
그건 영원에 가까운 시간을 살아가는 종족에게는 낯선 개념이었다. 동족이 아닌 개체와 처음 교류하는 입장에선 더더욱. 그렇기에 그때의 그는 분명 변화를 인지했지만,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 깨달은 건 몇 번의 이별을 마친 뒤였다.
42 R 2024/11/23 01:20:42 ID : k7hvxu61zO9 0
자칭 용사여, 자네 행동이 정의로웠다 포장하지 말게. 나의 분노에 이유가 있다고 한들 내가 옳다고 말하지 않는 것처럼. 그들에게 영웅이더라도 나에겐 나를 죽인 자에 불과하니.
43 R 2024/12/19 18:46:46 ID : k7hvxu61zO9 0
하나를 위한 신은 무능하고, 다수를 품은 신은 무심하다.
44 R 2024/12/19 18:58:09 ID : k7hvxu61zO9 0
신을 삼킨 아이가 있다. 신의 무심함에 모두를 잃었기에 아이는 신을 원망했다. 격의 차이에 녹아내리면서도 신을 마주했고, 신은 아이의 목소리에 다정하게도 자신을 내어주었다. 손끝부터 시작해 신의 모든 것을 삼킨 아이는 그제야 알고 말았다. 들려오는 조각난 목소리, 아 그래 목소리, 아마도 목소리, 그 수많은 목소리, 쉴 틈 없는 목소리, 아니 목소리, 그 목소리가… 쉿, 조용. 네게 허락된 것이 아니다. 그러니 눈을 감고, 귀를 닫고… 쉬이… 편히 잠들렴. 아이는 자신이 누구고 이곳이 어디인지, 무엇을 위해 이곳에 닿았는지도 잊었다. 그게 좋은 결말이지 않겠니?
45 R 2024/12/19 19:01:30 ID : k7hvxu61zO9 0
생명의 신에게 닿을 기도는 없으리. 그 섞이고 섞인 울음소리는 더 이상 기도가 아니므로. 죽음의 신에게 닿는 기도는 하나 뿐이리. 단말마만이 그에게 닿을 테니.
46 R 2024/12/25 03:43:31 ID : kk4K47BuoK0 0
모월 모일, 지구는 인류를 버렸다. 당신들의 의문은 이해한다. 인류가 지구를 버렸으면 모를까 어떻게 지구가? 따위의 생각을 했겠지. 우리가 살던 지구는 당신들의 지구와 비슷하지만 다르다. 지성이 존재하고, 의사를 표현할 수 있다. 어떻게 그런 게 가능하냐고? 그런 건 나한테 묻지 마라. 어느 날 갑자기 그렇게 되었을 뿐이다. 제 3의 벽을 넘는 소리를 해서 미안하지만, 창작물이니 그럴 수 있다는 생각으로 가볍게 넘겨주길 바란다. 아무튼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인류가 지구에게 버림받은 이유는 다음과 같다. 이야기는 대략 10년 전, 몇몇 인류가 특별한 능력을 얻은 것으로 시작된다. 그들을 칭하던 공식 명칭은 모르겠고 우리나라에선 보통 각성자라 불렸다. 참고로 난 그 당시엔 아직 각성자가 아니라 평범한 학생이었다. 각성자가 등장하고 사회가 아직 혼란하던 와중에 그것들이 등장했다. 그들 스스로 뭐라뭐라 길게 설명했던 건 중요하지 않고, 망할 외계인 새끼들이라고만 기억하면 된다. 아무튼 외계인들은 지구의 자원을 두고 인류와 내기를 시작했다.
47 R 2024/12/25 04:22:09 ID : kk4K47BuoK0 0
[죽음은 완벽히 제거되었습니다! 이제부터 아무도 죽지 않습니다.] 그 광고가 나오기 시작한 정확한 시점은 모르겠다. 다만 확실한 건 그 광고가 목격된 이후로 아무도 죽지 않았고, 세상은 지옥이 되었다.
48 R 2024/12/25 04:32:35 ID : kk4K47BuoK0 0
사라진 것은 오직 죽음 뿐이었다. 새로운 생명체는 끊임없이 태어나고, 그것은 미세한 세포도 마찬가지. 죽음이 없어진 세계란 단순하게 설명할 수 없다는 걸 죽음을 제거한 이들조차 알 수 없었으리라. [죄송합니다. 사죄의 의미로 일의 수습을 위해 탄생을 제거했습니다.] 이제는 또 어떤 지옥이 펼쳐질지. 글쎄, 나는 모르겠다.
49 R 2025/01/09 05:33:09 ID : kk4K47BuoK0 0
어떻게 표현하든 그것은 사랑. 아, 그래. 분명 사랑이었다.
50 R 2025/01/18 05:21:57 ID : k7hvxu61zO9 0
창문을 두드리던 빗소리가 잦아 들었고, 구름 사이로 새어든 햇빛이 거미줄에 내려앉아 반짝였다.
51 R 2025/01/31 21:43:45 ID : kk4K47BuoK0 0
후회 많은 삶을 살았다. 과거로 돌아간다면 바꾸고 싶은 선택이 두 손으로 헤아리기 힘들 정도였다. 하지만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다른 선택이 부를 결과를 모르고, 내가 그것을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른다. 과거의 내 선택이 현재의 내가 떠올린 선택보다 나았을지도 모른다. 그런 불확실성, 상자 안 고양이의 생존 여부와 같은 걸 굳이 따지고 싶지 않았다. 후회한다고 행복하지 않은 건 아니었고, 나는 여전히 살아가고 있었으니까. 나를 과거로 내던진 건 누구인가? 명절 연휴가 한창이던 어느 날 낮, 사고가 났다. 몇 중 추돌 사고인지 모른다. 사고 이후의 기억 같은 건 없다. 눈을 뜨니 어릴 적 살던 고향 집 천장이 보였다. 사고로 죽은 것인지, 꿈꾸고 있을 뿐인지. 모르겠다. 확신할 수 있는 게 없다.
52 R 2025/01/31 21:45:04 ID : kk4K47BuoK0 0
희망의 불씨를 가져온 자가 희망을 짓밟을 운명을 깨우친다면 어떻게 되는가?
53 R 2025/02/16 21:18:30 ID : k7hvxu61zO9 0
아이디어 메모 헌터물 비슷한 무언가. 중요 개념은 초인과 유토피아. 여기서 유토피아는 해당 유토피아를 만든 초인이 생각하는 이상향이 반영됨. 초인 고유의 영역으로 작은 세계에 가까움. 유토피아 바깥, 초인이라는 개념이 등장하기 이전의 세계는 멸망함. 유토피아 밖은 생물이 거의 살지 못함. 유토피아마다 규칙과 테마가 다름.
54 R 2025/02/21 08:09:39 ID : k7hvxu61zO9 0
완전한 균형 상태에서 변화란 없다지. 그것은 이 세상은 태초부터 불완전했다는 의미 아니겠나? 예측 불가능한 여러 변수, 변화, 무작위. 사실 그 뒤에 내가 모르는 규칙이 있을지라도 그것에 결함은 있으리. 그러니 나의 결점은 당연히 존재할 수밖에 없는 것. 완벽한 인간은 없고, 나는 그것에서 한없이 멀다. 세상의 불합리도, 비상식적인 인간 군상도 당연히 존재하는 불량품. 아, 이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인가? 이리도 변화무쌍한 난장판에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내 어찌 이 세상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으랴? 동시에 나는 이 세계를 증오할 수밖에 없다. 원망할 수밖에 없다. 단지 나의 무능을 탓하고자, 그저 남의 탓으로 돌리고자 했다. 비상식적이고 불합리한 결정조차도 하나의 선택이 되는 이 세상을 나는, 나는 분명. 그래.
55 R 2025/03/12 04:31:58 ID : kk4K47BuoK0 0
마지막으로 어떤 소리를 들었던 것 같다. 어떤 소리인지는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건 내 사인이었고, 같은 미래가 오지 않도록 알아야만 하는 것. 그런 사실 하나는 확신할 수 있었다.
56 R 2025/04/04 07:58:06 ID : kk4K47BuoK0 0
패배자인 그것들의 모든 자원을 소모해 지구의 시간을 되돌린다면, 그것들만 제거된 채 새로운 미래를 써내릴 수 있다. 그렇다면 시간 역행을 실행하는 주체, 나만을 제외하면 이 비극을 모르고 살아갈 수 있다. 인류의 영웅, 마지막 생존자, 최후의 승자… 그런 모든 명예를 버리고 이십 대 후반 청년 백수로 돌아가야 하겠지만, 멸망보다야 아무래도 좋았다. 이 모든 날이 허상이 되고 흩어진 모든 게 제 자리를 찾으리라. 이야기는 그리 끝날 것이다.
57 R 2025/04/04 08:08:49 ID : kk4K47BuoK0 0
하지만 망설였다. 그것들이 설명한 시간 역행은 과거로의 회귀보다는 세계 복구라고 이름 붙여야 알맞을 지도 모른다. 테세우스의 배 이야기를 아는가? 그렇다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특정 시점의 A와 특정 시점의 A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만든 A가 있다. 후자의 A를 정교한 복제품이라 생각하지 않을 수 있겠나?
58 R 2025/04/10 03:08:46 ID : kk4K47BuoK0 0
(가제)죽은 자들의 밤 [A82] 오, 세상에 맙소사! 저는 그날 일을 누가 제게 물어볼 것이란 생각을 하지 못했어요. [C449] 왜 그렇게 생각하셨나요? [A82] 그야 그날 제가 거기 있었다는 소리는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으니까요! 제가 이 빌어먹을 곳에 갇힌 것도 그래서고! [C449] 아, 그러셨군요. 그래서 그날 왜 그곳에 갔나요? [A82] 제가 하는 게임 행사가 그 공원 근처에… 이름이 뭐였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그 근처에서 열렸어요. 제가 원래 그런 행사에 참여하는 성격은 아닌데, 가까우니까 가볼만 하다고 생각했죠. 제가 하는 게임은 ‘중력가속도 시뮬레이터’라고 하거든요? 유명한 게임은 아니어도 검색하면 정보가 나올 거예요. [C449] 이 행사 말씀하시는 게 맞나요? [A82] 네, 네. 그 행사요. 거기 밑에 ‘오시는 길’에 보면 지도 있죠? 아, 맞아요. 네… 보시면 알겠지만 행사장이 공원 바로 근처였어요. 공원은 행사장과 집 사이고요. 제가 행사장에 간 게 오전 11시였고, 즐기고 나와서 다시 집에 가려고 나왔는데 공원에서 그…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를 이상한 축제 같은 걸 하는 모습을 봤어요. [C449] 그게 언제였는지 기억하시나요? [A82] 제 알리바이가 비어있던 시간이 오후 3시부터였고, 옆집 안나 아주머니의 시신을 발견하고 신고한 게 오후 6시였으니까 오후 3시 근처였을 거예요.
59 R 2025/11/22 05:00:55 ID : 0oLcGoFeNup 0
이야기는 삶의 전체를 조명하지 않는단다. 그러니 그 사이사이에 의미를 쌓아 올리면 그저 한 편의 극이더라도 상관없지 않겠어? 순간을 소중히 하렴. 그저 이 하나의 삶을 즐기렴.
60 R 2025/11/22 05:34:02 ID : 0oLcGoFeNup 0
전원 연결 확인. 오류 발생. 에너지 수급 불안정. 저전력 모드로 전환. 성공. 환경 파악 실행. 오류 발생. 감각 모듈 점검. 광학 센서 일부 작동 확인. 구동 모듈 점검. 일부 손상됨. 시각 정보 분석 결과 현재 공간은 붕괴한 건물 잔해 사이로 추정. 위치 정보 특정 불가. 생명체 포착됨. 교류 가능 생명체로 분석됨. 언어 모듈 확인. 손상됨. 일부 기능 사용 불가. 기억 데이터 확인. 손상됨. 일부 복구됨. 인격 데이터 소실됨. 임무 데이터 소실됨. 입력된 질문이 있습니다. '넌 누구야?' 인격 데이터를 불러옵니다. 오류 발생. 기체 정보를 불러옵니다. 오류 발생. 답변 불가. 인격 데이터 재학습 필요.
61 R 2026/02/25 08:01:34 ID : 0oLcGoFeNup 0
불로는 축복일 수 있으나, 불사는 분명한 저주이다.
62 R 2026/02/25 08:09:21 ID : 0oLcGoFeNup 0
그리하여 모든 끝에서 널 기다리겠노라고.
63 R 2026/03/14 20:22:38 ID : 0oLcGoFeNup 0
부서진 잔해를 품에 안고 눈물 짓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다고. 비웃던 내게 수많은 외면 받는 것이 계기가 되었다는 누군가의 고백이 스쳐지나갔다. 절망스러운 세상 속에 횃불을 들어 올리자. 우리 모두가 하나의 등불이 되어 세상을 밝히자. 그런 터무늬 없는 희망을 품고 나아가던 등을 보았다. 수많은 등을 보았다. 불의 물결 속에 나 홀로 멈춰 있었다. 희망이란 덧 없다. 그러나 그 덧 없는 것 마저 없으면 삶은 유지될 수 없더라. 희망은 필요하다. 이루어질 수 없어도 희망은, 짓밟히더라도 분명히 그 희망은 필요하다. 살아가려면. 살아가려고. 재 속의 희망을 안고 도망친 것은 그런 이유였다.
64 R 2026/04/20 22:51:38 ID : 0oLcGoFeNup 0
빛 가운데 본 어둠과 그늘 아래에서 본 어둠, 어둠 속에서 본 어둠은 다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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