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21/10/18 18:49:41 ID : fPjwGmoMpbD 2
지난주 월요일..? 아무튼 그날 점심시간에 평소처럼 사람 별로 없는 복도에서 혼자 서서 책 읽고 있었는데 그때 상담쌤이랑 우연히 마추쳤어. 쌤이 시간 있냐고 물어서 괜찮다고 했더니 그럼 혹시 지금 잠시 위클래스에 올 수 있겠냐고 하셔서 그때는 얼떨결에 따라갔거든. 처음에는 좀 무섭게 생긴 쌤이라 뭔가 너 왕따당하냐, 친구 없냐, 교실도 있는데 왜 굳이 복도에서 책을 읽냐 이렇게 트집 잡아서 쓴소리하실 것 같아서 좀 겁났음 근데 나중에 서로 아무 말 안하다가 시간 좀 지나고 대화해보니까 진짜 나랑 의외로 잘 맞는 부분이 있어서 친근감도 들고 좀 놀랐어. 그냥 난 뭔가 흔히 상담쌤 하면 안경 쓴 단발머리 여자 선생님이 목에 무슨 카드 걸고 종이에 상담 내용 휘갈겨쓰는 걸 생각했거든. 근데 자기는 상상하는 걸 좋아한대. 이건 진짜 놀랐어. 나도 상상하는 거 정말 좋아하거든. 쌤은 상상하기 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건 자기가 공주가 되서 예쁘고 아기자기한 드레스를 입는 거라고 하셨어. 실제로 프릴 달린 드레스를 입고 계시기도 했고 나중에 다시 보니까 안경테 색도 보라색이더라 아무튼 그렇게 지난주에는 두번 만나서 자기가 좋아하는 상상 얘기나 취미, 스트레스 등등을 얘기했어. 아 그리고 이건 지금 생각났는데 상담쌤은 나랑 언제 처음 만났는지, 그때 내가 어떤 느낌이었는지, 뭐하고 있었는지 다 기억하고 계시더라... 원래 학교가 학생이 많으니까 솔직히 그런 거 일일이 다 기억하기는 진짜 어렵잖아.. 솔직히 이때 좀 많이 고마웠어. 그냥 나한테 관심을 가져준 거랑 이렇게 내 얘기를 들어준 거
2 이름없음 2021/10/18 18:55:17 ID : 83yIILfhBut 0
무섭게 생긴 쌤이었다니ㅋㅋㅋㅋㅋㅋㅋ
3 이름없음 2021/10/18 18:59:28 ID : i5TQmoE8mFf 0
좋은 쌤이시네
4 이름없음 2021/10/18 19:03:47 ID : fPjwGmoMpbD 0
그리고 오늘은 방과후에 쌤이랑 같이 초콜릿을 만들었어. 그냥 간단하게 토핑이랑 과일, 크런키를 틀에다가 놓고 그 위에 초콜릿 부어서 굳히는 아주 간단한 거였어 만들면서 쌤이 얘기해주셨는데 우리 학교에도 그동안 나처럼 이렇게 초콜릿 만들기를 한 사람들이 있다는 거. 이 활동은 상담쌤이 좀 대화를 나누고 싶은..? 학생 몇몇이랑 같이 하는거래. 경우에 따라 친구랑 같이 하거나 아님 나처럼 혼자 하거나. 난 진짜 우리 학교 애들이 워낙 발랄하고 애들끼리 잘 놀아서 이런활동 하는 애들이 한명도 없을 줄 알았음. 그냥 다 잘 지내는 줄 알았어. 그런데 얘기 들어보니까 부모님이 자신과 동생을 차별하는 경우도 있었고 무엇보다 지금 나처럼 혼자 다니는 애들이 꽤 있다는 거. 우리 반에도 나같은 애가 한 2명 정도 있는 것 같던데 난 그동안 그냥 운이 좋아서 이런 줄 알았거든.. 쌤 말 들어보니까 진짜 아무리 못해도 한 학년 당 18명은 있겠다 싶음.. 내가 그동안 이런 애들이 있다는 걸 몰랐던게 그냥 단순히 관심이 없어서 주위를 신경쓰지 않았던 건지, 아님 이런 애들이 소극적이라 나처럼 사람없는 곳으로 피하는 거라서 못 봤던건지는 모르겠지만 씁쓸하더라 기분도 좀 묘했어.. 과거 선배들 중 몇몇도 이 활동을 했고 어쩌면 어제나 내일 나처럼 이 활동을 하는 학생들이 있고 미래에도 있을 거라는 게...
5 이름없음 2021/10/18 19:04:38 ID : fPjwGmoMpbD 0
아니 근데 진한 흑발에 인상이 좀 우락부락하셔서 처음엔 좀 무서웠어 ㅋㅋㅋㅋ
6 이름없음 2021/10/18 19:05:41 ID : fPjwGmoMpbD 0
그렇지 정말 좋은 분이신 것 같아.
7 이름없음 2021/10/18 19:14:14 ID : fPjwGmoMpbD 0
아무튼 오늘 그렇게 초콜릿을 만들었는데 즐거웠어. 오후 4시쯤에 한 거라 햇빛도 늦은 오후 특유의 그 푸근함과 나른함이 있었고 창문을 통해 벽에 비친 나뭇가지 그림자도 예뻤거든 운이 좋게도 내일 무슨 학교 축제가 있어서 위클래스 근처에 있는 음악실에서 밴드 동아리의 노래랑 드럼 소리도 들렸는데 1970~90 쯤의 그 음악 스타일..? 의 노래라 어딘가 애절한 느낌이라 좋더라... 쌤한테 곡 이름 물어봤는데 모른다고 하셔서 한번 내일 담임쌤한테 물어봐야겠다. 이건 내가 좀 너무 앞서나가는 것 같기도 한데 난 쌤이랑 좀 더 친해지면 좋을 것 같아. 이렇게 몇 번 만나서 대화도 나눠봤는데 나랑 관심사랑 성격도 비슷하고 무엇보다 좋으신 분이라 더 친해지고 싶어
8 이름없음 2021/11/15 13:43:15 ID : rxQk2q43Qnx 0
너무 마음 따뜻하다 ㅜㅜ 스레주가 학교에서 즐거움을 찾아서 좋네 ㅎㅎ
9 이름없음 2021/11/15 14:46:55 ID : qZimNtijinU 0
나도 위클래스에서 도움많이 받았는데 다른 글들보면 위클래스 까는 글이 많더라구... 레주같은 케이스를 보니까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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