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21/12/14 00:40:59 ID : q1u3zPikq3S 1
작년이었으니깐 아마 코로나가 막 시작했을 때였다. 여자라곤 손도 못잡아본 내게 너는 굉장히 색다른 존재였다. 솔직히 여자라고 느껴진 건 한 달 정도이고 그 다음부턴 그냥 친구로 느껴져서 여느 친구관계보다 돈독해졌다.
2 이름없음 2021/12/14 00:41:13 ID : q1u3zPikq3S 0
벌써 5월이 되고 처음 보는 사이에서 벗어난 친구들은 하나하나 연애를 시작했다. 항상 기념일엔 같이 놀던 무리의 친구들이 데이트 때문에 빠진 것에 자극을 받았는지, 나도 연애가 하고 싶어졌다. 가장 먼저 살을 빼고, 옷도 사입고, 피부 관리도 하고 머리도 했다. 내가 옷에 무리수를 둘 때마다 너는 한숨을 쉬며 아울렛으로 날 데려가 하나하나 옷을 맞춰주며 골라주었다. 덕분에 나는 여사친 뿐만 아니라 썸녀도 생겼고 이제 내 인생에 봄이 오는구나 하며 기뻐했다.
3 이름없음 2021/12/14 00:41:26 ID : q1u3zPikq3S 0
근데 네가 달라졌다. 내가 너 덕분에 여자한테 번호를 따이거나 데이트가 잡히거나 하는 일이 있었다고 자랑하면 전과는 다르게 내 반응을 묻곤 했다. 그럴 때마다 난 뿌듯했다고 답했지만 너는 어딘가 걸리는 부분이 있는 모양이었다. 얼마 안가 나는 여친이 생겼고, 항상 너랑 걷던 길과 너랑 하던 이야기는 여친이 꿰차게 되었다. 자연스레 네 선톡에 답장이 늦어지고 그렇게 서서히 우리 연락은 끊겼다. 내가 여친이랑 헤어지자마자 내가 찾은 곳은 너였다. 너는 날 진심으로 위로해줬고, 그 날 이후로 우린 다시 친해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르게 가까워졌다.
4 이름없음 2021/12/14 00:41:41 ID : q1u3zPikq3S 0
너는 항상 달달한 것을 챙겨와서 나를 한 번씩 약올린 다음 나와 나눠먹었고, 수업시간엔 계속 날 톡톡 치고 속삭이기를 반복했다. 급식은 당연히 같이 먹었고, 내가 바빠 점심을 못먹으면 너는 빵이랑 우유를 사와 꼭 나랑 같이 먹었다. 아직도 빵이랑 우유를 들고 내가 공부를 하던 교실 밖에 서있다가 꼬르륵 소리 때문에 들켜 멋쩍게 교실로 들어오던 네가 기억난다. 하굣길은 항상 너와 함께였고, 어느새 너는 내 학원에 모두 등록해 있었다. 우리는 아침부터 밤까지 서로를 마주했다.
5 이름없음 2021/12/14 00:41:56 ID : q1u3zPikq3S 0
크리스마스를 100일 앞둔 고백데이. 그 날은 네 생일이기도 했다. 나는 조그만 케이크를 사서 학원이 끝나고 너에게 건내줬다. 그 때 너의 표정은 놀람과 기쁨이 섞인, 눈물이 맺힌 듯한, 그런 미묘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너는 내게 안겨 나 너 진짜 좋아한다고, 나랑 사겨달라고 했다. 그 날이 고백데이인줄도 모르고 너의 말에 당황한 나는 말을 얼버무리며 자리를 떴다. 나중에 알게된 거지만, 너는 네 친구들과의 생일파티를 하루 미뤄서라도 생일날 나랑 같이 있으려 했다.
6 이름없음 2021/12/14 00:42:10 ID : q1u3zPikq3S 0
그 날 이후로 우리는 멀어졌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지금 고2가 된 너와 나는 남이나 다름이 없다. 4월에 우리 반은 다같이 공원에 핀 벚꽃을 보러간 적이 있다. 너는 내 손을 잡고 여기저기로 끌고 다니며 애처럼 신나했다. 벚꽃에 휩싸인 너는 정말 예뻤다. 그 행복한 웃음도 정말 아름다웠다. 나는 너를 좋아했다, 라고 이제는 지나간 사람을 추억해본다.
7 이름없음 2021/12/14 00:47:26 ID : 6ry0msp8783 0
와... 필력 미쳤다... 존나 흡입 되듯이 읽었어
8 이름없음 2021/12/14 00:55:45 ID : hgo7vvhbwtx 0
완전 감정이입하면서 봤네 ㄷㄷ 레주 글 완전 잘써... 근데 레주 ^^ㅣ발
9 이름없음 2021/12/14 00:56:37 ID : 6jfRCrAmHzW 0
찬양과 쌍욕을 동시에 받는 레주 당신은 도대체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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