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나죽는다 (3)
2.요즘 사람들 다 너무 이상해 (27)
3.아까 얼평방에 사진 올렸는데 범죄에 이용되진 않겠지? (3)
4.변기 안막히게 응원해줘 (4)
5.너네 대중목욕탕 가? (10)
6.옆집 오빠가 노래를 꽤 잘불러 (7)
7.머릿속에서 계속 (1)
8.아들 이름으로 기오 어때? (31)
9.못생겼는데 승무원 가능할까?? (4)
10.영화관 알바 면접 그렇게 빡세? (1)
11.내현적 나르시시스트 조심해 (17)
12.필라테스용 상의 사야할까? (3)
13.친구가 유학가는데 선물할만한거 (3)
14.얘들아 도와줘ㅠㅠ (2)
15.아 레전드보고 나도 경험 써볼게ㅠㅠㅠ 충격적이야 진짜 스웨디시 뭔지 알아? (102)
16.내가 사람을 믿지 않게 된 사건을 이야기 해줄게 (33)
17.아진짜 슬퍼죽겠네 (1)
18.알바 그만둘건데 어떻게 말씀드리지 (4)
19.만약에 손오공같이 부모개념이 없는 생명체가 태어났다면 어떤 취급을 받았을까? (6)
20.자기 글씨체 보여주는 스레 (149)
두 가지 먼저 알릴게.
첫째, 난 스레 뉴비야. 뭔가 보편적인 부분에서 불편한 점이 많거나 읽기 불편할 수도 있어. 지적해줘도 좋고 팍 식어서 나가도 좋아.
둘째, 난 내 우울함을 알리고 싶은 것도 동정표를 받고 싶은 것도 아니야. 누군가에겐 도움이 될지도 혹은 재미가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난 그 모든 반응을 보는 것이 즐거울 뿐이야. 왜 내가 이딴 성격인지 이런 미친 소리를 그냥 하는지는 읽다 보면 감이 올지 몰라.
이제부터 시작할게. 긴 이야기가 될 거야. 몇 년짜리 이야기니까.
어디서부터 이야기해야 좋을지 모르겠네. 확실한 건 이 모든 것의 시작은 이거야. 나는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부류가 따로 있다고 생각해. 그리고 난 그런 사람이라고 믿고 있고.
mbti, 중2병, 나르시시즘이라든가 아무렇게나 생각해도 좋아. 단지 난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일 뿐이야.
어떤 것에 관해 이해하길 좋아하고 이야기하길 좋아하고 굉장히 적극적으로 관찰하길 좋아하는 사람이지.
대단한 게 아니야. 단순히 그런 일들을 좋아하는 거야.
사람 믿고 안 믿고 적당한게 좋지 그거 방어기제고 애착관계 손상이고 결핍임 걍 지입으로 똥싸는거 밖에 더되누? 자기합리화임
그런 성격은 나를 창작의 길로 인도했고 소설 작가의 꿈을 지닌 채 고등학교로 진학했지. 입학한 나는 그냥 무난한 생활을 이어갔어.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친구를 하고 양아치처럼 보이는 부류와는 거리를 두고. 그런 나한테도 취미라고 할 게 있었는데, 바로 학생들의 성향과 성격, 사상 따위를 혼자서 유추해보는 거였어.
그렇게 조금씩 아이들에 관한 이미지가 잡혀갈 때 즈음 체육대회였나 축제가 시작됐어. 여름이었고 행사였다는 기억은 또렷한데 정확히 어떤 행사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아.
어쨌거나 그 행사에 어울리지 못하는 나와 친구는 온종일 학교를 빙빙 돌며 쓰고 있는 소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어. 그러다가 한 아이가 다가왔어.
사건의 시작이었지.
그 애는 내 친구랑 적당히 아는 사이인 것 같았어. 친구라서 같이 다닐 정도는 아니지만 몇 번 이야기는 나누어 친분은 있는 정도.
내 친구는 그 애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가 나와도 분명 잘 어울릴 거라며 함께 이야기를 할 기회를 주었어.
말했다시피 당시의 난 아이들의 이미지를 얼추 다 잡아가던 상황이었고 그 애의 이미지는 그닥 좋지 못했어.
일탈에 발 들인 아이들의 부류에서 노는 경우가 잦았고 점심 시간에 학교 길을 몰라 헤매면 가끔 담배를 피고 있는 모습도 봤었거든.
하지만 내 친구가 그런 부류와는 굉장히 거리가 있었으니 한 번 믿고 이야기를 나눠보기 시작했어.
그런데 내가 생각하던 것보다는 말을 굉장히 잘하더라고. 그래서 나는 조금씩 어렵거나 무거운 주제들을 꺼내며 간을 보기 시작했어.
지금 생각하면, 내가 간을 보던 건지 그 애가 간을 보던 건지는 모르겠네. 어쨌건 우린 확실하게 서로를 향해 흥미가 돋았어.
그리고 대뜸 그 애가 결심한 듯이 내 이름을 부르고는 재밌는 장난감을 찾은 듯한 얼굴로 신나서 말했어.
"너. 우리 반 애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첫인상 같은 따분한 것보단 정말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한 적 없어?"
충격이었지. 나랑 똑같은 걸 궁금해 하는 것도 그런 것에 흥미를 지니는 사람이 또 있다는 게 말이야. 단번에 알았어. 같은 부류의 사람이라고.
나는 주춤거리면서도 있다고 답했어. 그리고 서로 하나하나 이름을 대가면서 자신의 견해에 대해 이야기했지. 마치 게임처럼 받아들이고 이야기했어.
서로 같은 부류의 사람은 처음 보기라도 했다는 듯 우린 대략 5시간을 이야기만 하다가 그 어떤 친구보다 친해졌어.
물론 다른 친구들과도 잘 지냈지만 나도 걔도 거의 모든 시간 동안 질리지도 않다는 듯이 대화했고 그걸 통해 서로에 대해서도 천천히 알아갔어.
그렇게 알게 된 점 중 하나는 우린 꽤나 달랐다는 거야. 나는 인문학보다는 자연학에 관심이 많았고 그 애는 정치에 관련된 것들에 흥미가 깊었어.
이건 단순히 어느 커뮤에 돌아다니며 정치 이야기나 구경하려는 게 아니라 걔의 꿈은 정말 정치인이 되는 거였어. 그에 맞게 걔는 공부를 정말 잘 하는 애였지.
나는 성적에 관심이 없어 몰랐지만 꽤나 후에 알게 된 거로는 언제나 교내 최상위권이었다는 거야.
이는 2학년 때에 알게 되었는데 전교 회장이 전교 1등이었을 때 걔는 2등을 따고 3학년에는 전교 1등까지 쟁취해냈을 정도였어.
어쨌거나 우리는 1학년 내내 서로에 관해 적극적으로 알아갔지.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 건 2학년 때부터였어. 나는 순수 소설 작가를 목표로 시작했지만 그게 돈이 안 된다는 건 알았어. 그렇다보니 장르 소설을 적기 시작했고 웹소설이 활발하지 못했던 시기였기에 웹툰을 향한 목표도 함께 세우려 미술 학원도 다니고 있었어. 정확히는 만화 학원이었지.
하지만 여러 계획을 세워두는 여느 재능 없는 고교생이 그렇듯 그림이 잘 그려지진 않았어. 중학생부터 다녔지만 여전히 학원 친구들보다 겨우 따라가는 수준이었지.
그래도 열심히 하려 노력은 했어. 과제를 하고 안 되는 게 있으면 물어보며 집중적으로 연습하기도 하며 말이야.
이런 부분을 그 애는 별로 관심이 없는 듯했어. 오히려 응원해주는 분위기였지. 무언가를 그려달라던가 부탁하기도 했고 마음에 드는 그림이 있으면 가져가서 자기 공책에 끼워두고 간간히 보거나 하기도 했어.
하지만 어느 순간 그 마음이 불타 사라지기라도 한 듯이 걔는 내 '창작'이라는 것 자체에 혐오감을 느끼기 시작했어.
난 그 애한테 내 창작에 관한 이야기를 절대 하지 않았어. 장래에 그걸로 밥 벌어먹고 싶어했지만, 그럼에도 별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만한 주제도 아니고 우리 관계에 있어 중요한 주제도 아니었지.
그런 주제에 그 애가 발을 들인 건 처음이었어. 처음엔 그림이 아니라 소설을 쓰는 것에 혐오감을 토해내고 기분 나빠하는 표정을 짓는 걸 서슴지 않았어. 하지만 나는 그냥 평소에 하던 놀이인 줄 알았지. 무언가의 주제를 두고 토론하는 것 말이야.
나는 이것에 관심이 많고 매일 하니까 공격적으로 표현해서 내 대화를 이끌어내고 싶은 줄 알았어. 하지만 그게 전혀 아니었지. 걔는 정말 그걸 그만두기를 바랬어.
물론 그 요구를 받아들이진 않았어. 그건 아무 의미 없는 요구였으니까. 그러자 그 애는 점차 방향을 바꾸어 갔지.
2학년에 같은 반에다가 같은 학원을 우연하게 다니게 돼서 학원 친구 무리에 같이 끼게 된 동급생이 있어. 동급생은 불편한 건 바로바로 말하기 좋아했고 그 성격이 일반적인 인상에서 호전적으로 느끼게끔 했어. 하지만 우리와는 그닥 싸우려 들지 않아. 그건 부당하다고 생각할 때 나타나는 모습일 뿐이었어.
그 애는 동급생을 주제로 이야기를 삼기 시작했어. 예전에 반 학생들을 상대로 하던 놀이처럼 시작해서 계속 그 애의 이야기를 꺼내게 했지. 의아하다고는 느꼈지만 난 이상하다고 느끼지 않았어. 다른 아이들에게도 했던 것이니 이상한 일은 아니었지. 그저 왜 끈질기게 몇 주간 이 이야기가 안 끝나나 싶었어.
처음엔 언제나처럼 이야기했지만 그 이야기는 점점 그 호전적인 성격에 대한 불편으로 이어졌고 평소의 놀이였던 그 주제는 점점 뒷담화와 같은 성향으로 바뀌어갔어. 1주일 반쯤 지나갈 무렵에는 눈치채기도 전에 그렇게 번져버렸지.
그때 눈치챘어야 했다고 생각해. 이 놀이가 더는 재미없다는 걸.
잦아지던 대화 속에서 나는 그 성격에 대해 지나치게 생각하게 되었고 그건 실제로 동급생을 향한 불편함으로 느껴지기 시작했어.
가능성에 관해 이야기하던 우리는 정말 그 아이의 나쁜 인상을 만들게 된 거야. 평범한 것에도 투덜거리며 선생님과의 의견 마찰이 생기기도 하고 일탈자에 가까운 부류와도 싸우는 모습을 보며 싸움꾼 같은 그 모습이 싫어지기 시작했어. 그건 꽤나 눈엣가시였지.
그렇게 점점 관계가 서먹해져가고 있을 때 즈음 더는 그 애가 나쁜 이야기를 하지 않았어. 대신 내 등을 밀었어.
"짜증나면 확 말해버리지 그래?"
정말 틈만 나면 그 이야기를 내게 말했지.
그리고 그 어색한 분위기를 이해하지 못했을 리 없는 동급생이 먼저 내게 말했어. 요즘 뭔가 서먹하게 구는 이유가 뭐냐고. 뭐라고 답했으리라 생각해?
무얼 생각했든 난 정말 최악의 답을 했어. 무언가 끊어지는 듯한 느낌에 격렬하게 불만을 토해냈지. 동급생은 왜 미리 말하지 않았냐 불편하면 조금은 미리 말할 수 있는 거 아니냐 왜 지금까지 끌고 왔냐며 함께 싸웠지. 이런 상황에 도망칠 만한 애는 아니었으니까.
하루 만에 화해를 하긴 했지만 우리의 관계는 분명하게 어색해졌어. 학원 친구들 부류에서도 그 어색함에 더는 낄 수 없었지. 나는 처음으로 학원을 쨌고 그 다음 날에 그 애는 내게 말했어.
"그깟 학원 그만두고 나랑 공부나 하는 건 어때?"
까닭은 이러했어. 내가 장난삼아 붙잡은 과학 공부나 사문 공부를 굉장히 잘했다는 점. 자신과 같은 부류의 사람이니 지금부터 달린다면 공부를 잘 할 수 있을 거라는 점을 내세우며 말이야.
하지만 내게 중요한 건 내가 공부를 잘 할 수 있느냐 아니냐가 아니었어. 나는 물었지. 내가 너와 같이 공부를 해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고.
그러자 기가 막힌 대답이 돌아왔지.
"그 답답한 집구석보단 어른이 되면 나랑 같이 동거하면서 지내자. 네 이야기로 누군가 변화하길 빈다면, 그건 선생님을 하면서도 가능한 거 아니겠어?"
지금까지의 흐름에서 다음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눈치챈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네. 맞아. 이제 그 애는 내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어,
이전에는 관심이 없던 내 가족에 관해 물어보고 이야기하길 좋아했어. 나는 당시에 이 모든 일련의 사건이 나쁜 인상을 만들었다고 생각하지 않았기에 또 대화를 나누었어.
그리고 똑같은 결과지. 점점 나쁜 점을 들먹이고 강조하며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그 이야기는 또다시 뒷담화에 가까운 대화가 되어갔어. 하지만 그래도 가족이야. 나는 쉽게 나쁜 인상이 생기지도 않았고 공감하지도 않았어.
하지만 그 애에게 시기 좋게 일이 터졌지. 누나 중 한 명이 속도 위반을 했는데 그걸 몇 개월이나 지나고서야 내게 말해준 거야. 상견례 1주일 전에 말이야.
부모님이 굉장한 맞벌이였고 누나가 많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나는 누나에게 길러지다시피 자랐고 부모님보다도 누나에게 가족애가 더 커.
그런데 그런 가정사에 관해 내게 오랫동안 숨겨두고 1주일 전에 서프라이즈 선물마냥 말해준 것에 꽤나 충격이자 배신이었어. 그런 붕괴된 상태의 나는 더는 노력할 필요도 없었어. 걔는 같은 이야기를 속삭이는 것만으로 나쁜 인상은 빠르게 자리 잡았지.
나는 그 선택을 받아들였어. 가족에게는 좋게 말했지만 속내는 이 망할 곳을 도망치겠다는 심정으로 했지. 나는 미술 학원을 그만두고 그간 안 하던 야자 시간동안 계속 인강을 들으며 한 번도 안 하던 공부를 다시 붙잡으며 중학교 과정부터 재빠르게 올라왔어.
성적은 재빠르게 오르고 있었지만 원래 최하위권이던 성적인 탓에 빠르게 올라도 아직 올라야 할 곳은 산더미였지. 그런 상황에서 내가 기댈 곳은 학원의 친구와도 멀어지고 가족과도 멀어지니 그 애가 거의 지배적이었어. 그 외에는 거의 그 애와 나까지 함께 친한 몇 안 되는 애들뿐이었지.
매번 공부를 하던 그 상황 속에 그 애의 관심사는 이제 정치로 방향이 바뀌었어. 그건 자신의 사상을 향한 이야기였지.
내 주제로 이야기를 하기도 했지만 거의 대부분 자기 주제로 이야기를 뒤틀거나 그 이야기를 계속 했어. 방학 자율 학습 기간에도 자기 집으로 불러내선 몇 시간을 나는 알지도 못하는 정치 이야기를 하곤 했지. 나는 그게 점점 지쳤어. 뭔가 이상한 일이 되어가고 있음을 그제서야 눈치챈 거야.
그래서 나는 지금까지의 일들을 적어나가고 되짚고 여러 방면으로 생각해봤어. 내 최선의 방법을 쓴 거지. 그렇게 알아낸 건 내가 굉장히 수동적으로 바뀌었다는 거였어. 어디선가부터 잘못되었지만 제대로 기억해내지 못하고 있었지.
그것만을 생각하던 와중에 그 애는 언제나처럼 내게 새벽에 전화를 걸어왔어. 또 정치 이야기였지. 말했듯 나는 인문학엔 관심이 없어서 역사도 정치도 하나도 몰라. 세상물정 같은 건 내게 너무 시시한 이야기였으니까.
하지만 대뜸 그 애는 내가 한 사건을 모르니까 정말 격하게 화를 냈어. 혐오 표현이고 뭐고 하나도 가리지 않고 나를 몰아세웠지. 나는 미안하다고 했지만 그 애는 딱히 봐줄 생각이 없다는 듯 꺼지라는 말과 함께 전화를 끊었어.
처음으로 친구와의 관계라는 것에서 울어봤어. 정말 온종일 울고 자율 학습 기간도 끝나 집에서만 2주 가량을 연락도 없이 이 관계가 끝난 거구나 하며 혼자 잡히지도 않는 공부를 만지작거렸지.
그런 시간이 넘치는 내겐 생각할 시간이 많았고 더욱 짙게 지금까지의 일들을 되짚었어. 그리고 그 수동적인 모습의 이유를 그 애와의 대화가 이유였다는 걸 점차 깨달았지.
그리고 2주 정도가 지나 이제 등교까지 얼마 안 남은 시점이 되니 그 애는 대뜸 전화를 걸어왔어. 정말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말이야.
"내가 생각을 해봤는데 재밌는 이야기가 떠오른 것 같아. 그때 이야기했던 정치 사건 말인데…."
걔는 그 모든 일을 잊어버리기로 결심이라도 했다는 듯이 굴었어. 나는 그 몇 주간의 연락이 끊어진 것에 굉장히 지쳐있었지만 우선 이야기를 들어보려 했어. 하지만 이번엔 자신의 집이 아니라 내 집에 오겠다고 억지를 부리기 시작했지.
난 우리 집에 누군가를 들이는 걸 정말 싫어해. 특히 가족이 있는 때엔 거의 아예 안 들인다고 생각해도 될 정도야. 그런데도 계속 억지를 부리고 차라리 가족한테 쳐 나가라고 하면 안 되냐는 말까지 하며 우는 소리를 했어.
나는 더는 참기 힘들었어.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나는 네 바비 인형도 뭣도 아니라고 짜증을 부렸지. 자꾸 네 요구에만 맞춰달라고 강요하지 말라고 네 요구에 맞춰주지 않는 건 혐오스러운 일도 아니라고 설명하니까 걔는 한참을 웃었어.
내가 거의 울며 소리치는 그 상황에서도 걔는 웃었고 대답을 기다리며 휴대전화를 붙잡고 있을 때도 그저 침묵이 아닌 웃음소리를 내다가 속삭였어.
"바보도 아니고. 너 내 바비 인형 같은 거 맞아. 딱 그거야."
나는 소름이 돋는 것 같기도 했고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것 같기도 했어. 소름 끼치는 경험이었지. 그 즐거움과 희열에 젖은 듯한 웃음은 잊혀지질 않아. 나는 곧장 그 애를 전부 차단했고 그 누구에게도 이 일을 알리지 않았어.
모든 시간을 같이 다니던 우리가 떨어져 지내면 어차피 누구라도 싸웠단 걸 알 수 있을 테고 나는 더는 그 일을 생각하기도 싫었어.
그 일이 이 모든 사건의 두 번째로 최악의 선택인 줄은 모르는 채로 말이야.
코로나가 처음 터진 직후였기 때문에 비대면 수업을 조금 진행하며 괜찮은 줄 알았어. 하지만 결국 대면 수업은 진행됐지. 우린 학교를 나갔고 다시 모두를 만났지.
몇몇 애들은 이 분위기가 불편한 기색을 보이긴 했지만 더는 그 애가 내게 더 가까운 친구들과는 거의 접근하지 않고 그 애의 부류에 가까웠던 친구들과 지내며 아무 문제 없을 줄 알았어. 모든 건 적응되리라 생각했지.
하지만 그 애는 그런 날 몰아갔어. 난 소설만큼은 자투리 시간에 계속 해서 썼었고 그 애는 그걸 알았어. 그리고 그 애는 그 소설을 어디에 쓰는지 다른 친구에게서 알아내 수업 시건에 자신의 친구들과 함께 소리 내어 읽거나 하며 비웃거나 했고 시도 때도 없이 나를 또렷히 바라보며 친구들과 비웃는 등 뒷담화도 하는 듯했지.
나는 그래도 참았어. 어차피 거의 반 년 정도만 버티면 다신 보지 않을 관계였고 그게 어떤 일들을 불러일으킬지 몰랐으니까.
점점 더워지기 시작하는 봄의 끝나갈 무렵의 체육 시간이었어. 평소처럼 애들과 농구를 하며 잡담을 나누고 있었는데 친구가 굉장히 어색한 분위기로 오늘 야자를 째고 피시방에 가자는 이야기를 했지.
어색한 걔는 나와 그 애 사이에 아직까지도 끼어있는 애매한 몇 안 되는 친구 중 하나였어. 나는 솔직히 올 것이 왔구나 싶었지.
평소라면 우리 둘만 매번 갔으니 그런 질문을 하지도 않았지만, 나는 집요하게 누가 더 오냐고 물었어. 그러니까 주뼛거리던 어색한 걔는 그건 안 물어보면 안 되냐고 사정했지.
나는 그 반응을 보고는 곧장 싫다고 답했어. 최근 둘이 어디론가 사라져서 이야기하는 경우도 잦았고 당시의 시야 저 멀리 운동장 끝에서도 그 애가 이쪽을 바라본 채로 어슬렁거리고 있었거든.
누가 봐도 그 애와 다시 이야기하게 해보려고 자리를 만들어보려던 거였지.
난 도망치듯 운동장의 구석에서 별로 친하지 않던 전교 회장의 부류 애들과 이야기하거나 하며 어떻게든 그 애가 싫어하는 장소에서 어슬렁거렸어. 접근하는 일 자체가 없게끔.
하지만 그 애는 과감했어. 이 일에 많은 노력을 쏟았었다는 듯이 포기하지 않고 내 팔을 낚아채서 끌고 와 이야기를 시작했지.
도대체 무엇이 문제냐고 되려 모두가 들을 수 있게끔 커다란 목소리로 외쳤어. 자신은 잘못한 게 없고 이 모든 일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유도 말해주지 않았는데 왜 그랬냐고 외쳤지.
이상한 일이었어. 나는 왜 화나는지 이야기했었고 그 애는 거기에 대고 비아냥거렸을 뿐더러 그 일이 짜증났는지 거즘 2개월을 괴롭혔으니까.
나는 그 애가 미친 게 아니라면 이상한 계획을 꾸민다고 생각했어. 그 애가 뭔 일을 꾸민지는 생각도 못 한 채로 나도 미친 것처럼 행동해줬지.
바닥에 있는 돌맹이를 줍고 과한 리액션을 취하며 할 말 없으니까 가라고, 내가 너 때문에 얼마나 많은 걸 참고 있는지 모를 거라며 속삭였어. 10분 정도 이어진 말씨름은 걔가 무표정하게 나를 내려다 보다가 끝났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함께 귀가하는 친구와 함게 강변을 걸으며 집으로 향했어. 그러다 결국 버티던 게 무너져 내리듯이 그 애한테 지금껏 있던 이야기들을 말했어. 왜 싸웠는지 지금까지 이 일을 왜 말하려들지 않았는지 말이야. 그런데 충격적인 대답이 들려왔어.
"이미 알아…. 그 애가 말하고 다녀서 거의 모두 알 거야."
귀갓길친구도 나와 그 애의 사이에 아주 끈끈하게 끼어있는 애였지만 딱히 그 애랑 이상한 계획을 짜거나 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어. 1학년 이후로 한 번도 같은 반이었던 적이 없었으니 어쩌면 내가 알아채지 못한 것일지도 모르지.
어쨌거나 저 말이 충격적이었던 이유는 이미 그 애가 모두에게 말하고 다녔다는 함께 딸려온 말이었어. 귀갓길친구에게 설명을 들으니 이미 그 애가 모두에게 자신의 입장에서 설명했다는 거야. 심지어는 아주 많은 부분을 생략한 채 자신의 입장에서만 서술해놓은 채로 말이야.
걔가 알고 있는 대로 설명해준 그 싸움은 내가 갑자기 눈이 돌아가서 소리를 지르고 화를 냈는데 왜인지 물어보아도 답도 안 한 채 모든 연락을 무시했다는 이야기였어.
내가 모든 걸 숨기고 참아오던 동안 걔는 이미 모두에게 자신이 피해자, 그리고 내가 가해자인양 이야기를 끝마치고도 한참이나 지난 뒤였던 거지.
귀갓길 친구는 그래도 내 편인 게 거의 확실했어. 정확히는 완전한 중립이었지. 내가 자초지종을 울며 설명하자 그 애에 대해 자신도 이상하게 생각했는지 내 말을 겨우 믿어주었어. 그리고 이 일이 얼마나 커지게 된 건지 이해한 듯했지.
충격을 먹을 일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어. 그 애는 심지어 내가 싸워 서먹해진 학원의 친구에게까지 이 말을 이미 설명하며(물론 그 애와 뒷담화 한 부분은 모두 빼고) 충고를 받았었다는 거야.
난 이제 친구들과 이야기하면서도 모든 걸 믿을 수가 없었어. 그 친구들이 내 편일지 아닐지 알 수 없었으니까. 그렇다고 내 이야기로 다시 말할 수도 없어.
귀갓길 친구는 쉽게 받아들였지만 다른 애들이 늦은 나의 이야기를 받아들여줄지는 미지수니까. 최악의 한 달이었어. 여름 방학이 얼마 안 가 온다는 것만을 위로삼아 버텨왔지.
그리고 나는 여름방학 직전에 생일이 있어. 생일 당일마저 그 애는 어느 때보다도 친구와 내 소설을 큰 소리로 읽으며 비아냥거렸어. 정말 이전에 느낀 무언가 끊어지는 기분이 다시 느껴졌지. 하지만 토해내지는 않았어. 내 편이 아닌 친구에게 있어 이게 얼마나 미친 모습일까 하며 말이야.
정말 극단적인 선택이 떠올랐어. 그 후에 편해질 내 모습이 그려졌고 슬퍼 울 가족 같은 것보다도 당장의 고통이 더 힘들었어.
하지만 그런 생각이 떠오르게 한 장본인인 소설을 생각하며 참았어. 정말 모르는 아파트의 옥상까지 올라가 바닥을 바라보던 날 겨우 붙잡았지.
난 아직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그리고 듣고 싶은 이야기들이 너무 많았어. 그 순간부터 나는 광적으로 소설을 쓰는 거에 집착했고 사람을 좋아했기에 적어왔던 성장 소설은 사람을 미워하지 않을 이유를 찾는 수단이 되어갔어. 사람이 너무나도 미워진 나는 그렇지 않았던 과거의 자신이 옳았는지 시험하기 위해 여러 순수 소설을 적으며 겨우 1년을 버티고 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 도착했어.
하지만 이 일은 아직도 끝나질 않았지. 오히려 허무함이 강렬했던 1학기엔 학교도 나가지 않은 채 틀어박혀 소설을 쓰다가 친구가 부르면 게임을 하기만을 반복했어. 앞으로 벌어질 일 따윈 신경도 안 쓰는 폐인 같았지.
어색한 그 친구와는 서로 사과하고 무난히 지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게임에 자기 친구를 데려오고 싶다고 했어. 모르는 친구라고 소개했지만 그닥 신경 쓰지 않았지.
새로온 친구는 디스코드에서 마이크는 사용하지 않은 채 듣기만 하며 채팅으로 대화했어. 여느 때처럼 게임하던 나는 뭔가 조금씩 이질감이 느껴졌지.
그 애 말투와 새로온 친구의 말투가 비슷했던 거야. 그냥 기분탓인 줄 알았고 내 과대망상인 줄 알았어. 겨울 방학부터 해서 생각해보면 거의 5ㅡ6개월을 만나지 않았는데 아직도 내게 관심이 있으리라 생각하지 않았지.
그런데 정원에서 한 명이 부족한 파티가 계속 되자 새로온 친구는 누구 데려올 애가 없냐며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우는 소리를 냈어. 그러던 와중 우리 관계를 잘 모르던 애가 그 애랑 저번에 게임하지 않았냐고 그 애를 불러보라고 이야기하기 시작했지.
볼드모트의 이름이라도 나온 것 마냥 모두의 분위기가 차가워졌어. 새로온 친구는 원래라면 그 애를 몰랐어야 하니 그 애를 부르자고 계속 끈질기게 이야기했고 나는 싫다고 진저리 쳤지.
그러자 새로온 친구는 엄청나게 채팅으로 웃으며 비아냥거리기 시작했어. 누가 보면 둘이 사귀기라도 한 줄 알겠다고. 대줬냐고. 무슨 관계길래 그러냐고 빨리 설명 좀 해보라며 웃었지.
나는 곧장 게임을 끄고 디스코드 방을 나가고 그 애를 차단하는 것에 더불어 새로온 친구를 데려온 어색한 친구한테 물었어.
새로온 친구가 그 애냐고. 지금이 마지막 기회고 네가 거짓말한 걸 알게 된다면 정말 그때는 감당할 수 없을 거라고.
하지만 어색한 친구는 아니라고 했어. 너무 과대망상이라고. 그래도 네가 싫은 것 같으니까 카톡방도 새로 파주고 다음부터는 부르지 않겠다고 말이야.
순식간에 다시 서먹해진 관계에 나는 어색한 친구와는 거의 게임을 하지 않고 가장 친한 친구와만 게임을 했어.
가장 친구가 하던 새로운 게임을 시작하고 재미있게 즐기는데다가 몇 시간이고 그 게임을 하니 다른 친구들도 관심이 이끌려 함께 하곤 했어. 가끔은 어색한 친구도 왔지.
그런 나날이 지나던 와중 친구들의 톡방에서 술약속을 잡더라고. 나는 원래 술을 좋아하질 않아서 그런 약속에 나가자고 해도 안 나갔겠지만 이번엔 왠지 내게는 물어보지도 않았어.
그냥 어차피 안 오니까 물어보지 않은 거라고 생각하며 넘겼지만 약속의 다음 날에 가장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어.
담배를 연신 피우며 전화를 걸고도 한참을 말을 안 하던 걔는 내게 조심스레 말을 시작했어.
술 자리에 그 애가 찾아왔다고. 그리고 어색한 애가 데려왔다고.
말할지 안 말할지 고민을 엄청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다 싶어서 이야기한다고 하더라고. 가장 친구는 원래부터 그 애를 별로 안 좋아했고 학원 친구와의 관계에서도 그 애를 조금 의심하고 있었던 모양이야.
그런데 술 자리의 이유부터가 그 애와 나를 화해시킬 자리를 만들기 위한 모임이었다고 하더라. 그곳에 대뜸 나타나 모두가 놀라있던 와중에 그런 자리를 자신에게 딱 한 번만 만들어달라고 모두에게 부탁했고 그 방법으로 '저번처럼' 몰래 새로 하고 있는 게임에 자신을 끼워서 함께 할 수 있게끔 해달라고 부탁했대.
그렇게 자신인 걸 숨기고 하다가 천천히 다시 친분을 쌓고 나와 이야기해보고 싶다는 거였어. 다른 몇몇 애들은 고민했고 몇몇은 좋다고 답했지만 가장 친구만이 이게 무슨 미친 짓이냐고 했어. 애당초 가장 친구와 시작했던 게임이니 결국 걔가 허락하지 않으면 제대로 이루어지지도 않을 작전이었지.
결국 내게 모든 걸 털어놓은 가장 친구는 되도록 걔네와 게임할 때 조심하라고 덧붙였어.
결과적으로 새로온 친구 = 그 애였던 거지.
이 사실이 말도 안 되게 충격적이었어. 나랑 그 애는 동성이야. 그런데 그럼 그 애가 직접 자신의 입으로 대준 것도 사귀던 것도 이상한 관계였냐고 몰아붙이며 다시 그 자리에서 비아냥거리고 비웃던 거였어. 전부 동일인물이었던 거지.
나는 그 충격이 가시질 않아서 이 일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생각하던 와중에 현 디스코드방에 어색한 친구와 종종 같이 하던 친구 종종친구가 함께 채팅으로 게임 약속을 잡고 있었어. 근데 종종 친구가 갑자기 그 애의 실명으로 게임하러 오는 거냐고 물었지.
기회라고 생각했어. 나는 곧장 그 애들의 전적을 검색하고 그 둘과 이전에 새로운 친구였던 그 계정이 아직도 지금까지도 게임을 하는 걸 알아냈지.
즉 종종 친구와 어색한 친구는 완벽하게 그 애가 새로운 친구와 동일 인물이었던 걸 알고 있던 거야. 그 순간까지도.
그래서 나는 그걸 증거로 몰아붙이며 가장 친구가 말해준 게 들키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했어. 곧장 벌어진 싸움에 한참이나 걔네들에게서 연락이 없었지.
마치 버티려는 것 같았어. 하지만 종종 친구는 그냥 게임을 하며 사는 겜창에 가까웠기에 그런 작전에 관심도 없었다고 토로하며 내게 먼저 용서를 구했어. 한 번쯤은 괜찮겠다 생각했고 둘이 화해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이렇게까지 사이가 안 좋고 복잡한 줄 몰랐다며.
이미 종종 친구가 토로해버렸으니 어색한 친구는 버틸 수도 없었어. 그런데도 거의 10분을 넘게 아무 연락이 없다가 마치 다른 곳에서 이야기가 끝났다는 듯이 내게 연락을 통해 용서를 구했지. 어색한 친구는 아주 침착한 상태였어.
물론 가장 친구가 어느 정도 실토한 걸 알고 있었어. 확신했지. 아마 그 애와 연락했고 머리가 좋은 그 애가 먼저 눈치챘다는 걸 말이야. 숨기려 노력해도 어차피 들킬 일이긴 했기에 나는 빠르게 인정했어. 되려 그게 지금 가장 친구의 잘못이냐고 따졌지.
어색한 친구는 다시는 그 애와 연락하지 않겠다며 용서를 구했고 나는 우선 용서했어.
나도 그 애와 지내오며 꾸준한 대화로 사람의 인상이 분명하게 바뀔 수 있음을 알았어. 어색한 친구라고 해서 그 피해자가 아니라고 확신할 수 없었으니 참았던 거야.
하지만 그 애와 연락을 했다는 의심이 있으니 아직도 나는 어색한 친구를 믿을 수 없어. 예의주시 하고 있지. 명목상으로는 친구지만 더는 게임도 약속도 잡지 않아. 언제나 어색한 친구가 있으면 모든 약속을 팽치고 어색한 친구가 없다고 하더라도 가장 믿을 만한 사람 한 명을 꼽아 집요하게 그 애가 없는 건지 확인하지.
이게 끝이야. 이젠 몇 년 전의 이야기들이지. 더는 이런 일이 없음을 나도 점점 인정하고 나도 내 삶을 살아가려 노력하고 있어.
히지만 이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지내오고 곧장 사람을 좋아하던 그때의 나를 되찾기란 쉽지 않아. 그 징검다리로 소설이 도움은 되고 있지만 2년 가량의 피폐한 생활에서 쉽게 벗어나지는 못하고 있어.
이 모든 일들의 교훈은 하나야. 제아무리 아니라는 걸 인지하고 있더라도 누군가를 특별한 존재, 어쩌면 신격화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거지.
마지막까지 봐줄 누군가가 있을지는 모르겠네. 긴 이야기고 누군가에겐 재미도 없을 이야기니까. 그저 이런 이야기라도 누군가에겐 도움이 되었거나 흥미롭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됐으면 하는 바램에 올려보았어. 그럼 여기서 이 긴 글은 끝마칠게.
행여나 질문이 있으면 가끔씩 들어와서 답하곤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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