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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4 08:31:35 ID : pTUY7dVcMpg
레더들 안녕!... 휴가 나온참에 이글을 쓰게 됐어 이 글은 관점에 따라 내가 편집증적이라던가 혹은 보기에 편하지 않은 부분이 혹시나 있을수도 있을 것 같아. 미리 주의해주었으면 하고, 그런게 아예 싫다면 뒤로 돌아가는 걸 조심스레 권할게. 이건 기본적으론 짝사랑 고민이지만 어쩌면 다른 문제들도 섞여있을거야. 고민판에 가지 않은 이유는 내가 봤을때 해결될 수 있는 부류의 것이 아니어서 여기 오게 됐어. 이젠 한탄이나 하자 하는 마음으로... 짝사랑 고민이라고 했으니까 짝사랑 상대가 있어야겠지? K라고 할게. K는 나와 열세살때부터 알고 지냈어. 그러니까 10년 내외인 셈이지. 하지만 나와 K는 그닥 친하진 않아. 중딩때는 학교 안에서 그런대로 친했지만 고딩때는 같이 논적이 한번도 없고 성인되서 단둘이 만난것도 대여섯번 정도에 불과해. 연락도 몇주나 한두달에 한번 꼴이고. 서로의 집에 놀러가거나 한적은 당연히 없어. 나도 사실 학창시절엔 K를 좋아하지 않았어. 중학교때야 차라는공통의 관심사가 있어서 적잖이 떠들었다지만 일단 이 인간은 연락 하고 떠드는 며칠 그 순간에만 카톡을 보고 그뒤로는 계속 무선침묵중이라 카톡을 아예 안더라. 지금 생각해보면 이것도 참 이상하지 정말. 그리고 논적도 없고 하니깐 호감이 없었던 것 같아 문제는 그 다음이야.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현재 다니는 교원대에 오기까지 기나긴 수험생활을 시작했는데 솔직히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어. 물론 아는 여자라곤 없는 아싸였지만 그래도 공학에 다니다가 혼자 공부하고 통학하는 생활을 하게 되니까 되게 고독했어. 그래도 여자애들이랑 팀플도 같이 하고 알게 모르게 툭툭 떠는 일도 있었는데 재수학원 오니까 그런게 다 제한되니 너무 힘들었어.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실 나도 여미새였던 건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 처음엔 눈길도 안줬지만 나중가면 성적이고 뭐고 독학재수학원에서 남자줄 여자줄 사이로 물건 오가고 연애하는 애들이 넘 부럽더라. 점심시간때 걔네들 바라보면서 부럽단 생각 엄청 했던 기억이 난다. 나는 나도 곧 대학에 가면 새내기때 저런 생활을 할 수 있을거라 스스로를 세뇌하며 공부를 했는데... 했는데... 당장은 자세히 서술하지 않겠지만 9평을 기점으로 상승세이던 점수가 고꾸라지고 수능때 현역 대비 전과목 하락이란 말도 안되는 점수를 찍고 재수를 끝내게 됐어. 당연히 내 찬란한 새내기의 희망은 바사삭 무너지고, 하지만 꼴에 또 자존심은 있어서 눈물의 절규로 부모님을 설득해 삼수를 하게 돼. 후회는 없지만 정말 미친짓이었지... 재수가 망한 이후에 나는 심각한 절망과 불안에 빠져 있었는데 그와중에 연락 온 몇 안되는 친구가 K였어. K도 재수를 했는데 걔는 서울에 이름이 알려진 대학인 W대학에 붙었고, 학교에 입학한지 얼마 되지 않아 대학병원에서 수술을 받아야 되서 휴학계를 냈어. 그때 고향에 머물렀으니까 달에 한두번씩 연락하고 처음으로 K와 단둘이 놀거나 어딜 가거나 했어. 문제는 그때 나는 적잖이 외로웠고 연락할 여자애가 있다는 사실이 되게 크게 다가왔던 것 같기도 해. 어느날 밥 먹으러 가다가 비가 와서 건물에서 비를 피하고 있었어. 그때 처음으로 건물 전등 불빛에 K를 보는데 얘가 이렇게 피부가 뽀얐었었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공대생들이 흔히 끼는 반무테 안경을 쓴 K가 처음으로 예뻐 보이더라. 화장이라곤 항상 그랬던 것처럼 눈썹 정리는 차차하고 로션도 안바르는 그 상태, 그 얼굴 그대로였는데. 그 와중애도 K는 연락을 당연히 끔찍하게도 안했지만 전과 달리 카톡을 보내면 5분 내에 읽고 뭐라뭐라 답장이 오더라. 반절 이상은 단답애 가까운 수준이었지만 말야. 하지만 이미 수험생활에 지친(...) , 그리고 K에 연심을 꽤나 품은 상태였던 나는 그 사실 만으로도 만족했어. 어쨌든, 그동안 K는 이런저런 얘기들을 했는데 그리하여 친구가 실은 너 포함 네다섯 정도밖에 없다, (나중에 서술하겠지만) 자기는 모솔이다, 여자한테 두번 재수학원 다닐때 남자한테 다섯번 고백받은 적 있다 같은 정보를 듣게 됐어. 이 인간이 심지어 수학여행 수련회 MT 같은 단체활동을 가지 않았단 사실도 알게 됐지. 나같은 씹덕 호소인이랑 비교도 안되는 안 본 애니가 거의 없는 극씹덕에 트위터 헤비 이용자란 것도. 병원 갔다와서 마저 쓸게. 질문은 언제나 환영:)
2024/05/04 18:16:10 ID : uoFcmlbg6kn
그래서 그래서
2024/05/04 22:05:36 ID : pTUY7dVcMpg
벌써 다 읽었구나. 병원 다녀와서 지쳐 잠들었다. 깨고 밥도 먹었으니 마저 쓸게. 그렇게 삼수를 하면서 띄엄띄엄 만났어. 나는 여자랑 단둘이 뭔가를 해본게 처음이어서 그 순간들이 거진 좋았어. 재수는 필수라지만 삼수는 하는 사람이 적어 여러모로 쓸쓸했는데 누군가 나의 안부를 계속 묻고 궁금해한다는게 참 위안이 되는 일이었던 것 같아. 8월이었던가 어느날은 개인적으로 슬픈 일을 겪었다고 새벽에 울먹이면서 전화가 왔어. 들으면서 위로해주다가도 매사에 쿨하고 감정 따윈 그닥 없을거 같은 이런 극T 애가 이런 반응도 보여? 귀엽네... 하는 생각도 하곤 했어. 태엽를 좀 빨리 감자면, 본격적으로 내 짝사랑 망상회로가 돌아간건 12월부터야. 수능을 치고 당연히(?) 기대보단 많이 못쳤지만 그런대로 최악은 면하고 탱자탱자 놀고 있었는데 처음으로 걔와 전화을 하게 됐어. 심심하다고 전화가 걸려오길래 두시간쯤 통화를 하고 1,2주에 한번씩 이따금 통화를 하곤 했어. 난 사실 수능도 끝났겠다 더 만나서 놀고 싶었는데 얘가 귀찮다고 자꾸 귀찮아 ㅎ 쳐보내면서 거절해대서 두세번 밖에 못놀아서 슬슬 얘가 나 질린건가? 하는 의심병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몇시간씩 전화할때마다 그런 생각이 없어져서 좋았어. 그즈음에 재수때부터 앓던 가정불화가 심해져서 신경정신과적 치료를 처음 받을때라 꽤나 불안했던 것도 같아. 지금도 그렇지만. 무튼 어느날 통화하다 K가 존나 진지한 목소리로 자기도 이제 연애해보고 싶다고 말했어. 친구들 다 남친있는데 나만 없어서 못낀다는 등의 말을 하면서 말이지. 내가 아는 K는 연애 얘기가 어쩌다 나올때마다 연애? 생각 없는데? 맨날 이런 스탠스였기에 나는 그 말을 들으면서 꽤 놀랐어. 이런 소시오패스도 연애를 하고 싶단 욕구를 느끼는구나 -> 역시 20대는 20대인가 -> ("남친은 한달에 한 세번만 만나면 적정할 듯" 이란 말을 듣고 난 뒤) ... 남친 개불쌍하다. 얘도 진짜 사회성 어떻게 된 거 아냐? 따위의 상상을 하며 들었지. 물론, 앞전에 서술했다시피 나는 인정하기 싫었지만, 이미 알게 모르게 K에게 마음을 주고 얼마간은 또 연모하고 있었기에 어? 혹시 나도 솔탈 가능? 생각하며 열심히 망상회로를 굴리기 시작했어. 변명하자면, 내 딴에는 K가 종종 말했던 것처럼 "내가 아는 유일한 남자애" 였기 때문에 아무래도 K랑 교제하기 더 나은 위치에 있지 않나 큼큼 이정도 생각이 근거였어. 그쯤 K와 수번 만났는데 첫번째 만났을땐 나랑 노는게 끝나갈 무렵 자기 친구들 있는데로 데려다 달라고 하더라. 그리고 돌아와서 자고 있는데 지 친구들이 너네 사귀냐고. 나랑 안면이 있던 지 베프가 너네 사귀면 진짜 천만원 줄게 이런 소리를 했다고 너무 재밌지 않냐고 카톡이 온거야. 근데 금방 다른 화제로 넘어가서 별로 의미두고 한말은 아니구나 했었지. 두번째는 집 근처 걔랑 같이 산책하는데 걔가 밖에 있다와서 춥다고 나한테 팔짱을 막 끼는거야. 그리고 니 손 따뜻하다고 손깍지도 끼고.. 근데 나는 이성이 내 팔에 팔짱끼는게 처음이라 너무 어색한거야. 그래서 팔짱 끼다 말다 끼다 말다 하고 걸었지. 솔직히 그때 내 딴에 설렜고(...) 🐕 좋았어
2024/05/04 22:29:39 ID : pTUY7dVcMpg
당시에 나는 나름 연락주기를 줄여보려고 시도했는데, K의 세계관을 도저히 따라갈 수 가 없었어.. 내가 아는 K의 관심사는 애니 아이돌 차 트위터 이정도인데 나도 넷 다 하지만 찍먹 수준인데 이 인간은 '진짜' 인거임. 예컨대, 말을 이어보려고 애니 얘기하면 흥분해서 말 주르르.쏟아내는데 갑절은 내가 모르는 내용이라 뭘 어케 맞장구를 치고 할수가 없는거야. 다른 주제도 매한가지. 거기다 지 이상형은 취미 잘맞고 성격 좋은것도 좋지만 자기 보기에 잘생긴 사람, 피지컬 좋고 외향적이라 자기를 집 밖으로 이끌어줄 사람 이란 얘기를 해댄대가 연락도 그리 잘되지도 않고 얼굴 대면해서 보는건 더더욱 없으니까. 이미 올해 연초쯤엔 이 인간의 마음을 얻는게 가능한건지 하는 심한 회의감이 들었어. 그냥 상대는 딱 이정도까지인 관계이구나. 나라는 존재는 걔의 관계망 속에서 발버둥 쳐봐야 겨우 이 위치구나 싶더라 나도 모솔이라지만 그런 관계에서 고백은 성공하기 힘들다는 것 정도도 알고... 고백은 대개 확인용이니깐. 내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고백받았을때 나한테 고백했던 그 여자애는 엄청나게 전화해대고 막 만나고 싶어 했거든 나는 몸이 나쁜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근육질도 아니고, 얼굴도 잘쳐줘야 잘못 옆그레이된 손석구(배우님 죄송합니다)거든. 자존감이 원체 낮은데, 그리고 여러번의 수험으로 더 낮아졌는데 그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좀 많이 힘들었어. 내가 조금만 더 잘생겼더라면. 조금만 더 몸이 좋았더라면 하다못해 조금만 더 공부를.잘해서 K가 다니는 학교 근처에 갈수 있었더라면 연을 트기가 더 쉬웠을텐데 하는 아쉬움과 그렇지 못하다는 절망감이 적잖게 몰려왔었어. 지금도 아직 거기서 완전히 벗어나진 못했지만 말야. 그러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군대에 가게 됐는데...
2024/05/05 09:47:28 ID : pTUY7dVcMpg
(보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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