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ldzQpXAjii9 2018/08/28 22:39:32 ID : oNxXzdPg1u6 62
이젠 말 할 수 있을거 같다. 조용하고 그냥저냥 사는 작은 시골에 살던 어린 시절, 친할머니도 아니면서 친할머니 이상으로 키워주시던 퇴역무당? 울 할매 이야기들. 소소하게 풀어볼게 지나가는 바람처럼 들어줘
102 ◆ldzQpXAjii9 2018/08/30 23:45:20 ID : oNxXzdPg1u6 0
8. 할매랑 밖에 나가면 가끔 할매가 돌발 행동을 벌일 때가 있어. 예를들면 지나가는 사람 아무나 잡고 우환 생길 일 말해주기. 할매도 신경쓰고싶진 않은데 정말 심하다 싶은 일들은 사람 돕는 셈 치며 말해준다고했어. 하루는 새 이불을 사러 나왔는데 할머니가 갑자기 멈춰서더니 '에휴'한숨을 쉬고는 약국 옆에 앉아서 담배피시는 아저씨를 보더니 다시 돌아가시더라고. 그길로 마트에 들려서 소주 한 병이랑 오징어다리 한 팩을 사시더니 아저씨한테 다가가서 종이컵을 내밀고는 "한 잔 따라 봐" 이러면서 자연스럽게 옆에 걸터앉으셨지. 아저씨는 놀라하면서도 별로 대수롭지 않단 듯이 소주를 까서 할머니한테 한 잔 드리고 자기도 벌컥벌컥 마셨어.
103 ◆ldzQpXAjii9 2018/08/30 23:49:16 ID : oNxXzdPg1u6 0
그와중에 나만 멀뚱하게 서 있으니까(술을 못 마시니까) 할매가 나한테 오징어 다리 하나 쥐어주고 1000원을 주더니 "레주도 먹을과자랑 음료수 사와" 이러고 마트로 보내셨지 나는 왠 횡재냐 싶어서 곧장 가서 과자 한 봉지랑 음료수 하나를 사왔어. 다시 돌아가 보니까 할매가 아저씨한테 뭐라고 하시는데 아저씨 표정이 어둡더라고. 그냥 술 마시고 담배 피고. 오징어다리엔 손도 안 대고 있었어. 그건 고스란히 나랑 할머니가 나눠먹었지..
104 ◆ldzQpXAjii9 2018/08/30 23:55:36 ID : oNxXzdPg1u6 0
과자 뜯어서 오물오물 먹으며 할매랑 대화를 엳들으니까 "되는 일이 없지?" "..." "아내도 소식이 없고 자식만 셋인디." "..." "그렇다고 벌이가 시원찮은것도 아녀." 그 말 하니까 아저씨가 꺼이꺼이 우시더라고. 정말 한스럽게. 그 때 난 어른이 그렇게 우는건 처음봐서 무서웠어. 어른은 안 우는줄 알았거든. 할머니는 혀를 차며 아저씨 등을 토닥여주셨지. "서러운거 다 털고 애들 얼굴 봐서라도 그러믄 안 되지." 그 땐 무슨 의민지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 아저씨가 자살..하려고 했는건 아닌가 모르겠어
105 이름없음 2018/08/31 00:00:08 ID : 5TQoK2FjxWq 0
와...소름..보구있어
106 ◆ldzQpXAjii9 2018/08/31 00:03:28 ID : oNxXzdPg1u6 0
할매는 그날 샀던 전병 한 뭉탱이를 아저씨한테 주면서 이제라도 성실히 살라고 하셨어. 아저씨는 고맙다고 꾸벅 인사하고 어디론가 가셨지. 돌아가는 길에 할매한테 저 아저씨는 왜 우냐고 물어보니까 할매가 말해주기를 "아내는 도망갔지 어린것은 셋이나 있지. 그나마 있던 돈은 노름으로 홀랑 날리고 공장 다니는 일은 고되기만 한데 애들 뱃속으로 들어가는 쌀은 많아지니 저럴 수밖에." 그러더니 내 손을 잡아주면서 "엄한 짓 할 준비까지 해놨는데 막상 하려니까 용기는 없고 또 진짜 속내는 그게 아닌 아저씨여. 아저씨가 살려달라고 자기는 죽고싶은게 아니라면서 소리소리 하기에 말걸어줬는데 앞으로는 저놈이 풀어갈 일이지." 나는 그냥 그렇구나 하고 따라가기만 했어. 그 아저씨.. 무탈하게 잘 넘어가셨기를 바래.
107 이름없음 2018/08/31 00:14:11 ID : 5TQoK2FjxWq 0
웅웅
108 이름없음 2018/08/31 00:14:35 ID : oE9xQoHA6rw 0
재밌다 진짜 ㅠㅠ 잘 보고 있어!
109 이름없음 2018/08/31 00:23:51 ID : 5TQoK2FjxWq 0
잘 보고이ㅛ너
110 이름없음 2018/08/31 11:16:59 ID : s2slxu04Fjv 0
잘보고이ㅛ어 스레주!!
111 이름없음 2018/08/31 13:54:55 ID : fdO060oKY62 0
스레주 너무 흥미진진하고 잼따,,,,
112 이름없음 2018/08/31 14:13:18 ID : RwnzWqnQk7c 0
다음편 궁금하당
113 이름없음 2018/08/31 17:19:53 ID : e2E4MkoK5fh 0
이거 상주할매랑 되게 비슷하다.. 그런 할매가 또 계셨구나 ㅠㅠ
114 이름없음 2018/08/31 21:15:20 ID : peZg0smHBf9 0
보고있어 ㅎㅎ
115 ◆ldzQpXAjii9 2018/08/31 23:35:08 ID : oNxXzdPg1u6 0
갈수록 늦어지는거 같네 여튼 9. 우리가 외할머니 집에서 눌러사는것 때문인지 할매가 신경쓰이기 때문인지 살아생전에는 외할머니댁에 코빼기도 들이지 않던 친척들이 드문드문 찾아오곤 했어. 우리가 외할머니도 아닌데. 그냥 와서 잘 지내냐, 레주는 잘 크냐 불편하진 않냐.. 뭐 그런 시덥잖은 이야기들 주고받았지. 그러다가 이야기는 결국 할매 이야기로 가더라고. 할매가 우리 가족을 별로 탐탁치 않아해서인지 직접 인사드리러 가기는 뭐하고 얼굴 보고 산다니까 우리한테 물어보는거지 어떤 사람인지. 그럴 때 마다 레주한테 잘해주고 우리집도 가끔 챙겨주는 츤데레 정도로 묘사했던거 같아. 친척마다 반응하는 정도는 달랐지만 누구는 뭔가 범상치 않으니까 잘 대해드리라고 하고 누구는 그런 할머니 말 뭐하러 듣냐며 상경하라고 답답해하는 친척도 있었어.
116 이름없음 2018/08/31 23:42:34 ID : 5TQoK2FjxWq 0
보구이쏘
117 ◆ldzQpXAjii9 2018/08/31 23:42:49 ID : oNxXzdPg1u6 0
하루는 외삼촌이 외숙모랑 같이 오셨는데 그 두 분은 할매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쪽이었지. 그래도 많이 신세진다고 하니까 대놓고 까지는 않는데 '그래도.. 그래도..'하면서 꼬리잡는 느낌? 나는 부모님이랑 삼촌네 이야기 하는거 옆에서 듣다가 재미없어서 슬그머니 나와서 할매집으로 빠졌어. 할매는 또 친척왔냐면서 '지 엄마 살았을 때 이렇게 오면 오죽 좋아. 자식 키워봐야 죽어서만 못하니..' 이러면서 나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가셨지. 할매가 나를 위해 깎아둔 나무인형들 가지고 놀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저녁 쯤 되니까 엄마가 부르시더라고 그 소리에 재빨리 마당으로 나갔는데 할매가 뭔가 맘에 안드는 양 문 앞에서 왔다리 갔다리 하시는거야. 어딜 보나 했더니 우리집 쪽을 보면서 '거 참, 거 참'이러면서 혀를 차고 계셨어
118 ◆ldzQpXAjii9 2018/08/31 23:48:01 ID : oNxXzdPg1u6 0
할매가 그러니까 이상해서 '할매 뭐 봐요?' 하고 우리집 쪽을 보는데 때마침 삼촌네가 나오더라고. '어 인사해야겠다'하는 마음에 "할매 저 갈게요" 하고 뛰어가는데 갑자기 할매가 내 손을 잡더니 "같이 가자 레주야"라면서 번쩍 안으시더라. 나는 데롱데롱 매달려서 집에 도착했어. 평소엔 친척들 와도 코빼기 비치지 않던 할머니였고 친척들도 굳이 찾진 않았는데 갑자기 나는 데리고 떡하니 등장하니까 당황하시더라. 삼촌이 먼저 쭈뼛쭈뼛하게 있다가 인사하니까 할머니가 삼촌 타고 온 차 보닛을 손으로 탕 치시더니 "레주 어멈아, 멀리서 온 친척 몇시간만에 내보내는거 아니다. 하루쯤 머물 순 있지?" 이러면서 엄마쪽을 보시는거야. 엄마는 얼떨결에 '네? 네'하고 대답해버렸고
119 이름없음 2018/08/31 23:50:03 ID : 8lDxPba4IHB 0
동접 !!듣고이썽
120 이름없음 2018/08/31 23:51:31 ID : pXAnWmLamk1 0
오오오
121 ◆ldzQpXAjii9 2018/08/31 23:55:57 ID : oNxXzdPg1u6 0
삼촌은 그 순간 갑자기 욱해서 "저희 한가한 사람 아닙니다 빨리 올라가봐야 해요"라며 항의했지 하지만 할머니는 꽤나 확고하셨어. "누군 이뻐서 이러는줄 알어? 차 위에다 여자 올려놓고 운전하면 퍽이나 안전하겄다. 갈라면 가 난 말리진 않어" 이러면서 나를 내려놓고 획 돌아서셨지. 할매는 진짜 화난 것 같았어. 나는 가만히 있을까 할매를 쫓아갈까 하다가 눈치껏 집에 남아있었어. 외숙모는 외할머니 상치룰 때도 그렇고 조심해서 나쁠거 없다면서 말리려고 했는데 삼촌은 자존심이 상하셨는지 걍 갈거라고 어거지를 쓰더군. 그런거 다 미신이라면서. 결국 외숙모랑 대판 싸우고 외숙모는 하루 머물다 내일 올라가기로 하고 삼촌은 곧장 차를 타고 귀가했어. 그 결과 3중 추돌사고가 나서 몇 달을 병원신세 지셨다지
122 이름없음 2018/09/01 00:00:20 ID : 5TQoK2FjxWq 0
와 대박..ㄷㄷ
123 ◆ldzQpXAjii9 2018/09/01 00:02:31 ID : oNxXzdPg1u6 0
사고소식을 전해들은 외숙모는 그 순간 삼촌 걱정보다도 할매 생각이 먼저 났대. 그래서 곧장 할매 집으로 뛰어가서 할매한테 큰 절 하고 무슨 일이었는지 상세히좀 알려달라고 했지. 할매는 소식을 듣곤 '그럴줄 알았지. 괜한 고집이 사람 망치는지도 모르고'라며 혀를 차더니 말해 주셨어. 할머니가 삼촌 차를 봤는데 차 위에 어떤 여자가 달려있더래. 근데 여자가 가만히 앉아있는게 아니라 차 위에 엎어져있는데 팔다리가 비정상적으로 길어서 그 길이가 차 아래까지 닿았다지 그상태로 차를 꽈악 잡고 있던거야. 척 봐도 좋은 일이 생길것 처럼 보이진 않았을 수밖에. 근데 도와주자니 괘씸하기도 하고 할매도 자존심같은게 있잖아.. 갑자기 그렇게 사이 안좋던 애들한테 가서 귀신 떼주겠다고 하기가 그렇게 망설여지셨대. 보니까 사람 죽게 만들정도로 셀 것 같진 않고 목숨줄은 붙어있을거 같으니 제아무리 사람을 중요시하던 할매였지만 걍 모른척 하고 지나갈까..했지만 아무래도 걸려서 하루 우리집에서 재워놓고 새벽이나 밤에 몰래 찾아가볼까 했었대. 떨어졌으면 좋은거고 아니면 밤을 틈타 몰래 쫓아줄 생각이었겠지. 그런데 우리 삼촌이 그걸 못참고 떠나버렸으니.. 할매 속이 터질 수밖에
124 ◆ldzQpXAjii9 2018/09/01 00:05:05 ID : oNxXzdPg1u6 0
삼촌은 아직까지도 할매 말 안믿고 있어. 그거 그냥 우연이고 할매가 뭔 수작부렸을거라고. 하지만 외숙모는 그 날 부터 할매 말을 맹신하고 있어서 두 분 사이에선 할매 이야기 안꺼내는게 불문율이야. 이야기 꺼내면 거의 100% 싸움일어나니까. 다른 친척분들도 비슷비슷한데 대체적으로 그 사건 이후 할매를 좋아하진 않지만 할매 말은 지켜서 나쁠게 없다 쪽으로 기울었을거야ㅋㅋ
125 ◆ldzQpXAjii9 2018/09/01 00:09:30 ID : oNxXzdPg1u6 0
저 사건 이후 둘째 이모가 슬그머니 할매집 찾아와선 자기네들 사업하는거 잘 될 거 같은지 자문을 여쭤본다고 했는데 대차게 까였어ㅋㅋㅋㅋ 할매 말하길 어머니 죽음으로 엮인 악연인데 뭐가 좋다고 뻔뻔하게 들이미냐고, 어머니 돌아가신걸 핑계삼아 돈 벌 궁리나 하고 있는거냐며 쫓아내셨지. 자기는 지금 그런 일은 삼지 않고 있거니와 니들한테 직접적으로 다칠 일 아니면 입도 뻥긋 안 할거라고 엄포를 늘어놓으셨지. 솔직히 쌤통이야ㅎ 할매가 그런식으로 쓰이는건 나도 싫으니까
126 이름없음 2018/09/01 00:22:09 ID : oNxXzdPg1u6 0
10. 이건 경험이라기보단 들은 이야기. 여름에 아주 장대비가 오는 날이었어. 비오는 날이었지만 할매 집엔 꼭꼭 들렸지. 왜냐하면 그 땐 할매가 전을 부치시거든.. 그것도 아주 맛있게. 파전도 부치시고 김치전도 부치시는데 그 날은 부추전 부치시더라. 마루에 앉아서 할매랑 나랑 사이좋게 노나먹는데 할매가 비오는 날엔 마셔야 한다면서 막걸리 한 통을 들고 나오셨어. 그리곤 국그릇같은데 가득 담으시고 시원하게 마시시는데 그게 궁금해서 나도 쫌만 달라고 했지. 할매는 웃으면서 딱 한 모금만 마시라고 했고 나는 9살 때 처음으로 막걸리를 마셔봤다.. 근데 별로 맛은 없었음. 얼굴 찡그리는 날 보고 할매가 또 웃더니 "레주야 너는 술 마시면 안된다" 라고 하셨지. 나는 딱히 마실 생각도 없었지만 왜냐고 물었고 할머니는 술마시면 정신이 온전하지 않아서 엄한게 씌이기 쉬워진다고 하셨어. 특히 나는 더 조심하라고. 그리고 절대 산에서, 물에서 술 마시지 말라고 하셨어
127 이름없음 2018/09/01 00:24:28 ID : oNxXzdPg1u6 0
산이나 물은 귀신이 많이 있는 곳인데 거기서 술마시고 진창 되면 술 좋아하는 귀신들이 들러붙어서 사고 일으킨다고 하시더라. 뭐 지금도 술은 거의 안마심. 비오는 날에는 오히려 콜라가 땡기더라. 할매한테 그럼 할매는 왜 술마시냐고 하니까 '할매는 괜찮아!'라고 호언장담하시는데 한 번도 취한걸 보지 못하셨으니 뭔가 이해가 되기도 하고..
128 이름없음 2018/09/01 00:28:46 ID : 5TQoK2FjxWq 0
보고이써
129 이름없음 2018/09/01 00:39:18 ID : oNxXzdPg1u6 0
12. 오늘의 마지막 이야기. 내가 6살인가 7살쯤 여튼 많이 어렸을 때 마을 한쪽에 흙만 쌓아둔 곳이 있어. 어디서 땅팔 일 있었던지 흙더미가 내 키보다 크게 쌓여있었는데 할매 집 안가면 애들이랑 거기서 두꺼비집 만들고 케이크 만들고 그러면서 놀았지. 하루는 거기에 모래놀이 장난감 잔뜩 들고 애들을 불렀는데 애들이 내가 낮잠잔 사이에 미리 놀고 다 돌아갔던거야. 결국 쓸쓸하게 할매 집으로 터덜터덜 가니까 할매가 안쓰러웠는지 할매랑 같이 가자고 해서 할매랑 둘이 흙무더기로 갔지. 할매는 하는것도 없이 그냥 앉아서 지켜만 보고 있었는데 뭐가 재밌다고 나 혼자 그렇게 놀았는지 모르겠어.
130 이름없음 2018/09/01 00:44:02 ID : oNxXzdPg1u6 0
한참 놀다보니까 배가 고파져서 '할머니 배고프다'라고 찌르니까 할머니가 집에서 과일좀 챙겨오겠다고 하시더라고. 할머니는 집 돌아가시고 나는 혼자 집지으면서 노는데 한창 집짓는데 열중하고 있다보니까 갑자기 내 앞에 손이 하나 들어온 것도 몰랐더라지 한참을 집짓다 슬쩍 보니까 나보다 더 어려보이는 애가 내 앞에서 나를 빤히 보면서 내 행동을 따라하고 있더라고. 그 때 이상하다고 느꼈어야 했는데 나의 망할 오지랖때문에.. 난 새로 온 친군줄 알고 대뜸 '나 삽 가져온거 빌려줄까?' 물어봤지. 그러니까 그 애가 빤히 보더니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더라. 그래서 나는 플라스틱 삽자루를 쥐여주고 이렇게 이렇게 하는거라며 시범까지 보여준 뒤 다시 내 성 쌓는 일에 열중이었어. 그 애기도 나 하는거 유심히 보더니 삽을 가지고 모래를 휘적휘적 퍼서 봉분처럼 쌓아올리는데 할매가 갑자기 "레주야!!"라며 내 이름을 크게 부르시더라고. 반사적으로 할머니를 돌아보니까 할머니가 엄한 표정으로 쟁반에 수박을 담아오고 계셨어
131 이름없음 2018/09/01 00:49:21 ID : oNxXzdPg1u6 0
나는 '할매~'하면서 반겼는데 할매는 혀를 끌끌 차면서 "아 절루 가라 절루 가" 하면서 손치래를 치시더라고. 그러고보니 내 앞에서 모래쌓던 친구는 사라진지 오래.. 친구가 갑자기 사라져서 놀랐는데도 나는 얼마 안가서 '귀신이었구나!'하고 빠른 납득을 했지. 할매가 가져온 수박을 입에 넣으면서 물어봤어 "할매 나 본거 귀신이었어?" "귀신이지. 근데 나쁜 애는 아니니까 신경쓸 필요 없다" "신기하다 나 친군줄 알았는데" "니는 그기 문제다. 뭔 처음보는 귀신이랑 대뜸 친구먹나. 여튼 오지랖은 지 할매 쏙 닮았다니까" "안좋은겨?" "니 할매 닮았단건 칭찬이다. 근데 피곤한거지." 그러면서 할머니는 내가 이러니 얘한테서 신경을 뗄 수가 없다며 기분좋게 웃으셨어
132 이름없음 2018/09/01 00:55:16 ID : dA1A0k3A5f8 0
어린 스레주 순수하구 귀여웠구나....
133 이름없음 2018/09/01 01:28:54 ID : 5TQoK2FjxWq 0
어린스레주 순수했네
134 이름없음 2018/09/01 02:43:01 ID : Ci7htfRwsja 0
스레주 귀여워....항상 잘 보고 있어
135 이름없음 2018/09/01 03:04:04 ID : mGqZbbbdvcn 0
레주야 잘 보고 있어 :) 너무 재밌다 고마워!!
136 이름없음 2018/09/01 10:56:13 ID : SGtzfcE9yY2 0
스레주 할머니 진짜 좋은 분이셨구나
137 이름없음 2018/09/01 14:05:03 ID : qY3xu9BAlBc 0
갱쉰
138 이름없음 2018/09/01 16:55:17 ID : rdTTQre2Fg7 0
할머니건강하시지??
139 이름없음 2018/09/01 20:19:55 ID : L9g3VdRzTPa 0
ㄱㅅ
140 이번주 2018/09/01 21:36:19 ID : rdTTQre2Fg7 0
스레 할머니라는분 함 찾아 뵙고싶어진다.. 인생이 무당땜에 꼬였어...하..
141 이름없음 2018/09/01 22:09:03 ID : O8nRA5e40oK 0
오 정주행 했는데 재ㅣ밌당 신기해!!
142 ◆ldzQpXAjii9 2018/09/02 00:10:11 ID : oNxXzdPg1u6 0
주말되니까 패턴이 바뀌면서 까먹었어 ㅠ 늦게라도 조금 쓸게
143 ◆ldzQpXAjii9 2018/09/02 00:12:07 ID : oNxXzdPg1u6 0
13살 때 이후로 한 번도 다시 뵌 적이 없어.. 나이를 잘 모르겠지만 지금쯤이면 아무라 적게 잡아도 돌아가셨을거라 생각해. 마지막까지 같이 못있던게 걸리지만 할머니 당부 때문에 어쩔 수 없었어.. 나중에 쓸 기회 되면 적을게
144 ◆ldzQpXAjii9 2018/09/02 00:18:39 ID : oNxXzdPg1u6 0
13. 을 보고 생각나는 이야기. 할매가 가짜 무당 싫어하는건 뭐 위에도 써놨지만.. 정말 싫어하셨어. 그냥 할매가 무당이었고 아니고를 떠나서 사람 자체로 싫어하셨어. /사기칠게 따로있지 진짜 절실한 사람들 데려다가 뭐하냐고들. 그래도 일일히 찾아다니면서 도장깨기(..)할 순 없으니까 욕은 해도 넘어가는 편이었는데 하필이면 우리 엄마가 잘못 걸린거야.
145 ◆ldzQpXAjii9 2018/09/02 00:25:59 ID : oNxXzdPg1u6 0
동네에 고3 수험생 언니를 서울로 보낸 집이 있었어. 그 집 어른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기도하고 제발 우리 딸내미 타지가서 무탈하게 시험 잘 치고 돌아오라고 빌었대. 날이 찰수록 수능날은 다가오고 하루가 가시방석같을 때 그 집 할머니가 엄마 아빠를 데리고 용하다는 무당집에 찾아갔다지. 딸을 위해서 뭘 어떻게 해야할지 조언이라도 들으려고 말이야. 할머니한테 조언 들으면 안되냐, 할 수도 있는데 할머니는 정말 위험한 일에나 몇 번 간섭하시지 사적인 부탁들은 매몰차게 거절하셔서 물어볼 수가 없었어. 여튼, 무당집에 갔는데 사주를 보더니 악수가 끼었다는거야. 그리고 그 뿌리가 딸내미 뿐 아니라 부모님에 할머니까지 조상 대대로 죄가 되물림 되는 바람에 딸이 고생할거라고 했어.
146 ◆ldzQpXAjii9 2018/09/02 00:31:39 ID : oNxXzdPg1u6 0
그 날 부터 그 집은 초상이 났지. 무당집에서 권하는 굿, 부적같은거는 비싸서 손을 댈 엄두가 안나고 그냥 두자니 딸한테 미안해서 난리고. 식음을 전폐하고 할머니가 우셔서 그 집 부모님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대. 그걸 이제 그 집 아주머니가 우리 엄마한테 고민이라면서 말했나봐. 엄마가 자기 일처럼 걱정하시더니 한 번 자기가 그 무당이 진짠지 아닌지 알아보겠다는거야 방법이야 간단한데 자기 사주를 엉터리로 불러준 다음에 반응을 보자는거였어. 사용한 사주는 이미 돌아가신 그 집 할아버지 사주. 지금 생각해보면 먼저 돌아가신 분껜 죄송할 일이지.. 여튼 그 사주를 들고 찾아가서 아버님이 사둔 건물을 지금 시기에 팔아도 좋을지 물어본다고 했어
147 ◆ldzQpXAjii9 2018/09/02 00:36:27 ID : oNxXzdPg1u6 0
질문 결과 역시 그 집은 엉터리였고 죽은 사람 사주인걸 몰랐다는건 둘 째 쳐도 내용이며 말하는게 하나도 안맞는거야. 근데 엄마가 그 집에서 말도 안되는 말만 해대니까 갑자기 욱한 심정에 무당이 점사친 내용을 조목조목 반박했다는거야. 그리고 마지막에 나올 때 "그리고 이거 이미 돌아가신 분 사주예요. 무당이라더니 귀신이랑 산사람을 구별 못해서 무당됐나몰라~" 이런식으로 비꼬고 나오셨대. 그러니까 그 가짜 무당이 화가나서 니년이 어쩌고 어째 라며 뒤에 대고 소리소리를 지르셨고 급기야 때리기까지 했대. 자기가 찔리니까 그랬겠지 뭐. 여튼 그걸 그 집 할머니한테 말해 드렸는데 할머니가 반신반의 하시는거야. 그래도 그 집 용한 집이라고 소문났었는데.. 이러면서 거기다가 하필 그 날 엄마가 무 썰다가 손이 좀 깊게 베였는데 그걸 보고 할머니가 신령님을 욕보여서 천벌 받은거라고 확신하셨지. 그렇게 오히려 역효과만 낳았고 그 이야기는 나를 통해 할매 귀에까지 들어갔어.
148 이름없음 2018/09/02 00:39:59 ID : QsqmHDvyJQo 0
헉!! 처음으로 동접이다!!! 이야기 잘 듣고있어 스레주!! : )
149 ◆ldzQpXAjii9 2018/09/02 00:40:19 ID : oNxXzdPg1u6 0
할매가 내 이야기를 들으시더니 일단 엄마를 나무라셨지. 말이라도 말지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대놓고 사람 무시하러가는건 아니라면서 말이야. 하지만 엄마가 아무리 잘못했다 한들 얼마나 문제겠어.. 할머니는 일단 고3수험생을 둔 학부모의 심정을 욕하는 그 무당의 비열함에 화내셨고 지가 잘못한 짓을 찌른다고 엄마를 욕보인 것에 2차로 화내셨어. 그리고는 엄마한테 그 집 주소좀 찍으라고 하셨어. 도장깨기 하신다면서(..) 덩달아 나도 같이 가게 됐는데 할머니가 나한테 사람은 정직하게 살아야 한다는걸 알려주기 위해서 데려간다고 하셨대ㅋㅋ
150 ◆ldzQpXAjii9 2018/09/02 00:43:56 ID : oNxXzdPg1u6 0
얼떨결에 같이 가게 된 나는 할매가 어떤 식으로 그 집을 박살낼지 조금 기대하고 있었어. 사실 할매가 가짜 무당들 욕하는건 많이 들었어도 직접 깨는걸 보는건 흔치 않았거든. 생각같아서는 문을 발로 뻥 차고 들어가서 기물이고 뭐고 다 엎어둘 줄 알았는데 의외로 할매는 침착하게 '00 보살 만나러 왔다'라며 대기실에서 앉아 계셨지. 난 멀뚱히 할매 무릎에 앉아있다가 할매 들어갈 때 같이 들어갔어. 어디 방으로 안내됐는데 사납게 화장을 한 아주머니가 부채로 얼굴을 부치고 계시더라고. 분위기가 꽤나 음산했어. 할매는 상 하나를 두고 앞에 앉고 그 가짜 무당은 기세좋게 무슨 일이냐고 물었지. 하지만 할매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째려보고만 계셨어
151 ◆ldzQpXAjii9 2018/09/02 00:49:43 ID : oNxXzdPg1u6 0
할매가 아무말도 안하고 무섭게 째려보니까 그 무당도 당황했는지 '뭣땀시 왔어 손주? 며느리? 자식?" 이런식으로 언질을 줬지만 할매가 아무 말도 안하자 갑자기 상을 쾅 내리치며 무서운 목소리로 큰소리를 냈어. 지금 자기를 시험하려 온거냐고. 뭘 묻고싶은지 맞춰보라고 하는거냐면서 이게 얼마나 신령님께 실례되는 일인 줄 아냐고 아주 노발대발 했지. 그러자 할매가 굳게 다문 입을 열고 말하는데 말하는게 범상치가 않아. 그 가짜 무당 면전에 대고 눈 한 번 깜빡 안하고 읊어주는데 자세히 들으니까 그 무당의 과거사 이야기들이야. 과거사라기보단 좀 자서전? 같은 분위기인데 가족 내력이며 집 안의 굵직했던 일, 그리고 가짜 무당에 대한 몇가지 사생활적인 행보까지. 그 말을 랩하듯 속사포로 내뱉으시는데 그 정도 랩이라면 아마 우리나라 프리스타일 랩은 할매가 1위먹었을껄 상대방 얼굴 보고 관련 키워드만 쏙쏙 빼서 말하면 되니까. 그 랩에 감탄한건지 무당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는게 척 봐도 보이더라고. 할매 무릎에 앉아서 쪽쪽 사탕만 빨던 나는 이 상황이 그저 재밌었지ㅋㅋ
152 이름없음 2018/09/02 00:56:11 ID : bCo5fak1ham 0
헉... 스레주 할머님 너무 포스넘치고 멋있으셔...!
153 이름없음 2018/09/02 00:56:44 ID : Alu4Fcq5dSG 0
넘모 재밌자나
154 ◆ldzQpXAjii9 2018/09/02 01:00:12 ID : oNxXzdPg1u6 0
말이 다 끝나니까 분위기가 완전 반대가 됐는데 완전히 할매한테 압도됐단건 누구나 알 수 있을법 했어. 할매는 말을 다 하고 잠시 앉아 계시더니 "맘같아선 여기 신장이며 상이며 다 뒤엎고 싶지만 내가 하고싶은건 네 업보가 고스란히 돌려줄테니 가짜 신을 모시던 잡귀에 홀려 헬렐레를 하던 맘대로 혀라. 분명히 말하는데 넌 이 시간부터 살아도 산것이 아니여. 네 의미없이 남은 길다란 인생이 시체가 지 관을 이고 무덤찾아 떠나는 길이 될것이여. 이미 뱀이 네 몸을 돌돌 말아 또아리를 틀었고 뱃속에 알을 깠으니 속이 뒤집히는건 당연지사요 몸뚱이가 펄쩍펄쩍 뛰어다닐것이니 재산은 손에 담은 백사장 모래알처럼 흩어질테지. 박복한 년. 그래도 네 세치 혀로 불러온 화 네 가 고스란히 받으니 생에 못치룬 죄는 지옥가서나 빌어라. 못된 년" 그렇게 말하고 벌떡 일어나셔서 내 손을 잡고 나가셨지. 뒤에선 그 무당이 난리를 치며 제발 살려달라고 자기는 이렇게 될 줄 몰랐다면서 버선발로 뛰어나오는데 할매는 뒤도 안돌아 보고 아주 매몰차게 걸어나오셨어. 내가 뒤를 보고싶어했지만 할머니는 보지 말고 오라고 하셨지. 아주 단호하게. 소리로 짐작컨데 그 가짜는 땅에 엎어져서 오열했을거야. 아마
155 이름없음 2018/09/02 01:02:05 ID : dA1A0k3A5f8 0
역시...할크러시!!
156 ◆ldzQpXAjii9 2018/09/02 01:04:08 ID : oNxXzdPg1u6 0
그날 돌아오는 길에 할매한테 그 무당이 불쌍하다고 하니까 할매가 껄껄 웃으면서 말해주셨는데 "사실 그렇게까진 아녀. 그래도 산 사람 구실은 하고 살 수 있어" ㅋㅋㅋㅋㅋ할매가 일부러 겁줄라고 과장해서 말한거드라고ㅋㅋㅋㅋ 할매 연기 좋았냐길래 끝내줬다고 답해줬지. 그렇게 시체처럼 살지 않을테지만 적어도 죗값은 치룰거라고 했어. 특히 신적인 존재를 들먹이며 우롱한 것은 결코 작은 일이 아니라고 하셨지. 그러면서 나한테 절대 거짓말하며 살지 말라는 교훈을 훈훈하게 주셨어.. 나는 그 때 느꼈지. 딴 건 다 해도 가짜 무당은 할 일이 못된다는걸.. 그 무당집은 이후 부랴부랴 문을 닫았다고 들었어. 뭐.. 산사람 구실은 하면서 잘 사시겠지..
157 이름없음 2018/09/02 01:05:41 ID : Alu4Fcq5dSG 0
근데 오래전 일인데 할머니 대사 저 어려운걸 아주 정확히 기억하고 있네? 약간의 각색은 들어간건가 남은 인생이 시체가 지 관을 이고 무덤찾아 떠난다 / 뱀이 네 몸을 돌돌 말아 또아리를 틀고 뱃속에 알을 깠다 / 재산이 손에 담은 백사장 모래알처럼 흩어진다 위의 표현들은 묘사가 뛰어나서 정말 영험한 할머니가 하셨을 법한 말이긴 한데, 저런 표현을 어린나이의 글쓴이가 듣고 다 기억한다니 대단하네
158 ◆ldzQpXAjii9 2018/09/02 01:07:51 ID : oNxXzdPg1u6 0
14. 이건 할매가 아는 사람 이야기라고 해줬는데 가짜 무당이 신도 안받고 무당행세 하는것도 가짜무당이지만 더 질 나쁜 녀석은 진짜 신을 받았으면서 사람들 등쳐먹으려 하는 무당이랬어. 바가지 씌우기라고 하지. 안해도 되는 굿까지 끼워팔면서 어떻게든 한 푼이라도 더 모을려고 하는 그런 무당들. 할매가 말해준 이 무당이 딱 그런 무당이었대. 영험한 신이 실려서 능력은 좋은데 물욕이 너무 강했다는거야. 신은 그렇게 욕심내지 마라, 욕심을 비워라 계속 말을 해줬을거래. 그런데도 자기가 깡그리 무시하고 지 배 채우기에 급급했던거지. 결국 그 무당한테선 신이 떠났는데 하필 떠날 때가 작두 올라타 있을 때... 일부러였겠지?
159 이름없음 2018/09/02 01:09:05 ID : bCo5fak1ham 0
원래 어렸을때 일은 조금만 인상깊으면 하나하나 다 기억나지 않아? 나도 어렸을때 좀 신기하게 생각했던 말 같은건 자꾸 다시 곱씹어 보게 되서 그런지 아직도 잘 기억나더라고. 물론 어느정도 기억이 왜곡되어 있을 수는 있지만!
160 이름없음 2018/09/02 01:11:35 ID : Alu4Fcq5dSG 0
나도 너무 재밌게 읽고 있는데 좀 신기해서 ㅋㅋ 아마 글쓴이도 보통은 아니라고 생각해!
161 ◆ldzQpXAjii9 2018/09/02 01:15:41 ID : oNxXzdPg1u6 0
그 때 분위기에 맞춰 각색한게 많지. 정확히 기억나는건 시체가 관을 이고 제 무덤찾아 떠난다<이건 정확히 기억함. 뱀이 몸에 똬리를 틀었다, 펄쩍펄쩍 뛰어다닌다 돈이 빠져나간다+할머니의 욕 정도의 묘사에 분위기대로 말은 덧씌우거나 덜어내고 있어. 안그러면 말하는게 너무 유치해지거나 말이 안될거 같아서. 예전에는 할머니 사투리까지 닮았었는데 이젠 사투리가 입에서 떨어지니까 그 때 만큼 맛깔지게 쓸 수 없는게 좀 아쉽다.. 원래 작두에서 뛸 땐 신이 잡고 있어서 날에 다치지 않고 뛸 수 있다고 해. 근데 갑자기 놔버리니 발이 칼날에 찣겨나간거야. 굿판은 그대로 아작이 났고 그 무당은 다신 신을 실을 수가 없었대. 그러면 그냥 일반인처럼 살 수 있나? 그것도 아니지. 도저히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었대. 결혼한 사람은 몇 년 못가서 죽어버리고 입에 풀칠하기도 바쁘고. 신을 모시는 사람은 정말 평생을 신과 살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해야지 않그러면 살 수가 없다고 하더라고.
162 ◆ldzQpXAjii9 2018/09/02 01:18:47 ID : oNxXzdPg1u6 0
난 평범한 기억력을 가지고 있고 대사의 자세한 묘사는 MSG치듯 많이 지어내고 있단거 알아줘! 그래도 아마 커다란 맥락에 벗어나는 말은 많이 없을거야
163 이름없음 2018/09/02 01:28:21 ID : oNxXzdPg1u6 0
15. 오늘은 늦게 시작해서..마지막 이야기. 이건 내가 잘못해서 생긴 일... 내가 겪은 일 중에 가장 충격적이기론 손가락에 꼽은 이야기라 나중에 풀고 싶었는데 지금 생각나는게 이것밖에 없다 할매 집엔 할매가 기도하는 작은 방이 있어. 막 진짜 무당집처럼 으리으리하진 않지만 작고 소소하게? 무구들같은거 있고 초 켜져있고 하는 그런 방. 아침마다 거기서 기도하는걸로 할매의 하루가 시작되는데 나도 몇 번 들어가 본 적은 없어. 어느날은 할매 집에 갔는데 할매가 안계시는거야. 그래도 뭐 노는건 문제 없으니까 들어가서 놀았지. 놀거리는 집이 훨씬 많았는데 할매집이 더 편해서 일부러 장난감들을 챙겨서 할매 댁에 가곤 했어. 그날도 그렇게 노는데 문득 할매 기도하는 방에 들어가보고 싶은거야. 제대로 본 적이 없으니까. 조심히 문을 열고 들어갔지. 문은 잠겨있진 않더라고. 촛불이 은은하게 타는데 은근 분위기가 무서우면서도 스릴있었어
164 이름없음 2018/09/02 01:31:25 ID : oNxXzdPg1u6 0
거기서 뭘 할까 하면서 두리번대는데 모아놓은 무구들이 눈에 들어오는거야. 그래, 가끔 무당들이 굿하는거 보면 막 부채 들고 천 들고 펄쩍펄쩍 뛰던데 할매도 그랬겠지? 나도 해보고 싶다. 그런 생각이 들자마자 나는 무구를 뒤져서 부채랑 방울을 찾았어. 정말 단숨 호기심이었고 할매를 흉내내보고 싶어서 어서 본건 있어가지고 막 흔들면서 '나는 무당이다~ 엣헴~'이러며 할매 흉내내면서 뛰어다녔지. 그렇게 얼마나 놀았는지 모르겠지만 그 후론 기억이 없어.
165 이름없음 2018/09/02 01:34:59 ID : oNxXzdPg1u6 0
진짜 눈을 감았다 떴는데 눈 떴을 때는 거의 일주일이 지나있더라고. '뭐지'하는 마음에 눈을 끔뻑거리는데 내 옆에서 나를 살피시던 엄마가 화들짝 놀라서 괜찮냐고 물어보더니 나를 안고 펑펑 우시더라고. 그러면서 아빠한테 할매를 불러오라고 큰 소리로 말했어. 아빠도 나를 보더니 놀라하면서 뛰쳐나가시더라. 얼마 지나지 않아 할매가 한 달음에 달려왔는데 그새 살이 빠지신 것 같더라고. 나를 엄마 품에서 채가듯 안더니 얼굴을 이리저리 둘러보시고 괜찮냐, 속은 안 메스껍냐 등등 질문을 하시더라. 괜찮다고 뭔 일이냐고 하니까 할매가 "이놈아 따라할게 따로 있지 뭣하러.." 이러시며 나를 안고 에구에구 곡소리내시며 울었어. 눈을 감았다 떴을 뿐인 나는 이해 안되는 일 투성이.
166 이름없음 2018/09/02 01:39:34 ID : oNxXzdPg1u6 0
그 후 며칠을 고기반찬을 종류별로 아주 맛있게 먹고 거의 요양하다싶이 살았지. 나중에 부모님한테 물어봤더니 정말 기억 못하냐면서 나 때문에 얼마나 발칵 뒤집혀졌는지 설명해 주셨어. 그 날 할매는 옆마을에 가계셨고 늦게 돌아오셨대. 엄마는 내가 밥시간 때가 됐는데도 안오니까 나를 데리려 왔는데 분명 신발은 벗겨져 있는데 나는 안보이는거야. '애가 어딨지'하면서 안을 보는데 어디선가 딸랑딸랑 방울소리가 세차게 들리더래. 그 소리를 따라 가니까 그 기도방이 나오는데 내가 정말 신들린 사람처럼 펄쩍펄쩍 뛰면서 방울을 흔들고 있었더라지. 그 때도 소름이었지만 뭐 그럴수도 있지 하는 마음에 내 이름을 불렀는데 내가 뒤를 딱 돌아봤을 때 내 눈을 보고 '아, 내 딸이 아니구나'하는걸 알 수 있었대
167 이름없음 2018/09/02 01:44:41 ID : oNxXzdPg1u6 0
눈이 뒤집혀져서 흰 자만 보이는데 입으로는 침을 줄줄 흘리면서 끊임없이 무언가를 말하고 있더래. 뭐라 말하는지는 모르겠는데 낮으면서도 쇠 긁는 불쾌한 목소리로 끊임없이.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엉엉 울며 나를 붙들려고 하셨는데 나는 계속 뛰어다니더라지. 방울이랑 부채를 치워버려도 별 수가 없더래. 아빠까지 왔지만 어찌할 도리는 없었고 그저 나를 힘으로 잡아두는게 전부였댔어. 그러다가 할머니가 뭔가 이상한걸 눈치챘는지 예상보다 빨리 집에 돌아오셨고 바닥에 뉘여서 이상한 말을 웅얼대는 나를 보시더니 부모님한테 나가있으라고 하면서 내 가슴팍을 꽈악 누르셨대. 부모님은 쫓겨나가듯 나왔고 몇 시간을 기다린 후에야 할매가 의식을 잃은 나를 안고 울면서 나오더래. '우얄꼬, 내가 얠 지켜야하는데 이렇게 만들었누나 우얄꼬' 이러시면서.
168 이름없음 2018/09/02 01:46:13 ID : Alu4Fcq5dSG 0
ㅇㅇ 보고있어 ㅠㅠ
169 이름없음 2018/09/02 01:56:05 ID : oNxXzdPg1u6 0
무슨 큰일이냐고 하니까 간단하게 귀신들렸다고 알라고 하셨대. 엄한 무당흉내내니까 귀신이 꼬이는데 귀문이 열려있으니까 올타구나 하고 꼬인거라고. 급한대로 조치는 취했는데 앞으로 어쩔지 모른다면서 자기가 힘닿는데까지 도와주겠다고 하셨대. 일단 집에 두고 수시로 들락거리면서 차도를 보시는데 내가 자꾸 발작일으키고 이상한 말을 중얼거리고 그랬다더라고. 그러다가 제정신 든 것 처럼 행동하고 좀 풀어주면 갑자기 몸 떨면서 이상한 말 하고. 난 하나도 기억 안 나는데. 한번은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서 '엄마 나 배고프다'하길래 밥을 차려줬는데 또 아주 잘 먹더래.. 그래서 다 나았나 싶어서 할매를 불렀는데 할매가 달려와 보더니 '얘 아니다.. 레주 아녀' 이러면서 밥먹는 내 머리를 꽉 쥐고 기합? 같은걸 불어넣으니까 내가 갑자기 쓰러져서 또 정신을 못차렸다고 하더라. 그런식으로 거의 일주일을 난리쳤는데 나중에 내가 정말 정신이 돌아왔을 때는 눈빛 부터가 달랐대. 그래서 엄마가 알았다고 하시더라. 정말 괜찮아졌다는걸.
170 이름없음 2018/09/02 02:10:20 ID : tjvDvu5U0ml 0
할매 우얄꼬 할때 왜 이렇게 슬프지 ....ㅠ
171 이름없음 2018/09/02 05:32:31 ID : RxwpTWp8078 0
으어어 ㅠㅠㅠㅠ 부모님도 할머니도 일주일간 마음고생이 많으셨겠다ㅠㅠㅠㅠ
172 이름없음 2018/09/02 08:20:49 ID : xvcrbCksqrw 0
레주 이제 안오는거야?? 더해줘 ㅠㅠ
173 이름없음 2018/09/02 09:13:49 ID : nDtg5dO03Co 0
헉 위에꺼 다 읽고왔어 더 듣고 싶다 ..
174 이름없음 2018/09/02 14:46:31 ID : KZhdQtAmGk5 0
완전 흥미진진해
175 이름없음 2018/09/02 15:22:27 ID : Alu4Fcq5dSG 0
너무 재밌어 레주야 빨리와 ㅠㅠ
176 이름없음 2018/09/02 20:21:57 ID : 5TQoK2FjxWq 0
어여와
177 이름없음 2018/09/02 21:40:04 ID : Ny5e6kmk2r8 0
레주야 빨리 와줘ㅜㅜㅜ
178 ◆ldzQpXAjii9 2018/09/02 23:12:33 ID : oNxXzdPg1u6 0
많이들 기다려줘서 고마워ㅜ 위에 썰 너무 에매하게 끝낸거 같네.. 저게 전부야 더 쓰고 싶어도 내가 기억나는게 없어서 자세히 적을 수가 없어 그냥 깨어난 후론 별 문제 없이 잘 지냈거든.
179 ◆ldzQpXAjii9 2018/09/02 23:16:36 ID : oNxXzdPg1u6 0
16. 흔히 키우는 똥개 있잖아? 나랑 친했던 친구도 그 똥개를 마당에서 키웠는데 그 친구네서 키우는 개는 친구가 태어나기 전부터 있었다고 하더라고 거의 17년? 20년 가까이 살고 있다고 했어. 개 평균수명이 15년 내외인거 생각하면 많이 산거지. 친구는 그 개랑 일생을 같이 보낸거지. 그만큼 애착도 많고 가족처럼 대했어. 나도 걔네 집에 많이 갔고. 나이가 많으니까 달리진 못하고 엎드려있는데 친구가 들어올 때면 그래도 몸을 반 쯤 일으키고 꼬리 흔들면서 반겨주더라. 하지만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듯이 친구가 11살 때 그 개는 무지개다리를 건너게 돼.
180 ◆ldzQpXAjii9 2018/09/02 23:21:15 ID : oNxXzdPg1u6 0
그 때 친구는 거의 제정신이 아니었어. 학교오기 전에 아빠가 대충 상태를 보고 '오늘을 못 넘길거 같다'라고 말했나봐. 학교 오는 내내 엉엉 울면서 수업도 못듣고 있다가 엉엉 울면서 돌아갔어. 그 개랑 많이 만난 것도 아닌데 나도 괜시리 친구 우니까 슬퍼지더라. 아니나다를까, 집에 돌아갔더니 개는 이미 명을 다해 있고 가족들은 울면서 있었대. 차마 사체를 치우진 못하고 있었는데 친구는 들어가서 확인하자 마자 대성통곡을 하드라. 집을 너머너머서 울음소리가 근방을 꽉 채웠어. 나도 가방만 내려놓고 달려갔는데 친구 우는 모습, 그리고 조금이지만 그 개랑 같이 놀아주던 때의 추억이 빠르게 스쳐지나가면서 나도 눈물이 났어. 주책없이 친구네 마당에서 강아지 안고 둘이 울어댔지. 시끄럽다고 할 법도 한데 개네 집 가족중 누구도 우리를 말리진 않았어.
181 ◆ldzQpXAjii9 2018/09/02 23:26:55 ID : oNxXzdPg1u6 0
나는 강아지 않고 훌쩍대다가 모두에게 이 슬픈 비보를 알려줘야겠다는 생각에(..) 빠르게 달려나가서 엄마아빠한테 "순이(개 이름)가 죽었대요"말하곤 곧장 할매 댁으로 뛰어갔어. 할매가 저쪽에서 내가 눈물콧물로 범벅이 돼서 나타나니까 깜짝 놀라서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시더라. 그래서 나는 "할매 내 친구 00이 강아지가 죽었어 순이가 죽었어" 이러면서 엉엉 울어댔지. 할매는 내가 우는걸 보고 혀를 끌끌 차시더니 일단 냉수 마시고 진정하라면서 시원한 물 한 잔을 떠다주셨어. 그걸 마시고 좀 진정하니까 할매가 "레주야 너무 슬퍼하지 마라. 어차피 모든건 다 순리대로 오고가는것이여" 라고 하셨는데 그 때 만큼은 할매가 미워보이더라. 그래서 "그래도 순이는 안 죽었으면 했는데" 이러면서 투정부렸지. 그러니까 할매는 잠시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일어나서 "그려. 그러면 레주가 그렇게 좋아했던 강아진데 가는길이라도 배웅 해줘야지." 하면서 내 손을 잡고 같이 친구네로 향했어.
182 ◆ldzQpXAjii9 2018/09/02 23:31:36 ID : oNxXzdPg1u6 0
친구네 들어가니까 친구는 여전히 끅끅대고 있고 옆에는 가족들이 다 나와있더라. 이제 슬슬 보내줘야한다면서. 안된다고 더 쎄게 그러안는 모습을 보니까 다시 눈물이 고여서 쿨쩍쿨쩍 울어댔지. 할매는 풍경을 쭉 보더니 친구의 손을 가리키면서 "저기에, 저기 순이 있다" 라는거야. 아니 당연히 친구가 손으로 순이를 잡고 있으니까 순이가 있지.. 하는 생각에 "나도 보여요"랬는데 할매가 "아니 죽은 순이 말고 귀신된 순이 저기 있다" 라는거야. 그 순간 나도 모르게 "00(친구)아!! 순이 니 손에 있대! 귀신 순이 니 손에 있대!" 라고 흥분해서 소리쳤어 부모님이면 친구며 다 '얜 뭐지'하는 눈으로 나를 쳐다보셨지. 그러니까 할매가 혀를 끌끌 차더니 "순이가 손 핥고 있어"라고 말하셨어
183 이름없음 2018/09/02 23:33:49 ID : AqmGpWpcNAm 0
헐 동접이구나ㅠㅠㅠ근데 강아지 죽은간 진짜 맘이 너무 아프다ㅠㅠ나랑 같이 있는 고양이 두마리들도 오래오래 살아야할텐데ㅠㅠ그리거 이야기 계속 정주행 하고있었어!! 너의 추억들? 기억들?? 얘기해줘서 고마워!! 글쓰느라 고생이 많아!!
184 ◆ldzQpXAjii9 2018/09/02 23:37:01 ID : oNxXzdPg1u6 0
뭐 할매야 동네에서 꽤 유명하다보니까 딱히 반박하진 않고 믿더라. 할매가 말하기를 "원래 동물들은 미련이 없어. 죽으면 빨리 저승으로 가는데 곧장 안가고 곁에 있는걸 보니 너희랑 작별하려고 하나보다. 가족들 돌아가면서 핥아주고 문대고 하는데 우는 꼴로만 있지말 고 좀 멀끔하게 눈물자국 닦고 웃어보이소. 원래 보낼때 울면서 보내는것 보다 웃으면서 보내줘야 떠나는 것도 맘 편히 떠날 수 있다" 그 말 듣자 마자 친구 2차로 눈물 터짐.. 가족들도 다 눈물터짐. 할매가 동시에 나까지 5명을 울려버렸어. 그래도 배웅이라니까 좀 편해졌는지 죽어도 못보낸다고 울던 친구가 이제는 잘가라며 울드라. 가족들도 차마 친구처럼 대놓고 말은 못하는데 입을 뻥긋대는게 속으로나마 뭐라고 말하는것 같긴 했어. 그렇게 한참을 있다가 할매가 휙 돌아서더니 나갔지. "할매 순이는요?" 물어보니까 "인사 다 하고 갔어" 라고 답해주셨어.
185 ◆ldzQpXAjii9 2018/09/02 23:40:58 ID : oNxXzdPg1u6 0
동접 반가워!! 별거 없는 이야기지만 잘 들어줘서 고마워 ㅎㅎ 할매는 동물들이 워낙 착하다고 했어. 특히 개같은 애들은 사람한테 상처받은게 있어도 금방 미련없이 가는 동물이라고 하더라고. 근데 고양이는 개보단 나쁘대ㅋㅋ 얘넨 앙심을 품을 수도 있다고 했어. 그래도 대체로는 금방 푼다더라. 그러면서 그런 동물들을 막대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천벌받을 사람들이라고 했어. 정말 필요에 의한 살생이 아니면 최소한으로 해야 한다고. 여기서 필요없는 살생은 도축업하시는 분들이 아니야. 그분들은 먹고살기 위해서 필요한거잖아? 정말 맘에 안들어서, 괴롭히고 싶어서 괴롭히는 사람들이 나쁜 사람들인거지. 그러면서 할매가 예전에 있었던 일이라며 해주신 이야기가 있어.
186 ◆ldzQpXAjii9 2018/09/02 23:45:17 ID : oNxXzdPg1u6 0
17. 할매가 말해준 이야기. 할매가 직접 겪은건지 본건지 전해들은건지는 몰라. 어느 집에서 고양이를 키웠대. 그 고양이는 아주 사랑받으면서 살았지. 그러다가 임신을 하고 새끼고양이 6마리를 출산했는데 주변에 입양보내는걸 너무 이른시기에 보낸거야. 새끼는 젖도 떼지 못하고 하나 하나 떠나갔고 한 마리만 남기고 전부 어미 곁을 떠나보냈지. 어미는 날이 갈수록 사라지는 새끼들에 초조해하며 새끼를 떼어낸게 주인이라는 사실에 분노했대. 이후로는 주인을 극도로 경계하며 주인한테 아주 공격적으로 변했다지. 밥도 잘 안먹고 툭하면 집나가고 할퀴고 못 만지게 하고. 근데 주인도 너무한게 그 화풀이를 엄한 새끼한테 자주 했다는거야.
187 이름없음 2018/09/02 23:46:51 ID : AqmGpWpcNAm 0
와 동물은 정말 너무 착하고 사랑스러운 존재야ㅠㅠ 근데 동물들 괴롭히는 사람은 천벌받아야해 얼마전에 고양이 계속 죽인사람 잡혔잖아 우리나라 법이 제대로 벌을 줄지는 모르겠지만 그 사람은 정말 하늘이 천벌을 줬으면 좋겠다ㅠㅠ 우리 집 고양이들은 내가 자기들을 ㄱ롭힌다고 생각하는거 아니겠지...? 나는 너희들을 사랑해.. 스레주 계속 보고있어!! 동접인 스레주가 처음이라 너무 설레..ㅎㅎㅎ 천천히 기다릴게!! 글 쓰느라 수고가 많아!!
188 ◆ldzQpXAjii9 2018/09/02 23:49:11 ID : oNxXzdPg1u6 0
아직 다 크지도 않은 새끼한테 화풀이를 하니까 어미는 더 공격적으로 변하고.. 그런 악순환이 계속됐어. 그러다가 어느날은 주인이 술이 진탕이 돼서 들어오더니 어미한테 잘해보자면서 손을 내밀었나봐. 그냥 날카롭게 울고 밀쳐내는 선에서 고양이가 거부의사를 밝혔는데 술때문에 계속 만지려 드니까 결국에는 손이랑 팔을 세게 할퀴었대. 피가 제법 많이나서 팔목까지 뚝뚝 떨어지는데 피를 본 주인은 꼭지가 돌아버렸대. 어미랑 같이 있던 새끼의 목덜미를 확 낚아채더니 벽에다가 패대기를 쳤다지. 새끼는 제대로 반항조차 하지 못하고 죽어버렸어. 그걸 눈 앞에서 본 어미 고양이는 그 날 날이 새도록 울면서 새끼 옆을 지켰대.
189 ◆ldzQpXAjii9 2018/09/02 23:52:47 ID : oNxXzdPg1u6 0
시체를 묻을때까지 울어댔지. 주인 생각으로는 당장에 집을 나갈거라고 생각했는데 예상 외로 나가지 않고 집 안에 계속 머물렀다고 하더라고. 주인을 쌩까는건 기본. 하지만 의욕이 없는건지 움직이지 않고 누워만 있었어. 그렇게 마시지도 먹지도 않고 몇날 며칠을 우울하게 누워있던 고양이는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났대. 문제는 이 때 부터야. 그 이후로 주인은 밤마다 고양이 우는 소리가 들려대는 통에 잠을 잘 수가 없었대. 밖에 나와보면 꼭 고양이들이 근처에서 자기네 집을 보면서 울어대고 있었다지. 쫓아내도 찾아오고 쫓아내도 찾아오고. 그러다보니까 환청까지 들리는거야.
190 ◆ldzQpXAjii9 2018/09/02 23:55:36 ID : oNxXzdPg1u6 0
거기서 그치지 않고 그날 이후부터 목덜미랑 종아리가 너무 아프더래. 근육통인가 싶어 파스를 붙여봤는데도 도통 낫질 못하고. 점차 입맛도 잃고 노이로제에 걸린 것 처럼 앓다가 쾡해져서 돌아가셨다고 하더라고. 여기까지 이야기 들은 내가 할매한테 "고양이가 그런거예요?" 하니까 할매가 "뭐 당연한 소리를 혀. 고양이들은 입은 은혜 안 잊고 괴롭힌놈 안 잊는 동물이여" 이러시더라고. 결론은 고양이들에게 잘해주자
191 ◆ldzQpXAjii9 2018/09/02 23:56:36 ID : oNxXzdPg1u6 0
동물들도 사람 마음을 느낀다고 했어! 말로는 못전하지만 그 동물과 교감이라는게 허투른게 아니라고 하더라고. 정말 좋아하는 사람은 진심을 알아준다니까 키우는 동물들 있으면 잘 대해주자
192 ◆ldzQpXAjii9 2018/09/03 00:02:18 ID : oNxXzdPg1u6 0
18. 이건 작은 헤프닝인데ㅋㅋ 부모님은 할매 때문에 시골 내려온 후로 동생 계획을 갖지 않으셨어. 그냥 나 하나 잘 키우자.. 그러셨지. 그런데 내가 주변에 동생있는 애들만 보면 그렇게 부러운거야. 그래서 엄마아빠한테 꽤 많이 졸라댔는데 그럴 때 마다 서로 책임을 회피하시더라고. 그래서 할매한테 가서 "할매 나 동생있으면 좋겠는데 엄마아빠가 동생 안낳아준대" 라고 투정으 부렸지 할매가 내 말 듣고 깔깔깔 웃으시면서 "레주는 동생 갖고 싶나?" 나는 단숨에 당연하다고 했지. 정말 잘 대해줄 자신 있다고. 허허 웃더니 생명 하나를 낳는 일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라면서 레주가 태어난 것 만으로도 큰 의미를 가진다고 했어. 동생이 태어나면 레주가 받는 사랑 장난감 간식 다 나눠야 한다고 하셨지. 난 그래도 괜찮다고 하니까 할매가 웃으면서 "근데 낳으면 안뒤여. 낳을라면 낳을 수 있는데 레주한테도 안좋고 집안에도 안좋고 태어나는 아도 얼마 못산다. 그냥 레주 혼자서 동생 몫까지 산다고 생각하고 공부 열심히 혀" 그 땐 그냥 '할매도 내가 동생갖는걸 싫어해!'정도로 생각했던거 같은데 지금 보면 꽤 섬짓한 말이었지..
193 이름없음 2018/09/03 00:03:48 ID : dA1A0k3A5f8 0
난 키우던 강아지들이 다 안좋게 해어져가지구.... 이제 더는 못 키우겠더라고..ㅠㅠ 그래도 여전히 사람보단 동물들한테 더 잘해주게 되던걸 ㅎ 말하는 짐승보단 말못하는 짐승이 더 낫더라
194 ◆ldzQpXAjii9 2018/09/03 00:09:26 ID : oNxXzdPg1u6 0
19. 하루는 할매가 아침 일찍부터 외출을 하셨어. 마을을 쭉 도시더니 한 집에 들어가서 "00 아들 나와라" 라고 대뜸 말씀하셨지. 할매 기상시간이 꽤 이른데 그 집에선 자고 있던 아저씨가 겨우겨우 눈만 뜬 채로 무슨일이냐며 나왔어. 할매가 "너 오늘 너희 아버지 묘 다녀와야겠다" 이러셨대. 아저씨는 뭐가 뭔지 몰라 '네?'라며 눈치만 보는데 할매가 "니 아버지가 오늘 꿈에 나왔다. 너무 춥다고 하시더라. 아마 무덤이 파헤쳐진 것 같으니까 보수좀 해 드리고 이왕 가는 김에 맛난것도 드리고 혀." 라면서 나오셨대.
195 이름없음 2018/09/03 00:14:28 ID : oNxXzdPg1u6 0
다음날엔 아저씨가 일찍 외출했지 할매한테 줄 선물을 바리바리 싸들고 말이야. 들어서자마자 할매한테 크게 인사하면서 선물을 드렸어. 어제 묘 다녀왔더니 산짐승때문인지 묘가 많이 훼손돼 있었다고. 이렇게라도 효도하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그러니까 할매가 "효도는 무슨. 살아생전 잘하는게 가장 큰 효도지" 하셨대. 우리 가족을 저격한게 아니었을까 하는 합리적 의심을 해봅니다
196 이름없음 2018/09/03 00:16:21 ID : oNxXzdPg1u6 0
오늘은 이만 잘게! 내일은 할매랑 친할머니 이야기를 쓸 수 있기를 바라면서 허접한 글들 읽어줘서 고마워~
197 이름없음 2018/09/03 00:23:08 ID : Ny5e6kmk2r8 0
잘자고 내일보자~
198 이름없음 2018/09/03 01:46:06 ID : Alu4Fcq5dSG 0
넘나 재밌는것 ㅎㅅㅎ
199 이름없음 2018/09/03 13:04:32 ID : k8nSHu03u8q 0
스레주! 이 글 너무 잘 읽고 있어 할머니 얘기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다 이 글 읽는 스레더들이랑 레주 다 좋은 일만 일어났음 좋겠어 썰 풀어 줘서 고마워 또 보러 올게! <3
200 이름없음 2018/09/03 13:44:27 ID : dTSGk6ZcpPh 0
언제와 스레쥬ㅠㅠ
201 이름없음 2018/09/03 14:19:52 ID : 0smJPeJVfeZ 0
스레주이야기 너무 재밌어..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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