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x (19)
2.타닥타닥 (14)
3.마법의 물약을 혼자 만들어 보겠다! (1000)
4.너는 나의 사랑, 나의 죄악. 피어난 자리마다 새빨갛게 물든 양귀비. (15)
5.다이어트도 하고 공부도 하고 돈도 버는 스레 (11)
6.혼자서 끄적끄적 (17)
7.걍 혼잣말 일기 (9)
8.백수 19살 (2)
9.🌼 Undecimber Forest (369)
10.편지 (3)
11.페르소나 (387)
12.日日新 又日新 (29)
13.🌊섞여든 여름밤은🌊 (205)
14.낙서장 (1000)
15.이 스레에서는 스레주 대신 게임캐릭터가 운동을 합니다 (63)
16.あなたと私でランデブー?ランデブー?ほらランデブー? (1000)
17.웃긴 사람 (132)
18.파란만장 (11)
19.Love me like you do (13)
20.내이야기 (19)
2
이름없음
2019/05/19 00:03:19
ID : uoLbyINBzdV
0
엄마가 경량 패딩을 입은 모습을 보고 웃던 일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여름의 문턱에 다다른 모양입니다. 얇은 와이셔츠(저는 아직도 와이셔츠와 남방의 차이를 잘 모르겠습니다. 남방의 어원이 남쪽 지방 사람들이 입는 옷이라는 게 정말인가요?)를 입을지, 반팔 티셔츠를 입을지 고민하다가 후자로 마음을 굳혔습니다. 실내는 에어컨을 틀어둘 테니 가디건을 한 장 챙겼구요. 아침밥으로 엊그제 남겼던 스콘 반쪽을 먹었는데도 어중간하게 배가 고팠기 때문에 카페 근처 편의점에서 간식거리를 사기로 결심하고 아파트를 나섰습니다. 그리고 잠깐 멈춰섰습니다. 선크림을 발랐어야 했는데. 그렇지만 저는 칠 팔월에도 선크림 바르기를 게을리 하고, 피부가 타는 것보다 아파트 엘레베이터를 타는 게 더 싫은 사람이었으므로 그냥 갈 길을 갔습니다. 손차양을 만들어 이마에 대고 후다닥 걸어가는데 날이 제법 더워서 우울해졌어요. 해가 거리 구석구석을 빈틈없이 채우고 이따금씩 흔들리는 이파리들은 색이 잔뜩 진해져서 봄철의 그 나무들과는 생판 달라 보였던 데다가 음지와 양지의 경계가 유난히 뚜렷하게 느껴졌습니다. 여름은 늘 그래요. 글이나 영상물로 보면 사계절 중 가장 생생하고 아름다운데 실상은 자외선 때문에 따끔거리는 피부와 부자유한 겨드랑이만이 존재하고… 데오드란트를 빨리 사야 하는데, 드럭 스토어 월말 세일이 유난히 멀게 느껴집니다.
여름에 생기는 나무그늘은 좋아해요.
편의점에서 초콜릿이 든 찹쌀떡(천 팔백원이나 주고 샀는데 고작 세 개가 들어 있었습니다. 먹지 마세요.)을 산 다음에 들어간 카페는 기대했던 것만큼 쌀쌀해서 기분좋게 가디건을 걸쳤습니다. 저는 더운 날 추운 실내에서 옷을 여러겹 입는 걸 즐깁니다. 저 세 가지 요소 중 단 하나도 빠져서는 안됩니다. 기억해주세요. …사실 기억 안 해도 별 상관은 없습니다.
제일 좋아하는 음료수를 시킨 다음에 밀린 책을 읽었습니다. 읽었다기보다는 봤다는 표현이 더 정확합니다. 올해 들어 집중력이 떨어졌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오늘따라 정도가 심했습니다. 끝까지 다 읽기는 했지만 머리에 남은 건 없다시피 했으니 공연히 시간만 낭비한 셈입니다. 그치만 제대로 읽었다고 해서 그게 시간낭비가 아니라는 보장은 없으니까요. 저는 독서에 회의적이고 스스로에게 관대합니다.
좋아하는 문장 몇 개를 베껴 쓰고 요약 과제가 있는 책도 간신히 읽고나니 슬슬 카페가 지겨워져서 귀가했습니다. 삼각 김밥 하나랑 컵누들, 과자 한 봉지까지 사들고 와서 혼자 잘 먹었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컵누들 따위에 돈을 쓰지 않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냥 진라면이나 먹을 걸 그랬어요.
집에서 보내는 낮 동안에는 늘 노래를 듣는 편입니다. 플레이 리스트에 있는 음악들은 하도 들어서 슬슬 질리지만 올해까지는 크게 변화가 없을 것 같아요. 웬만하면 삭제도 안 하고 새 곡을 듣지도 않는데, 오늘은 어쩌다가 몇 개를 듣게 돼서 그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네 곡을 추가했습니다.
자잘하게 일이 많았던 하루여서 쓸 말이 적지 않습니다. 적은 건 제 집중력의 총량 뿐. 고질적인 게으름과 알러지가 도져서 지금도 입 주변이 계속 따끔거려요(게으름과 알러지가 무슨 상관이냐고 물으신다면 드릴 말씀이 없네요). 알러지 검사를 언제 한 번 받아봐야겠다는 생각은 하고 있지만 일단 지금은 아닙니다. 왜냐하면 약 먹기 싫으니까……. 왜 성인용 가루약이나 물약은 보편화되지 않는 걸까요? 전세계에서 알약을 못 먹는 게 저만은 아닐 텐데요. 고등학교 때 이과를 가서 약학을 전공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결론적으로 저는 또 쓸모없이 어영부영 시간을 보냈습니다. 어제도 그랬고 오늘도 그랬으니 내일도 그렇겠지요. 아마 죽으면 나태 지옥이 저를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이제 남은 책을 마저 읽고 공부하는 시늉을 좀 해볼까 합니다. 그리고 우울하게 잠들 거예요. 내일은 단호박 샐러드를 먹을 수 있다는 사실이 한 조각 위안이 됩니다.
3
이름없음
2019/05/25 00:06:44
ID : uoLbyINBzdV
0
비 오는 날 냄새가 유난히 진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공기 중의 수분 때문이라는 걸 알고 계셨나요. 저는 이걸 초등학교 n학년 때 영재반 수업을 대비하다가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그곳에 왜 가게 된 건지도 기억이 잘 안 나요. 추측해보건대 아마 그 나이에도 결코 적지 않았을 제 지적 허영 때문일 겁니다. 이상한 과학 논술 문제집까지 사서 공부를 했었는데, 예나 지금이나 저는 이과적 학문에 젬병이었으므로… 별로 효과를 보지는 못했습니다. 왜 붙은 건지도 모르겠네요.
그 수업은 관내 전체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것인지라 익숙한 얼굴보다 낯선 얼굴들이 많았습니다. 그렇지만 프로 외향인이었던 당시의 제게는 애들 사이에 녹아드는 게 크게 어렵지 않았어요. 그중 어떤 여자애와는 정말 제 인생에 다시 없을 정도로 사이가 좋았는데, 음, 이 애가 나중에 어떤 식으로 제게 안 좋게 작용했는지에 대해 떠올리니 갑자기 기분이 처참해지네요. 화제를 돌리겠습니다. 문제는 같은 학교를 다니던 남자애들이었습니다. 삼십명이 채 안 되는 인원이었는데도 성비가 몹시 극단적이어서 조별 수업을 할 때면 남자애들이 과반일 수밖에 없었는데, 무슨 연유에서인지 꼭 같은 학교 애들끼리만 짝을 지어줬어요. 저희 학교에서는 저만이 여자애였고, 그 애들은 저를 정말 싫어했어요. 아니, 몇 명만 싫어했나? 두 명 정도랑은 그래도 같이 수다를 떨었던 것 같기도 한데… 제가 기억을 왜곡시켰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습니다. 하여튼 간에, 그중에서도 파란 안경테(얼마나 충격이었으면 십 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생김새가 기억이 납니다)를 쓴 키 작은 녀석이 극성이었어요. 참다참다 대체 나한테 왜 그러냐고 울면서 묻기도 했었습니다. 그 애가 뭐라고 대답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 때 저는 그곳뿐만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각종 인간관계가 망한 상태였기 때문에… 그 시기를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비관주의자의 길을 걷게 된 것 같네요…….
이런 이야기를 구구절절 늘어놓을 생각은 없었는데……. 늘 말을 하다보면 생각한 것보다 길어지곤 합니다. 애초에 무슨 말을 해야겠다고 결심하고서 말문을 트는 유형이 아니어서요. 대화가 갑자기 산으로 바다로 가는 건 제게는 익숙한 일입니다. 그러니 당신도 익숙해지세요. 생각이 깊지 않은 사람과 관계를 맺는다는 건 이런 일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과 같습니다. 감정을 논리로 풀어내는 능력이 굉장히 부족하다는 걸 체감하게 된 일이 오늘 하나 있었습니다만 굳이 풀지는 않겠습니다. 기록으로 남기면 잊어버리기가 어려워서요. 저는 의식적으로 무언가를 잊어버리는 방법을 제법 잘 안다고 자부합니다. 덕분에 흑역사는 이맘때가 아니면 잘 떠올리지 않을 수 있어요.
요즘은 매일이 힘드네요. 비 오는 날 향수 냄새가 멀리까지 퍼지고, 천둥과 번개의 시간 차를 가지고 거리를 가늠하는 일 따위가 제일 고민이었던 시기가 미친듯이 그립고 안타까워요. 뭔가를 좀 더 배울 수 있었을 텐데요. 그렇게 동굴 속으로만 파고들지 않고 주변에서 저를 충분히 기꺼워하던 사람들을 사랑할 수도 있었을 텐데, 대체 저는 왜 그렇게 그 모든 걸 흘려보내고 내쳤던 걸까요. 가장 슬픈 건 미래의 제가 현재의 저를 위와 같은 시선으로 바라볼지도 모른다는 확신에 가까운 생각이 든다는 사실입니다. 저는 매일 후회하고 매일 더 나은 미래를 그리면서 사는데 세상은 도통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해가 뜨겁다 못해 따가운 날씨가 계속되네요. 비가 내리면 좋겠어요. 기왕이면 제가 학교를 안 가는 날에. 습기 찬 아침 버스는 최악이니까… 저 지금 자체 휴강도 못하거든요. 한 번만 더 하면 재수강인데 비 오는 날 아침 버스를 탈 바에야 재수강을 하겠어요. 당신은 매일 출근하지만 비 좋아하잖아요. 저도 비를 좋아했는데, 당신이 비를 좋아해서 이제는 싫습니다. 저는 우울하지만 당신은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너무 많이는 말고 조금만… 내가 비집고 들어갈 틈은 남겨놓은 선에서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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