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19/12/02 02:21:25 ID : 5gi9wFg2Mi4 0
오늘도 역시 죽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새벽이지만 불도 켜놓고 의자에 앉아있어서 그런가 생각은 점점 깊어지고 몸에 흐르는 전율에 나도 모르게 깊이 더 깊이 파고든 생각을 실감한다 사실 지금의 난 그렇게 불행하지도 않다만 앞으로 다가올 미래가 너무도 무섭다 갑자기 해가 바뀌고 며칠이 지난다고 하여 내가 어른이 될 수 있을까 그 이전에 고등학생으로서 남은 한 해가 진짜 지독히도 두렵다 아직 일년 남은 학교생활이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겠지만 올지 안 올지도 모르는 불행 때문에 지금 당장의 내가 죽고싶어진다 올 한 해는 나름 잘 버텼는데, 괜찮았는데, 이 정도면 학교생활도 나름 할 만 했는데 왜 올해는 유독 빨리 지나갈까 작년은 그렇게 천천히 오래도록 나를 괴롭혔는데 인간관계에서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했던 운세 때문일까 이런 말의 운세를 보기 싫어서 그날 이후로 운세를 안 본건데 대신 봐준다던 네가 이 새벽에 이토록 원망스럽다 실제로 나는 운세가 잘 들어맞았었고 올해는 혹여나 작년의 일이 반복될까 하루도 불안하지 않은 적이 없었고 그때 들었던 노래, 그때의 분위기, 그때의 표정들만 생각해도 온 몸에 한기가 돌며 눈가가 뜨거워졌다 물론 지금도 트라우마라는거 생각보다 굉장히 깊게 남더라 그때의 나는 그 상황을 외면하고 회피했어야만 했다 자퇴 후에 대한 알량한 두려움으로 망설여 억지로 견딜 수 있는게 아니었다 견뎌내었지만 견뎌낸 것이 아니다 일년이 지난 지금까지 아직도 내 심장은 바들바들 거리는데 그게 어찌 견뎌내고 이겨낸 것인가 바닥을 뚫고 저 아래로 떨어져버린 내 자존감은 만약 입시에 실패했을 때 나를 더 깊은 구렁텅이로 떨어뜨릴 것이고 나는 올라올 수 있을지 가늠도 되지 않는 곳에서 또 고통받겠지 나는 돈을 벌어야만 한다 우리 엄마 아빠는 지금 당장 돈을 못 벌게 되어도 이상할 것이 없다 내가 죽는다고 해결되는게 없다는 것을 알지만 난 이 세상에서 더 이상 살아가고 싶지 않다 내가 지금 죽으면 해가 밝고 난 후 아니 혹은 그 전에 내 시체를 발견한 우리 가족들은 많이 충격받겠지 동생은 큰 트라우마로 남을지도 모르고 엄마 아빠는 어떻게 버티실지 상상이 안된다 나름 친구들에게 최선을 다해왔기에 내 친구들이 또 어떻게 버틸지도 모르겠다 특히 힘들어하는 친구들이 따라 죽기라도 할까 걱정인데 실제로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새아파튼데 집값이 떨어졌다며 날 안타까워 하기는 커녕 우리 가족을 흉보면 어쩌나 내가 죽으면 엄마가 제대로 돈을 벌 수나 있을까 동생은 학교에서 어떤 말을 들을까 동정을 결코 좋아하는 아이가 아닌데 걔네는 내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슬퍼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지만 적어도 잘됐다거나 뭐 그런 비슷한 생각들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최소한의 죄책감은 주어졌으면싶다 주변인들의 위로가 나에게 도움이 되었다면 참 좋았을텐데 감정을 건들이기는 하지만 썩 도움되는 위로는 없었던 것 같다 지금 당장 저 창문 밖으로 뛰어내리고 싶은데 사람들은 내 죽음에 의문을 품겠지 방금까지 행복해보였을테니 그냥 미련없이 죽기엔 내가 세상에 사랑하는 이들이 너무도 많아 어쩔 수 없이 이 허망한 세상에 미련이 남는다 그냥 내가 처음부터 없었던 것 처럼 사라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다 못 해 그냥 사고로 죽으면 사람들이 납득할만한 죽음의 이유라도 생기겠지 오늘 눈을 감았을 때 내일이 오지 않으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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