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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앵커판) 스레 찾아주는 스레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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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이 파티 되게 재미없죠. 차라리 우리끼리 몰래 나가버릴까요?" (>>158) (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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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스레주, 당장 돌아오지 못할까!? (110)
20.붕어빵 (218)
아.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든다.
그리고 어째선지 주변에 뭔가 휘적휘적 걸리는 게 많아.
머리카락?
길다. 얼마나 긴 거지? 발목은 이미 한참 넘은 것 같아. 발목에도 걸리고 있으니까.
그보다 머리카락이 베이지색?
나 검은 머리잖아. 한국인이었으니까. 환각이구나.
아니, 근데 환각이 이렇게나 생생한가?
뺨을 꼬집자. 그럼 잠에서 깰 거야.
그런데 잠에서 안 깨. 아프기만 해.
일어나자. 그리고 거울을 보자.
그리고 거울에 비치는 건 라벤더색 눈에 베이지색 머리칼, 발그레하고 말랑한 뺨의 미소녀. 나이는 대략 8살 정도인가?
어쨌던 꽤 예쁜 편이네. 그보다...
이거 이세계 트립인가?
망했다. 우리 엄빠는 어떡하지. 나 그보다 이런 류의 클리셰면 그 전 세상에선 죽은 건가?
난 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 집 가고 싶은데...
#진지하고 어두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일단 현실적인 이야기이기에 [일단 정상적임]태그를 달았습니다.
좋아, 침착하자. 침착하게 주위를 살피자.
...라고 생각하고 있던 찰나, 메이드복을 입은 한 소녀가 문을 열고 방에 들어섰다 날 보고 놀라더니 말한다.
"아, 아가씨...!"
좋아, 난 아가씨군.
귀족 집안 아가씨인가보구나.
그래 어디 한번 해 보거라. 라고 생각하던 찰나 메이드복의 소녀가 달려간다.
그러곤 사람을 불러온다?
"깨어난거냐, 레티...!"
내 이름 레티였구나. 아버지로 추정되는 누군가가 레티라고 불렀어.
"깨어나셨군요 레티시아 아가씨!"
아니 레티시아였구나. 나랑 나이대가 비슷해보이는, 시종으로 추정되는 소년이 말했다. 아무래도 내 이름은 레티시아인 것 같다. 이제 사혼의 이름조각을 모으자. 미들 네임과 라스트 네임은 뭘까?
"저기..."
뭔가 물어보자.
"혹시 얼마나 지났나요?"
어? 잠깐만 나 이상한 거 물었나? 사람들 다 굳었는데?
그러다가 아버지로 추정되는 누군가가 말한다.
"레티... 네가 잠든 지 3년이 지났었단다. ......넌 이제 8살이 되었지."
조금 떨떠름해 보인다...?
그보다 이런 류의 클리셰적인 환생이면 보통 전생특전 주지 않나? 없나?
일단 그런 건 남들 다 갔을 때 뭔가 찾아보자.
이제 뭘 해야 하려나.
"아, 저기... ......일단 지금 조금 혼란스러워서, 잠시... 자리를 피해주시겠나요?"
그렇게 말하자 남들이 나간다.
나는 재빨리 이것저것을 뒤지다가, 작은 열쇠를 하나 발견한다.
까만색의 독특한 열쇠. 그렇지만 뭔가 기묘한 기운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것을 한번 휙, 휘두르자-
-도서관이 펼쳐졌다.
조그맣고 귀여운 사서 요정들이 바삐 돌아다니고, 이곳저곳에 책이 가득한 책의 유토피아.
"이게... 전생 특전인가."
도서관의 바닥에 떨어진 종이를 펼치자, 글이 적혀있었다.
[전생 특전 안내: 금서고]
이 곳에는 당신이 원할 법한 책이 많습니다.
또한 당신이 초대한 사람만 들어올 수 있습니다.
금서고의 책장은 손상되지 않으며, 책 또한 그렇습니다.
금서고를 지키는 사서 요정들은 추가적인 선물.
당신의 친구이자 시종이 될 것입니다.
뭐야 미친. 개이득.
그럼 이제...
좋아, 책은 지식의 보고! 지식은 지혜! 지혜는 지능! 지능은 마법사의 주요 스탯!
"그럼 마법을 훈련해보실까!"
어떤 속성의 마법부터?
"불... 속성? 이 곳에서? 위험하지... 않으려나?"
라고 생각하며 안내문이 적힌 종이를 펼쳐봤더니 책장도 책도 손상되지 않는댄다.
좋아, 완벽한 환경.
어쨌던 주위에서 붉은 표지의 마법서를 하나 꺼내본다.
불속성이다.
그리고 처음 펼치자 보인 마법은... 어...
왜 생각보다 술술 잘 이해되는지는 모르겠지만 꽤 쉬워보여서 이것부터 익히기로 했다.
주문을 그럭저럭 외우고, 손을 휘적... 하면... 안되네.
뭐 지팡이 같은 게 필요한가?
일단 금서고를 나가서 마법 관련된 걸 이 세계의 주민들에게 물어보자.
누구에게 물어볼까?
1. 메이드복의, 나보다 좀 나이가 많아보이는 소녀
2. 집사복의, 시종으로 추정되는 동년배 소년
3. 평범한 정장의, 아버지로 추정되는 중년 남성.
4. 아까 전에 서술되진 않았지만 드레스를 입고 같이 있던 어머니.
5. 아까 전에 서술되진 않았지만 의사 가운 입고 있던 치유술사 청년.
나는 메이드들에게 같이 있던, 의사 가운의 남자에 대해 물어 내 몸 상태를 관리하는 주치의로서의 역할을 도맡아 하며 우리 집에서 지내던 그의 방을 찾아갔다.
"아, 어서와."
그를 찾아가기 전 메이드가 손질해서 땋아내린 내 머리카락은 꽤 정리가 잘 되어있어 학생으로서의 용모를 갖췄다고 생각한다.
역시 마법에 대해서 물어보는 게 좋을까.
아마 그렇겠지?
그럼 어떻게 물어봐야 할까?
몇 년 만에 깨어나 경황이 없는 상태이니 생각을 좀 환기하고 싶다며, 진찰하는 동안 마법에 관한 이야기를 가볍게 들려달라고 하자.
"맞다. 그러고보니 가벼운 진찰 정도지만, 필요할 것 같아서. 해도 괜찮을까?"
이건 찬스인가!
"아... 네. 그런데 깨어난 지 몇 년만이라... 제가 경황이 없어서, 주위의 이것저것에 신경쓰이는 게 많아서 생각을 좀 가볍게 돌리고 싶네요. 마법이라던지 하는 쪽의 이야기, 가볍게 몇 가지만 들려주실 수 있나요?"
그는 내 이야기를 듣고는 살짝 고개를 갸웃하다 웃더니
"응, 좋아. 그럼 어떤 걸 들려줄까? 마법에 대한 전설? 어떤 마법사의 이야기? 아니면 마법 자체에 관심이 있는 거야? 마법을 쓰고 싶은 거라면 적성 검사 같은 것도 필요할텐데..."
어떻게 할까.
"그, 그럼 적성 검사... 같은 건 지금 가능한건가요?"
"어...? 나 치유술사라서... 감정술은 전문이 아냐. 그래도... 약식이지만 괜찮아?"
조금 곤란한 듯한 표정이다.
"네!"
그러고 나서 잠시 시간이 지난 뒤...
"........."
뭐야 왜 괴물 보는 눈빛이야.
"전 속성의 마법 적성 10, 혹은 그 오버... 영향력, 통제력, 절대성, 활용성, 안정성 전부 10..."
이게 가능해?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상대도 살짝 넋을 놓은 모양이다.
"......하... ......리베르체 가 녀석들, 대체 뭔 짓을 한 거야?"
어떻게 하지.
"저기... 설명 좀 해 주실 수 있나요? 잠들어있던 동안 머리에 문제가 생겼는지 기억이 없어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요..."
"아... ......니 적성 얘기? 아니면 그 다음에 말했던 거? 적성 얘기는... 그냥 네 적성치가 전부 만점이라는 거. 따지자면 왕궁 마법사보다도 마법적성이 쩔어준다는 거고... 그 다음 건 묻지 마. 니 앞에서 해선 안 될 얘기였어. 그냥... 정신을 차린 지 얼마 안 된 리베르체 가의 첫째딸로 있어줘."
뭘 하지
"아... 네. ......그럼 마법을 쓰려면 무슨 준비과정 같은 게 필요한가요?"
"어...? 응. 주로 간단한 도구가 필요한데... 본인의 마력 파장에 잘 맞는 걸 써야 해. 보통 지팡이 같은 걸 쓰지만... 조금 독특한 것도 좋지. 휴대하기 좋은 거면 괜찮을거야. 넌 적성에 비해 마력이 많지 않은 편이니까 그런 걸 감안한 형태라면 마력 순환의 효율을 따져서... 마법 사용에 필요한 것 하나랑 그를 보조할 걸 하나씩 하는 건 어때?"
대답
"그거... 괜찮겠네요. 혹시 추천해주실 수 있나요?"
"어? 응! 그럼. 일단 난 보조용으로는 액세서리 계열을 추천하고... 그리고 직접 마법을 쓸 때 매개물로 쓸만한 거는 평범하게 지팡이도 좋아보이긴 하지만... 아가씨의 취향이 더 중요할 것 같다고 생각하는데. 뭔가, 좋아하는 게 있어?"
...그러고보니까, 나 뭘 좋아하지?
아니, 레티시아라는 인물은 뭘 좋아하지?
그래, 어쩌면 내가 받은 전생 특전인 금서고... 그것을 받은 건 이번 생의 레티시아라는 인간이 책을 좋아해서일지도 몰라.
그러니까 독서 기록장 정도로...? 그런데 그런 형태도 가능하려나?
"그, 저기. 저 궁금한 게 생겼는데. 마도구라는 건 어떤 형태로든 만들 수 있는 건가요?"
"응. 뭔가 생각나는 형태라도 있는거야?"
"일단 마법용으로 사용하는 건 제쳐두고... 노트에 마법적인 효과를 담아보고자 해서요. 독서 기록장 같은 용도로 쓸까 해서..."
"아가씨는 책을 좋아하시나보네... ......그렇다면, 으응. 장인을 불러오면 될 거야. 만들 수 있을 걸? .....그보다는 일단 마법용으로 쓸 걸... ......음, 역시 아가씨는 책도 글도 좋아하는 모양이니 필기구 형태는 어때? 말했던 독서 기록장에다가 무언가를 적는 용도로도 쓸 수 있겠고. 사용자와 가까이한 물건은 사용자의 마력에 친화적인 형태가 되어서 시간이 갈 수록 더더욱 마법능력이 좋아져. 일단 독서 기록장 관련 수주는 맡겨둘게."
어떻게 할까
"그러면 필기구 쪽으로 부탁드릴게요. 디자인 관련해서는 모르는 게 많으니, 전적으로 맡기도록 하죠. 베릴 선생님이라면 괜찮은 분을 알고 계실 것 같으니까요."
"아가씨 내 이름 알고 있었구나... 고마워. 아무튼, 해볼게."
그럼 이제 방으로 돌아가자.
이제 방에서 뭘 하지?
창 밖을 내다보았다. 눈이 온다. 또한 바깥의 풍경으로 봐 평범한 빅토리아 시대 쯤의 모습이 보인다.
주위에는 산이 많은 것 같아. 변방의 귀족인가.
...그보다 눈?
"...?"
내가 죽었을 때의 기억을 떠올려보자면, 그 때는 여름.
......시간대까지 다른 건가.
일단 이 방 안에 있던 여러가지 물건들에 적힌 이름을 보니, 내 풀 네임은 레티시아 린 리베르체.
그런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 전의, 치유술사가 했던 얘기에 따르면 나는 리베르체 가의 첫째 딸. 동생이 있을 거야.
그리고 또 나는 마법 적성이 지나치게 뛰어난 편... ......먼치킨이란 거네. 근데 그렇게 마법에 강한 탓인지 몸 상태가 좋아보이진 않아. 근육이 일단 쇠약하고...
피부도 지나치게 하얗고... 햇빛을 한 번도 보지 않은 것처럼.
그리고 또 보면... 머리가 지나치게 길어. 발목은 이미 넘어섰고... 게다가 키를 비롯한 전체적인 체격도 상당히 왜소해.
일단 뭘 해야 할까.
그래 일단 밥을 먹자!
식당을 갈까!
라고 생각한 찰나 메이드씨가 등장한다!
"아, 저기. 부탁인데 식당은 어딘지 알려줄 수 있을까?"
"식사를 하시려고요? 아... 식당은 1층에 있답니다. 근데 깨어나신 지 얼마 되지 않아,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보이시는데 가실 수 있을까요? 식사를 가져다드릴까 했는데..."
오.
개이득.
걷기 귀찮으니까 갖다주는 거 걍 먹자.
그럼 오늘의 식사 메인 메뉴는?
크림 소스를 곁들인 랍스터 요리입니다.
와! 개존맛이겠다.
그런데 어째선지 배운 적 없는 테이블 매너가 몸에 익은 듯 자연스레 나옵니다.
기품있는 아가씨처럼 자연스럽게.
...이건, 원래의 레티시아가 가진 기억일까요? 그렇지만 그렇다기엔 레티시아 본인의 지식만이 있을 뿐 레티시아가 살아오며 느낀 추억들이 단 하나도 떠오르지 않아...
"......잘 먹었어. 고마워, 에밀리아."
"맛있게 드셔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에요. 아가씨."
무슨 일이 일어난걸까.
슬슬 판단을 해보자.
지금 떠오르는 것들
기억 하나가 떠오른다...
지킬 앤 하이드를 감명깊게 본 나, 어젯밤 인격을 분리시키는 약을 만들어 먹은 뒤 오늘 아침 일어나 보니-
약은 엉터리였다. 인격은 전혀 분리되지 않았고, 대신 머리가 놀라울 정도로 맑아졌다. 입에선 민트맛이 났다. 실망감에 메일함이나 확인해보는데 이상한 메일이 와 있었다.
대충 이세계 라이프와 관련된 내용이었는데 그때는 라노벨에 심취한 어느 오덕이 잘못 보낸 줄 알았다
메일을 무시하고 잠을 자려고 일어서니 갑자기 시야가 어두워 지면서 ...그뒤로는 기억이 나지않는다.
"......"
전생의 나, 그러니까 한시연이라는 인물은 그런 인물이었다.
갑자기 삘이 왔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홀린 듯 주방에 향해 예전에 감명깊게 읽었던 지킬 앤 하이드의 인격 분리제를 따라 만들었던 인간이었다.
그 약의 재료 중에 푸른색은 커녕 한색의 재료도 없었는데 약의 색이 기묘하게도 맑은 푸른색을 띤 것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고 마실만큼 이상한 인간이었다.
그리고 그 다음날 머리가 놀랍게도 맑게, 모든 것이 씻겨내려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실망하다가도, 오랜만에 꽉 찬 메일함을 정리하려다가 광고 메일들 사이에 섞인 이상한 메일을 발견하고 자연스레 그걸 스팸이라고 인식하지 않은 채 읽어본 인간이었다.
그리고 그 메일의 이세계 라이프라는 내용을 유심히 보다가도 그냥 방학을 기념해 다시 처 자야지, 하고 일어났다 혼절한 인간이었다.
아마 그 약이 원흉일지도.
일단 아무튼간에, 나는 아직 8살이다.
8살. 어린 나이.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아이가 가진 지식을 읽을 수 있어 읽어보았더니 이 세계의 성인기준은 15살이 되는 생일.
왠지 그때까지 꼭 살아남아야 할 것 같은 기분이다.
그러므로 앞으로 1년간의 행동방침을 정해볼까.
그리고 슬슬 피곤해졌으니 자고, 내일 아침 할 행동을 정해볼까.
1년간의 행동방침
내일 아침의 행동
금서고를 통해 지식을 보충하면서 이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물정을 파악하고, 꾸준히 마법 연습을 하자.
학교를 다닐 수 있으면 다니고, 되도록 부모님 앞에서는 눈에 띄는 행동을 지양할 것.
금서고를 통한 지식보충. 이 세계에 대한 기본적인 것을 파악. 꾸준한 마법연습.
학교도 가능하다면 다니고, 부모님 앞에서는 눈에 띄지 않게.
행동방침은 대략 그렇게 정해졌다.
다음 날에는 저택을 돌아다니며 이곳저곳을 확인할까.
그럼 자자.
아침이다.
저택의 내부를 돌아다니려면 갓 깨어나서 추레해보이는 파자마 차림으론 안되니 옷을 적당히 입고 머리를 땋아달라 부탁한다.
그럼 이제 돌아다닐까.
어디부터 갈까?
1. 1층(식당, 응접실, 손님용 방 등)
2. 2층(레티의 방, ??의 방, 부모님의 방 등등...)
3. 3층(가주의 집무실이나 가정교사가 머무는 방 등등 이것저것)
3층의 복도를 거닐고 있자니, 여러 방들이 보인다.
가주의 집무실.
가정교사가 머무는 방.
주치의가 머무는 방.
시종들이 지내는 방들.
초대 가주님이 살았다고 하는, 전설의 방.
그리고 우리 가문을 지켜주는 환수가 있다는 방.
그보다 이쪽 복도 구석, 다들 청소를 안 한 걸까? 이 부분은 어째 조금 지저분하다고 해야 하나.
또 이것저것 잔뜩이다.
어디, 그럼 뭔가 신경쓰이는 게...
(적당히 위에서 언급된 것중에 고른다던가 아니면 신경쓰이는 게 없으면 다른 커맨드를 입력해주세용)
청소가 덜 된 것 같은 복도 구석에는 반지가 하나 있었다.
반짝반짝하고 예쁜 백금제 반지. 가운데에는 적당한 크기의 펜던트가 박혀있었다.
일단 챙기기로 한 뒤, 주위를 또 살펴보기로 했다.
지금 가도 괜찮을법한 곳은 주치의 역으로 머무르고 있는 치유술사 베릴 씨의 방, 그리고 가정교사라고 하던 누군가가 지내는 방, 초대 가주님의 방은 뭔가 꺼려지는 느낌이고, 환수의 방은 또 조금 궁금하지만 위험할지도. 가주인 아버지가 계실 집무실은... 특별히 용무가 있으려나? 시종들의 방들은... 글쎄.
신경쓰이는 곳이 있다면 어디? 만약 없다면 1층이나 2층으로 내려가거나 복도에 머무르자.
신경쓰이는 곳을 조사하거나 아래층으로 내려가고자 한다면, 혹은 복도에 머물러야 한다면 그 이유는?
1. 3년 동안 잠들어 있었던 이유에 대해 뭔가 아는 게 있는지 떠보기 위해서
2. 답답하니까 바람도 쐴 겸 야외 학습을 시켜줄 의향은 없는지 묻기 위해서
좋아. 그럼 가보자!
똑똑.
"......아, 들어오세요."
문을 열고 들어가니, 이 세계 기준으로 갓 성인이 된 듯한... 한 열다섯살? 쯤의 소년이 있었다. 같이 수업받는 사람인가?
"...저기."
잠깐만, 그러고보니까 같이 수업받는 사람이라기엔 저 사람 외엔 아무도 없지 않아?
"네, 말씀하세요. 뭐든지 일단 물어봐주신다면 감사할 것 같군요. 아무래도 교사라는 입장에서, 배우고 싶어하는 사람의 질문은 좋으니까요."
"...아, 아...... 음..."
뭐야 왜 교사임? 저 얼굴에?
"그... 저기. 우선 일단 선생님께 인사를 드리고자 왔어요. 레티시아 린 리베르체라고 합니다."
"네, 학생. 그거 외엔 더 용건이 없나요?"
"실례지만 나이가 어떻게 되시나요?"
"아, 보기보단 훨씬 많아요. 그보다, 그런 사소한 것 외엔 용건이 없으신건가요?"
"아뇨! 그, 그러니까... ......아무래도 잠들어있다가 깬 지 얼마 되지 않아 몸 상태가 그다지 좋지는 않지만, 그래도 답답하니 바람도 쐬고 싶고, 또한 밖을 돌아다니면 조금은 몸이 건강해질까 하여 야외 수업 같은 건 어떨까 해서... 그리고, 또 제가 3년동안 잠들어 있었는데 그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 지 아시나요?"
"흐음... 글쎄요. 3년동안...... 딱히 뭔가 일은 없었던 것 같은데. 그리고 야외 수업은 조금 몸이 안정된 뒤가 나을 것 같아요. ......그보다 사소한 질문을 하러 온 줄 알았더니 아니었네요. 간단한 질문에 빨리 대답하고 같이 차나 마시자고 제안하려 했는데-"
"......차요?"
"네. 홍차."
뭐지 이 사람. 생글생글 웃는 얼굴에 진심으로 일하기 귀찮아하는 게 드러나고 있다.
일단 차 마시자는 건 승낙할까? 아님 말까?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자 얼굴에 미소가 활짝 피더니 곧바로 물을 올리고 차를 내리기 시작한다.
완전 신나있다.
"자 그럼 마시죠! 마시면서 이것저것 이야기해요, 우리."
"네...!"
홍차는 전생부터 좋아했었지. 향 좋다-
"그래서, 이 곳에 온 소감은 어때요?"
"...네?"
"이 '세계'에 온 소감이요."
"예?"
"뭘 멍하니 있어요, 한시연씨. 대답해줄래요?"
뭐지 이새끼.
어떻게 대답하지.
"......선생님은 어떻게 저에 대해 알고 계시죠?"
"대답할 마음은 없나 했더니 그건 또 아니었나보네요? 전 알 수밖에 없는, 그리고 알아야만 하는 이유가 있어요. 무슨 이유인지는 비밀- 이지만, 저는 일단 이 가문의 최심부에 있는 사람이라는 것만 알아두세요. 그리고, 영원을 살아가는 불로의 마법사라는 것도. 지금 이 가정교사란 것도 제가 좋아서, 그들에게 부탁해 얻은 자리랍니다. 당신, 아니 레티시아의 아버지도 제가 키웠죠-. 이번엔 리베르체 가에서 뭔가 재밌는 걸 하는 모양이길래 좀 알아봤더니 끔찍한 짓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게 그런 걸 말하는 이유가?"
"당신의 여동생들이 당하게 될 일들은 더 끔찍할테니까요. 지금 당신에게는 여동생이 둘 있어요. 네살배기 아이 하나와 갓난아기 하나죠. 이름은 각각 라리에트와 루이즈. 그 아이들을 구할래요? 나는 구하는 걸 추천하진 않아요. 굉장히 위험할테니까. 그렇지만 난 당신에게 지금 이렇게 부탁하고 있어요. 나는 이 가문의 미친 짓을 막을 이유가 있고, 그걸 도와줄만한 건 당신 뿐이니까요. 뭐 굳이 도와주지 않더라도 상관은 없어요. 그렇지만 도와주지 않을 거라면... 평생 이 일을 발설하지 말아주세요."
선택의 시간인가...
"그럼... ......어쩔 수 없네요. 도와드리죠."
"그런가요? 고마워요. ......그럼, 저기. 저는 당신을 시연 양이라고 부를까요? 아니면 레티시아? 원하는 호칭이 있나요?"
"......글쎄요. 잠깐 생각 좀."
원하는 호칭이 있나요? 있다면 뭘로?
"그럼 공적인 자리에서는 레티시아로 하고 둘이서만 얘기할 때는 시연 님으로..."
"......"
"왜요."
"제가 훨씬 연상이거든요?"
"그런 걸 꼰대라고 하지 않나요?"
"아니, 물론 맞는 말이지만... 그래도 당신은 몇백살 먹은 할아버지한테 그러고 싶어요?"
"......"
"......아니에요... 됐어요... 그냥 우리 서로서로 존대 쓰죠..."
"예... ......그보다 당신은 이름이 뭐에요?"
"아, 제 이름이요? 리안이라고 불러주세요."
"예... 리안 님."
"......아니 우리 그냥 님 안 쓰면 안돼요?"
"서로 존대 쓰자매요 이 할아버지님아."
"아니 저기요 시연님...?"
상대가 매우 어이없어한다.
"그렇게 불편하다면 어쩔 수 없네요! 까짓거 쿨하게 반말을 트죠, 리안!"
찡긋.
"......"
"왜요, 싫어요?"
"아니... 응... 그냥 반말하자... 그래..."
해냈다! 상대를 포기하게 만들었어!
"아무튼 그럼 이제는 슬슬... 각자 해야 할 일을 하는 게 어떨까..."
그러고보니 나 뭐 해야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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