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20/01/22 18:44:30 ID : wtBAry3O5SI 0
10년전 나는 8살. 그 날은 4월이였어. 그 애는 내 짝꿍이였어.
2 이름없음 2020/01/22 18:45:37 ID : wtBAry3O5SI 0
정말 또렷하게 기억나는건 그 애 이름과 얼굴. 연두색 긴팔 티셔츠, 바가지 머리가 전부야.
3 이름없음 2020/01/22 18:46:31 ID : wtBAry3O5SI 0
동백꽃 필 무렵에 나오는 필구와 닮았었는데 얼굴만 더 작았고 느낌은 비슷해
4 이름없음 2020/01/22 18:47:32 ID : wtBAry3O5SI 0
그 애는 선천적으로 조금 모자란 아이였어. 나는 그 애의 짝꿍이였고. 처음에는 싫어했어. 아픈 애가 내 짝꿍이란걸. 나도 참 못됐었다..
5 이름없음 2020/01/22 18:48:53 ID : wtBAry3O5SI 0
그럼에도 불구하고 걔는 나를 보면서 항상 웃어줬고 처음에 난 싫어했지만 한 3일쯤 되고 나서부터 걔한테 똑같이 웃어줬어. 정말 착했거든. 그 애는.
6 이름없음 2020/01/22 18:50:14 ID : wtBAry3O5SI 0
남자 애들은 항상 걔를 놀렸어. 머리가 모자라서 놀린건지, 놀린 이유는 잘 알 수 없지만 걔는 자기가 놀림을 당하는걸 모르는 건지 항상 밝았어.
7 이름없음 2020/01/22 18:53:39 ID : wtBAry3O5SI 0
그 애 엄마는 항상 준비물을 넉넉하게 챙겨주셨어. 찰흙 1개가 준비물이라면 3개씩 챙겨오고 그랬어.
8 이름없음 2020/01/22 18:56:50 ID : wtBAry3O5SI 0
어느 하루, 내가 지우개를 잃어버렸던 날 그 애는 나에게 지우개를 빌려준 것도 아닌 선물이라며 줬어
9 이름없음 2020/01/22 19:20:02 ID : slwoGtvvgY7 0
나는 얼떨결에 그 지우개를 받았고 그 애는 나를 보며 헤실헤실 웃었지. 나도 그 애를 따라 웃었어. 그렇게 우리는 조금 더 가까워졌어.
10 이름없음 2020/01/22 19:20:59 ID : slwoGtvvgY7 0
남자 애들이 사귀냐고 놀렸지만 우리 둘다 신경쓰지 않았어. 그때는 사귀는게 뭔지도 제대로 모를 때였으니까. 그 애는 자주 다쳤어. 자주 넘어져 무릎이 까지고 팔꿈치가 까졌었지.
11 이름없음 2020/01/22 19:22:55 ID : slwoGtvvgY7 0
그래서 그 애 가방에는 항상 밴드가 들어 있었고 우리반 아이들이 반에서 다칠 때마다 밴드를 줬어. 몇몇 친구들은 거절 했지만 거의 모든 친구들도 천천히 그 애한테 마음을 열었던것 같아. 그러니까 밴드를 받아줬겠지.
12 이름없음 2020/01/22 21:52:55 ID : wtBAry3O5SI 0
준비물을 3개씩 챙겨오는 날엔 준비물을 챙겨오지 않은 애들한테 나눠주고 남은 1개만 자신이 가졌어.
13 이름없음 2020/01/22 21:53:16 ID : wtBAry3O5SI 0
지금 생각해보면 진짜 착했네 걔..
14 이름없음 2020/01/22 21:55:00 ID : wtBAry3O5SI 0
그 애와 나는 꽤 친해졌었어. 그래서 난 그 애의 웃음을 아직도 못 잊어..
15 이름없음 2020/01/22 21:55:45 ID : wtBAry3O5SI 0
그러던 어느날 그 애 엄마가 학교에 찾아왔어.
16 이름없음 2020/01/22 21:56:41 ID : wtBAry3O5SI 0
담임 선생님은 내게 그 애 책상속 짐을 챙겨달라고 말씀 하셨고 나는 고개를 몇번 끄덕이고는 짐을 그 애 가방에 모두 넣어주었어.
17 이름없음 2020/01/22 21:57:58 ID : wtBAry3O5SI 0
친구들도 궁금했는지 옆에 모여들어 구경하기 시작했고, 그 애 엄마는 뒤에 있는 사물함에 가서 그 애 짐을 챙겼고 그 애는 내 옆에서 자기 필통을 정리했어.
18 이름없음 2020/01/22 21:58:52 ID : wtBAry3O5SI 0
나는 그 애에게 물었어. “너 어디가?” 그랬더니 그 애가 “나 여행가!” 라고 답을 해줬어.
19 이름없음 2020/01/22 22:00:06 ID : wtBAry3O5SI 0
그때 그 애 엄마가 내게 오시더니 “니가 00이구나? 말 많이 들었어. 우리 @@ ( 그 애 이름 ) 챙겨줘서 아줌마가 너무 고마워..” 라며 내 손을 꼭 붙잡으셨어.
20 이름없음 2020/01/22 23:17:06 ID : wtBAry3O5SI 0
그 옆에서 그 애도 나에게 고맙다고 말하며 또 웃었어. 곁에서 친구들이 신기하게 쳐다보고 나도 그 애를 보며 웃었어.
21 이름없음 2020/01/22 23:18:27 ID : wtBAry3O5SI 0
그후 선생님과 그 애와 그 애 엄마는 복도로 나가 10분 정도 얘기를 나눴어. 그때는 몰랐어. 그게 그 애의 마지막이란 것을. 조금만 더 빨리 알았더라면 작별 인사 정도는 할 수 있었을 텐데. 그 다음날이 되고 또 다음날이 되도 그 애는 학교에 나오지 않았어. 친구들도 별로 신경쓰지 않는듯 했어. 며칠 후 알았어. 그 애가 더 이상 한국에 있지 않다는걸.
22 이름없음 2020/01/22 23:20:34 ID : wtBAry3O5SI 0
그때 선생님께 무슨 학습지를 내러 교무실을 갔다 들었어. @@이는 미국에서 잘 지내냐고 물어보던 옆반 선생님과 잘 지내는것 같다는, 학교도 일반 학교가 아닌 특성화 학교라 더 편하게 다니는것 같고 더이상 @@이가 집에서 혼자 울지 않는다고 말하는 담임 선생님의 얘기를.
23 이름없음 2020/01/22 23:21:50 ID : wtBAry3O5SI 0
그날 난 교무실 옆에 서서 한참을 울었어. 그 애에게 너무 미안해서. 조금만 더 친절하고 착하게 대해줄껄. 다른 애들이 놀릴때 나서서 막아줄껄. 이런 저런 생각이 막 들더라고..
24 이름없음 2020/01/22 23:23:52 ID : wtBAry3O5SI 0
계속 울자 복도를 지나가던 반 친구들이 와서 왜 우냐고 묻는데 너무 화가 나는거야. 내 옆에 있는 애들도 그 애를 대놓고 놀리는건 아니지만 뒤에서 그 애를 욕하던 애들이였거든.
25 이름없음 2020/01/22 23:24:42 ID : wtBAry3O5SI 0
그래서 그 애들을 그냥 지나쳐 반으로 들어갔어. 아마 나를 이상하게 생각했을 거야.
26 이름없음 2020/01/22 23:37:02 ID : wtBAry3O5SI 0
그날 학교가 끝나고 선생님께 가 물었어. 그 애는 지금 어디서 뭘하고 있길래 학교를 안오냐고. 나는 그 애가 미국에 간걸 이미 알고 있었지만 선생님께 한번 더 물었어. 부정하고 싶었거든.
27 이름없음 2020/01/22 23:40:48 ID : wtBAry3O5SI 0
선생님은 그제서야 그 애가 미국에 갔고 그 애가 성인이 되기 전까진 한국에 들어올 생각이 없다는 그 애 부모님의 말씀, 그 애는 항상 학교에서 놀림을 당한 후 집에서 매일 밤 혼자 울었고 심지어 학교에 가기 싫다는 말도 했다는 그런 모든 이야기를 나에게 해주셨어.
28 이름없음 2020/01/22 23:42:40 ID : wtBAry3O5SI 0
그 얘기를 들으며 나는 정말 소리를 내며 울었고 옆반 선생님이 그런 나를 달래주셨어. 담임 선생님은 @@이를 잘 챙겨준 내가 너무 기특하고 고맙다며 나를 안아주셨어.
29 이름없음 2020/01/23 01:24:58 ID : eHveHyK3SGq 0
ㅠㅠ
30 이름없음 2020/01/23 18:38:47 ID : wtBAry3O5SI 0
그후 그 애를 잊고 매일 학교를 다니디가 며칠전 생각 났는데 그 애를 보고싶어. 하고 싶은 말도 많고..
31 이름없음 2020/01/23 18:51:26 ID : wtBAry3O5SI 0
지금 어디서 뭘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매일 밤 울던 8살의 기억은 다 잊고 나에게 지어줬던 그 웃음을 잃지않고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어. 친구들이 너를 놀릴때 막아주지 못해 미안해. 그리고 개구리 지우개 선물 해줘서 고마워. 아직 내 방 책상위에 있어. 절대 안 잃어 버릴게.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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