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20/03/23 01:42:13 ID : xyMrs8rAqkr 0
이번에 일본으로 취업확정됐었는데 한국인 입국금지되니까 바로 잘라버리더라고. 허무하네...그래서 다른데 구하고있는데 집중도 안되고, 그냥 여태까지 살아온 인생을 써보고 싶어서 세워봤어.
2 이름없음 2020/03/23 01:53:04 ID : xyMrs8rAqkr 0
예전에는 화목했던 집안이라고 생각했는데 언제부터 이렇게 되었을까. 내가 5살 때, IMF가 터지고 아빠고향으로 내려오게 되었어. 아빠는 고향으로 내려가자마자 지인의 도움으로 어업관련 쪽에서 일하게 되셨는데, 어느날부터인가 집에 안들어오기 시작하셨지. 그리고 돌아오는 날에는 항상 술에 취해서 가정폭력은 물론 우리집에 있는 모든 것을 그 직장과 사장에게 나눠주려고 하니까 집에 돌아오는 날은 매번 전쟁이었어. 나중에 그 일하는 곳에 질이 안좋은 사람들이 많아서, 같이 어울려서 물들어버렸다는 엄마의 말을 들었지만 사실은 그게 본성이었다고 생각해. 아빠한테 무슨일이 있었는지 가슴에 칼이 찔린 상태로 피를 흘리며 돌아와서는, 티비도 제대로 못돌리는 딸내미라고 리모콘을 나한테 던지는바람에 머리에 피멍이 들었던건 아직도 기억하고있으니까.
3 이름없음 2020/03/23 01:59:42 ID : xyMrs8rAqkr 0
8살 때,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면서 처음으로 단독주택으로 이사가게되었어. 이제 여기가 우리집이라는 말을 들으면서 얼마나 좋았는지몰라. 그 집은 3층 주택이었는데, 1층은 안방과 주방, 2층은 오빠방과 엄마&내 방, 3층은 옥상인 구조였지. 아빠는 1층을 자기방이라고 말하면서 절대로 들어오지 말라고 화를 내셨는데, 어느날 몰래 안방을 들여다보니 벽지에 알 수없는 한자가 빼곡히 적혀있었고, 아빠는 오랜만에 머리를 묶어주겠다면서 이쪽으로 오라고하셨어. 머리를 묶어주면서 하시는 말씀이, 고향으로 내려오게되면서 자꾸 귀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고, 저건 죽어야 할 사람의 주소와 명단이라고, 이 집에 오니까 더 심해졌다는 말을 하셨어. 나는 그 당시에도 지금도 무슨 소리인지 잘 몰랐지만 그렇구나 라고 말했지. 그리고 그게 마지막으로 본 술에 취하지않은 아빠의 모습이었어.
4 이름없음 2020/03/23 02:06:43 ID : xyMrs8rAqkr 0
그 이후로 아빠는 매일 집에 돌아오셨지만, 늘 술에 취하신 모습에 어딘가에서 자꾸 피를 흘리며 돌아왔어. 그리고 우리집의 물건을 자꾸 다른 사람에게 멋대로 넘겨주면서 집안도 휑해지기 시작했지. 아빠가 할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유산을 멋대로 팔아서 그 회사 사람들에게 퍼줬다는 것이 뒤늦게 알려져서 부모님이 싸우던 어느날, 오빠랑 나는 너무 무서워서 2층에 피신해있었는데 갑자기 집안이 조용해진거야. 그래서 살금살금 아래층으로 내려가보니 아빠가 전기코드를 엄마 목에 감아서 목을 조르고있었어. 오빠랑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아빠를 밀쳐서 엄마를 구했고, 그 날이후로 아빠는 우리에게 칼을 휘두르면서 집 밖으로 꺼지지않으면 이 칼로 다 찔러버리겠다고 하면서도 집 밖으로 절대 못나간다고 망치로 유리창을 깨면서 폭력을 휘두르기 시작했지.
5 이름없음 2020/03/23 02:17:10 ID : xyMrs8rAqkr 0
아빠는 월급과 생활비 전부를 모아 술만 마시니까 생활비는 점점 떨어져가고, 오빠는 13살, 내가 10살이 되어 집에 혼자있을 수있게되니까 엄마는 생활비를 버시겠다고 하루종일 일하러 나가셨어. 그리고 악몽이 시작됐지. 오빠는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아빠가 했던 모든 행동을 모방해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어. 말을 듣지않으면 가위로 내 손가락을 자르려고하고, 허리벨트를 채찍처럼 휘들러 때리고, 주먹으로 명치를 때리고, 계단에서 밀치고. 그 중에서 제일 괴로웠던건 엄마와 아빠가 했던 행위를 따라하자고 하고, 하지않으면 칼로 찔러버리겠다고 매일 협박받은거. 난 그럴거면 아예 날 찔러버리라고 칼로 손목을 그었고, 그 이후로 그런 일은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끊이지않았어. 그리고 우리를 그동안 돌봐준다는 사촌오빠에겐 빨리 바지와 팬티를 벗으라고 또 협박받았지. 그래서 학교가 끝나는 시간이 너무 싫었어. 휴일도 너무 싫었어. 학교를 안가는 날엔 모두가 날 괴롭히니까. 그러니까 평일에는 학교가 끝나고 바로 엄마가 일하는 곳에가서 끝나기만을 기다렸고, 휴일에는 아침 9시에 친구랑 놀러간다는 핑계로 밖에 나가서 도서관에서 저녁 6시까지 있다가, 7시까지 학교 운동장에서 혼자 놀고, 엄마가 일하는 가게에 가서 밤 11시까지 기다리며 놀았어. 엄마는 너무 바쁘고 힘들어서 집에오면 쓰러지듯 잠에 드셨고, 나는 그런 엄마한테 말하지 못하고.
6 이름없음 2020/03/23 02:28:15 ID : xyMrs8rAqkr 0
엄마는 언제나 저녁반찬을 미리 해주고 가셨지만, 매일 바깥에서 돌아다니니까 먹을 시간도 없었고...하지만 밥을 먹지않으면 엄마한테 혼날 것같으니까 엄마가 오기 직전에 먼저 집으로 돌아간다고 말하고, 집에가서는 몰래 주방에 서서 밥을 먹었어. 내가 11살이 됐을 때, 엄마는 오빠가 떼를 써서 어쩔수없이 컴퓨터를 사주셨는데, 오빠는 처음엔 날 계속 괴롭히다가 점점 컴퓨터에 빠지게되면서 나같은건 전혀 신경도 안쓰게됐어. 그러니 내가 집에 들어오던, 어딜 나가던, 밥을 먹던 전혀 신경쓰지않았고. 오빠가 컴퓨터하는 것만 건들이지않으면 나한테 아예 신경쓰지않는다는걸 알게됐지만 여태까지 당한게 컸으니까 여전히 밖을 돌아다녔지. 그러던 어느날 엄마한테 몰래 밥을 먹고있는 모습을 들키고말았어. 엄마한테는 왜 그렇게 밥을 먹고있냐고 혼났지만 여전히 말하지못했고. 그 이후로 제대로 밥을 먹겠다고 말했고 엄마도 그렇게 알고있지만, 도시락통에 밥과 엄마가 해두신 반찬을 담아나가서 저녁에 운동장 벤치에 앉아 먹고있었다는건 지금도 비밀로 하고있어.
7 이름없음 2020/03/23 02:37:49 ID : xyMrs8rAqkr 0
갈수록 아빠의 폭력성은 심해져만갔어. 망치로 벽에 못을 박아서 이상한 붉은 실을 벽에 주렁주렁 달아놓았고, 니들은 부정하다면서 칼로 찌르려고하는건 물론이고, 1층으로 내려가려고하면 물건을 던져서 다리나 팔에 멍이 드는건 늘 있는 일이었고. 어느 추운 겨울날, 이대로는 정말 살해당한다고 생각해서 엄마,오빠,나, 셋이서 집을 나왔어. 하지만 급하게 나오느라 갈 곳도, 돈도 없었고, 어쩔수없이 엄마가 집에서 짐을 챙겨올 때까지 우리들을 가까운 외삼촌집에 잠깐 부탁하려고했지만 그럴수는 없다, 그건 너희 일이지 우리를 끌어들이지마라, 하지만 하루 정도는 재워주겠다고 거절당했어. 그리고 다음날 집으로 돌아가게됐지. 그 이후로 외삼촌과는 완전히 연을 끊었어. 며칠 전에 자신도 나이가 들었고 자식들도 밖에 나가있고 외로웠는지 오랜만에 저녁먹자는 연락이 왔지만 거절했고.
8 이름없음 2020/03/23 02:42:00 ID : jAi8lwmnwts 0
이스레 보고 생각해보니까 여태까지 진짜 뭐한건지 모르겠다 제대로 한게 하나도 없어
9 이름없음 2020/03/23 02:46:17 ID : xyMrs8rAqkr 0
초등학교 졸업을 앞둔 어느날, 엄마는 이혼준비를 하면서 몰래 이사갈 준비를 하자고하셨어. 집은 엄마명의였기때문에 팔기로하고, 몰래 짐을 챙겨가며 이사갈 준비를 했지. 오빠는 17살이 되면서 점점 몸집이 커졌고, 술만 마시면서 뼈만 남은 아빠와 몸싸움을 해서 이길정도가 되었어. 아빠는 오빠를 피해 점점 집에 들어오지 않게되었고, 큰 가구들은 어쩔수없이 버려야했지만 무사히 이사갈 수있었어. 그런데 이사를 갔지만 엄마는 어째서인지 이혼을 하지 않으셨고, 오히려 한 달에 한 번씩 아빠를 찾아가 반찬도 해주고 돌봐주고계셨어. 나는 그 이유를 알 수가없어서 엄마한테 물어봤지. 아빠의 인생이 너무 불쌍해서 챙겨줄수밖에 없었다고 그러더라. 지금도 이해할수없지만.
10 이름없음 2020/03/23 02:53:40 ID : 6Zg7s8rxWlv 0
보고있어 많이 힘들었구나 나 스레주 하는 말 다 듣고 있어
11 이름없음 2020/03/23 02:55:06 ID : xyMrs8rAqkr 0
지금은 이혼한 상태지만, 어째서 당시에 이혼하지않았는지 나중에 알게됐어. 이혼하게되면 나중에 자식들이 취업할때나 결혼할 때 불이익이 된다고 큰엄마(엄마의 중학교 동창)한테 들었다고. 게다가 아빠를 결혼상대로 소개한 것도 큰엄마라고 하더라. 큰엄마는 우리집과 똑같이 큰아빠한테 맞고살면서 자식이 있으니까 라는 이유로 자신도 이혼안하고 버티고있는데 우리집이 이혼한다고하니까 바로 반대한거야. 나중에 방해가 되고싶지않은 엄마는 그 말에 수긍하게 된거고. 그걸 알았다면 바로 설득했겠지만 어쩌겠어. 당시에는 몰랐는걸.
12 이름없음 2020/03/23 02:56:06 ID : xyMrs8rAqkr 0
내가 15살이 되고, 오빠는 여전히 컴퓨터에 빠져서 말을 안들으면 가끔 나를 발로 차면서 폭력 휘둘렀지만, 더이상 칼이나 날붙이로 협박하지않게되었고, 오빠도 나도 학원에 다니게되면서 잘 때나 휴일빼고는 만나지않게됐어. 그러던 어느날 엄마가 물어보는거야. 아빠가 집으로 다시 돌아오고싶다고 엄마한테 빌었다고, 집으로 다시 데려올까? 라고. 오빠는 아무말도 하지않았고, 나는 정말 싫었지만 엄마가 원하는대로 하길 바란다고 했지. 그리고 엄마는 다음날 아빠를 집으로 데려왔어.
13 이름없음 2020/03/23 03:04:41 ID : xyMrs8rAqkr 0
이게 정말 엄마가 원하던건지는 모르겠어. 그 날, 난 그 충격으로 이불 속에서 울느라 학원도 못갔을정도였기에 기억이 잘 나지않지만, 엄마와 오빠가 싸웠다고 하더라. 아빠는 술에 취한 상태였고, 나한테 말을 걸었다고하지만 기억에 없어서 모르겠어. 그 이후로 아빠는 거실에서 자게됐고, 오빠는 안방에서, 그리고 나는 엄마랑 내 방에서 지내게됐어. 그리고 봤지. 그 날 새벽, 목이 말라서 부엌으로 가려고 문을 열려고했는데 이상한 소리가 나서 틈으로 보이는 풍경을...아빠가 빨래통에서 엄마와 내 옷가지를 들고...그걸하고 있던걸...그 날의 충격은 절대 잊을 수없을거야.
14 이름없음 2020/03/23 03:11:33 ID : xyMrs8rAqkr 0
집으로 온지 하루도 안지나 그 짓을 한 아빠는 매주 주말, 자신이 모든 것을 바쳤던 직장의 동료들을 불러모아 술파티를 벌였어. 그리고 엄마는 그 선택을 평생 후회하며 싸웠고.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고 해야할까...이제 오빠가 아빠를 이길 수있으니까 겁을 먹게됐다는거야. 그 전에 오빠한테 맞을테니까. 하지만 하필 그 날은 엄마도 안계시고, 오빠는 고3공부준비로 학원에 있을 때라서 집에는 나밖에 없었어. 아빠는 동료들을 불러오마 술파티를 벌였고, 집에서 탈출할수없었던 난 쥐죽은 듯이 방 안에 있었는데, 아빠 친구들이 용돈을 준다잖아!!! 어서 문열어!!! 라는 고함소리가 들려왔어. 문을 부서질듯이 두드리면서 빨리 문을 열라고 재촉했지. 너무나 무서워서 어쩔수없이 문을 열었는데, 그 아빠친구가 3만원을 주더니 딸내미가 예쁘다면서 가슴을 주무르고갔어. 그 이후로 더이상 문은 안두드렸지만, 이불 위에서 멍하니 3만원을 쳐다봤지. 아 내가 3만원이구나
15 이름없음 2020/03/23 03:18:50 ID : xyMrs8rAqkr 0
그리고 다음 날, 학원에서 공부하고있는데 선생님이 다급하게 부르는거야. 그래서 밖으로 나가보니, 아빠가 술취한채로 학원에 찾아와있었어. 아빠친구들이 널 너무 좋아했다고, 그래서 수박을 선물받았다고, 그러니 학원선생님들과 친구들과 나눠먹으라고 가져왔다는거야. 그대로 아빠를 돌려보낼수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 날 불행했던건 하필 그 타이밍에 학원수업이 끝나는 종이 울린 것과, 하필 그 학원에 나와 같은 반인 일진이 있었다는 점과, 우리아빠가 이런 사람이라는게 알려졌다는 점일까...그 이후로 학교에서 괴롭힘을 받기시작했어. 책에는 죽어 개년아 라는 욕설이 적혀있었고, 나에게 매번 삥을 뜯으려고 해왔고, 그나마 다른 반 친구들은 날 걱정해왔지만, 같은 반 친구들은 모두 사라졌지.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하고있어. 덕분에 친구 물갈이가 가능했으니까
16 이름없음 2020/03/23 03:26:46 ID : xyMrs8rAqkr 0
그 이후로 엄마와 아빠는 매일 싸웠어. 당신 때문에 애가 학교에서 괴롭힘을 받기 시작했다고, 왜 얌전히 술조차 못마시냐고, 당신은 딸내미가 3만원밖에 안되냐고. 엄마는 아빠에게 집안일을 하며 애들을 돌보길 원해서 데려왔다고하지만 글쎄...여태까지 행적을 보면 그런얘기 전혀 못할텐데. 지금 생각해도 이해가 안가는건 여전해. 오빠는 무슨 생각을 했던건지 잘 모르겠지만, 다시는 집으로 찾아오지말라고 짐과 함께 아빠를 집 밖으로 내쫓았어. 하지만 집위치가 알려져셔 계속 찾아왔고, 큰엄마와 큰아빠는는 아빠를 받아주라며 연락을 해왔어. 난 다시는 연락하지말라고 끊어버렸고.
17 이름없음 2020/03/23 03:31:02 ID : xyMrs8rAqkr 0
아빠는 일주일에 한 번씩 집에 찾아와 문을 열어달라며 대문을 두드려왔어. 그 당시 살던 집에는 초인종이 없었거든. 이웃집에서 아빠를 수상한 인물이라고 신고했을정도였는데, 경찰에서는 가족이니까 받아들여주는게 어떻겠냐는 말을 해왔어. 가족이니까. 사랑으로. 보듬어주라고. 말도 되지않았지. 사랑으로 보듬어서 됐으면 어째서 여태까지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어째서 내가 초등학생 때 너무 무서워서 경찰에 신고했을 때도 가족이니까 봐주라는 말을 들었어야했을까. 가족이면 뭐든 용서해줘야하는건가?
18 이름없음 2020/03/23 03:40:40 ID : xyMrs8rAqkr 0
이웃에게 계속 신고당해서 경찰이 찾아오는걸 원하지않았던건지, 아빠는 한 달에 한 번씩밖에 찾아오지않게됐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지. 괴롭힘은 계속 당해야했지만, 중학교졸업과 함께 학원을 관두니까 더이상 괴롭힘은 없게됐어. 그 당시 고등학교는 평준화가 아니었기때문에 성적별로 입학신청을해서 시험을 치뤄야했는데, 날 괴롭히던 애들은 성적이 낮아서 같은 학교에 갈 수없었으니까. 여전히 나랑 같은 반이었던 애들에 의해 소문이 떠돌긴했지만 직접적으로 괴롭히는 애들도 없었고, 새로운 친구도 사귈 수 있었고. 가고싶은 대학도 생겨서 야자시간에 열심히 공부하고있었는데, 엄마가 교통사고가 나셔서 병원에있다는 전화를 오빠한테 받았어. 현실감이 없었지...그 순간 나도모르게 눈물이 났어. 지금 병원에 가고있으니까 넌 집에서 일단 기다리고있으라는 오빠의 말을 듣고 멍하니 거실에 앉아있었어.
19 이름없음 2020/03/23 03:50:32 ID : xyMrs8rAqkr 0
집에와서 오빠가 말하더라. 잠깐 친척이 운영하는 빵집에서 하루만 알바해달라는 연락을 받고 고속도로를 타고 가는 도중에 옆에서 갑자기 끼어든 차량때문에 사고가 났다고. 자동차를 폐차시켜야할정도로 큰 사고였지만 다행히 손목 빼고는 멀쩡하다고. 그 사고를 본 어떤 부부가 엄마를 차에서 꺼낸 다음 119에 신고해줬다는거야. 하지만 이해할 수없었던건 그 사고는 저녁에 났는데, 왜 밤 10시가 되도록 나에게 연락이 없었지? 엄마는 자식들이 걱정하는게 싫다고 일부러 전화를 안했다고 해. 일단 외삼촌이 병원에 찾아갔지만, 정말로 전화를 안할수는 없으니 오빠에게 먼저 연락했다고...왜 나한테는 연락을 안한거야? 내가 그렇게 못미더워? 잠깐이라도 애들을 봐달라고했지만 거절한 외삼촌보다 더? 그런 상황에서도 공부만 하고있으라고?? 정말 자괴감이 컸지.
20 이름없음 2020/03/23 03:57:26 ID : xyMrs8rAqkr 0
그래도 다행인 점은 손목빼고 멀쩡하다는 것. 2달정도 깁스를 하고있어야하지만 이정도면 기적이라는 말을 의사에게 들었어. 선생님한테 적어도 2달동안은 야자를 못한다고 말씀드리고, 매일 저녁에 오빠와 같이 엄마 문병을 갔어. 엄마는 뭐하러 미안하게 계속 찾아오냐고 하셨지만. 여기서 재밌는 점은, 우리집 차가 폐차되어서 집 앞에 자동차가 없어지니까 더 이상 아빠가 찾아오지않았다는거야. 심지어 어느날 집근처에서 아빠와 마주치고 스쳐지나가도 못알아봐. 큰아빠한테 엄마가 사고났다는 얘기를 들어서 한 번 전화가 오긴했지만, 아빠의 머릿속에서 오빠와 나는 초등학생과 중학생의 모습이었나봐. 그러고보니 우리딸 중학교가는데 교복값 낼 수있겠어? 라더라. 정말 재밌지.
21 이름없음 2020/03/23 04:03:35 ID : xyMrs8rAqkr 0
엄마가 교통사고를 당하신 이후로, 오빠는 더이상 나에게 폭력을 휘두루지않게됐어. 화가나면 가끔 책상이나 벽을 주먹으로 때리면서 날 째려보긴하지만, 물리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일은 없게됐지. 대신 쓸모없는 것이라던가, 넌 태어나지 말았어야했다던가, 말로 폭력을 행사하게됐지만 이 정도는 발로 차이던 것보다 덜 아프니까 훨씬 나았어. 엄마가 퇴원하시고 난 아빠와 이혼하는게 어떻냐고 다시 물어봤지만, 엄마는 여전히 이혼은 안된다고 말씀하셨어. 앞으로를 위해서는 안된다고.
22 이름없음 2020/03/23 04:11:38 ID : xyMrs8rAqkr 0
내가 18살이 되고, 오빠는 대학교에 입학하게되면서 기숙사에 가게됐어. 처음으로 오빠와 완전히 떨어져본거야. 이젠 오빠와 정말로 자주만나지않아도 된다고 생각했지만, 학교에서 돌아오면 아무도 없는 집안을 바라보니 아무리 그런 취급을 당했어도 빈자리가 크긴 크더라. 엄마도 보고싶고, 오빠도 보고싶고. 아빠가 불쌍하다는 엄마의 말은 이해할 수 없었지만, 빈자리가 느껴진다는 말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어. 그 이후로 더이상 집에서 밥을 먹는다는 것에 눈치를 보지않게 된 나는 집에만오면 미친듯이 무언가를 먹기 시작했어. 종류는 관계없었어. 라면이든, 밥이든, 무엇이든, 그 동안 눈치만보며 밖에 가져가서 먹던게 풀렸는지 집에와서 먹고, 새벽에도 먹고. 반 년만에 10kg가 쪄버렸을 정도로 먹고 또 먹었어. 엄마는 왜 이렇게 살이 쪘냐며 뭐라고 하셨고, 주변에서도 왜이렇게 살이 쪘냐고 뭐라고했지만, 먹는다는게 너무 좋았어. 학교 수업이 끝나면 친구와 분식점에가서 닭강정과 떡볶이를 먹었는데, 그게 너무 맛있고 행복했어
23 이름없음 2020/03/23 04:18:36 ID : xyMrs8rAqkr 0
고3이 되어 수능준비를 하면서 원하는 과에 갈 준비를 하고있었어. 전부터 사서가 되고싶었기때문에 관련된 과에 가려면 다른 지역에 있는 대학에 가야만했고, 그 과에 갈 내신도 충분했기때문에 신청만하면 됐는데 엄마가 안된다고 하셨어. 오빠가 이미 다른 지역 대학에 갔기때문에 너무 부담이 크다고. 그러니까 가려면 지역 내에 있는 국립대에 가줬으면 한다고...몇 번을 얘기했지만 결국 포기할수밖에 없었어. 돈이 문제니까. 그리고 지방 국립대를 가게됐지. 알고보니 고등학교 친구 중 한 명과 같은 대학이라는걸 알게돼서, 그 이후로도 같이 다니게됐어. 둘 다 먹는걸 좋아하다보니 몸무게는 10kg정도 더 쪘지만
24 이름없음 2020/03/23 04:26:47 ID : xyMrs8rAqkr 0
아무 과나 갈 수없었으니까, 그 다음으로 좋아했던 일본어 관련으로 갔었어. 그리고 성적이 좋아서 교수님에게 일본으로 1년정도 다녀오지않겠냐는 제안을 받았지. 여태까지 공부한 보람이 있었어. 일본에 1년정도 다녀와도 대학에 1년정도 다닌걸로 인정해주니까, 어차피 장학금도 받고있기때문에 등록금도 걱정하지않아도 되고, 그곳에서 스펙을 쌓아서 바로 취업할 수 있을거라고. 문제는 일본에서 쓸 생활비와 기숙사비였어. 교수님은 그 곳에서 알바를 하나 추천해줄테니 알바하면서 생활비를 벌 수있을거라고 하셨지만, 기숙사비를 어떻게 할 수없었으니까. 엄마는 생활비와 기숙사비를 낼 돈이 없다고 반대하셨어. 어떻게든 내가 알바해서 벌테니까 보내달라고했지만, 기숙사비가 비쌌기때문에 안된다고 계속 반대당했고...교수님도 엄마를 설득했지만 결국 일본으로는 갈 수 없었어. 가끔 엄마가 말씀하시곤해. 그 때 보내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라고. 후회해도 시간은 돌릴 수 없는 일이지.
25 이름없음 2020/03/23 04:28:05 ID : xyMrs8rAqkr 0
애초에 돈이 문제가 아니었다면 이 대학에 올 일도 없었을테니.
26 이름없음 2020/03/23 04:38:23 ID : xyMrs8rAqkr 0
그 이후로 방황하게됐어. 강의는 꼬박꼬박 들으러갔지만, 그 외에는 모든게 무기력해져서 아무것도 하기싫었어. 졸업하기위한 학점과 수업은 전부 들었지만, 그게 다였어. 남는 시간에 단어사전도 보며 열심히 공부했지만 제대로 눈에 들어오지않았고, 내가 정말로 하고싶었던건 전부 반대당했으니까. 그때쯤부터였을까, 그 친구와 사이가 틀어지기시작했어. 내가 돈이 없어서 못가게된 후 자기는 미국으로 유학가게됐다고, 엄마가 보내준다고 허락받았다고 말하더라. 난 내가 못갔으니까, 내 친구라도 무사히 유학갔으면 했어. 그래서 무사히 다녀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는데...그게 걔가 원하는 반응이 아니었나봐. 그 이후로 그 친구는 고등학교를 중퇴했지만 검정고시에 합격해서 대학을 가고 교환학생을 간 자신의 다른 친구의 얘기를 하면서, 그 애를 가장 존경한다고 말해왔어. 그래, 그럴 수 있지 라고 말했지만, 그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나와 내가 모르는 그 친구를 비교하기 시작했어. 내가 그 친구처럼 잘했으면ㅡ 그 애 처럼 나에게 뭔가를 잘 챙겨줬으면. 그 애처럼ㅡ 그 애처럼
27 이름없음 2020/03/23 04:47:21 ID : xyMrs8rAqkr 0
평소같았으면 무시했을텐데, 그 당시엔 오빠가 군대를 갔다와서 한창 나에게 스트레스를 풀고 있었을 때여서 너무나 타격이 컸어. 집에서는 넌 왜 태어냤냐, 이것도 못하냐, 네가 그러니까 미움받는거야 라는 말을 듣고, 가뜩이나 가고싶었던 곳도 못가서 자괴감도 큰데, 그나마 마음을 놓을 수 있었던 대학에서는 나와 4년 넘게 함께했던 친구에게 내가 모르는 그 제일 존경한다는 친구와 비교당하는 일상이라니. 여유가 없어도 너무 없었어. 그 날 처음으로 죽고싶다고 생각했고, 사람을 죽이는 상상을 하게됐어. 그게 무서워져서 친구에게 추천받은 상담소에서 상담을 받았지만, 증상은 점점 더 심해졌고 누가 나한테 해를 끼치고 내가 해를 끼칠 것만같은 상상을 하면서 지냈지. 어느날은 상담선생님에게 지금 당신의 안에는 내재된 분노가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 순간 죽이고싶다는 충동이 들어서, 그런 내가 너무 무서워서 다시는 가지 못했어. 또 그런 생각이 들까봐. 그리고 그 사실을 친구에게 털어놨지만, 나도 정신상담받으면서 상담선생님을 죽이고싶었던 적은 없었는데 그런 짓을 하다니 너 최악이다 라는 말을 듣고 모든 관계가 끊겨버렸어. 결국 4년이란 시간은 별거 없었던거지
28 이름없음 2020/03/23 05:15:08 ID : xyMrs8rAqkr 0
지금같았으면 나도 너 안좋아한다고 끝내버렸을텐데, 그 땐 그게 왜 그렇게 힘들었는지. 그 날 엄마한테 가서 울어버렸어. 나 너무 힘들다고. 물론 엄마한테는 네가 힘들긴 뭐가 힘들어 라는 말을 들었지만. 이상하게 그 이후로 오빠한테는 더이상 그런 말을 듣지 않게됐어. 평소같았으면 벌써 네가 그러니까 괜히 태어났다고 말할 사람인데 말이야. 결국 이 상태에서 회복하는데 2년이나 걸렸어. 그 사이에 그저 흐지부지 대학을 졸업해버렸고. 교수님한테는 나 너무 힘들고, 자아성찰을 하고싶으니 휴학을 하고싶다고 말했지만, 교수님은 그럴 시간에 빨리 대학을 졸업해서 취직하는게 더 나을거라는 말로 계속 설득당했어. 교수님한테 이해를 바란건 아니지만, 다른 교수님들도 쉬게해주는게 어떻냐는 말을 했지만 내 담당교수님만은 결사 반대하시더라. 포기했지. 그냥 대학 졸업하고 쉬겠다고.
29 이름없음 2020/03/23 05:21:23 ID : xyMrs8rAqkr 0
최근에 이사도 한 번 했어. 이제는 6개월에 한 번 씩이라지만 아빠가 계속 찾아오니까 이웃분들의 불만이 쌓여서 이사가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들었거든. 오랜만에 이사준비를 하면서 필요없는 물건들을 정리해나가는데 일기장과 초등학교 처음 입학하고 받은 선물, 그리고 선생님께 받은 생일카드 등을 발견했어. 그 때는 학교가 너무 즐겁고,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도 재밌고, 아무 걱정 없었는데 어쩌다가 이렇게 됐을까...생각해도 이게 내 인생이니 어쩔 수 없지만, 그 당시로 돌아가도 내가 할 수 있는건 별로 없겠지.
30 이름없음 2020/03/23 05:32:02 ID : xyMrs8rAqkr 0
그 2년동안 회복하면서 꽤 여러일이 있었어. 어느순간에 다리나 팔에 계속 멍이 들어있어서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내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무의식적으로 때리고 있었다는걸 알게되면서 다시 상담을 받기로 한 것. 그 당시 며칠동안만 지내게해달라고 부탁했지만 쓸데없이 끌어들이지말라고 거절했던 외삼촌이 담낭에 문제가 생겨 제거수술을 받고 평생 약을 먹게 된 것. 우리집이 이혼하는 걸 끝까지 반대했던 큰엄마는 유방암, 큰아빠는 대장암, 작은아빠는 간암에 걸리신 것. 나를 성추행했던 그 사촌의 행적을 밝혔지만 끝까지 그 짓을 못버려서 7살 친척동생을 성추행하고 고소당한 것. 그리고 아빠가 어떤 죄인지는 모르겠지만 감옥에 가서 옥중편지를 보내온 것.
31 이름없음 2020/03/23 05:35:39 ID : xyMrs8rAqkr 0
이렇게 인생을 돌아보게된 계기라고 해야할까. 저번주에 작은 아빠가 돌아가셨으니 한 번은 장례식에 참여하라는 큰엄마의 전화를 받았어.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 아무리 이혼했어도 친척이고 가족이라고. 웃기는일이지. 큰엄마는 피는 물보다 진하다고하지만 정작 이혼 전에도 엄마를 한 번도 초대한적도, 큰엄마 자식의 결혼식 때도 한 번도 정식으로 우리집을 소개한 적도 없는데. 오히려 아빠에 대해 말할까봐 계속 눈치만 주고 다가가지 못하게했거든. 사람을 부종건드리듯 계속 주의하며 움직이지도 못하게만들었으면서, 이제와서 피가 어쩌구하는것도 신빙성이 없고. 믿지도않아.
32 이름없음 2020/03/23 05:48:11 ID : xyMrs8rAqkr 0
그 친구의 근황은 한 달 전에 다른 고등학교 친구에게서 들을 수 있었는데, 아무래도 미국 유학은 나를 괴롭히고싶어서 만든 허구의 이야기였나봐. 미국으로 갈 실력은 둘째치고, 애초에 부모님이 지원해주신다고 한 적이 없대. 오히려 나를 끊은 후에 대학에서 같이 다닐 사람이 없어서 SNS로 친구를 사귀기 시작했는데, 상담선생님께는 SNS와 게임에 대한 얘기만하며 자신의 상태에 대해 거짓말을 하고, 내가 자신을 속인 미친년이며 길거리에 나가죽어야할 년이 왜 아직도 살아있는지 모르겠다고 험담하고, SNS로 사귄 친구들에게는 화를 내다가도 나를 버리지말아달라고 울다가 다시 화내기를 반복한 결과 SNS친구도 실친도, 그렇게 동경한다던 다른 친구도 다들 지쳐서 나가버리니까 자살해버리겠다고 소동을 벌였나봐. 말뿐이었지만... 휴학을 반복하다 나보다 졸업을 늦게한데다 아무것도 안하고 인터넷사이트에서 악플달다가 고소도 당하고. 그걸 본 부모님이 지금은 다른 곳에 보내버려서 여기엔 없다고해. 뭐, 걔는 매일 입으로 자살하고싶다 자살하고싶다를 반복해왔으니까. 반듯한 집도, 잘 챙겨주시는 할머니도, 착한 동생도, 매일 관심을 가져주고 학교까지 데려다주시는 부모님도 있으면서 어째서 매일 집안 욕을 하는 걸까 당시엔 궁금했지만 이젠 타인이니까 신경쓸 이유도 없지. 난 엄마처럼 안타깝다고 하며 질질끌지않을거야.
33 이름없음 2020/03/23 05:54:01 ID : xyMrs8rAqkr 0
2년동안 쉰 대가라고 해야할까. 취직하기가 힘들긴하지만 그래도 후회는 하지않아. 이렇게라도 하지않았으면 지금쯤 살아있을 자신이 없으니까. 오빠나 엄마와의 관계는 나름 양호해졌어. 이제는 매일 인사도하고, 같이 시장이나 마트도 가고, 영화도 보고 그래. 아직 오빠에게 사과는 받지못했지만, 오빠도 그 당시의 피해자니까 어느정도 이해는 가. 나한테 한 짓을 용서하는건 아니지만.
34 이름없음 2020/03/23 05:54:29 ID : xyMrs8rAqkr 0
이번에 일본으로 취직이 되려고했는데 취소된게 아쉽긴하지만 포기하지않고 살아보려고. 앞으로도 힘내서 살아보고싶다. 만약 이 스레를 읽고있는 사람이 있다면, 포기하지말고 살아줬으면 해. 나 같이 별볼일 없는 인생을 산 사람도 살아가는 세상이니까. 그럼 안녕.
35 이름없음 2020/03/23 08:37:21 ID : bbck9yY8o2M 0
너만 사는 세상인 것처럼 가끔은 뜬금없이 기분이 좋아 양보하고 니가 다 양보 받고 재밌고 모든 운이 너한테만 맞춰서 흐르기를 바랄게 포기 없이 살아온 네가 대단하고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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