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20/07/31 04:52:37 ID : ClyLdValhcL 0
2년전 애비놈이 사고치고 구치소 들어가고 할아버지 할머니 집에 강제로 끌려가서 억지로 인천생활을 시작했어. 아무리 자주 오갔던 집이라고 해도 익숙한 동네를 떠나는 불안함&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내가 이 집에서 잘 지낼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이 되었지. 하지만 난 그래도 할아버지랑 할머닌데 웬수지간으로 지내진 않겠지 하는 마음으로 내 자신을 달랬어. 그런데 이런 부정적인 생각들은 계획적으로 나를 망가뜨리려는 듯이 적절했네? 두 사람 다 내가 가만히도 있는 모습을 보기도 싫은가 봐.
2 이름없음 2020/07/31 05:03:17 ID : ClyLdValhcL 0
알아서 밥해 먹고 설거지 해 놓아도 밥도 일해야 먹고 산다든지, 먹고 설거지도 안 한다든지. 그냥 기분전환으로 밖에 산책을 하러 나가도 아무 말 없이 나갔다는 이유 만으로 부모 욕이나 듣고. 그냥 집 안을 돌아다니고 있는데도 학원 늦게 간 남동생을 대표해서 내가 대신 욕 먹고. 덕분에 집 안에 있는 것 뿐인데도 범죄자들의 소굴에 들어온 것처럼 매일이 불안하고 계속 긴장하게 되고 머리가 아픈 날이 하루이틀이 아니게 됐어. 이런 삶을 계속 지내는 사이에 어렸을 때 할아버지 할머니의 모습이 떠오르더라. 밀린 숙제 안 했다고 학교에서 전화가 와서 생일날에 혼나면서 숙제했을 때 전화로 생일 축하한다고 말을 걸어줬던 두 사람의 목소리가 아직도 잊혀지지 않네. 아무래도 내가 너무 미쳐서 만든 상상이 아니였을까? 그게 아니면 서로 싫어하는 사이에 저런 말이 올 일이 없으니까.
3 이름없음 2020/07/31 05:18:43 ID : ClyLdValhcL 0
직장도 못 구하고 노인들 집에 얹혀사는 사람은 할 말 없는 건 잘 알고 있어. 하지만 어렸을 때 부터도 학교에서 사람 취급도 못 받고 집에서 애비놈한테 허구한 날 맞아 지내면서 점점 만사에 의욕이 없어지다 결국 정신병에 걸려서 내 몸 챙기기도 어려워 진 걸 알아줬으면 좋겠는데. 우와, 이 정도면 나도 사연있는 사람이라고 자랑할 수 있겠다. 그치? 그런데 의미가 있을 리가 없지. 나이 먹고 쇠약해져 가는 노인들은 자기 몸 챙기기도 바쁠 테니까. 나 같은 얹혀사는 새끼 속 사정을 이해할 생각따윈 안 하겠지? 그리고 1년전 엄마가 일본어 자격증 공부를 해서 2급을 따면 일본의 전문 대학을 보내준다고 약속하셨어. 그 때 나는 마음속에서 작은 희망을 느꼈는데, 갈 수록 노인들과의 사이는 안 좋아져 가고, 그나마 놓지 못했던 내 작은 꿈과 세상을 향한 호기심은 스트레스 때문에 점점 꺼져가는 걸 느끼면서 이 희망도 결국은 절망이 되서 날 집어삼켜 없어지는 건 아닐까? 하고 생각하게 되어 버렸어. 사실 몇번은 두 사람과 크게 싸우고 자해를 하거나 가출을 다짐하고 집을 나섰는데 엄마 전화때문에 집을 나온 날 새벽에 다시 들어왔어. 사실 지금 생각하면 그냥... 가출이 아니라 자살하는 쪽이 모든 사람들이 편해지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되더라.
4 이름없음 2020/07/31 05:25:10 ID : ClyLdValhcL 0
그야 그렇잖아? 허구한 날 집에서 컴퓨터 게임이나 하고 앉아있고 돈도 한 푼도 못 벌어오는 주제에 밥이나 얻어먹고 전기세만 낭비하고 살아 있는 거 만으로도 걸치적거리는 웬수새끼는 집나가야 되는 게 맞지? 그냥 나가서 죽어버리는 게 낫지? 전부 내가 살아 있는 게 잘못 된 거니까. 내가 없어야지 집 안이 평화로운 거니까. 내가 없어지면 다들 스트레스 받지 않고 편하게 살 수 있는 거겠지?
5 이름없음 2020/07/31 16:15:17 ID : K7thhBtgZct 0
아냐 레주, 레주는 정말 좋은 사람이야 지금까지 버텨주느라 너무 수고 많았어 고생했어 레주 내가 익명 사이트에서 몇 자 적은 게 별로 도움 안 될지 몰라도 너를 생각해 주고 걱정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 알아줬으면 좋겠어
6 이름없음 2020/07/31 19:05:07 ID : 1eLgmL803xz 0
고마워. 오늘 하루 계속 우울한 기분으로 있다가 네 말 들으니까 조금 나아진 것 같아. 가끔은 두 사람이랑 말다툼도 하고 화풀이도 하는 내가 정말 착한 사람일까 되돌아 보게도 되지만 이런 말을 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난 너무 기뻐. 정말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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