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20/09/21 21:58:15 ID : jg40moLfe2L 1
내게는 남길 것들이 많지 않았다. 내가 가진 건 문장이었고, 그것들로 사람들에게 내가 죽는 이유를 어처구니 없을 만큼 허술하게 써놓는 것이 전부였다.
2 이름없음 2020/09/21 21:58:38 ID : jg40moLfe2L 0
1년 전 친구가 죽고 나서 나는 방황했다. 여러 번 정신병원을 오갔다. 나아지는 건 없었다.
3 이름없음 2020/09/21 21:59:15 ID : jg40moLfe2L 0
시도한 것들은 많았다. 추락하기. 과다복용. 목 매달기. 그런 것들. 누군가에게는 이상한 것이지만 내게는 익숙한 것들.
4 이름없음 2020/09/21 21:59:58 ID : jg40moLfe2L 0
그 애가 없는 삶이 왜 고역이었냐고 묻는다면. 나는 삶이라는 재앙 속에서 간신히 잡을 수 있는 사람이 그 애밖에 없었고, 그 애일수밖에 없었으니까.
5 이름없음 2020/09/21 22:01:13 ID : jg40moLfe2L 0
목을 맬 줄이 필요하다. 마음을 먹은 이상 질질 끌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각종 포탈 사이트에서 자살할 방법을 검색했다. 대부분의 내용이 같았고 믿지 못할 내용이 겹쳐 있었다.
6 이름없음 2020/09/21 22:01:53 ID : jg40moLfe2L 0
세상이 끔찍했다. 살아가라 말하며 세상이 용납하지 않는 것들을 하는 나를 궁지로 밀어넣는 이 상황이 싫었다. 외로웠고, 또 외로웠고.
7 이름없음 2020/09/21 22:02:25 ID : jg40moLfe2L 0
남자들은 내 몸을 원했다. 하나같이. 그들의 눈은 모두 같은 것 같다. 꼭. 약속한 것처럼. 왜? 왜 그런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 거지?
8 이름없음 2020/09/21 22:03:25 ID : jg40moLfe2L 0
뛰어내리는 건 건물의 누군가에게 들킬 확률이 높고 무섭다. 약을 먹는 건 실패할 확률이 높다. 그렇지만 집에 아무도 없을 때 목을 매는 건 누군가에게 들킬 염려가 없다. 스타킹만 있으면 간단한 문제니까.
9 이름없음 2020/09/21 22:03:44 ID : jg40moLfe2L 0
내일이라도 당장 시도해볼까. 심장이 두근거려.
10 이름없음 2020/09/21 22:05:09 ID : jg40moLfe2L 0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사람들도 죽음이 두려울까? 나는 죽는 행위 그 자체보다도 내가 죽고 난 후가 두렵다. 죽으면 아무것도 없이 어두컴컴하고, 결국 그걸 느끼거나 생각할 수조차 없게 되어버린다고 나는 믿는다. 그걸 생각하면 정말 두려워지지만 지금의 이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한 탈출구는 죽음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11 이름없음 2020/09/21 22:05:34 ID : jg40moLfe2L 0
나는 울고 싶을 때 웃었다. 미친 것 같지만 그래야 살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
12 이름없음 2020/09/21 22:07:43 ID : jg40moLfe2L 0
가족들이 불쌍하다. 고생해서 키운 내가 이렇게 되어버린 것이 싫었겠지. 내가 못 들은 줄 알지만, 엄마와 아빠는 병원비를 감당하지 못해 대학 병원에서 사립 병원으로 나를 옮기기로 결정했었다고 한다. 나에게는 '장기 입원자'를 받아줄 수 없다는 병원의 말 때문이라고 거짓말을 하셨다. 세 달 가량만에 천 만원이 드는 병원비를 감당하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이었을까. 나는 죽어서도 민폐가 되기는 싫어.. 장례식 같은 건 하지 말아달라고 유서에 쓰고 싶다.
13 이름없음 2020/09/21 22:08:55 ID : jg40moLfe2L 0
너는 왜. 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이제 잊을 때도 됐어. 지긋지긋해. 그 애의 이름을 들을 때마다. 라는 말을. 사람들은 그녀의 죽음에 대해 이젠 지겹다고 말했다. 마치 철 지난 가십거리를 말하듯. 나에게는 내 삶의 이유였던 사람이. 죽었는데.
14 이름없음 2020/09/21 22:09:40 ID : jg40moLfe2L 0
무서워. 나도. 나도 무서워.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할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어서 그래. 내 삶이 아닌 것 같고. 그 애로 가득찬 것 같아.
15 이름없음 2020/09/21 22:09:51 ID : jg40moLfe2L 0
죽어서라도 너를 만날 수 있으면 좋겠네. 정말로.
16 이름없음 2020/09/21 22:11:25 ID : vwmlhcJPinS 0
.
17 이름없음 2020/09/21 22:11:36 ID : jg40moLfe2L 0
나를 미워하지 말아줘요. 내 최선을 알아주세요. 수백번 수천번 생각해서 결정한 거니까 나를 욕하지 말아줘. 아니. 나는 이런 말 할 자격도 없어. 미안해요.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18 이름없음 2020/09/21 22:13:15 ID : jg40moLfe2L 0
머릿속에 박혀버린, 정말 떼어낼 수 없는 걸 고스란히 꺼낸다. 에반스 매듭, 그러니까 목 맬 줄의 매듭을 어떻게 짓는 지. 나는 알고 있다. 새벽에라도 시도하겠지. 그게 아니면 그 다음날. 그게 아니면 또 다음날. 이렇게 계속 하다보면, 그녀가 그랬던 것처럼 나도 죽을 수 있겠지.
19 이름없음 2020/09/21 22:15:02 ID : jg40moLfe2L 0
아빠. 아빠가 그랬잖아. 너는 정신병자년이라고. 너처럼 행동하는 사람이 어디 있냐고. 너는 정상적이지 않다고. 정신 차리라고. 맞아요. 나는 미쳤고, 그걸 인정해요. 그런데 가끔 슬퍼져. 내가 아닌 사람들은 이런 감정을 모른다는 게. 누군가 죽고 나서, 조금은 잊을 수 있다는 사람들의 말을 나는 믿을 수가 없어서. 나도 그렇게 숨통이 트여보고 싶다. 나도 그렇게. 나는 안 될 거란 걸 알아.
20 이름없음 2020/09/21 22:16:11 ID : jg40moLfe2L 0
가족들은 오늘도 아무런 일 없이 서로에게 편하게 이야기를 건넨다. 나는 캄캄한 방 속에서 노트북의 불빛에 의지해 심장이 뛰는 걸 느끼고. 노트북에 가득한 문서 중 언젠가 적어두었던 유서가 있다. 수정하고, 또 수정하고, 수정하고. 나는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남기고 싶은 걸까?
21 이름없음 2020/09/21 22:19:41 ID : jg40moLfe2L 0
네가 죽은 후에 간 납골당에서 네 아버지를 만났었어. 아버지께는 말하셨어. "그 애가 나갈 때마다 너를 만나러 간다고 말했었다." 너에게 친구는 나밖에 없다는 것처럼. 그래. 너와 내 세상은 너무 좁았으니까. 정말 아무렇지 않게 학교가 끝나고 네게 걸려온 전화를 받았었지. 넌 전화를 자주 하지 않았으니까, 나는 기쁘게 받았었던 것 같아. 그리고 네가 죽었다는 말을 들었어. 기억나지 않아. 나는 미친듯이 울었다고 해. 기억나는 건 장례식이야 벌벌 떠는 손으로 국화꽃을 힘없이 내려놓던 것. 그리고 내게 "네가 없었다면 그 애는 더 견디지 못하고 빨리 죽었을 거야"라고 말하던 너의 부모님. "나 어떻게 살아?"라고 셀 수 없이 외치던 나. 나는 나는 나는 너 없이 살 수가 없을 것 같아. 이젠 지쳤어. 그만 하고 싶어. 줄을 잡는 건 여기까지야.
22 이름없음 2020/09/21 22:20:50 ID : jg40moLfe2L 0
너와 겹치던 내 취향이 기억나네. 커피. 담배. 인디밴드의 노래. 좋아하는 색깔인 검은색. 모든 공통점이 너와 내 관계를 더 더 더 소중하게 만들었는데.
23 이름없음 2020/09/21 22:22:08 ID : jg40moLfe2L 0
난 아직도. 너와 갔던 카페에 들러보고. 너가 피웠던 담배를 피우고. 네가 좋아하던 밴드의 노래를 듣고. 너를 만날 때 입었던 옷을 입고. 그렇게 견뎠어. 이제 그러고 싶지도 않아. 그게 더 고통스러워. 어차피 끝이 이럴 거라는 건 알았는데 왜 이렇게 슬플까.
24 이름없음 2020/09/21 22:22:22 ID : jg40moLfe2L 0
네 말이 맞았어. 세상의 사람들은 우리들과 달라.
25 이름없음 2020/09/21 22:22:34 ID : jg40moLfe2L 0
가슴에 칼을 찔리면 이런 기분일까.
26 이름없음 2020/09/21 22:23:13 ID : jg40moLfe2L 0
아빠가 슬쩍 방문을 열어보고 거실에 나와 있자고 하셨다. 나는 아무 말도 없이 거부의 의사를 표했다. 남은 시간동안 가족들의 얼굴을 많이 봐야 할까. 모르겠다.
27 이름없음 2020/09/21 22:24:13 ID : jg40moLfe2L 0
웃어. 울고 싶을 때는 웃어. 소설 속 인물은 그렇게 독백했다. 우는 것보다야 나으니까.
28 이름없음 2020/09/21 22:25:24 ID : jg40moLfe2L 0
나는 내 팔의 자해자국을 바라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내 상처의 깊이는 딱 이정도인 건지. 아픈 날들이 겹겹이 겹쳐 극단적으로 치닫은 상황의 결과가 이 정도인 건지. 겨우. 겨우. 겨우?
29 이름없음 2020/09/21 22:25:47 ID : jg40moLfe2L 0
스타킹을 찾아봐야겠다.
30 이름없음 2020/09/21 22:26:01 ID : jg40moLfe2L 0
아니면 엄마가 나 때문에 숨겨둔 식칼을 찾아야겠다.
31 이름없음 2020/09/21 22:26:43 ID : jg40moLfe2L 0
제발 이 상황을 끝내버리자. 일주일 안에는 이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32 이름없음 2020/09/21 22:28:09 ID : jg40moLfe2L 0
우습게도 나는 너처럼 이 세상에 감사한 적이 없었다. 모든 게 싫었고 모든 게 무서웠고 모든 게 끔찍했다. 사람들은 티끌 같은 희망을 내밀며 자살의 반댓말은 살자라고 헛소리를 지껄이곤 했다. 나는 다시 태어나길 바라지 않는다. 네가 그랬던 것처럼. 나는 절대로 다시 태어나고 싶지 않다.
33 이름없음 2020/09/21 22:29:28 ID : jg40moLfe2L 0
너는 "내가 죽더라도 사람들이 그 후에 행복하게 나를 잊고 살아갔으면 한다"고 했다. 미안하게도, 나는 행복하지도, 너를 잊지도 않았다. 네가 내 삶의 이유이자 죽음의 이유라고 말하면 이해할수도. 오늘따라 바람이 차다.
34 이름없음 2020/09/21 22:30:50 ID : jg40moLfe2L 0
뭘 길게 써 놔. 그냥 죽지. 생각들이 교차한다. 맨정신으로는 견딜 수가 없을 것 같아서 아무 약이나 여러 알 삼키고 싶어.
35 이름없음 2020/09/21 22:33:14 ID : jg40moLfe2L 0
세상에 힘들지 않은 사람 하나 없고 다 속 얘기 들어보면 다르겠지만 서도 사연 없는 사람은 없다고. 다들 그렇게 말했다. 나도 그걸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 불행의 크기가 줄어들까. 사라질까. 남의 불행을 나와 비교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나는 충분히 괴로웠고 괴로운데. 그냥 내가 죽는 것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사실대로 말해.
36 이름없음 2020/09/21 22:34:15 ID : jg40moLfe2L 0
죽여줘. 내가 내 손으로 심장을 찌르게 전에 죽여줘. 또다시 손목에 칼을 대기 전에 죽여줘. 목을 조르기 전에 네가 죽여줘. 차라리 네가 죽여줘 네가
37 이름없음 2020/09/21 22:35:15 ID : jg40moLfe2L 0
나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네가 목을 조른 자국을 초커로 가렸던 것도, 네가 밧줄을 갖고 있었던 것도 다. 알고 있었는데도.
38 이름없음 2020/09/21 22:36:38 ID : jg40moLfe2L 0
그래도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하니까. 나도 사람이라고 문득 가족들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어진다. 정말 사랑했고, 미안했고, 이런 나를 조금이라도 이해해줘서 고마웠다고. 정말 고맙다고. 내가 죽더라도 슬퍼하지 말라고. 입밖으로 내밀지 못하는 내가 너무 싫어진다.
39 이름없음 2020/09/21 22:38:04 ID : jg40moLfe2L 0
어떤 꿈은 현실보다도 나았다. 나는 잠에 들기를 좋아했고 번번이 잠에서 깨더라도 금방 잠을 청했다. 꿈에서의 나는 현실과 동떨어져 있었고 현실의 고통을 생각할 새가 없었다. 나는 영원히 꿈을 꾸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40 이름없음 2020/09/21 22:39:46 ID : jg40moLfe2L 0
결국 살고 싶은 마음과 죽고 싶은 마음 중 죽고 싶은 마음이 이기고 말았다. 그냥 눈물이 날 것 같다. 아무거나 부숴버리고 악바리를 쓰며 소리를 질러버리고 싶어져서.
41 이름없음 2020/09/21 22:41:10 ID : jg40moLfe2L 0
짧은. 한 여름밤의 꿈이었다고 생각하자. 모든 사람은 어차피 죽게 되어 있고 나는 그걸 조금 끌어당겨 지금으로 빨리 끝내는 것 뿐이야.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거야. 누구도 나를 이제는
42 이름없음 2020/09/21 23:27:25 ID : jg40moLfe2L 0
문 밖에 내놓은 재활용품 수레에 달린 노끈을 보았다. 그걸 잘라서 내 목에 감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얼마 하지도 않는 노끈을 살 돈이 없었다. 용돈날이 다가오면 그때는 추석이다. 나는 이렇게 죽을 타이밍을 잡지 못하는 걸까. 이렇게 꾸역꾸역 살아나는 걸까. 아니. 그렇게는 안 둘 거야. 이제 도망가지 않아.
43 이름없음 2020/09/21 23:53:27 ID : jg40moLfe2L 0
모든 책임을 내던져버리고 죽는다는 그 자체가 비겁함을 증명하는 거야. 그래. 미안하게도, 나는 그만큼 비겁하고 이 세상이 무섭고, 죽는 그 순간까지 타인을 고려하고 싶지는 않아졌다. 이 모든 건 나를 위한 선택이고 정말 이기적인 결정이겠지. 그래도. 나만 없다면. 나만 없었다면. 내가 없을 거라면. 이 세상에서 내가 사라지면. 세상에서 더러운 먼지 같은 존재였던 내가 죽는다면.
44 이름없음 2020/09/22 00:01:47 ID : jg40moLfe2L 0
미안해. 안녕.
45 이름없음 2020/09/22 02:00:53 ID : jg40moLfe2L 0
방에 들어와 스타킹을 커튼 걸이에 묶어 목을 매달았다. 생각 할 새도 없었다. 일어났을 때는 바닥에 내가 누워 있었고 커튼 걸이는 아예 휘다 못해 떨어져 있었다. 어떻게 변명을 해야 하지. 그런 생각과 함께 언젠가는 이런 식으로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 고통이 없었다. 아무 지각이 없었다. 정말 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46 이름없음 2020/09/22 02:09:45 ID : fXxQpRA5apO 0
힘든거야? 혹시 몰라 적어두겠지만 상처가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47 이름없음 2020/09/22 02:15:40 ID : 3DwGspe42Lg 0
수건걸이에 메달아. 네가정말 죽고싶다면 발이닿는다해도 죽을수있을거야. 너에게 살라는말은 너무 힘들것같아서. 그래서 말해주고싶어. 단지 네가 죽음에 만족했으면 좋겠어. 죽을때만큼은 편안하길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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