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21/03/18 00:41:30 ID : txXAmLgrwJR 0
나는 아직 2020년의 12월을 살고 있는데 1월 2월이 지나 3월을 보내고 있다. 살아보니 이렇게 살아진다. 나는 아직도 학원이 끝난 그 밤에 웃으면서 눈을 맞던 겨울이 생생하기만 한데 푸릇푸릇해지는 것이 봄이다.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에 가고 싶다는 상상을 한지도 꽤 지났다. 나는 그때처럼 지금도 나를 남기며 살고 있다. 그렇게 열심히 그리고 또 대충 살고 있다. 여름이 오면 나는 봄을 그리워할까. 겨울을 그리워하면서도 뜨겁고 쓸쓸했던 그 여름을 그리워하는 내가 감히 봄을 사랑해도 될까. 10대, 인생의 절반도 안 산 나이라고 하지만 만약 내가 지금 죽는다면 나는 이미 초등학생 때 인생의 절반을 산 것이 되는거다. 그렇다면 나는 왜 지금을 살아가는가. 없을지도 모르는 내일을 위해 나는 왜 오늘 또 밤을 새고 슬퍼하는가
2 이름없음 2021/03/18 00:43:27 ID : txXAmLgrwJR 0
그렇다고 모든 것을 포기하기엔 나는 내게 거는 기대가 많고 나는 그런 기대를 버티지 못하는 사람이고 무책임하다. 그저 자고 싶다 그저 딱 일주일을 누워 쉬고 싶다 쉬어도 된다는 말도 안된다는 말도 그저 듣기 싫다. 내가 감히 사랑할 수 없는 봄처럼 내 감정의 일교차도 크다. 억지스러운 말이지만 내가 봄을 사랑할 수 없어서 나도 사랑하지 못하는걸까. 모두가 나를 봄을 닮았다고 하는데 그래서 봄을 더 사랑하지 못하는걸까 세상에서 내가 제일 예쁘고 착해라는 단순하고 유치한 말로 자존감을 포장하기엔 나는 너무 지쳤고
3 이름없음 2021/03/18 00:44:58 ID : txXAmLgrwJR 0
학원이 끝난 밤 11시 가끔 지하철을 타고 집에 가는데 영어 단어책을 손에 쥔 사람도, 졸면서 가는 사람도 이제야 끝났다고 전화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특별한줄 알았던 내가 사실은 그 무엇보다 평범하다는 사실이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는 괜히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났다. 나는 도대체 무엇을 위해 사는걸까
4 이름없음 2021/03/18 00:47:03 ID : txXAmLgrwJR 0
몇 년이 지나도 답을 알지 못해도 되지만 그래도 지금 지쳤다고 말하고 싶다. 그만두라는 말 더 하라는 말보다는 잘하고 있다는 그런 무책임한 말을 듣고 싶다.
5 이름없음 2021/03/18 00:49:02 ID : txXAmLgrwJR 0
잔잔한 호수에 철새들이 올라타 물장구를 치는 느낌이다. 내가 사랑하는 이 겨울이 완전히 가면 이 아픔이 사라지고 다시 잔잔해지겠지 그리고 난 다시 쓸쓸해지겠지 그리고 또 겨울이 오면 그때도 아플까. 아니면 그저 사랑스러울까 겨울이 오면 괜히 그 감성에 묻혀 살고 싶다
6 이름없음 2021/03/18 00:49:58 ID : txXAmLgrwJR 0
나를 사랑하지 않는 나에게, 나를 사랑해달라는 부탁도 노력도 하지도 않고 원하지도 않는다. 그저 내가 영원하기를. 나는 오늘도 바라고 또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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