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중에 진짜 진짜 예쁘게 생긴 애가 있었음. 짝녀라 콩깍지 낀 게 아니라 좋아하기 전부터도 예쁘다고 생각했어. 키도 크고 늘씬하고 피부 희고...... 정말 어딜가나 예쁘다는 칭찬 한 번씩은 듣던 친구였다. 인상이 조금 날카로운 게 흠이었지만 그런 건 신경 안 쓰일 정도로 예뻤음. 근데 본인도 그걸 알아서 아쉬운 게 없는지 집도 잘 사는 애가 옷은 허구헌날 츄리닝, 후드티, 후즐근한 티셔츠, 머리는 맨날 꽉 올려묶고 화장도 안 하더라. 친구들끼리 늘 장난으로 너 얼굴 그렇게 쓸 거면 나나 줘라, 이런 식으로 농담 따먹기 했었다.
그러다 코로나 터지기 좀 전에 아는 선배가 결혼한대서 축하해주러 갔지. 거기 갔는데 거의 못 알아볼 것 같은 사람이 있더라?? 평소의 후즐근한 모습 어디가고 단정하게 정장 입고 너무 티나지 않게 화장 옅게 해서 머리 반묶음 해서 왔는데 심장이 두근두근 난리 부르스를 치더라...... 나 발견하곤 다가와서 인사하면서 웃는데 평소에 나던 샴푸 냄새 대신에 은은한 향수 냄새 나고...... 장난으로 놀리듯이 오늘 웬일로 예쁘다고 했더니 친구 결혼식에까지 후줄근하게 오면 되겠냐고 하던 모습에 걍 바로 넘어갔다...... 얼빠 새끼......
그 날 친구들끼리 찍은 사진 보면서 와 얘 진짜 예뻤지, 이러면서 감상에 젖어있다가도 얘는 평소에 늘 털털하게 다니니까 앞으로는 또 설렐 일 없겠지 싶어서 안심이 되면서도 가슴 한켠으론 아쉬웠는데 씨발 왜 아직도 좋은지 이해가 안되네 진짜 그 날은 평소랑 다른 모습에 설렜다고 쳐도 그런 이벤트 없으면 늘 동네 백수 건달처럼 하고 다니는 애가 왜 좋을까 어흐;; 억울하지라도 않게 꾸미고라도 다녀줘라 이 시키야 괜히 억울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