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보같았어서 밥판에 올릴까 하다가 관종이라 사람 많은 잡담판으로 왔다. 비버들 미안... 하지만 난 충실한 고인물비버야 그것만은 알아죠 아무튼 이야길 시작해볼까. 그날은 바야흐로 즐거운 종강날이었음.

공부 안 하는 대학생인 나는 시험을 대충대충 벼락치기로 치르고 나서 가벼운 발걸음으로 캠퍼스를 나왔음. 같이 놀러갈 친구... 는 없었고, 나홀로 즐겁게 청음샵에 가서 사고 싶은 이어폰을 직접 들어볼 예정이었거든. 그렇게 나는 지하철을 타고 쫄래쫄래 매장에 찾아갔다.

여기까진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음. 가서 한두시간쯤 듣고 싶었던 리시버들 청음하고 사장님과 수다도 좀 떨고 알바분이랑도 쪼끔...친해졌나? 아무튼 처음 갔는데 되게 잘 대해주셔서 즐거웠다. 그르케 또 오시란 얘기도 듣고 나는 다시 기분좋게 길을 나섬. 그리고 내 다음 행선지는... 성인용품점이었다. 돈은 없었지만 한번도 안 가봐서 궁금했거덩... 친구 데리고 가긴 쪽팔린데 혼자 나온 김에 가봐야지 싶었단말야

그런데 여기서 쪼끔 복잡한 사정이 있었다. 당시 내 휴대폰은 요금이 밀려 데이터가 끊어진 상태였고, 설상가상으로 성인용품점은 네이버 지도에 따로 나오질 않았음. 그래서 난 지식인 검색으로 나온 주소를 지도로 찾아서 스크린샷을 찍어놓고, 그걸 따라서 대충대충 길을 찾았다... 문제는 내가 길치였다는 거다. 심지어 나중에 보니 내가 그때 찾아냈던 주소도 똑바로 된 건 아니었던 것 같았음. 네이버에 검색할 게 아니라 구글같은 거 써볼걸...... 제에에엔장

그렇게 난 유월의 땡볕 아래서 갔던 곳을 계속 헤매고 헤맸다. 어차피 돈도 얼마 없는데 그냥 돌아갈까 싶다가도, 이렇게 걸었는데 아무것도 안 하고 집에 가면 아깝잖아!! 라는 거지근성이 생겨서 계속 걸었던 것도 같다. 그렇게 지하철 3번 출구 계단을 한 3번쯤 올랐을까... 그 때였다. 사이비 2인조가 내게로 접근한 것은...!

거기가 아마... 내가 나온 출구에서 가까운 베이커리 카페? 앞이었고 벤치와 나무같은 것들도 주변에 늘어선 큰 거리였다. 일어난 지 꼴랑 한 달 반쯤 된 일인데 내가 워낙 금붕어라서, 사소한 위치나 장소, 대화 내용 같은 것들까진 실제 있었던 일과 어느 정도 차이가 날 수 있다. 각설하고, 사이비 2인조 중 키가 큰 여자가 내게 말을 걸었다. 저기, 관상이 무지 특별하시네요! 뭐 대강 이런 느낌...? 자세한 멘트는 기억 안 나는데 아마 비슷한 얘기였던듯.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나... 마스크 쓰고 있었는데...... 관상이 아니라 눈빛이었나? 아무튼 사실 이 사람들 그냥 아무나 좋았던 게 아닐까도 싶다.

아무튼 당시 나는 어 사이빈가?? 했다. 길가에서 갑자기 다가와 말을 거는 2인조가 사이비가 아니고 뭐겠냐고!! 그래도 말 건 사람을 그냥 갑자기 막 내치기도 그래서, 나는 일단 그들과 적당히 말을 섞었다. 근데 역시 전도 많이 해본 사람들은 다르다 해야 하나... 이 사람 말솜씨가 상당했던데다 친화력도 완전 쩔었다. 그렇게 나는 대화를 시작하고 5분도 안 되어 이 사람과 친해졌(다고 느꼈)다. 키가 큰 여자와 작은 여자 2인조였는데, 큰 사이비 작은 사이비로 나눠서 큰사와 작사라고 하겠다. 근데 말은 거의 온리 큰사만 했음. 작사는 계속 얌전히 있었다.

대화는 당시의 정확한 기억이라기보단, 당시 이야기했던 분위기와 내용으로 얼기설기 재구성한 거에 가까움. 그래도 대충 비슷하겠지 뭐(?) 큰사: 저 지나가는 레주씨를 보니 관상이 되게 강하고 특별하셔서, 제가 원래 아무나에게 이렇게 말 걸고 다니진 않는데 꼭 도와드리고 싶었어요. 솔직히 길거리에서 처음 본 사람이 이렇게 물어보는데 당연히 수상하게 생각하지 누가 믿어주시겠어요... 레주씨가 이렇게 얘기 들어주셔서 너무 감사하네요. 나: 아 확실히 그렇죸ㅋㅋㅋㅋㅋㅋ저도 솔직히 사이비 아닌가? 라고 생각했거든요 큰사: 어우~ 전 그런 종교나 단체 진짜 싫어해요! 나: 아 진짜요? 그럼 됐네요 뭐! 저 시점에서 나는, 아하 사이비가 아니시구나! 그럼 됐네 뭐! 라고 진심으로 생각했다. 진심으로...... 이런... 이런 킹갓제네럴엠페러마제스티호구가 다 있나... 당연히 사이비가 나 사이비요~ 하면서 접근할 리가 없는데, 저때 나는 나한테 거짓말해서 이득볼 게 뭐가 있다구! 난 어차피 털어먹을 것도 없는데~~~ 하고 생각했단말야. 이 얘기만 하면 다들 내게 호구라 그러던데 난... 난 호구라기보단 그냥 긍정회로가 풀가동 중인 거에 가까웠다!! 결과적으론 호구같아지긴 했지만!

아무튼 큰사와 나는 땡볕에 길거리에 서서 내 신상과 사주와 손금과 관상과 관심사 등등...에 관한 얘기를 나눴다. 나도 발동 걸리면 한 tmi 하는데 이 사람, 말 많이 하는 걸론 나한테 지지를 않더라. 말하는 기술이나 사람과 친해지는 기술에 있어서 상당히 능통하다고 느껴졌음. 하긴 그래야 사람들이 꼬셔질 테니까. 근데 그땐 의심 못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날 이야기하는 내내 내 신상은 말하도록 의도하고 술술 정보를 뽑아내면서도 자기 자신에 관한 건 거의 얘기해준 게 없었음. 일단 내가 그날 큰사에 대해 들은 건 얼굴에 비해 나이가 많다는 점과(기억엔 30대 초반? 이랬음.) 집안 사정이 나와 비슷했다는 거, 나처럼 만화나 애니를 좋아한다는 거. 그런데 이 정보들도, 하물며 내가 그날 들은 큰사의 이름까지도 지나고 생각해 보면 정말 전부 진짠지 의문이 들긴 했음. 다 조금 피상적이라 할까 알맹이가 없었다 할까... 다시 잡설이 길었는데 대화 내용으로 넘어가 보겠음.

ㅂㄱㅇㅇ 스크랩도 해놨당

큰사는 자신이 역술을 공부하는 사람이라고 내게 얘기했었음. 내 눈빛이 흔히 볼 수 없는 특별한 눈빛이었다고 그랬는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누구에게나 할 수 있는 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칭찬에 껌뻑 넘어가서 아 제가 좀 그렇죸ㅋㅋㅋㅋ감사합니다ㅋㅋㅋㅋㅋㅋ이러고 있었음. 내가 좀 특이하고 특별하긴 하잖아? 하고 진심으로 생각하면서... 큰사의 말로는 오늘은 14일인데 이게 특별한 날이고 어쩌고저쩌고, 자긴 이런 특별한 날에 드물게 나와 도움을 줄 사람을 찾아다니곤 하는데 마침 딱 레주씨가 눈에 띄었고 어쩌구저쩌구... 근데 나도 이런 얘길 듣다 보니 어 이거 뭔가 인연인가? 오? 하게 된 거임. 손금과 조상님 얘기가 나왔었는데, 뭐 저런 얘길 듣다 보니, 오 그러고 보니 기막힌 우연으로 내가 계속 길을 헤맸는데... 하필 특별한 날이라는 오늘? 야 이거 완전 조상님이 내게 뭔가 인도해 주신 거 아님? 요즘 집안이 잘 안 풀리니까 나한테 그거 어떻게 해 보라고? 하고, 오컬트와 미신을 좋아하는 순수한 와타시쟝은 그들에게 슬슬 넘어가버리고 말았던거임... 근데 지금 생각해 보면 내가 그리 생각하게 만든 것도 나름 고도의 심리공작과 빌드업이었던 것도 같음. 아니 그래야 하는 게 뭐 별것도 없는데 홀랑 넘어가서 호구당하고 온 거면 내가 너무 망충해보이잖음 그러니 아무튼 그런거임 고고고도의 테크닉이었던거임

도를 아십니까 그거인가 대순진리교인듯?

>>10 보고있구나 고마워!!!!!!! 그 손금과 조상님 이야기에 대해 자세히 풀어보자면, 큰사는 내 손을 보면서 중지손가락 아래부터 손 중앙까지를 내지르는 선이 있다고, 이 선이 집안 전체의 명줄, 즉 집안을 잘 풀리게 할 열쇠를 쥐고 있다는 뜻의 선이라고 말했음. 집안일이 잘 안 풀리고 있다고 들었는데, 혹시 지금 집안에서 제사 지내냐고 물었음. 난 아니라고 함. 우리 집은 큰집이 아니라 제사를 따로 지내지 않았고, 친척들 제사에 불려가본 적도 난 한 번도 없었거든. 그리고 큰사는 이 시점에서 핵심이 되는 말을 꺼냈음. 제사를 따로 안 지내 조상님들이 식사를 제대로 못 하셔서 집안이 안 풀리는 걸 수도 있다고, 혹시 집안에 억울하게 돌아가신 분이 있지 않냐고... 난 그 시점에선 생각 안 났는데, 조금 있다가 버스에서야 전쟁 통에 돌아가셨다는(얘기를 들은 것 같은데 기억이 그르케 정확하진 않은) 큰할아버지(할부지의 형님) 이야기가 생각이 나긴 했음. 아무튼 그래서 결론은, 우리 집안을 잘 풀리게 하기 위해선 집안 명줄을 쥔 내가 조상님께 제사를 지내야 하는 거랬음.

>>12 ㅇㅇㅇㅇ그쪽에서 갈라져나온 단체 맞더라고. 내가 갔던 회관 사진과 위치도 나중에 검색해서 확인했었는데 그쪽이었음 그래서 나는 뭐 알겠다고 흔쾌히 말함. 솔직히 좀 재밌을 것 같았거든. 솔직히 이런 오컬트적인 경험 어디 가서 해 보겠냐! 제사라니 뭐 재밌는 구경 하겠네~ 차피 성인용품점 가봤자 돈도 없는데 걍 이 사람들이랑 제사나 함 지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경험이 되겠다! 싶었음. 뭐 미신일 수도 있지만 이거 지내서 우리 집이 더 잘 풀리면 좋은 거고, 이제 어디 괴담판 스레에서나 보던 특별한 무속인 프렌드와의 인연이 내게도 두근두근?! 같은 생각도 하고 있었거든. 뭣보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의 내겐 털어먹을 게 ㅈ도 없었음. 알바 첫월급도 나오기 전이라 통장 잔고는 8만원밖에 없었고, 그 푼돈 털어먹자고 굳이 길가에서 사람을 잡아다 제사를 지내게 한다? 아무라 생각해도 수지가 맞지 않잖음. 애초부터 요즘 돈 너무 없어서 걱정이고 잔고도 팔만원뿐이란 말을 했었는데도 날 데려가려던 걸 보고, 나는 이 사람들은 그냥 정말 호의로 내게 접근한 게 맞겠구나, 하는 결론을 내리고 따라갔던 거임. 그리고 사실 정말 이걸로 집안일이 좀 잘 풀렸으면 하는 생각도 있었고... 사이비들이 정말 악질인 이유가 이런 지푸라기라도 잡는 사람들 마음을 이용해먹는다는 점인 것 같음. 감히 내 고민을 빌미로 제사비를 뜯어먹어? 확마 길가다 새똥이나 맞아라 퉷퉷

아 씻고온다 벌써 7시반 넘었넼ㅋㅋㅋㅋㅋㅋ 레스 많이많이 달아줘 관종이라 좋아함

아 그리고 이건 여담인데, 서서 얘기하다 보니 길 가는 사람들이 죄다 '사이비다...' '사이비네...' '사이비에게 잡혔네......' 하는 시선으로 바라보고 지나가는 게 좀 웃겼음. 결국 그게 부담스러워서 중간부턴 벤치에서 얘기하자고 내가 그랬었다. 그 시선을 겪고도 아무렇지 않게 믿었던 나... 리스펙한다 진짜

사실 나도 레스주처럼 사이비 따라간적 있었음ㅋㅋㅋ 뭔가 나랑 비슷한 경험을 한 레스 등장하니 조금 반갑네 그때 난 고3이었는데 제사를 지내야 조상이 잘되서 입시를 잘보게 된다 이런말로 꼬드겼던 기억 남 나쁜놈들...

근데 그때 학생이라 지네들도 뭐 빨아먹을게 없다고 생각한지 돈은 안뜯기고 대신 전화번호 모르고 알려줬는데 찝찝해서 최근에 번호 바꿈..ㅋㅋ

암튼 홍대거리 조심하자 홍대거리에 유독 사이비 전도사들 개많음..

>>19 엌 너도구낰ㅋㅋㅋㅋㅋㅋㅋㅋ나도 개인정보 잔뜩 뜯겼는데 검색해보니 그걸로 뭐 이상한 짓은 안 하는 곳이라 극구 말하는 거기 신도들(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꽤 있어서 걍 그러려니 하고 있음ㅋㅋㅋㅋㅋ 한달정도 연락 안받았더니 이젠 전화도 안 옴ㅋㅋㅋㅋㅋㅋㅋ 다들 사이비 조심하자구..

그렇게 나는 그들과 제사를 지내기로 하고 그들을 따라나섰다. 근데 이 두 사람... 버스비가 없다고 내게 내달라 그랬다. 뭐 내가 그지지만 버스비 정도야 내줄 수 있지ㅇㅇ 싶어서 현금을 뽑고, 근처 편의점에 들어가 교통카드에 오천원인가 만원인가를 충전하고, 그들을 버스에 태운 다음 꽤 먼 거리를 이동했다. 그리고 그렇게 버스에 타고 나자 큰사는 그동안 적당히 얼버무렸던 제사 비용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이런 건 버스 태우기 전에 자세히!! 자세히 말하라구!!! 안 그래도 돈 없는 대학생을 벗겨먹고 싶었을까....

처음에 난 걍 일이만원 정도 들겠지~ 했고 큰사도 그 정도 돈이면 될 거란 투로 이야기했었데, 버스에 타고 나자 제대로 제삿상을 차리려면 비용이 좀 들 거라고, 지내는 사람의 정성을 들여야 해서 그렇다며 내게 돈을 쓰기를 종용했다. 그러고 보면 큰사는 계속 제사를 지낸다는 표현과 정성을 들인다는 표현을 1대 2? 1대 3? 정도 비율로 섞어 말했던 것 같다. 정성을 들인단 말을 많이 했음. 나는 그래도 뭐, 이미 지내기로 한 제사고, 어차피 다른 데 쓰일 돈이었는데 좋은 일 한다 생각하고 쓰면 되겠지... 란 생각으로 아까운 마음을 어떻게든 합리화하면서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그렇게 우리 셋은 정류장에서 내리고 슈퍼에 들러 오예스와 방울토마토, 바나나, 북어포와 소주, 사과를 샀고... 비용은 삼만원이 넘었다! 내 전재산은 팔만원이었는데 이런 개똥밟을인간들!!

어우 슬슬 좀 자야겠다... 낮밤바뀐 스레주는 코코넨네하러 가겠다

ㅂㄱㅇㅇ코코낸내하고 와ㅋㅋㅋㅋㅋㅋ

장장 20일간 코코낸내하고 온 스레주다! 그렇게 우리는 제사를 지내러 높고 높은 언덕길을 올라갔다. 그 날 내가 너무 늦게 집에 가면 좀 그래서, 뭣보다 뭘 하다 이렇게 늦었냔 말을 들으면 딱히 변명할 거리도 마땅찮았던 데다 너무 오래 같이 있기는 쪼오오오끔 찝찝했던 것도 있어서 한 8시쯤까진 고속버스를 타러 가야할 것 같다고 나는 큰사에게 말했었다. 그래서 나의 빠른 귀가를 위해 우리가 택했던 방법은, 작사가 먼저 빠르게 우리가 산 제사 음식들을 들고 가서 제사 준비를 하고, 나와 큰사는 산 음식들을 작사에게 넘기고, 제사를 지내는 곳까지 가서 준비된 상에서 제사를 지내면 된다는 거였다.

그리고 그쯤에서 나는 작사에게 쪼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작사는 내내 얌전히 큰사와 나를 따라다니기만 했는데 이젠 짐꾼까지 시키는 건가 싶어서... 그러고 보니 2인조의 인상착의를 거의 묘사하질 않았네. 우선 큰사는 키가 한 160 중반? 중후반? 정도 돼 보였고, 살짝 까무잡잡한 피부에 호리호리한 체형이었다. 말이 많고 맞장구도 잘 쳤고, 아무튼 따뜻하고 유들유들한 성격이라는 느낌? 그리고 작사는 되게 얌전하고 말이 없었어. 키가 작고(한 150 중반쯤?) 피부가 하얬고, 마른 편이었는데 장본 비닐봉투도 아무렇지 않게 척척 들고 다니고 나중에 보니 절도 어어엄청 아무렇지 않게 하더라. 대단한 체력이었어...!!

아무튼 작사는 말이 없긴 했지만 차가운 사람이란 인상은 아니었어. 되게 소심하고 조용하지만 엄청엄청 착했던 내 고등학교 때 친구랑 생긴 것도 (일단 그날 내가 본)성격도 무지 닮았었음. 난 그날 내내 큰사랑 수다 떠느라 바쁘기도 했고, 작사가 워낙 얌전히 따라다녀서 원래 조용한 성격인가 보다 했었지. 그래도 나랑 큰사가 너무 멋대로 끌고 다니는 것 같아서 좀 신경쓰이긴 했는데, 그래도 아무 불평불만이 없길래 중간부턴 원래 큰사랑 저렇게 같이 다니는 사람인가 싶었어. 그리고 나중에 알아보니까 거기 전도꾼들은 선임과 후임? 아무튼 그렇게 2인조로 다니는데 후임은 선임에게 함부로 말을 걸거나 경거망동하면 안 된다는 것 같더라고(출처 나무위키). 그래서 나중에야 작사의 얌전함을 쪼끔 납득할 수 있었음.

그래서 나는 그러면 작사에게 너무 미안할 것 같은데 괜찮겠냐 물었고, 작사도 자긴 괜찮다 그랬고 큰사도 레주 씨 시간 없으시잖아요~ 하면서 괜찮다 했다. 솔직히 시간도 빡빡할 것 같고 둘을 따라갔다 온 걸 혹시라도 가족들에게 들키고 싶지도 않아서, 그리고 너무 늦게 다니면 잔소리 들을 것 같아서 그냥 작사에게 짐을 맡기기로 함. 그렇게 작사를 먼저 보내고, 나와 큰사는 언덕길을 계에에속 올랐다. 그냥 평범하게 빌라와 주택이 모여 있는 언덕이었고, 근처에 꽤 큰 카페도 있었음. 날이 되게 더웠던 데다 언덕길도 좀 길어서 가는 길에 가방에 있던 생수 한 병을 다 비웠던 걸로 기억해. 그렇게 한 십오분쯤 걸었을까, 드디어 큰사와 나는 건물에 도착했다...!!!

일단 건물은 꽤 컸는데 아무 간판이 없었고, 어쩐지 수상한 포스를 풍기며 덩그러니 집들 사이에 놓여 있었다. 간판만 없지 외관을 보면 어디 회관? 같은 느낌. 그리고 현관으로 들어서자 적외선 소독 부스라 해야하나? 그런 비슷한 게 있었어. 부스에 들어가면 번쩍번쩍하면서 전신 소독해주는 그런 거. 소독하는 거니까 눈 꼭 감고 계세요~ 하고 큰사가 말해서, 오 이거 완전 SF 영화같은 데 나올 것 같아요! 하고 떠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소독을 마치고(얼마 안 걸렸음. 한 5초? 10초?) 현관에 들어서자 시원한 에어컨이 날 반겨줌. 너무 더웠던지라 아싸 다왔다! 하고 싱글벙글하면서 신발장에 신발 넣어놓고 들어갔었어.

그 현관이 무지 넓었고 신발도 꽤 많았고, 거기서 본 사람들이 최소 건물 1층 전체 정도는 다 쓰고 있는 것처럼 보여서, 여기가 혹시 역술 공부하는 분들이 모여 지내는 곳인가요? 하고 내가 큰사에게 물었었음. 큰사는 좀 애매한? 떨떠름한? 느낌으로 네 그래요~ 라 말했었고, 난 그 말에 아하! 역술인들이 수련하는 곳이구나! 하고 들어갔었다. 신발장이 있는 현관과 복도를 지나 들어가자 무지 큰 방이 나왔는데, 사이즈가 딱 내가 나왔던 고등학교 무용실만했었어. 가늠해보자면 학교 교실을 두세개쯤 합쳐 놓은 사이즈였을거야 아마.

거기선 작사와 다른 사람들이 부지런하게 상과 양초 등등을 세팅해놓고 있었고, 난 우와~ 하면서 큰사 옆에 서 있었다. 큰사는 오늘 우리가 날을 잘 잡은 거라고, 이렇게 다들 여기 있는 날이 흔치 않은데 만일 사람이 없었으면 우리 셋이 저걸 다 준비해야 했었을 거라 했다. 오 역시 뭔가 운명적인 만남인가~ 싶은 기분으로, 나는 작사와 다른 사람들이 제사를 준비하는 동안 큰사에게 내 사주풀이를 듣기로 했다.

큰사는 조그만 상을 들고 와 편 다음, 볼펜과 종이를 들고서 뭐라뭐라 설명을 시작했어. 근데 막상 내 사주를 풀어준 내용은 그렇게까지 별거 없었다...! 이름자와 생년월일을 말해 주고 나니까 이래저래 풀이를 하더니, 레주씨는 역시 의리가 강하시네요! 거 봐요~ 하면서 되게 간단한 얘기를 해 줬다. 사실 두 달 전 일이라 사주풀이 들은 내용은 좀 가물가물하다. 애초에 별 내용이 없었으니 기억 안 나는 걸수도 있지만. 그리고 내 사주에 대해 대강 말해준 다음엔 우리가 조상님께 제사를 지내는 이유와 세계관에 대한 설명을 했었다. 근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이게 뭔 판타지얔ㅋㅋㅋㅋㅋ싶었음

대충 기억나는 대로 써 보자면, 우선 우리가 사는 이승과 돌아가신 분들이 지내는 천국? 뭐 그런 곳이 있고, 그 중간에 천국으로 올라가지 못한 혼들이 떠도는 어딘가가 있다고 했던 것 같음. 자세한 명칭은 기억 안 나는데, 연옥 비슷한 건가요?? 하고 내가 물었더니 그런 거라고 했으니 연옥이라 칭함. 아무튼 우리에게 나쁜 일이 일어나고 일이 잘 안 풀리는 건 우리의 조상님들이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해 천국으로 올라가지 못하고, 연옥에 머물고 있어서 그런 거라는 거임. 그래서 이런 조상님들에게 우리가 제사를 지내 식사를 시켜드려야 하고,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게 그런 의식이란 말을 함. 죽어서도 밥을 못 먹어 한이 맺히다니 역시 밥의 민족이라고 해야 하나... 솔직히 자기들 배고프다고 후손 인생에 깽판 놓으면 그게 악귀지 뭔 조상신임? 이라고 지금은 생각하고 있다만 그 당시의 나는 음 그렇구나... 그래서 제사 언제 하고 끝내냐... 란 생각밖에 없었던 것 같음. 생각보다 귀가가 늦어질 것 같은 삘이었어서...

아 나도 잡힌적 있는데ㅋㅋㅋㅋㅋㅋㅋ 학원 끝나고 버스 타려고 나왔는데 애타게 저기요!!!! 저기요!!!!! 하는 사람이 있어서 멈췄더니 혹시 퇴근하시냐고 물어봄... 아니요 학원끝나고 집가는데욥...! 멈칫 하더니 명함 쥐어주면서 부모님한테 효도하라고 함ㅋㅋㅋㅋㅋㅋ 내가 그렇게 노안에 호구처럼 생겼나보다ㅋㅋㅋㅋㅋㅋ

>>35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효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그래 그래도 효도는 좋은 거니깤ㅋㅋㅋㅋㅋ우리 같이 효도하자구 엣큥☆♡☆

그리고 큰사는 제사에 필요하다면서 나랑 내 가족의 신상정보를 종이에 적으라 함. 번호 직업 주소 등등등 이런저런 개인정보 덩어리였는데, 난 멍충하게 그걸 다 털렸다..... 돈에 이어서 제일 빡치는 부분 2임. 아이고 이 바보야 아이고!! 나중에 검색해보니 그걸로 박명지? 뭐 그런 걸 적어 태운다 그러더라고. 사실 제사 전까지의 정확한 순서는 긴가민가하긴 한데, 대강은 아마 맞을 거다. 뭐 집에 찾아오거나 그러진 않고 한동안 연락 안 하면 안 온다니 그러려니는 하고 있는데, 그래도 나의 망충함이 좀 빡친다... 그리고 저걸 다 적은 뒤로도 큰사의 설명은 계속됐다.

우리가 산 방울토마토는 씨가 많아서 풍요를 상징하고 어쩌구저쩌구... 원래 올라가는 대추도 비슷한 의미라 어쩌구저쩌구...빵은 어떻고 사과는 어떻고~하는 거였는데 제일 인상 깊었던 말은 술은 모든 일이 술술 풀리기를 기원하며 바치는 거라는 말이었다. 네? 눼.....??? 싶었지만 음... 그래 여기 세계관은 그렇구나... 음... 하는 넓은 아량으로 들었다. 그래 그럴 수 있지..

그렇게 길고 긴 설명이 끝나고..... 드디어 제사가 시작됐다!! 제삿상을 준비하던 다른 사람들은 다 나가고 커다란 방엔 나와 큰사, 작사만 남았다. 두 사람은 내게 한복을 입으라고 줬다. 어차피 반팔에 반바지였어서 따로 갈아입진 않았고 그냥 옷 위에 겹쳐 입었다. 버선도 양말 위에 신음. 종일 신고 걸었던 양말인데... 끝나고 잘 빨았겠지...?? 내가 받은 건 노란 저고리에 보라색 치마였고, 큰사는 초록 저고리에 분홍색 치마, 작사는 기억이 정확하진 않지만 아마 진분홍 저고리에 연분홍 치마? 였을 거야. 아무튼 한복은 이뻤다. 옷은 죄가 없다...!! 둘은 내가 옷을 입는 걸 도와주는 내내 예쁘다, 보라색이 잘 어울린다고 칭찬해줬다. 소설에 나오는 아가씨 된 줄 알았음 에헿헿ㅎㅎㅎㅎ지금 생각하면 그냥 사탕발림이었겠지만 아무튼 그땐 좀 기분 좋았음ㅋㅋㅋㅋㅋㅋ

그리고 큰사에게 제사 방법에 대해 들었는데, 제사 내내 절 와아아안전 많이 시킴. 나 생리 2일차였는데 끝나고 바지 다 버림....ㅠㅠㅠㅠㅠㅠ 내 연청바지...ㅠㅠㅠ 그 종이 태우기 전에 절을 앞에서 힌번, 왼쪽으로 두 걸음 가서 두 번, 오른쪽으로 네 걸음인가 가서 두 번, 뒤로 가서 두 번... 그리고 이걸 네 번 반복하는 걸 두 세트 시키는 식으로 식으로 절을 무쟈게 많이 시킴. 동작의 디테일은 기억과 다를 수 있다만 아무튼 무지무지하게 많이 한 건 맞음! 나는 예...? 그렇게 많이 해요...? 하면서 좀 망연자실해 있었지만, 내가 그러거나 말거나 의식은 시작되었다...

ㅂㄱㅇㅇ 와...레주 스펙타클한 일을 경험하고 왔네. 다음번엔 안 그럴꺼지...? 걱정된다

절하는 게 힘들고 정신이 없었어서 과정은 좀 가물가물하다. 썰 푸는데 뭐 정확한 게 하나도 없어서 좀... 미안하다...ㅠ 그래도 기억나는 대로 써 보자면, 우선 가볍게 절을 몇 번 하고 종이를 태운 뒤, 큰사가 든 술잔에 내가 술을 따르면 큰사가 그걸 제삿상 위에 놓고, 두 사람이 도와주면 내가 향을 켜고... 뭐 대강 그런 식이었다. 그렇게 술을 따르고 향을 키고 나면 엄청난 절 릴레이가 시작됐는데, 여기서 나는 절을 어어어엄청나게 잘 하는 작사의 체력에 감탄했다. 큰사가 몇 보 몇 배~ 였나? 간단한 지시를 하고 나면 나와 작사가 같이 위에 적은 방법에 따라 절을 했는데, 작사는 마르고 체구도 작은데도 절하는 자세나 간격에 한 치 흔들림도 없었어...!! 그리고 나는 힘들고 지쳐서 그냥 작사를 따라 휘청휘청 앉았다 일어났다 숙였다를 반복했다. 그래도 별 제재나 똑바로 절하란 말같은 건 없었어. 나 완전...... 완전 개판이었는데...

>>41 안해안해..... 한번 잡혀가서 씨게 당하고 나니까 약간 경험치(?) 생긴 느낌이랔ㅋㅋㅋㅋ앞으론 최대한 호구 안 잡히려고ㅋㅋㅋㅋㅋㅋㅋ참 스펙타클하긴 했어. 모르는 사람이 사탕 줘도 따라가지 말라고 우리 엄마가 가끔 농담으로 말했었는데, 난 사탕도 안 받고... 오히려 돈 뜯기면서 따라갔다와버렸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머리가 어질어질할 정도로 절 한 세트를 하고 나자 큰사가 뭐라뭐라 되게 긴, 한자어가 가득 들어찬 주문을 외웠다. 한자나 불경같은 건 잘 모르지만, 천하대장군? 무슨 군? 같은 수많은 천지신명들에게 복을 비는 내용인가...? 하는 느낌이 들었음. 나와 작사는 절을 하고서 엎드린 자세로 몇 분간 그 주문을 듣고 있었고, 난 쉬면서 오... 뭔가 마음이 편하고 신비로워지는 주문이야... 불경 비슷한 느낌이라 그런가? 라 생각하고 있었음. 근데 나중에 검색해보니까, 절을 엄청나게 시키는 이유가 호구 잡은 사람의 머리를 어질어질하게 만들어서 이 의식에 뭔가 있는 거다! 라고 생각하게 하려는 목적이 있는 거라는 말이 있더라고. 오 확실히? 싶어서 그럴듯하다 느꼈음

20210614_231144596.jpg그리고 길고 긴 주문을 외우고 나자 다시 절 릴레이가 시작됐다. 흔들림 없는 작사를 따라 난 그 전 세트보다도 휘청휘청한 절을 했고... 진짜 살면서 그렇게 절해본 적은 처음이었음. 길고 긴 절이 끝난 후에, 큰사는 내게 눈을 감으라 한 뒤 향을 잔뜩 모아 내 손바닥에 댔음. 타는 부분 말고 아랫부분임! 뭐 지지는 것 같길래 무서워서 눈 질끈 감고 있었는데 큰사가 아픈 거 아니에요~ 괜찮아요~ 하면서 안심시켜 주길래 긴장 풀었음. 그리고 다 돼서 눈 뜨라길래 보니까 왼손에 작고 누런 자국이 남아 있었다. 이게 아마 장 지지는 거랬나? 그랬을 거야. 그날 끝나고 돌아와서 씻고 찍은 사진 첨부함! 신경쓰여서 박박 씻은 뒤라 쪼오끔 지워진 상태일 거야. 손이 족손인 건... 그냥 넘어가...!! 실제론 손목도 덜 두꺼워!!!

아닠ㅋㅋㅋㅋㅋㅋㅋㅋ 요즘 사이비들은 고퀄이네

큰사는 장을 지지고 나서, 이 자국은 시간이 지나면 지워지지만 레주씨가 좋은 생각을 하면 조금 더 빠르게 지워질 거고, 나쁜 생각을 하면 느리게 지워질 거예요~ 하는 말을 해줌. 근데 이때까지만 해도 난 순수한 맘으로 이 사람들을 믿고 있었기 때문에 오 그렇구나...!!!!! 하고 얼른 지우게 좋은 생각 하려 노력했음. 뭐 그럴 가능성이야 적겠지만 동생이나 부모님이 이거 뭐냐고 물어보면 뭔가 대답하기 찔릴 것 같아서 얼른 지우려 했었거든. 그래서 집에 돌아언 뒤 문질러 씻어보기도 했고... 아무튼 그렇게 의식은 끝났다. 이때가 한 7시 반? 8시? 정도였을 것 같아

>>46 그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도 순수하게 믿다가 한 2주? 쯤 뒤에 검색해보고서 사이비인 거 알았어!! 이거야말로 초고퀄 낚시 아닐깤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제사가 끝나고, 작사와 다른 사람들이 제사 음식을 먹기 좋게 잘라 준비해주는 동안 난 큰사에게 아까 다 못 마친 세계관 설명을 마저 들었다. 사실 저녁은 터미널 지하 푸드코트에서 먹으려 했어서 끝나자마자 바로 가려고 했는데, 그래도 제사 음식은 조금이라도 먹고 가셔야 한다며 큰사가 말해서 어쩔 수 없이 있었음. 그렇게 한복을 벗고 음식의 의미에 대한 설명을 마저 들었음. 이쯤에선 그냥 네,네 하면서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린듯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이쯤에서 들은 큰사의 말에 의하면, 여기에서 한번 제사를 지낸 다음에 일이 잘 풀려서 이래저래 연락하고 기부해주시고 가는 분들도 많고, 사실 내가 21살이기 때문에(????) 적정한 제삿상 비용은 21만원이란 말을 들었음(????????). 근데 나는 약 팔만원(저 시점에선 사오만원쯤...) 밖에 없었기 때문에 뭔가 머쓱하고 쪼오끔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어... 그렇군요...ㅠ 하는 느낌으로 걍... 있었다. 그리고 큰사도 내 지갑 사정을 이해한다는 듯 연신 어쩔 수 없죠ㅠㅠㅠㅠ라는 느낌으로 날 대해줌. 그리고 큰사는 내 지갑 사정을 이해하기에, 원래 제사에 들여야 하는 양초 값(??????????) 역시도... 많이는 말고 조금만 가져갔다. 아마 현금으로 한 사천원인가 줬던 걸로 기억함. 근데 양초는 시장이나 마트 가면 싸게 팔잖아...!! 싶기도 하고... 방금 네이버에 검색해보니 큰거 하나에 이천원에서 사오천원 하던데 아무튼 뜯김.

아 그리고 양초 하니까 생각났다! 제사 중에 엎드려서 주문 들을 때 소원을 빌라고 했었는데, 이 소원이 간절하고 신성해 조상신이 마음을 잘 들어주시면 양초가 덜 타고 술이 더 써진단 얘길 큰사가 했었음. 근데 끝나고 나니 정말로 양초가 얼마 안 타 있어서, 우와 레주 씨 소원이 되게 간절했나 봐요! 란 얘기를 들었던 기억이 있다. 솔직히, 아 시간 늦었는데~ 근데 주문 신기하다~ 하면서 딴생각도 좀 했는데 아무튼... 그래도 빌래서 나름 열심히 빌었던 것 같긴 함.

본론으로 돌아와서, 난 큰사에게 마저 이야기를 들음. 음식에 대한 설명과 함께, 제사를 지낸 뒤 21일간은 주변에 이야기를 하지 말라고, 마저 정성을 들여야 해서 그동안은 발설하면 안 된다는 말도 들었다. 근데 이때도 이건 긴가민가하니 수상했던 게, 아무리 봐도 주변이 알게 되면 얘가 호구 잡힌 줄 눈치채게 될 테니까 숨기게 하려는 거 아닌가... 하는 감이 들었음. 당시엔 그리 자세하진 않았고 그냥 좀 수상한 정도였지만. 허나 이 시점에서는 어차피 이미 제사가 끝난 뒤였고... 그리고 내가 생각하기에도 뭔 짓을 하고 다닌 거냐며 좀 혼날 것 같아서 어차피 말할 생각도 없긴 했었음. 그리고 작사와 다른 사람들이 예쁘게 썰어준 음식이 나오자마자, 난 오예스랑 바나나만 조금씩 집어먹고 저 이제 가볼게요!! 하고 일어남. 9시 전엔 차 타야지...! 싶었단 말야.

졸...리다...밤샘러 스레주는 뒤늦게 자러간다네 껄껄

ㅂㄱㅇㅇ 10년 전 나 고3 때랑 완전 똑같아...

초긍정레주넼ㅋㅋㅋㅋ 레주엠비티아이 enfp야?

>>55 나 eNTP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인팁이랑 엔프피랑 쪼끔씩 호환된닼ㅋㅋㅋㅋㅋㅋㅋ

이어서 간다! 아까운 내 오예스...버네너...애이뿔... 그렇게 나는 맛있는 게 가득한 제삿상을 뒤로 하고 회관을 떠나려 했음. 근데 거기 전도꾼들은 평소에 폰도 돈도 다 뺏기고 완전 최소한 활동비만 받아서 지낸다던데, 내가 차려주고 간 제삿상이 그 사람들에겐 몇 주만에 하는 호화로운 식사...☆ 였을 수도 있다 생각하니 쪼끔 측은한 마음이 들어서 걍 그지에게 적선했다 생각하고 있음...☆ 역시 난 너무 차캐.....☆

그리고 회관을 나서는 나를 작사가 배웅함. 집에는 어떻게 갈 거냐고 묻길래 택시 타고 터미널까지 갔다가 밥 먹고 집 갈 거라고 했음. 그리고 주기적으로 본인들 쪽에서 내게 연락을 드려야겠다면서, 혹시 특이하게 기억에 남는 꿈? 범상찮은 사람이 찾아오는 꿈? 을 꾸고 나면 전화했을 때 얘기해 달라 했음. 근데 난 집에 있을 때 그 사람들 전화를 받기 좀 그랬단 말임!! 동생이나 부모님한테 들키면 잔소리 폭탄일 것 같으니까...!! 그래서 주말에 알바하는 도중 한가할 때면 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그날그날 다르지만 몇 시쯤이 보통 제일 한가하다고 말함.

사장님한테는 미안하지만 우리 가게는 무지 한가한 편이거든!! 가게 보는 인원도 나 혼자고 해서 하루에 최소 한두시간은 빈둥거릴 수 있어. 그래서 혹시 내가 먼저 연락을 줄 테니 폰 번호나 카톡 아이디를 줄 수 있냐 물었더니 그냥 얼버무리더라. 이 사람들 진짜 핸드폰 다 뺏기고 사는 건가봐... 좀 불쌍해... 아무튼 그렇게 나는 작사와 빠빠이~ 를 하고 큰길로 나가서 택시를 잡았음. 그리고 터미널까지 달렸다!! 돈 오지게 나왔다!!! 팔천원 넘었다구 뻨!!!!

그리고 절망적이게도... 밥을 먹을 예정이었던 푸드코트는 닫혀 있었고... 생리 2일차에 열심히 절을 한 내 바지는 곱창이 나 있었고... 제일 빠른 차는 9시 차였다!! 9시 전엔 타려 했는데!!! 그나마 티셔츠가 긴 편이었고 에코백도 후리후리 컸어서 가리고 다녔기에 다행이지, 그날 집 가서 바지 빨았던 거 생각하면 좀...빡이 친다. 아무튼 그러케 나는 저녁도 못 먹고 배고픈 채 집에 들어가서 엄마표 바질크림스파게티를 먹었다. 근데 왜인지 소스에서 잡초 뜯어먹는 맛이 났다. 그 날 엄마가 사온 소스가 꽝이었던 것이다. 그땐 별 생각 없었는데 지금 되돌아보니 엄청 처량하네...!!!

그리고 그 주 주말, 작사에게 전화가 왔다!! 작사가 공중전화로 연락할 거라 했었기 때문애 번호 보고 오 그 사람들이다! 했었어. 그때까지만 해도 난 진실을 모르고 있었다...!!! 작사는 뭔가 기억에 남거나 특별한 꿈 꾼 건 없는지 물었고, 난 마침 전날에 고등학교 급식실애서 밥을 나눠주는 엄청 스펙타클한 꿈을 꿨기 때문에 작사에게 그걸 즐겁게 떠들었다. 작사는 음...그렇군요...! 하고 있었다. 본의 아니게 내 쏼라쏼라를 받아준 작사...고맙다!!!!

그리고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난 좀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사이비 2인조의 말을 믿고 있았음. 제사 지냈으니 조흔일 생기겠지~~ 용돈받나? 길가다 돈줍나??? 집안일 잘 풀리나 두근두근~~~?? 하면서 21일 지나면 친구 누구누구한테 썰 풀어야지~ 이러고 있었다. 허나 나의 그 순수한 마음은 제사를 지낸 지 약 열흘 차에 깨지게 되는데.... 그거슨 바로 넷X릭스 드라마 때문이었다!!!

모 시트콤 드라마를 보는데, 등장인물이 도를 아십니까에 잡혀가서 제사 지내는 에피소드가 있어서 엄청 재밌게 보다가 어 이거 나도 이랬는데 혹시...??? 싶어서 나무위키에 도를 아십니까 문서를 검색해서 쭉 읽었음. 내 취미 중 하나가 나무위키 읽기라서...TMI지만 난 나름 엔하 시절부터 있던 고인물 위키러다. 아무튼 그렇게 나무위키를 쭉 읽고 그 단체 관련해서 이것저것 검색하다 보닠ㅋㅋㅋㅋ내가 갔던 그 회관이 나옴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거기 지부였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게 나는 그곳의 진실을 알아버렸지만 그 시점에서 요금이 이미 왕창 밀렸던 내 폰은 수발신 전부 정지를 당해서 연락을 받을 수 없게 돼버렸곸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돈 뜯긴 건 억울하지만 거기 다시 찾아갈 생각도 없었기 때문에 어영부영 끝나버렸다. 그리고 나는 그날 쓴 약 오륙만원을 대가로 약간의 빡침과 평생 썰 풀 거리를 얻음ㅋㅋㅋㅋㅋㅋㅋ 어느 누가 사이비 따라가서 제사 지내봤겠음? 이런 거 흔치 않닼ㅋㅋㅋㅋㅋㅋ아무튼 좀 어영부영한 엔딩이긴 하지만 사이비에 잡혀갔다 온 썰은 이렇게 끝~~ 지금은 요금 낸 뒤라 폰도 멀쩡해졌지만 한달 가까이 연락이 안 되니까 거기서도 걍 포기헌 모양이더라고. 그 2인조는 지금도 어딘가애서 호구들을 잡아 제사를 지내게 하고 있겠지...? 뭐...할 말은 없다만.... 밥이나 잘 먹고 다니쇼 쯧쯧....!

난 심심한 관종이니까!! 질문과 잡담은 언제나 열려 있다!!! 놀아줘 레더들!!!

??ㅋㅋㅋㅋㅋ아니 그걸 따라가는건 대체 머ㅓ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66 고맙다.....!!!! >>67 ㅋ...ㅋㅋ.......나같은 애들이 있으니 사이비가 돌아가는 거겠지....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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