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18/01/09 08:12:39 ID : RBdXunCjije 0
어릴 때부터 책읽고 글쓰는 거 좋아해서 십 년 동안 작가라는 꿈만 보고 살아온 스레주야. 단순히 꿈만 꾸고 노력을 안 한 것도 아니고, 정말 아무리 글이 안 써지는 날이라도 최소 15분 매일매일 규칙적으로 쓰고 독서하고 그랬어. 블로그에서글써서 나름 독자들도 많았지. 사실 난 대학 가고싶은 맘이 없었어. 고3 7월까지만 해도 진학생각조차 없었고. 이미부모님이랑고1 때부터 진학하지 않는 걸로 이야기를 마친 상태였거든.고등학교 내내 모의고사도 제대로 안 보고 정시 공부? 해본 적도 없어.내신도 무언의 의무감으로 벼락치기만 해서 2~3등급만 땄고. 고등학교 생활? 교내랑 교외 글짓기 대회만 주구장창 참여하고 정말 매일매일이 글, 독서, 국어(가리는 과목 딱히 없는데 그냥 제일 좋아서 했어)공부, 생각하기 이랬지. 조금만 자랑하자면글짓기 대회상만 17개야. 교외 합치면22개고.아무튼 이런 나한테담임선생님이 원서만 넣어 보면 안될까 계속 설득하셔서 결국 넣은 게 문예창작학과.
2 이름없음 2018/01/09 08:22:22 ID : RBdXunCjije 0
2년제 전문대로 가고 싶었는데 역시나 담임선생님 의견 때문에 4년제 대학만 넣느라 그쪽으로만 문창과 있는 대학을 찾아 봤어. 근데 또 내신에 맞춰서 거르고 뭐하다 보니, 내 내신에 맞는 학교들이 남았을 땐 주로 커리큘럼하고 교수진을 보면서 지원할 학교를 정했어. 수시로 6곳을 넣었어. 결과는 한 대학에서 두 전형 추가합격, 이어서 또다른 두 대학에서 추가합격이 되었는데. A대학은 간판이 좋지만 내가 원하는 커리큘럼이 하나 밖에 없었고 나의 방향성과도 달라서 가고 싶지 않았어. 그리고 B대학은 두 전형이 모두 붙었거든? 우리집에서 한 시간 걸려. 플러스 커리큘럼도 흥미 있는 교과목이 무려 다섯 개가 넘어가. 거기다 교수진 중에도 예전에 인상 깊게 읽었던 작품의 작가님이 계신 거야! 대신 B대학은 나도 지원할 대학 찾다가 처음 알게 된 학교였을 정도로(난 입시에 워낙 무관심해서 홍건동 국숭세단? 그런 것도 잘 모르지만) 인지도가 낮아.
3 이름없음 2018/01/09 08:28:56 ID : RBdXunCjije 0
어차피 취업이 목적도 아니고 2년도 아닌 4년 씩이나 다녀야 할 학교인데, 원치 않던 입시 생활 끝에 입학하는 학교마저 원하지 않는 A대학이면 스스로가 너무 비참할 것 같았어. 내가 진심으로 배우고 싶은 걸 배우러 가는 학교라면 B대학이 가고 싶었어. 솔직히 말해서 A대학에 면접 갔을 때, 난 소외감부터 느꼈거든. 진짜 수준이 다른 애들이 오는 곳이다, 싶어서 공부 죽도록 하지도 않고 글만 좀 오래 쓴 내가 그 대학에 가면 안될 것 같았어. 나하고는 소위들 말하는 클라쓰가 다른 애들이 모일 것 같은 그 느낌. 아무튼 예치금은 B대학에 넣었어. 부모님도 대학 안 간다던 애가 담임선생님 때문에 가겠다 하니까 처음엔 띠용?! 하시는 눈치였지만, 가고 싶은 대학이 생겼다 하니까 바로 허락해주시더라.
4 이름없음 2018/01/09 08:34:50 ID : RBdXunCjije 0
그런데 있잖아. 난 B대학이 정말 가고 싶어서 가는 건데, 억지로 가는 대학도 아니고 수능 망친 친구들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반수하러 가는 대학도 아닌데. 휴학이나 자퇴하고 공무원 시험 준비할 생각도 없는데. 지잡대 가서 배울 게 있겠느냐고 엄청 무시하네. 참 속상해. 우리나라 학벌사회라는 건 나도 알아. 출판사 같은 곳에 취업하는 걸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난 아직 그쪽으로는 생각한 적도 없는데... 굳이 취업률 얘기 꺼내면서 "너 진짜로 문창과 가는 거야?" 이러면서 묻는 거. 너무 짜증나고 듣기 싫다. 거짓말 한 마디 보태지 않고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오늘 이 순간까지 작가. 중간중간 만화작가나 동화작가나 소설가 식으로 조금씩의 변화는 있었지만, 어쨌든 변함없이 글쓰기만 바라보고 노력해 왔는데. "진짜로" 라는 내 노력을 의심하는 것만 같은 말들이. 내가 원해서 지원한 대학까지 폄하하는 말들이. 듣기 힘들더라.
5 이름없음 2018/01/09 08:39:53 ID : RBdXunCjije 0
그래. 사실 작가라는 직업이 결코 쉽지 않다는 건 알고 있어. 그 길에 십 년을 관심 가지고 있는 사람인데 설마 그걸 모를까. 그래도 하고 싶으니까,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진짜로 글쓰는 데 환멸이 나서 더 이상 못 쓰게 될 때까지 쓰자고 마음 먹은 나야. 명절만 되면 친가쪽 어른분들의 온갖 우려와 실패를 예측하는 소리들. 전부 아집일지도 모를 고집 하나로 다 꺾어버리고 기어이 문예창작학과 지원해서 합격했어. 누가 보면 솔직히 배고프고 싶어 환장했나? 이렇게 생각하고 세상 물정 모른다고 욕할지도 몰라. 내가 봐도 가끔 내가 미친 건 아닐까 싶으니까.
6 이름없음 2018/01/09 08:43:32 ID : RBdXunCjije 0
근데 고등학교 1학년 때 체육선생님께서 하셨던 말씀이 있어. 대부분 친구들이 잔소리라 생각하며 흘려들었던 말이긴 한데, 나는 그 말씀 덕분에 계속 습작하고 독서하며 노력할 수 있었어. "미쳤다는 말들을 정말 많이 해. 너희도 자주 쓰지? 그런데 이왕 미칠 거라면, 어중간하게 미치지 말고 제대로 미쳐 봐. 너희가 좋아하는 게 있다면 가끔 즐기는 취미라도 그거에 완전히 미쳐 보라고. 그럼 전문가가 될 수 있어." 그 말씀을 듣는데 진짜 미치고 싶었다. 평소에도 미쳤다는 식의 우스갯소리를 몇 번 들었지만, 그런 의미로라면 완전한 미치광이가 되고 싶었어.
7 이름없음 2018/01/09 08:47:13 ID : RBdXunCjije 0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난 결코 작가라는 직업을 가볍게 보고 재미삼아 글을 써온 게 아니라는 거야. 문창과 하면 바로 전과할 애들이 들어가는 학과라는 이야기도 많이 보이더라. 다시 말하지만 대학 가서 일단 문창과 들어가서 전과할 생각? 그런 거 없어. 문창과도 내가 원해서, B대학도 내가 원해서 지원하고 들어가는 거야. 그런데도 지잡대 소리 들으면서 비아냥거리는 주변 사람 볼 때면 한숨이... 하하.
8 이름없음 2018/01/09 08:49:44 ID : RBdXunCjije 0
이대로 B대학 들어가서 나는 내 나름대로 열심히 원하는 문학 공부하고, 나하고 맞는 선배님과 동기들 만나서 문우까지 사귈 수 있다면 더없이 기쁘겠지. 지금으로서 바라는 건 그것뿐이야. 내가 대학에 엄청 큰 걸 기대하는 것도 아닌데 오히려 주변인들이 뭐라 하는 게 불편해서 올려봤어.
9 이름없음 2018/01/09 08:52:40 ID : WnTQoIMlyLd 0
주변사람 도움되는거 없어 내 절친도 부정적인 부분은 진짜 맘에 안듬 걸러서 들어
10 이름없음 2018/01/09 08:52:55 ID : RBdXunCjije 0
대학 문제로 답답하면 또 갱신할 것 같아. 특히 A대학 들먹이면서 B대학이랑 오달지게 비교하면서 후회할 거라는 둥 내 신경 긁는 사람들이 계속 그런다면 말야.
11 이름없음 2018/01/09 08:53:33 ID : RBdXunCjije 0
이 시간에 읽어준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어! 완전 아침인데...! 레스 달아줘서 고마워ㅠㅠㅠ
12 이름없음 2018/01/09 08:57:49 ID : RBdXunCjije 0
ㅎㅎ 주변 사람이 뭐라하든 결국에는 마이웨이 걷는 나지만, 그걸 완전히 무시하고 거절할 수 없어서 조금 힘든 것 같아. 속으로는 '무슨 소리를 씨부려도 나는 내 길 갑니다' 이러면서 겉으로는 "하하... 괜찮아요... 전 자신 있는데... 네... 그 쪽도 생각해볼게요...^^" 거짓웃음 대환장 파티
13 이름없음 2018/01/09 08:59:30 ID : Bhs63O7gi1h 0
한국 사람들은 특히 이분법적 시야를 가지고 남의 인생이 자신과 같아지기를 바라는 경향이 있다. 남의 인생이 자신과 비슷해질 때 안도감을 느끼는데, 이런 부류가 넌 틀렸다며 꼭 한 마디 거드는 이유는 스레주를 걱정해서가 아니라 그저 네가 틀렸다고 말하고 싶은 것 뿐이여서라는거지. 그런 인생에 하등 도움 되지 않는 오지랖에 어울려줄 이유는 없다. 이미 했으면, 앞으로도 하고 싶은대로 해.
14 이름없음 2018/01/09 09:09:11 ID : RBdXunCjije 0
오... 일단 레스 달아줘서 고마워! 아침인데도 일찍 일어나는 사람이 많구나. 개중에 정말 친한 사람들이 이야기하면 경계 없이 '날 걱정해주는 거구나' 싶었는데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지. "그저 네가 틀렸다고 말하고 싶은 것 뿐이여서" 라는 말에 뭔가 울컥하게 되네. 사람마다 자신의 가치와 관련 기준은 조금씩 다른 거라고 생각하고 나도 그런 것뿐인데, 확실히 주변에서는 "돈"이나 "명예" 같은 걸로 나의 가치까지 획일화시키려 하는 느낌이 든 적이 있었어. 개인적으로 범법이 아니라면,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게 아니라면 역시 마이웨이 하고 싶다.
15 이름없음 2018/01/09 09:10:06 ID : RBdXunCjije 0
사실 스레주는 소설 쓰고 조각글도 다듬고 음악도 들으면서... 밤샘했어! 안 잤어...ㅋㅋㅋㅋ
16 이름없음 2018/01/12 18:37:20 ID : K0oNxTSMmMk 0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남에게 피해 안 주는 한 자기가 가고 싶은 길을 걸어가야한다고 생각해 이왕에 태어난거 하고싶은걸 하고 살아야하잖아
17 이름없음 2018/01/12 18:47:46 ID : 7cK45cMo3TQ 0
작가가 되고 싶은 거라면 대학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걸 스레주도 잘 알잖아? 지금 걸리는 것은 주변의 걱정이라든지 오지랖 같은 거겠지... 사람이 자신의 선택 때문에 실패한다고 하면 다시 일어나서 다른 목표에 도전할 수 있을 거래. 그런데 남이 하라고 했던 일 때문에 실패하게 되면 자신까지 잃게 된다고 하더라. 주변에 문학을 배우려고 입시를 준비한 사람들이 여럿 있는데 내가 생각하기엔 그들은 자신을 믿고 좋아하는 것을 계속 하려는 의지가 있더라고. 주변이 아무래도 신경은 쓰일 거고 방해되겠지만 꾸준히 재능을 믿고 하고 싶은 대로 해...! 나도 이제 대학 가는데 예전에 문예쪽에 관심이 많았지 ㅋㅋ 대학은 그쪽으로 못 가지만...
18 이름없음 2018/01/14 14:34:09 ID : Fjtdu4Gmmrh 0
인생은 어차피 마이웨이다 살면서 그걸 절실히 느낌
19 이름없음 2018/01/16 05:12:29 ID : ljtg3WlBali 0
스레주인데 이전에 스레 세운 게 생각나서 와 봤는데, 다들 레스 달아줘서 너무너무 고맙고ㅠㅠ 그렇잖아도 마이웨이할 생각이었지만 더더욱 용기가 나는 것 같아. 16번 레스주! 이왕 태어난 거 하고 싶은 걸 해야 한다는 그 말이 정말 맞다고 생각해. 사람은 언제 죽을지 모르고 미래만 준비하며 현재를 힘겹게 살았는데 당장 내일 교통사고라도 나면 얼마나 허무하고 슬플까. 현재를 내가 원하는 것 하면서 살고 싶어. 정말 고맙다! 17번 레스주! 그럼그럼, 잘 알지... 중학교 때부터 그렇게 알고 생각해 왔으니까. 내가 걱정하는 게 뭔지도 제대로 잡아냈어. 내가 원하는 길이라면 원망해도 남을 원망하진 않을테니, 난 그걸 위해서라도 마이웨이가 하고 싶어. 응원해줘서 고마워ㅠㅠㅠ 설령 학과가 문예쪽이 아니더라도 글은 언제나 쓸 수 있으니까 글에 대한 관심 생기면 주저말고 다시 도전해볼 수 있음 좋겠다! 정말정말 고마워. 18번 레스주! 고작 20년 인생이지만 나도 그걸 느꼈다... 그래서 대학 지원할 때도 마이웨이로 했지. 후회없을 선택이라 난 믿어. 우리 모두 당당하고 멋진 마이웨이하자! 레스주도 화이팅, 고마워!
20 이름없음 2018/01/16 05:18:46 ID : kq3QnyFfQpX 0
이리자리 치였구나 본의아니게ㅠㅠ 나는 오히려 스레주가 부러워. 하나에 미치라고 하셨댔잖아? 그런데 아마도 나 같은 사람이 더 많을걸. 미칠 것도 없는 사람. 나는 여기저기 흥미를 보이지만 그 흥미는 금세 식어버려. 그렇다고 전문적으로 딱 해보는 것도 아니고 그냥 건드려보고 마는 수준이야.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하나만 보고 달려갈 수 있다는 건 어쩌면 아주 행운아라고 생각해. 주변사람 신경 쓰지 말래도 신경 안 쓸 수가 없겠지만 그래도 흘려넘기고 더 하고픈일에 집중하길 바라. 힘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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