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들어줄 수 있을까...? 중학교때, 지적장애가 있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왕따를 당하던 여자애가 있었어. 이상한 행동 한다고 애들이 걔를 다 싫어했음. 그 애가 잘못한건 없었지만, 대놓고 '장애ㄴ' 이러면서 진짜 심하게 왕따를 했음. 그래, 솔직히 인정할게. 14살 당시의 나는 그 아이가 불쌍했어. 아무잘못도 없는데 그저 애들과 다른 행동을 한다는 그 이유로 그런 취급을 받는게 불쌍했어. 그래서 혼자 노는 걔한테 먼저 말을 붙였어. 그리고 중학교 3년 내내 데리고 다녔어. 하지만 지금와서 다시 생각해보면 당시의 나는, 그렇게 착한 아이가 아니였던것 같아. 그냥 그 아이에 대한 '동정심'과 '안타까움', 저런 악마들과 똑같은 인간말종이 되기 싫은 '거부감' , 쓰레기같은 학교 아이들에 대한 '역겨움'. 고작 그것뿐이였던 것 같아. 솔직히 많이 힘들었어. 이제 그만하고싶을 정도로. 내가 그 애와 친하게 지내니까, 왕따의 화살이 나한테로 향했어. 나는 14살~16살까지의 3년의 기간동안 그 아이 대신에 왕따를당했어. 애들도 표면적으로는 내가 잘못한게 없으니까 대놓고는 못시키더라. 솔직히 말하면, 원망했어. 얄량한 동정심때문에 친구들도 다 떨어지고 아예 날 구성원 취급을 해주지 않는것에 있어, '내가 왜 그때 걔한테 말을 걸어서..!'라며 밤에 울면서 후회하기도 했어. 그래, 알고있어. 위선적이지... 내가 그 아이에게 베푼 호의는 그저 위선이였던거야... 이어서 쓸게.

그래서 15살때였나... 내가 거진 한달동안 걔를 피해다녔어. 쓸데없는 동정때문이였을까, 미안해서였을까.. 둘 다였을지도 모르겠다. 차마 눈앞에서 손절하자는 말은 못하겠어서 그냥 내가 그아이 눈앞에서 안띄도록 피해다녔어. 그러다, 어느날 내가 이동수업 후에 교실에 들어왔는데, 내 책상위에 연필로 뭐가 쓰여있는거야. 당시의 우리학교는 교실에 가만히 앉아있으면 선생님이 들어오는게 아니라, 우리가 직접 교실을 찾아다녀야 했어. 아마 그 전 시간에 그아이의 반이 우리 교실에서 수업을 들었겠지. 난 처음에 멀리서 봤을때, 낙서인줄 알았다? 포스트잇에 쓰여있는것도 아니고 책상 위에 연필로 쓰여있었으니까. 그래서 난 '아 이 ㅆㅂㅆㄲ들... ㅈㄴ유치하게 낙서를 해놨네. 뭐, 죽으라고라도 써놨나.." 싶어서 가까이 다가가서 봤다? 근데 아니였어.

삐뚤빼뚤한 유치원생의 글씨로 이렇게 쓰여있더라. "○○아, 내가 미아내. 나 사과한거다? 진짜 미아내." 걔가 써놨나봐. 그 와중에도 애들은 "ㅅㅂ 찐따ㄴ들 ㅈㄹ한다ㅋㅋㅋ~" "냬걔 미얘냬~" 하면서 놀리더라. 당시의 내가 그걸 보고 든 생각은, 난.. 화가 났어. 걔한테도, 그걸 놀리는 애들한테도. 그래서 그걸 지우개로 박박 지웠어. 흔적도 남지 않을만큼. 오랫동안 지웠어. 그리고 그애를 찾아갔어. 미련하게도, 내가 그렇게 나쁜 짓을 했는데 그애는 내가 한달동안이나 자기를 피해다닌것도 잊고 내가 눈앞에 보이자마자 "헤헤, ○○이다..헤헤"이러면서 좋아했어. 진짜 미련하게... "..책상에 그거 왜 썼니?" "내가 잘못해서.." "니가 뭘 잘못했다는건데!" "그냥 내가 잘못해서..." 화가 났어... 미련하고 바보같이 짝이없는 걔한테도, 지 편하자고 친구나 버리는 나한테도. 다음날부터 걔랑 다시 같이 다니기 시작했어.

중학교 3학년이 되었어. 이쯤, 이상하게 날 괴롭히는 애들이 줄었어. 평소에 나와 똑같이 이 상황을 그닥 탐탁치 않게 보았지만, 왕따가 되기 싫어 방관할 수 밖에 없던, 그나마 착한 여자애들 몇몇이 내게 다가와서 말을 걸기도 했어. 선생님들역시 그 애와 나의 왕따를 잘 알고있었어. 다만 일부러 간섭하지 않았지. 수학여행, 체험학습 등 애들과 같이 다녀야 하는 상황이면 언제나 삼일~이틀 전에 나를 따로 불러 ●●이와 같이 다녀달라고 부탁하기도 했어. 그애랑 최근에 친해진 다른 애들하고 같이 다니도 괜찮겠냐는 말에, 선생님은 "아...그건.. 너도 친구니까 알다시피 ●●이가 친구들하고 잘 못어울리잖아..? ●●이를 먼저 불러서 말을 했는데, 오로지 너랑만 같이 다니고 싶다고 해서...다른 애들은 싫대.. 너가 좀 이해해주면 안될까?" 짜증났어. 선생들 입장에서는 그저 골칫덩이였던 그애 문제를 내가 덥썩 와서 문제가 저절로 해결된 격이였을거야. 당시에는 그렇게 생각했어.. 나 정말 못됐지? 나도 이제 친구 있는데, 반에서 얘기하는 애들도 이젠 있는데 걔때문에 친구들이랑 못어울리고 중학교 3년 내내 어디를 갈때마다 둘이서만 꼭 붙어 다녀야한다는 것에대해 환멸이 났어. 그래서 괜히 죄없는 그애한테 "한여름인데 더우니까 팔잡고 붙지 마라"하며 짜증을 내기도 했어.

그 아이와의 인연은 졸업식때까지 계속되었어. 중학교 졸업식, 그날은 참 거지같은 날이였지. 내가 다른 친구들하고 사진만 찍으려고 하면 그애가 득달같이 달라붙어서 "싫어!!! ○○이는 나랑만 찍을거야!!!"하면서 아따아따 단비처럼 울며불며 했으니까. 그럼 친구들은 "아하하...;; ○○아, 나중에 같이 찍자;;"하면서 자리를 비켰고. 그애랑 나는 중학교 3년중 2년동안 같은 반이였어. 중1, 중3. 그렇게 내 끔찍했던 중학교 생활은 막을 내렸어.

고등학교때까지 그아이와는 연락을 하고지냈어. 일종의 책임감이였을까... 성인이 된 지금와서 생각하면, 건강한 관계는 확실히 아니였지.

그아이는 타지역의 특성화고등학교를 갔어. 지역에 특수학교는 없고, 인문계학교는 들어갈 성적이 안되니까, 그아이의 부모님께서 그나마 다른 친구들하고 평범하게 학교를 다니게 하고싶어하신 바람이였어.

나와 그 아이의 마지막 인연은 고등학교 2학년때가 마지막이였어. 어떻게 잊을수있을까... 나의 뇌리속에 남아있는 트라우마이자 죄책감을. 아직까지도 그아이를 잊지못하고 여기에 글이라도 쓰는 그 이유를 말이야.

그때는 여름방학이였어. 무척이나 더웠지. 난 당시 학원을 다닐 수 없었고, 매일 도서관을 다녔어. 그날도 마찬가지였어. 집에서 20분 떨어진 도서관에 도착해 공부를 하고있는데, 휴대폰이 울리는거야. 그 애였어. 혹시나 태클 걸 레더들 있으면, 장애가 있긴 하지만 전화는 할 줄 알았어. 괜히 편견갖지 마. "○○아, 어디야?" "☆☆도서관. 나 지금 못만나. 공부하고 있거든." "나 너 보고싶은데..." "있다가 와. 있다가. 나 공부 다하면. 그때 연락할게." "나 너 보러갈거야." "네가 오고싶으면 오던지." 나는 그 말을 해서는 안되었어..

나는 휴대폰을 꺼놨어. 괜히 공부하다보면 딴짓도 하고싶고, 만지고싶어지니까. 그리고 한 7시였나.. 그쯤되어서 휴대폰을 다시 켜니까 그애 부모님한테 문자가 와있더라. 문자 내용은 이랬어. 그애가.. 병원에 있대. 머릿속이 혼란해졌어. 왜지? 왜 병원이지? 뭐 때문에? 어디 아픈가? 사고? 아냐, 그건 아닐거야. 걔가 나갈땐 부모님이 항상 데리고 다니시잖아. 오만가지 생각을 다하면서.

...사건 전말은 이랬다. 그날은 걔네 부모님이 자리를 잠시 비운날이였어. 아버지는 출근하시고, 어머니는 잠깐 집 앞 3~4분 거리에 뭘 잠깐 사러 가신날. 걔는 집에 혼자있으니까, 전화기로 나한테 통화를 한거고.. 내가 '오던지.'라고 하니까 진짜 간거야... 그날따라 어머니가 나가실때 깜박하고 문에 잠금장치를 안걸어두셨나봐. 길어봤자 15분이면 돌아올테니까, 안일하셨던거지. 근데 걔가 내가 있는 도서관 가는 길을 아나..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의 그 애가 신호를 무시하고 길을 건너다가 차사고가 난거야. 뺑소니는 아니였어. 바로 병원으로 옮겨졌어..

몇년전 일인데... 다시 떠올리려니 너무 힘드네. 새삼스레 참...

불행히도 머리를 크게 다친게 원인이였어. 그애는 두번다시 깨어나지 못했다.. 대체 무슨 생각으로 장례식에 있었던걸까.. 영정사진을 보자, 이유모를 눈물이 나왔어.

재가 되어 안치된 그 애를 보자마자 나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어. 따지고보면 나때문이였잖아. 내가 그냥 '오던지'라는 말 대신, 집에 얌전히 있으면 공부 다하고 가겠다는 말만 했어도 이렇게 될 일은 없었던 거잖아. 집에 돌아와서, 밥도 안먹고 이틀동안 울기만 했던것 같다.

처음엔 그저 얄량한 동정심이였어. 그냥 악마같은 아이들에 대한 혐오감과, 이유없이 왕따당하는 그 애에 대한 불쌍함. 따지고보면, 중학교때의 나는, 그 애를 진심으로 친구라고 생각하지 않았던걸지도 모르겠어. 내가 정말 진심으로 그애를 좋아했었더라면, 그 애를 결코 피해다니지 말아야했었어. 새로 친해진 다른 애들과 같이 다니지 못했다는 이유로 애꿎은 그 애에게 현장체험에서 괜시리 짜증을 내서는 안되었었어. 그래, 그 애에게 다가간 맨 처음의 나는, 도덕적 우월감이였던거야. 위선이였다는걸 알게되니, 허탈감과 동시에 상실감이 밀려오더라. 처음에는 그저 위선이였지만, 나도 모르게 그것이 진심이 된 순간은 언제부터였을까.. 나는 왜 더 잘해주지 못했던걸까, 나는 왜 맨처음부터 진심으로 다가가지 못했던걸까. 나중에 되어서야 진심이 되었다는걸 깨달아봤자 이미 돌아갈수 없는데.

얼마전에 기일이였어. 납골당을 찾아가니, 너는 그때 그 모습 그대로 환하게 웃고있더라. 18살의, 순수했던 네 본연의 모습 그대로. 그때 도서관에서 내가 그 말만 하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지금도 함께 있을 수 있었을까? 오늘따라 네가 참 보고싶다...

나는 스레주가 했던 모든 일의 계기가 알량한 도덕적 우월감이라고 해도, 어쨌든 남에게 손을 내밀어줄 수 있을 만큼 무관심해지지 못했던 것, 그리고 한번 피해버린 것에 대해 죄책감을 가진 것 등등... 여러가지 점에서 스레주는 근본적으로 선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설령 위선이라 해도 더러운 속을 드러내고 다니는 것보다는 겉으로 착한 척이라도 하는 게 맞지. 더러움을 버릴 수 없다면 최소한 숨길 줄이라도 아는 것이 도리 아닐까. 사실 나도 고등학생 때 같은 반에 경계선 지능인지 발달장애인지 뭔지 정확히는 몰라도... 조금 모자라서 남들이 피하는 애가 있었는데, 나는 스레주처럼 손을 내밀어줄 수 있는 사람이 되진 못했어. 직접적으로 싫은 티를 내지는 않았더라도, 피하곤 했었지. 그러면서 열심히 합리화를 했어. 나도 상황 안 좋은데 어떻게 쟤랑 친하게 노냐고. 애초에 쟤는 나 이해 못 할거고 나도 쟤 이해 못 할건데 어떻게 하란 거냐고. 이러면서. 나는 걔네들처럼 부도덕해지고 싶지 않다, 나는 적어도 그 애들처럼 더러운 인간은 되기 싫다, 이런 생각을 하고 그에 따라서 행동하는 건 결국 다수가 쉬이 택하곤 하는 부덕이 잘못되었고 그걸 행함으로 다수에 속할 수 있다곤 해도 그렇게 하지 않는 편이 훨씬 옳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라 생각해. 죽은 이는 안타깝게 되었다고 생각해. 하지만 결국 스레주도 중학생, 고등학생이었잖아. 그 나이에 어쨌든 친구라고는 해도 누군가를 떠맡는 게 쉬운 일은 아니야.

그래도 그 친구입장에서 대게 고마웠을거야. 다른애들은 괴롭히고 방관만 하는데 넌 어째듯 무슨 마음이든간에

>>23 오타일걸 대게🦀라고 써있네

그래도 그렇게 용기나서 말 걸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몇이나 있을까 나는 레주 되게 멋있다고 생각해 책임감이던 동정심이던 걔랑 친하다는 이유로 니가 왕따를 당하는데 나였다면 레주처럼 하지 못했을거야 그리고 만약 내가 그 친구였다면 레주가 많이 고마웠을 것 같아 진짜 잘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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