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 이름이 싫어. 북한의 김정은 하고 이름이 같으니깐(성은 달라). 솔직히 그렇게 놀림받는 이름은 아니야. 하지만 놀리는 사람이 아예 없는 것도 아녔어. 일부러 헷갈리는 척(그게 유머인 줄 알고), 날 김정은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었고, 김정은에 대한 욕지꺼리를 주고 받다가, 갑자기 나한테 다가와서 인사하더니, 자기 무리로 돌아가서 "나 정은이 만나고 왔다" 킥킥대는 놈들도 있었고, 이름이 김정은이랑 비슷해서 싫다고 말하니 수령동지, 장군님 이럼서 지긋지긋하게 놀리는 새끼도 있었어. 어린 아가들 하고 자주 놀아주는데, 아가들이 "누나는 뚱뚱하니깐 김정은"이라고 한 적도 있었어. 내 멸칭 같은 걸 아이 입으로 들으니깐 울컥하더라. 그 뿐만이 아니야. 유튜브에 김정은 나오는 뉴스, 김정은 조롱하는 영상, 김정은 밈...거기 영상에서, 거기 댓글에서 김정은은 정은이로 불려. 정은이로 불리며 온갖 욕과 조롱을 들어. 정은이 라는 이름으로...내 이름으로... 그렇게 많이 놀림받는 이름은 아니라고 했지? 근데 이 짧은 놀림들이 18년 동안 유구하게 모여서, 나 자신조차 내 이름을 혐오하게 만들었어. 그 짧은 놀림의 순간들을 하나하나 다 기억하고 있을 정도로 내 마음 속을 파먹었어. 난 내 이름이 싫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