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23/04/27 23:46:49 ID : p89xQmq2Hwt 0
세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고 수 많은 사람들이 하는 생각들은 제각기 다르다. 비가 오기만 하면 나는 하반신이 저릿하여 끙끙앓곤 한다. 의족을 끼고 지팡이를 짚어야 겨우 걸을 수 있는 이 몸뚱아리가 참 야속하기도 하다. 벚꽃이 이제야 만개하기 시작했지만 봄비가 따갑게 내리는 바람에 꽃잎은 사정없이 땅으로 내려앉았다. 내 나이 63. 120세 시대에 60대는 아직 청춘이라고들 하지만 나는 온전치 않은 몸뚱아리에 폐암과 간암이 말기로 접어들며 2개월 남짓 남은 시한부 인생을 외로이 보내고 있다.
2 이름없음 2023/04/28 00:01:18 ID : p89xQmq2Hwt 0
이제야 만날 수 있나 싶은 생각에 창밖을 보며 떨어지는 벚꽃을 구경하다 잠이 든다. _________________________ 2023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38년전. 내 나이 25살때 이야기다. 나는 전직 군인이었다. 어쩌다 특작부대에 선발이 되어 5년간 복무를 했다. 전역하면 개고생이라며 보직을 옮겨주겠다던 선배들과 인사장교들의 만류에도 나는 기대에 가득 부풀어 전역을 하였다. 하지만 쉽지는 않았다. 조선소에 취직을 해 엔텍소속으로 선박을 고치는 일을 하고 있는데 정신적으로 힘이 많이 들었다. 사람을 만나보고 싶었지만 그럴 시간도 없었을 뿐더러 야근이 잦아 지칠대로 지쳤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목포로 파견을 가게 되었다. 파견은 가끔있는 출장같은 느낌이다. 팀별로 사람을 추려 보내는 것인데 나는 전기부 소속이라 전기사로 철골부와 함께 팀을 꾸려 파견을 갔다. 목포에 있는 콘스탄틴 호텔에 묵으며 1달간 선박의 수리를 하게 되었고 매일매일이 고되었다. 3주 하고도 4일째 저녁이었나 잠이오지않아 찾은 호텔의 미니펍에서 4구를 치며 칵테일을 홀짝이는데 어떤 남자가 말을 걸었다.
3 이름없음 2023/04/28 00:09:09 ID : p89xQmq2Hwt 0
"저... 혹시 정말 죄송한데 제가 술 사드려도 될까요?" 뜬금없는 남자의 물음에 나는 당황했다. 멀끔히 생겨서는 무슨일인지 많이 긴장한듯 보였다. 남자를 훑어보다 나는 대답했다. "감사하긴 한데, 무슨일로? 저를 아십니까?"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갑자기 나타나서는 생판 남이 사주는 술을 먹기는 많이 껄끄러웠기 때문이다. "그냥 같이 마시고 싶어서요" 그가 대답했다. 나쁜건 없지 않은가? 호작질이나 할 모양새는 아니었다.
4 이름없음 2023/04/30 09:23:38 ID : lzPbeHA6mMp 0
진저에일 요즘 내가 꽂혀버린 술이다. 달고 쌉싸름한 에일이 시원한 청량감으로 넘어가는 그 느낌을 느끼기에는 지금이 딱 적소였다. "그걸로 되시겠어요?" 그의 물음에 나는 고맙다며 잔을 들어보였다. 그는 무슨 할 말이라도 있는 듯 우물쭈물 하였는데 그 모습이 마치 잘못하여 자백하려는 꼬마아이의 모습 같아 웃음이 터졌다. "하시고 싶은 말씀 있나봐요" 내가 그에게 물었다. 하지만 그는 그냥 저... 그... 같은 말만 반복할 뿐이었다. 내가 다시 그에게 물었다. "저 아시죠?" 그러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보고 확신에 찬 나는 일어나며 그에게 이렇게 일러두었다. "저는 505호에요. 술 잘 마셨습니다" "예..? 갑자기요?" 그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며 되물었다. 나는 너무 답답했다 이리도 숙맥인 사람이 있던가... "심심하면 놀러오시라고요. 저 이번달 내내 여기에 있을거에요" 이쯤이면 알아서 하겠지 싶어 엘리베이터를 타고 방으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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