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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음 2023/05/20 00:03:59 ID : ldvg0oNvu9u
나 내가 그냥 남들보다 기억력 안좋고 대화나 날짜 잘 까먹고 주의력 약한 사람이지만 머리가 되게 나쁘거나 사고를 치거나 하진 않아서 그럭저럭 잘 살아왔거든 근데 내가 생각보다 되게 심각한 사람이란걸 30살 조금 넘으니까 인지하게 되더라. 남들은 나만큼 기억을 못하지도 않고, 집중을 못하지도, 의지가 약하지도 않고 일단 나보단 이게 다 나은게 보통이더라고? 아무리 의지가 약하다, 집중력 없다 말하는 사람이라도 평균적으로 나 정도는 아니었어. 이게 내가 우울증이 생기고서 부터 심해진거 같긴 한데, 그 전에도 이런 특징은 항상 있었던것 같아. 대화할 때 딴생각하고, 아무튼 딴 생각으로 항상 잘 빠졌거든 어릴때부터.. 오래 사귄 사람들은 그냥 넌 원래 그렇지 그러려니 한다는 반응이곤 했어. 물론 섭섭하게 한 일도 허다하지. 거기 엄청 지친 사람도 있고 너한텐 이제 기대도 안 한다는 사람도 있고... 나도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한테, 내 곁에 있어주는 사람들한테 그런 기분 느끼게 하고 싶진 않았어. 그럼 그냥 내가 더 노력하면 되는데, 그게 안 되는거야. 그 당연한게.. 분명 개선할 방법을 아는데도 안 돼. 진짜 이게 너무 답답하고 힘들더라. 그리고 어떤 일을 계기로 우울증이 오고 나니 심각해 지더라고. 이건 나 혼자 해결할 수 없다 판단되어서 처음으로 병원을 갔고 ADHD같다는 심증은 꺼내지 않고 그냥 상담을 했는데 쌤도 내 고민 특징 듣다가 ADHD를 의심하시긴 하더라고, 근데 우울증이 있을때는 ADHD랑 비슷한 상태가 되기 때문에(주의력저하등등) 지금은 검사를 했을때 결과가 정확하지 않을거라고 하셔서, 나도 정확한 해결법이 알고싶을뿐 ADHD라는 타이틀 달고 내 단점을 회피고 싶진 않으니까 그냥 돌아옴. 상담 당시에 내가 상담이 처음이라서 쌤이 이것저것 물을때마다 덤덤하게 답했거든. '그래도 일은 하고 계시죠? 일을 못할 정돈 아니시죠?' 이런식의 질문이 들어오면 '네 그러긴 해요. 일은 하고 있어요' 이런식의 대답이었어. 그랬더니 쌤이 내가 그렇게 심각한게 아닌것같다고 하시더라. 문제가 없어 보인다고 하셨어. 그 말 들으니까 어 그런가 싶어져서 그런가봐요 하고 돌아왔어. 근데 생각해보면 아니어서 갔던건데 아무리 생각해도 내 자신이 느끼기에 내가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선을 넘었다고 느껴서 간거였거든. 일도, 인간관계도 모두 어그러졌고 분명 어떻게 해야 하는지 머리로는 아는데 하나도 실행하지 못했어. 그냥 일의 마감이 정해져 있고 지금 당장 하지 않으면 안되는걸 아는데도 하지 못했어. 아예 일 마감 당일에도 잠을 자거나 게임을 하는 식으로 회피하게 되는거야. 그리고 지키지 못한 나 자신에 대한 실망감과 좌절감에 최악의 기분을 느꼈어. 이게 누적되니 상태가 더 계속 심해지기만 하더라. 맘먹고 좀 균형을 잡았다가, 무너져서 좌절하다가의 반복이야. 나같은 사람에게 도움되는 방식을 찾아보기도 하고, 우울증이 있으니 감정일기를 써보기도 하고, 관련된 책을 읽어보기도 했어. 근데 나아지다 안되거나 실행이 안되거나의 반복이었어. 원래 나는 내가 그래도 누구나처럼 장단점이 있는 사람일 뿐이라고 생각했었거든, 자책을 심하게 하는 타입은 아니었어. 생각은 많아도 좋게 좋게 생각하려고 하는 편이었단 말이야. 오히려 이런 내 마인드 덕에 위로를 받았다는 지인이나 친구들도 있었어. 근데 상태가 이지경까지 오니까 내가 그냥 쓰레기 같더라. 내가 그래도 괜찮았던 사람이라는 건 계속 기억하고 있고 놓치지 않으려고 애쓰고는 있는데 반복되는 좌절감에 미쳐버리겠더라. 방도 엄청 어질러져 있는데 그 비좁은데 누워서 문득 내가 그냥 쓰레기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이 방처럼 내가 내 자신에게 손을 놔버려서, 그냥 방안에 굴러다니는 쓰레기처럼 된 것 같았다고 해야 하나. 상담에서 이런 얘기를 했어야 했는데, 타인에게 나 자신의 어려움이나 마음을 말하는데 익숙하지 않았나봐. 너무 덤덤하게 괜찮은 사람처럼 답하게 되더라고. 선생님이 나보고 내 얘길 남 얘기처럼 한다고 하시더라. 개인적으로 내 얘기를 남 얘기처럼 하는 건 문제가 아닌가 싶었는데 아무튼 괜찮은 것 같다고 결론 내시더라고. 제일 약한 우울증 약을 처방해 주셨다고 했는데 그것마저 꾸준히 먹지 않았어. 항상 이런식이야. 진짜 내가 너무 힘들다. 점점 나를 컨트롤하는게 힘들어져. 병원은 가볼건데 이 상태가 너무 두려워. 당장 이 상태인게 두려운게 아니라, 이게 나아지지 않을것 같아서 무서워. 나아지긴 하는걸까. 이미 이렇게 너무 오래 살아온 나는 어떡해야 하는걸까 나아진 사람이 있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어떻게 해서 나아졌는지도 궁금해. ADHD가 맞으면 그건 정말 뇌에서 도파민 분비? 뭔가에 문제가 있는 거라 약을 먹으면 나아진다던데 정말 그래? 괜찮아질까? 물론 ADHD가 아닐 가능성도 있겠지.. 아니라면 굳이 거기 기댈 마음은 없어. 다만 나아질 수 있다는 희망이 필요한 기분이네. 비슷한 상태를 고친 방법이라던가 과정이 있다면 듣고싶다.
이름없음 2023/05/20 01:03:17 ID : wnxu2k2oNth
음 우선 나는 우울증 환자라는 걸 밝힐게! 정식 진단 받았고 약물 복용했다가 현재 단약 중이야 (담당 의사랑 상담한 건 아니야... 함부로 단약하지 마 ㅜㅜ ) 내가 정신과 가기 전, 다니던 중 알아본 정보를 바탕으로 대답할게! >에서 말한 내용 똑같이 병원에서 말한 거야? 아니면 이것보다 좀 더 축약했다든가, 다르게 말했어? 만약 그랬다면 다음에 병원 갔을 때는 이 내용까지 전부 전달하길 바라. (말하기 힘들면 메모장에 적어서 보여드려도 됨. 많이들 그럼.) 정신과 처음 간 사람들 다 처음에는 말 잘 못해... 이것저것 얘기하고 싶은 건 많은데 막상 병원 가면 입이 안 떨어지거든. 말 못하는 게 정상이야. 그 의사 선생님이 스레주 보고 괜찮아 보인다고 했지. 어쩌면 아직 스레주의 상태가 제대로 파악 안 되서 그런 걸지도 몰라. 나 같은 경우에는 검사 전에는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는데, 검사 결과 해석하시는 임상심리사 쌤 표정이 심각하더라고 ㅋㅋㅜㅜㅜ 아무래도 내담자 자신이 자기객관화를 하기는 어렵잖아? 검사를 거치니까 내가 말한 그 증상들의 심각도가 눈에 보이셨나봐... + 검사 전/중 면담만으로는 알 수 없었던 정보까지 알게되서 좋은듯? 그래서 난 우선 adhd 검사는 아니더라도 검사를 받아보기를 추천해. 당장 병원 가는 것도 힘든데 의사 선생님 앞에서 얘기 털어놓는 건 배로 힘들잖아. 하루 정도 시간내서 검사하면 내가 어떤 상태인지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심각한 부분도 있었고, 생각보다 병의 피해가 덜했던 부분도 있었지. 당장 나온 f코드나 진단명을 신경 쓸 건 없어. 어떤 진단명이 나오든 '내가 그 병과 상태가 유사하구나~' 하는 정도만 알고 상태 개선에 집중했으면 좋겠어. 사실 진단명은 언제든 바뀔 수 있거든... 대표적으로 우울증인 줄 알았는데 2형 조울증이라든가, 우울증인 줄 알았는데 adhd인 경우 (혹은 그 반대) 도 많고. 진단명으로는 스레주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없어. 중요한 건 그 진단을 받기까지 어떤 진단 기준을 통과했느냐지. 그 진단 기준이 우울이라면 우울 수치를 낮추는 치료를 받는 거고, 집중력 장애라면 집중력을 유지하기 위한 치료를 받는 거고.
이름없음 2023/05/20 01:16:40 ID : wnxu2k2oNth
그리고 몇마디 보태자면... 힘들고 우울하고 남들처럼 일상 유지가 안 되는 거. 지극히 당연한 거야. 정신적으로 힘든데 멀쩡하게 산다? 그런 '척' 이거나 얼마안가 무너져. 천성이 좀 무딘 사람도 있겠지만 그런 사람은 많지 않잖아?... 힘들 때는 힘들어도 돼. 그게 우울증때문이건, 아니면 일시적으로 힘든 것이든, 힘든 나를 너무 몰아세우지 않았으면 해. 쉬어야 할때는 쉬어야 해. 스레주는 힘든 걸 알고 덜 힘들려고 노력하고 있잖아. 즉, 자신의 상태를 알고 그에 적절한 대처를 하고 있잖아. 그거 정말 어려운 일이다? 스레주는 스레주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다. 이 이상은 전문가의 영역이야. 다리를 다치면 병원에 가듯이, 내 감정과 생각이 마음대로 안 될 때는 정신과를 가는 거야. 너무 모든 것을 스레주 책임으로 돌리지 않았으면 좋겠어. 화를 억지로 참는다고 갑자기 분노가 사라지지는 않잖아. 우울하고 불안한 것도 그런 거야. 일정 수준을 넘으면 의지로 통제할 수 없게 돼. 너무 마음 쓰지 마...
이름없음 2023/05/20 02:15:55 ID : ldvg0oNvu9u
스레 답글을 어떻게 다는건지 모르겠네, 스레주고 위 2,3번 대답 고마워. 위로가 많이 되었어 ㅠㅠ. 상담선생님 앞에선 위에 적은것같이 말하지 못했어. 집중이 너무 어렵다는 얘기만 좀 하고, 선생님이 이것저것 주제를 꺼내보셔도 길게 답하지 않았던것 같아. 말해준 것처럼 갑자기 나에 대해서 다 털어놓는게 어렵긴 했나봐. 다음엔 메모해가서 보여드려야겠다. 나는 첫상담만 그렇게 다녀오고 뭔가 허무해서 더 가지 않았었어, 듣고 보니 검사도 받아보고, 몇번 더 가서 깊은 얘기를 해봐야 선생님도 내 상태가 파악되어 처방을 해주셨을텐데 그러질 않았네.. 경험담으로 얘기해줘서 더 와닿는다. 3번 스레에서 말해준 말도 정말 공감가. 나도 스스로 최악의 상태는 아니라고 다독이려 노력했는데 이것도 쉽게 오락가락 하더라고 ㅠ 상태가 이래서 그런가봐.. 그치만 남이 이렇게 말해주는걸 듣는건 또 다르네. 기운이 났어. 정말 고맙고 레더(라고 하는게 맞나?)도 우울증을 겪고 있고 치료중인것 같은데 같이 건강해지길 바랄게. 좋은 새벽 되고 있길 바라고 항상 좋은 일만 있기를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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