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25/03/14 02:35:34 ID : 46i6Zhe1vg5 0
아직도 처음 만났던 순간을 잊을 수 없다. 당신은 누구보다 화려하고 누구보다 외로운 사람이었지 세간은 당신에게 퇴물이라고, 이젠 가망이 없다고 말했더랬다. 왜일까, 그런 당신을 응원하고 싶었다. 당신이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이 돌아오지 않더라도 나는 당신을 응원하고 싶었다. 세간의 말이 정말이래도 나는 당신을 응원하자고 결정했다. 당신은 보란 듯이 부활을 했고, 내가 모르는 전성기의 조각을 목격한 기분이었다. 아직도 선명하다. 심장이 쿵쾅거리고 호흡은 거칠어서 제대로 정신을 차릴 수 없었지만 의연하게 인터뷰하는 모습을 눈으로 좇았었다. 그날 밤 잠을 1시간 자고 학교로 향했지만 후회 한 점 없었다. 돌아갈 수 있다면 나는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 대한민국의 고3이란 으레 미래와 수험생활에 대한 고민으로 매일 몇번이고 죽는 소리를 한다. 나는 그게 좀 심해서 실제로 나의 죽음을 기도했었다. 하루에 3번이나 창문을 열고 머뭇거리다가 바람이 너무 차가워서, 죽더라도 봄에 죽자고 가로수가 연분홍빛으로 물들고 바람에 그 꽃잎이 눈처럼 내릴 때 죽자고 마지막 순간만큼은 따뜻하자고.. 그런 날 일으켜준 건 당신이었다. 그런 당신이었는데, 이젠 잘 모르겠다. 심연을 들여다보면 곧 나 자신도 심연이 된다고 하던가, 내가 그토록 미워했던 익명의 사람들은 곧 나였다. 단 한 발자국. 그것만 내딛는다면 나는 완전히 그들과 융화될 게 뻔했다. 당신 덕분에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건 바로 나라는 걸 알게 되어서, 당신을 덕질하는 내가 그런 인간이라면 더 이상 행복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도 언젠가 좋은 소식을 들려줘요. 그 차가웠던 겨울날과 같이, 다시 차가운 바람이 부는 날에 내가 당신을 찾으러 가지 않아도 충분할 만큼 좋은 소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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