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레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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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짝녀는 연이라고 부를게 나랑 연은 동갑이야 고2 여고 다니고. 나는 중학생 때부터 완전 오픈을 하고 다녔어서 커밍아웃에 큰 거부감이 없어서 고등학교 입학하자 마자 애들한테 내가 퀴어인 걸 말했어

근데 진짜 퀴어가 많은 학교였어 반에 3명 정도는 있었던 것 같고 퀴어가 아니더라도 다들 퀴어 프렌들리 하더라고. 그래서 나도 그런 친구들이랑 친해졌어 그러다가 친구한테 다른 반에 있는 이쪽 친구라고 소개 받은 게 연이야

연이랑은 야자 시간에 처음 만났어 연이는 친구들한테 인기가 진짜 많은 애였어 진짜 중학생 땐 그 학교의 연예인 같은 애였대... 특출나게 예쁘다거나 그런 건 아니었는데 재치있고 말 그대로 분위기 메이커였어 성격이 밝은 게 그냥 티가 줄 줄 나더라

그래서 야자 시간에 처음 만나놓고 그대로 한참동안 얘기했어. 뭐 여태 고백받은 사람 얘기나 관심있는 선배 얘기 같은 거 ㅋㅋㅋ 난 그 시간동안 애가 완전 호감형이길래 완전히 좋아졌어 친구하고 싶다는 느낌이 정말 강하게 드는 애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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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난 연이랑 더 친해지고 싶어서 연락도 막 하고 그랬는데 애가 연락을 너무 안 보는 거야... 그래서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되더라 나도 자존심이 너무 강해서 연이 나한테 관심 없어 보이니 나도 관심 끄자 싶었고. 그렇게 한 학기가 그냥 지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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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2학기 부터야. 내 친한 친구가 연이한테 반했고 나한테 이어달라고 부탁했어. 나도 연이랑 그닥 친하지 않았지만 일단은 알겠다고 했고 둘을 이어주기 위해서 연이랑 친하게 지내기 시작했어

내 친구도 친구 나름대로 연이한테 연락하면서 대쉬했고. 나도 연이한테 친한 척하면서 두 쪽 다 서로 가까워지기 시작했어. 내 친구는 애초부터 연이한테 호감을 가지고 연락한 거라 둘은 금방 썸을 타게 됐고 난 그냥 친한 친구가 됐지

근데 아직 내 친구랑 연이가 썸을 타기 전에 나랑 한참 친해질 때가 있었어 그때는 이상하게 학기초랑 다르게 연락을 잘 보더라고 일단 연이랑 친구랑 이어 주려면 나도 연이랑 많이 친해질 필요가 있으니까 정말 별 얘기 다 했던 거 같애 연이한테 음악 추천도 받고 서로 관심사도 얘기하면서 많이 친해졌어

문제가 있다면 나도 이 때 연이를 좋아하게 된거야 연이가 인기가 많은 애였어도 누구한테 다정한 느낌은 아니었는데 유난히 나한테 너무 다정하게 굴더라고 둘이 영화를 보러 가자는 둥 퍼스널 컬러를 진단 받으러 가자는 둥 야자 한 시간을 빼고 반에서 같이 노트북으로 영화를 보자는 둥 예쁘다거나 귀엽다는 말은 기본으로 하더라고

누가 그렇게 나한테 다정한게 처음 이었으니까 자연스럽게 나도 연을 좋아하게 됐고 다른 친구들도 연과 내 사이를 이상하게 봤어 정말 둘이 영화도 많이 보러다녔고 학교 끝나고 냇가로 산책을 가서 몇 시간 동안 같이 있기도 했고 연이가 누구한테 그렇게 다정한 것도 나한테서 처음 봤대 그런 말을 들으면서 나도 점점 기대하게 됐어

그중에 제일 설레었던 건 친구한테 부탁을 받고 연이가 학교에 관심있는 사람 있냐고 물어보려고 했을 때 야자시간에 운동장에서 연이랑 둘이 얘기를 하고 있었어 나는 친구한테 부탁 받은 걸 물어 보려고 계속 눈치를 보고 있었는데 걔가 먼저 교내 연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 보는 거야 우리 학교는 한참 아웃팅 때문에 교내 연애 부정적인 느낌이었지만 나는 교내 연애에 굉장히 긍정적이어서 하고 싶다고 얘기했어

그런데 연이도 하고 싶다고 얘기 하는 거야 연이는 옥상에서 여자 친구랑 도시락을 나눠 먹는 게 꿈이라고 그랬어 그래서 나도 아 그렇구나 하고 넘어 갔는데 나중에 들어 보니까 연이는 교내 연애를 엄청 싫어 한다고 하더라고 생각해 보니까 옥상에 들어갈 수 있는 방법도 우리 동아리 부실 통해서 밖에 없었어 이제 와서 생각해 봐도 소용 없지만 정말 설레었던 것 같애

그래도 나는 내친구가 너무 소중해서 연이를 포기 할 생각이었어 시간이 점점 지나니까 둘은 더 가까워지고 연이는 나를 그저 친구로 대하기 시작했어 연이는 밥도 거르고 내친구를 보러 오더라고 내 친구의 썸녀를 나도 좋아하는 상황에서 내가 연이랑 점점 멀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고 그때부터 피하기 시작했어 어떻게 대해야 할지 감도 안 잡혔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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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유... 늦어서 미안해 바빴다 이어서 풀게

연이랑 내 친구가 가까워질 수록 나랑 연이는 멀어지고 친구랑 연이는 사귀기 시작했어. 그 사실을 알고 정말 많이 울었지만 그래도 친구도 연이를 많이 좋아했단 걸 알아서 씁쓸했어도 축하해줬고 한 편으로는 이젠 정말 포기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

그 후에 얼마 지나지 않아서 겨울 방학이 시작됐고 나도 완전히 연이를 잊을 수는 없었지만 속에 묻어둘 수 있는 정도로 점점 사그라들었어. 학교와는 다르게 얼굴을 보지 않으니까 더 나은 것 같았어 이렇게 지내다 보면 곧 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정말 그렇게 쭉 아무 접점 없이 방학을 보냈다면 정말 연이를 잊을 수 있었겠지만 원망스럽게도 연이는 날 가만두지 않았어. 내가 개인 SNS에 올려둔 오픈 채팅으로 어느 날 연이가 들어와서 말을 건 거야. 처음에는 누군지 몰랐는데 연이가 자기인 걸 밝히고 정말 많은 얘기를 했어

방학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얘기한 것 같고 나도 얼굴 안 본다고 자신감이 붙었는지 정말 별 말 다 했어 보고 싶다고 징징대기도 하고 매일같이 근황 공유하고 사진 보내고 나중에 나이 먹고 성인이 되어서나 방학이 끝나면 같이 해볼 일에 대해서 얘기도 하고... ㅋㅋ 아직도 기억에 남는 건 성인이 되면 바다에 가서 조개탕 먹기로 한 거? ㅋㅋ 연이는 바른 애라 술을 안 먹는 애였거든 그래서 내가 먹어보자고 징징대면 나중에 성인이 돼서 줄기차게 먹자고 날 달랬던 게 기억나

참... ㅋㅋ 여자끼리라는 건 이래서 좋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한 것 같아 정말 친구 사이, 우정이란 명목으로 내 마음 다 드러낸 것 같거든... ㅋㅋㅋㅋ

방학 내내 안 나가다가 오랜만에 연이의 여자친구를 만났는데 하는 말이 헤어졌다고 하더라고. 둘 사이의 일이라 내가 여기서 쉽게 말 할 수 없지만 어쨌든 친구는 계속 연이의 마음에 대해서 확신이 안 서고 의심이 들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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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이도 나랑 친구가 친한 게 불편했는지 정말 딱 일주일 동안 나한테 연락을 안 했어. 딱 일주일 후에 연락이 오더라고. 연락이 온 날, 이제는 이유도 기억이 안 나지만 난 기분이 정말 안 좋았어. 내가 기분이 안 좋으면 인스타에 글을 정말 스무 개씩 올리는 습관이 있거든. 그 날도 그렇게 마구잡이로 글을 올리고 있는데 연이한테 일주일만에 카톡이 왔어

정말 연이 카톡도 보고 싶지 않아서 그것도 씹었는데, 연이가 카톡을 계속 보내더고. 아직도 연이한테 너무 고맙고 설레는 점은 내가 그렇게 인스타에 글을 올리고 기분 안 좋은 게 티가 나면 그걸 보고 꼭 나한테 연락을 해줬어. 내가 자기랑 얘기하면 좋아하는 거 알았거든 ㅋㅋㅋ 내가 습관 처럼 너랑 얘기하면 기분이 너무 좋다고 말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