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레딕

그러니깐, 이건 초3때 일이구 나랑 걔는 같은 반이었어. 우리는 서로 이름도 모르고 말도 한번 섞어본 적도 없는, 어느 이른 아침에 교실에 단 둘만 등교했을때 처음 서로를 알게됐어

평소에는 무뚝뚝해보이던 너였는데, 이상하게 흐름이 끊겨도 억지로 주제를 꺼내서 대화를 이어나가는 모습이 진짜 귀엽더라. 물론 그 날 이후도 친해지지는 않아서 그냥 아는 친구 정도로 지냈지. 약간 그 나이땐 그런게 있잖아? 이성끼리 놀면 막 놀리고 그런거.

어느 날, 내 친구가 중요한 비밀이라며 내 귀에 속삭였는데, 너하고 네 친구들이 내 뒷담화를 한다더라? 내용은 못들었는데 내 이름이 오가는건 들었다고. 나는 진짜 실망했지 그런 얘일 줄은 몰랐는데! 그냥 아는 사이니깐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어

그리고 언제부턴가 내가 다른 여자애랑 말을 섞으면 네 친구가 와서 괜히 그 여자애를 데려가더라? 나는 무슨 감정이 있어서 그런 것도 아니고 물어볼 것이 있어서 그런거였는데도 말야, 이쯤되면 날 싫어하는 건가, 싶어가지구 고민했었지. 이때는 진짜 이성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무조건 친구였으니깐.

아마 네가 처음으로 용기를 낸건, 네 생일에 나를 초대했을 때일꺼야. 그때는 카톡도 잘 안써서 자기가 초대하기는 부끄럽고, 해서 친구한테 부탁해서 작고 아기자기하고 소중한 초대편지를 나한테 갑자기 줬었지. 당연히 나는 당황했고, 뭐지 싶었지만 친구가 많아지는 건 좋기도 하고 거절하는건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가겠다고 했었어.

거기에 가니깐 세상에... 내 친구들은 하나 없고 네 친구들만 가득, 남자는 나뿐이라서 엄청나게 혼란스러웠지. 걔네 부모님이 거실로 나오시더니 아버지께서 내 어깨를 잡고 "우리딸 잘 부탁한다" 이러시는거야??ㅋㅋㅋㅋㅋ 나는 당황해가지구 "네?? 네넨ㅂ" 이러고 ㅋㅋㅋㅋㅋ

네 생일파티에서 맛있는 것도 먹고, 노래도 부르고, 같이 놀고(물론 난 얼어있었지만 ㅠ) 마지막으로 손재주가 좋으신 너네 어머니께 비누 만드는 방법도 배웠지. 비누 만들다가 뜨거운 비누 녹은거에 약간 데였는데, 그 작은 상처에 과민반응해서 막 내 손에 물 끼얹고 어떡하냐며 울먹거리던 네가 아직도 기억나. 나는 괜찮다면서 웃었고 너도 눈물이 고인 눈으로 웃었어.

>>7 되게 진지한 얘기인 거 같은데 너무 웃겨 이부분이...ㅋㅋㅋㅋㅋㅋ 더 풀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