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18/10/05 19:52:33 ID : wtxRCpbDumo 0
이 스레는 어떻게 보면 가장 흔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어떻게 보면 좀 정신 나간 것 같은 짝사랑 이야기야. 누구나 한 번쯤은, 특히 여중 여고를 나온 여학생이라면 더더욱 좋아하는 선생님이 생기거나, 또는 호감이 가는 선생님이 생기지 않아? 나도 마찬가지로 좋아하는 선생님이 있어. 좋아하게 된 이유는 약간 남다른 것 같아. 좋아하기 전까지는 이름과 얼굴 밖에 모르던 선생님이었고, 전혀 관심도 없었어. 물론 우리 반 수업에 들어오는 선생님도 아니었고. 나랑 아무 접점이 없던 선생님이었지. 근데 어느날 갑자기, 그 선생님이 특별한 행동을 한 것도 아니었는데, 좋아하게 됐어. 나도 이해가 안되는게 처음 본 사이가 아니니까 첫눈에 반한 것도 아니고, 좋아하기 전까지는 관심도 없었으니까 서서히 관심이 생긴 것도 아니었거든.
2 이름없음 2018/10/05 19:57:31 ID : wtxRCpbDumo 0
그런데 문제는 그 선생님은 결혼도 하고 자식도 있고 나랑 나이차이도 엄청 난다는 거였지. 좋아하기 전부터 이미 결혼도 했고, 나이차이도 났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좋아하는 동시에 포기하게 된 것 같아. 그래도 사람 마음이라는게 포기하는게 쉽지 않잖아? 친해지려고 노력했어. 일단 그 선생님에게 내가 특별한 존재가 되고 싶어서.
3 이름없음 2018/10/05 20:00:13 ID : wtxRCpbDumo 0
다른 친구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말이야, 나는 처음부터 사제 관계로 다가간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엄청 부끄러워했어. 친구들한테는 그 선생님 보고싶다, 친해지고 싶다..고 하면서 막상 그 앞에서는 인사도 안하고 지나가는. 물론 그때 그 선생님은 내 존재를 몰랐으니까 기억 못하겠지만. 계속해서 교무실 앞을 찾아갔어. 계속 얼굴을 보고 싶어서. 그리고 그 선생님이 나올 것 같으면 숨었어. 이러기를 1개월 정도 한 것 같아.
4 이름없음 2018/10/05 20:06:46 ID : wtxRCpbDumo 0
그러면서도 계속, 좋아하는 애가 더 생기는게 싫어서 친구들한테 소문내고 다녔어. 내가 그 선생님 좋아한다고. 그러다가 어찌저찌해서 그 선생님도 내 얼굴을 알게 됐어. 우연히 계속 보는데 인사를 안하는 애로 기억된 건지. 물론 내가 만들어낸 우연이었지만. 그 선생님이 나한테 아는 척을 한 건 아니었지만 뭔가 눈이 마주치고 내가 다시 눈을 피할 때, 그 찰나의 표정이 나를 안다는 표정이었으니까. 그래서 뭔가, 내 존재를 그 선생님이 알게 됐다는게, 기뻤어. 그래봤자 그 선생님한테는 아는 얼굴이 하나 더 생겼을 뿐이었겠지만.
5 이름없음 2018/10/05 20:13:22 ID : wtxRCpbDumo 0
그러다가, 그 선생님이 내가 그 선생님을 좋아한다는 걸 누군가한테 전해 들은 것 같아. 내 추측이지만. 어느 순간인가부터 나도 조금씩 인사를 하기 시작했고. 정말 평범하게, 남들 하듯이 그냥 안녕하세요, 라고 했을 뿐인데 정말 심장이 터질 듯이 뛰었어. 그 한마디를 하는 게 나한테는 너무 어려워서, 조금씩 피했던 것 같아. 그런데 그 피하는게, 내 친구들한테는 너무 답답해보였나봐. 나한테 제발 인사라도 하라고, 그렇게 몰래 좋아만 하다가 말 한마디 못 섞고 끝난다고 계속 나한테 말했지. 나도 머릿속으로는 알고 있었어. 이렇게 좋아만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겠어. 좋아하면 말이라도 한 번 더 해보고, 얼굴이라도 한 번 더 봐야하는건데 말이지. 나는 어쩌면 그냥, 그 선생님을 보고도 아무 말도 건네지 못하고 안녕하세요만 하고 돌아서는 나 자신을 보기 싫어했던 걸지도 몰라.
6 이름없음 2018/10/05 20:39:05 ID : wtxRCpbDumo 0
피해다니다가도 어쩌다 한번씩, 이번엔 진짜 우연히, 마주칠 때는 인사를 했어. 그럴 때마다 내 친구들은 내가 인사할 때마다 그 선생님이 웃고 지나간다고 호들갑을 떨었었지. 물론 그게 진짜였는지 아니면 친구들이 내 자신감을 북돋아 주기 위해 한 말인지는 모르겠어. 그렇게 선생님과 나의 사이가 전혀 개선되지 않은 채로, 방학식이 있는 주가 다가왔어.
7 이름없음 2018/10/05 20:42:46 ID : wtxRCpbDumo 0
방학식 전에 친해져야 된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말로는 도저히 못하겠다, 싶었지. 그래서 문자라도 보내보자고 생각했어. 문자로는, 얼굴이 안보이니까. 상대방이 말한 걸 보고 바로 답하지 않아도 되니까, 조금은 마음이 편했어. 방학식 전날이었나? 문자를 보냈지. 평소엔 부끄러워서 인사도 못하던 내가, 그깟 얼굴 하나 안보인다고, 엄청 말을 잘하게 되더라. 처음으로 그 선생님한테 길게 말해본거야, 저 아시냐고.
8 이름없음 2018/10/05 21:10:37 ID : wtxRCpbDumo 0
그러면서 온갖 문장부호..라고 해야되나? ㅎㅎ,ㅋㅋ,~!같은 것들. 이런 것들도 붙여가며 실제로는 말 한마디 안해본 사인데 친한 척을 하기 시작했어. 결론적으로 그 선생님은 날 알고 있었고, 내가 그 선생님을 좋아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지. 이렇게 문자로 대화하다보니까 부끄러운건 하나도 없고 오히려 설레기만 하더라. 그렇게 대화를 하다가, 결국 또 실제로는 말 한마디 못한 채, 여름방학이 됐어.
9 이름없음 2018/10/05 21:42:44 ID : wtxRCpbDumo 0
여기까진 되게 평범하지? 이건 내가 보기에도 평범한 정도야. 내가 그 선생님을 생각하는 것도 딱 평범한 정도. 그냥 선생님을 정말 좋아하는 한 학생이구나, 싶은 정도.여기까지는 난 내가 그냥 좋아하는 사람 앞에선, 굳이 연애감정이 아니어도, 부끄러움을 타서 그런 줄 알았어. 이때까지는 딱히 그 선생님에 대한 나의 감정을 정의내리지 않고 있었거든. 그런데 말이야, 3주간의 여름방학. 그 시간동안 계속 못 보니까 사람이 미치겠더라. 그냥 눈 뜨자마자 생각나고, 학원에서도 생각나고, 잠자기 전에도 생각나. 꿈에라도 나와주면 좋겠는데 말야, 꿈에는 또 절대 안나오더라. 그래서 내가 한게 뭔지 알아?
10 이름없음 2018/10/06 11:31:24 ID : wtxRCpbDumo 0
일단 그 선생님 반 애들한테 부탁해서 사진을 받았어. 그리고 페이스북이나 카톡 같은 곳에 올려진 사진들을 미친듯이 찾아 다녔어. 지금 생각해보면 스토커 같았지. 3주 동안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겠어. 그전까진 학교도 가기 싫어했던 내가, 학교 가는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며, 그렇게 보냈던 것 같아.
11 이름없음 2018/10/06 11:37:51 ID : wtxRCpbDumo 0
그렇게 개학식 날이 됐어. 그 선생님을 너무 보고싶었는데, 또 마주칠 용기는 없어서. 미친듯이 찾아다니고 또 미친듯이 숨었어. 그렇게 어영부영하다가 또 이주가 흘렀어. 내 자신이 너무 한심해서, 그리고 내가 그 선생님을 생각하는 만큼 그 선생님이 나를 생각해주지 않아서, 집에 가면 울었어.
12 이름없음 2018/10/06 11:46:38 ID : wtxRCpbDumo 0
참 웃기지. 나랑 그 선생님이 쌍방향의 관계인 것도 아니고 그냥 일방적인 관계일 뿐이었는데 말야, 그 선생님이 나를 생각해 주지 않는 건 당연한거잖아. 나는 그 선생님을 피해다니니까 그 선생님이 나를 볼 일도 없을거고, 심지어 본다고 해서 내 생각을 하는 것도 아닐텐데 말이야. 혼자만의 감정에 혼자 고생하고 혼자 서운해하는 내가 너무 바보같았어.
13 이름없음 2018/10/06 13:36:19 ID : jBwNArzfdQk 0
레주야 선생님 입장에서는 얼마나 힘들지 생각해봐 그러다가 선생님은 징계먹고 짤릴수도 있다.. 너의 감정으로 인해 선생님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거야 게다가 유부남이잖아 그 선생님이 불행해지길 바라는건 아니겠지? 이미 선생님이 너의 감정을 알고있다면 속으로는 엄청 불편하실거야 겉으로는 티 못내는거고 감정보단 이성에 좀 더 눈을 떳으면 해
14 이름없음 2018/10/06 16:42:41 ID : wtxRCpbDumo 0
앗 고맙긴 한데 이건 제작년 얘기고 지금은 그 선생님이랑 같은 학교가 아니야! 레스주말대로 그 때는 조금 감정에 충실했었지! 그 이후로 졸업 때까지 남들이 보기엔 점점 비정상에서 정상으로 돌아오는 얘기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 내가 이 스레를 쓰는 이유는 2년이 지난 지금도 속으로는 아직 그 선생님을 짝사랑 중이기 때문이야..그래서 그나마 자주 볼 수 있었던 그 때를 회상?하면서 쓰는 일기..같은 거라고 해야되나? 더 시간이 지나기 전에 글로 기록해놓고 싶었던거라ㅎㅎ아직도 좋아하는 건 맞지만 그때보다는 조금 더 이성적으로 좋아하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앗 그리고 아마 그 당시에 그 선생님은 모르셨을걸..나랑 그 선생님이랑 마주친 적도 많지 않았고 내 친구들도 그냥 선생님으로써 좋아하는 걸로 다들 알고 있었으니까! 이건 그냥 내 속앓이였지 밖으로 많이 티내진 않았다고 생각해..
15 이름없음 2018/10/06 17:51:04 ID : wtxRCpbDumo 0
그래서 내가 결심한건, 연기를 하자는 거였어. 선생님을 선생님으로써 좋아하는 평범한 학생의 연기. 다행히도 우리 학교에는 선생님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많았으니까, 전혀 티나지 않을 것 같았어. 일단 내 친구들 중 한명을 지켜봤어. 걔는 자기가 좋아하는 선생님한테 어떻게 대할까? 주로 명랑하게, 그리고 살짝은 귀엽게. 일부러 교무실 앞을 찾아가기도 하고 지나가면 반갑게 인사하더라. 친한 척을 해야겠구나, 깨달았지.
16 이름없음 2018/10/06 17:59:04 ID : wtxRCpbDumo 0
근데 내가 워낙 부끄러움이 많아서 말이야. 눈에 띄는 일 같은 거 싫어하고 길가다가 누가 날 알아보는 것 같은 것도 싫어했거든. 이미 친해진 친구들 사이에선 말도 곧잘 하고 다니고 오히려 조용한 편은 아니었지만, 다른 사람의 시선을 받는 게 싫어서 낯선 사람한테는 말도 잘 안해서 주문 같은 거 할 때도 친구들이 대신 해줬었어.
17 이름없음 2018/10/06 18:12:06 ID : wtxRCpbDumo 0
친한 척은 해야겠고 뭘 어떡해. 내 성격을 바꿨지. 그 선생님한테 웃으면서, 약간 큰 목소리로 인사하니까 친구들이 웬일이야? 다들 이러더라. 나도 이러기 까지 많이 힘들었어. 어떻게 인사할까 망설이다가 결국 흐지부지 지나가기도 하고, 그 다음에는 후회하고. 계속 반복하다보니까, 이렇게는 바뀌지 않는다는 걸 아니까, 할 수 있겠더라고.
18 이름없음 2018/10/06 18:43:29 ID : wtxRCpbDumo 0
그래서 일단 인사를 했어. 그선생님도 내가 자기를 좋아한다는 걸 아니까 잘 받아주더라. 계속 인사만 하는 사이가 됐어. 맨날 무슨 말을 하고 싶어하는데 하지는 못하는 그런 답답한 사이였어. 나는 그 선생님을 선생님으로써 좋아하는 한 학생이 된 연기를 하고 있었지만 이건 연기니까. 내 마음은 그게 아니었어서 그런지 말을 건네기가 어려웠어. 그래서 계속 주변을 맴돌기만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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