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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2ch괴담 같은 걸 봐서 2ch랑 시스템이 비슷해 보이는 스레딕으로 와 봤어. 자꾸 이상한 일이 생기는데 얘기 들어 줄 사람 있어?
일단 나는 아직 학생이고 여자야
엄마랑 아빠랑 싸웠는데 그 뒤로 두 분이서 분가하시고 나는 엄마 따라 나왔거든
처음에는 엄마 친구 집에서 몇 달 살았어
그 집은 현관 들어가자마자 방이 하나 있고 왼쪽으로 복도가 길게 쭉 나 있고 복도 쪽으로 꺾자마자 왼쪽에 화장실, 복도 중간 오른쪽으로 거실, 왼쪽으로 주방 끝에 방이 두 개 마주보고 있는 구조야. 이해 못 했어도 양해 좀 글 솜씨가 딸려서
거기 아들 하나 딸 하나가 잇었는데 아들이 나보다 나이가 둘인가? 많았어
나는 눈치도 보이고 해서 맨날 밥 안 먹고 맥도날드 딜리버리 시켜먹고 방에만 틀어박혀 있고 했어
근데 어느 날 이상한 일이 처음 시작됐어
나는 방에서 핸드폰 하고 있었고 쫌 있으면 엄마 온대서 기다리는 중이었는데 밖에서 발소리가 들렸어. 양말 신고 걸으면 뭔가 미끄러지는 듯하면서도 무겁게 슥 슥 거리는 소리 나잖아. 그 소리였어
그리고 화장실 문 열리는 소리가 나더니 세면대 물 소리도 났어
나는 당연히 오빠가 방에 있다가 화장실 가서 세수라도 하는 줄 알았지
아무 생각 없이 핸드폰 하고 그래서 그 소리가 언제 어떻게 끊겼는지는 기억 안 나는데 꽤 오래 들렸어
그러다가 1층 초인종 소리가 들려서 문 열어 주러 인터폰으로 갔어
1층에도 비밀번호 눌러야 열리는 문 있는 아파트 있잖아, 그 집이 그런 아파트였거든
그래서 택배라도 왔나 하고 나가서 인터폰 화면을 봤는데 오빠가 서 있었어.
나는 그 발소리랑 화장실 소리가 당연히 오빠가 낸 건 줄 알고 있었는데 인터폰 너머에 오빠가 있는 거야. 그럼 나는 집에 혼자 잇었다는 건데 그 소리를 너무 분명하게 들어서 잘못 들었을 리도 없단 말이야
일단 문을 열어 주고 덜덜 떨면서 화장실에 들어갔어
화장실 세면대 소리가 났으니까 내가 잘못 들은 거면 세면대는 마른 상태여야 할 거 아냐
그걸 확인하러 들어갔어
차라리 세면대가 말라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세면대는 물기가 축축한 채였어. 누가 예전에 쓰고 묻은 거라고 보기엔 세면대를 쓰면 마른 수건으로 바로바로 정리했었거든.
나는 그 때부터 멘붕에 빠졌어
심지어 물은 그냥 투명한 물도 아니고 약간 피가 조금 섞인? 듯한 색이었어
물감이나 뭐 그런 빨간 염료를 한 방울 정도 떨어뜨려서 희석시킨 색?
그런 색의 물자국이 남아 있더라.
가장자리는 다 보통 물이었는데 가운데 부분에 몇 방울 그렇게 떨어져 있었어.
그리고 그것만 가장자리가 조금 말라 있었어. 그냥 물이 아니라는 거잖아. 나는 그 때부터 너무 무서워서 방에 들어가지도 못 하고 화장실 벽에 등을 붙이고 서서 오빠가 올라오기만을 기다렸어
그 뒤로도 집에 혼자 있을 때면 복도에서 발소리나 인기척이 났는데 그럴 때마다 내가 잘못 들은 걸 거라고 위안했어. 발소리도 맨발로 걷는 소리가 아니고 양말 신은 발이 바닥에 부드럽게 마찰하는? 그런 소리가 났어
다음으로 직접적인 일이 일어났던 건 이사를 가서였어
계속 그 집에서 신세를 질 수도 없었고 해서 엄마가 돈을 끌어 모아 빌라 투룸을 하나 잡았어.
학교랑도 가깝고 집 구조도 마음에 들어서 나는 그 집이 진짜 좋았어.
무엇보다 처음으로 나 혼자만의 방이 생긴 거였거든. 기대에 가득 차서 방도 아기자기하게 꾸미고 암막커튼도 달고 그랬어
그 집에서도 집에 나 혼자 있을 때 인기척은 계속 났어.
혼자 있더라도 거실에 있거나 하면 안 나고 꼭 내가 방에서 문을 닫고 있으면 들렸어
발소리나 식기 뒤적이는 소리, 물 소리 같은 거.
그런 소리가 들릴 때마다 나는 내가 잘못 들었거나 윗층 소리가 새어들어온 거라고 생각했어
진짜 우리 집에서 나는 소리라고 믿기엔 너무 무서웠으니까
어느 날은 하루 종일 그런 소리가 났어. 나는 그게 너무 무서워서 방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침대에 누워만 있다가 잠들었는데 그 날 밤에 또 이상한 일이 생겼어.
나는 잠 잘 때 정자세로 누워서 두 손을 배 위에 얹고 자거든. 완전 정석적인 자세지. 그 날도 그렇게 잠에 들었는데 갑자기 내 손이 움직였어.
두 손을 포개서 배 위에 올려놨는데, 위에 있는 손이 사람이 할 일부러 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뒤집혔다 제자리로 돌아왔어. 손만 내 게 아닌 듯한 느낌이었어. 나는 그 감각 때문에 깜짝 놀라 잠에서 깼어. 너무 무서웠어. 내가 방에 암막커튼 달았다고 했잖아? 그래서 방은 완전한 어둠 그 자체였어. 잠에서 깬 직후였으니까 눈도 적응을 못 해서 아무것도 안 보였어. 나는 그 자체로도 겁먹어서 혼자 미동도 못 하고 덜덜 떨었어
한참을 그 상태로 누워 있다가 슬슬 다시 잠이 들 무렵에, 갑자기 침대가 움직였어. 세로로 왕복해서. 겨울에 가구가 뒤틀려서 소리가 나거나 움찔거리는 일이 자주 있다고는 하지만 그렇게 명백하게 움직이지는 않잖아. 침대가 크게 흔들려서 내 몸도 같이 흔들릴 정도였어. 발 쪽에서 위화감이 느껴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나는 그 날 결국 잠을 못 잤어.
그 뒤로도 내 방만 들어가면 이상하게 추웠어.
공기가 차가운 게 아니라 뭔가 뼈가 시린 느낌? 소름이 돋는 느낌?
그래서 그 날 밤이 있은 후로는 아예 엄마 방으로 잠자리를 옮겼어. 엄마 방에서 엄마랑 같이 잘 때는 그런 일이 하나도 안 일어났어.
1이야. 이어서 쓸게.
나는 그 뒤로 내 방에 들어가질 못했어. 그 때의 감각도 너무 생경했고 내 방에만 들어가면 느껴지는 한기가 기분나빴어. 내 방은 문을 기준으로 좌우가 바뀐 ㄱ 형태였는데 꺾이는 부분 끝에 책장을 놨었거든. 거기만 들어가면 유독 시선 같은 게 느껴졌어. 침대에 있을 땐 기억 때문에 무서울 뿐이지 뭐가 느껴지진 않았는데 거기만 가면 누가 나를 쳐다보는 느낌이 또렷했어.
그리고 나서 나는 또 이사를 했어.
마당이 있는 넓은 2층 단독 주택. 거기서는 나 혼자 2층을 쓰게 됐기 때문에 무섭기도 했지만 어쨌든 설렘이 더 컸어.
사정때문에 한 달간 입원을 하고 퇴원했을 때 나는 고양이를 입양했어.
예전부터 꿈이기도 했고 고양이나 강아지 같은 동물은 귀신을 쫓는다는 미신도 있잖아.
처음에는 고양이랑 아주 잘 지냈어. 고양이가 애교가 엄청 많고 사람을 잘 따르는 녀석이었어.
그러다가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나만 보면 안겨 오던 고양이가 나를 피하고 나랑 마주치면 빠르게 우다다 하면서 2층 저 끝으로 도망쳤어. 내 목소리만 들려도 대답하면서 머리 부비던 애였거든. 나는 좀 이상했지만 고양이가 뒤늦게 낯을 가리는 거라고 생각하고 아무렇지 않게 넘겼어.
그런데 고양이가 나를 보고 깜짝 놀라 도망치는 횟수가 늘었어.
정확히는 내가 아니라 내 오른쪽 뒷편을 보는 것 같았어.
고양이랑 잘 지낼 땐 엄청 잘 지냈고 가끔만 그랬는데 점점 그 횟수가 늘어났어. 나는 이쯤에서 이상함을 느꼈어.
그리고 내가 제일 동요한 건 이거야.
요즘에 날씨가 추워져서 롱패딩을 입고 학교에 갔어.
그리고 의자에 앉았는데 의자에 앉으면 롱패딩이 살짝 벌어진다고 해야 하나 그렇잖아?
근데 그 부분에 머리카락 뭉치가 붙어 있는 거야. 긴 머리카락이 휘감겨 있는데 나는 단발이고 엄마도 숏컷이라 내 주변에 머리 긴 사람은 한 명도 없어. 내 친구들도 없어.
깜짝 놀랐지만 일단 떼내서 버리고 집에 왔는데 내 방 바닥에도 그런 뭉치가 몇 개 떨어져 있었어. 짧은 머리카락이 뒤엉킨 거라고 보기엔 너무 명백히 길어. 내 주변에 머리가 긴 사람은 정말 단 한 명도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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