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19/01/25 00:58:32 ID : u9Ai5Pg3Wrt 0
덜컹거리는 버스 안. 창문에 쾅하고 머리를 박고서야 눈이 떠졌다. 여기가 어디... 통학으로 1시간 걸리는 탓에 버스를 타면 버릇처럼 잠에 빠지곤 했다. 집 근처에 다 왔는지 버스에 사람이 거의 없다. 그럼에도 자리가 좁은 느낌에 고개를 돌렸다. "..." 언뜻 누군가 옆자리에 앉았다고 생각했는데 여태까지 있었을 줄이야. 모자를 써서 그런지 남자인지 여자인지 알 수 없다. 생각지도 못한 호기심에 창문에 등을 기대고 쳐다봤다. "...남잔가" 여자 같기도 하고 갑자기 정거하는 바람에 앞쪽으로 쏠렸다. 깼나 싶어 쳐다봤지만 세상 곤히 자는 사람. 통로 쪽으로 고개를 꺾고 있는 모습이 내 모습 같다 싶어 소리 없이 웃었다. 살짝 뒤척인 덕분에 얼굴이 보였다. "아..." 잘생겼다. 진한 눈썹에 작은 얼굴에 다 들어갔나 싶을 정도로 길게 찢어진 눈. 저 눈, 아마 뜨면 엄청 클 거다. 진짜 만화책에서 나온 것 같은 외모에 빨려 들어가 듯 쳐다봤다. 그 이후로도 남자였구나, 하고 계속 쳐다본다는 자각 없이 시간이 지났다. 그의 눈이 떠졌다. 그리고 눈이 마주쳤다. 잠이 덜 깬 건지 멍하니 눈을 마주칠 뿐이다. 휴대폰을 찾아 시간을 확인하고는 반대쪽 창문을 통해 위치를 파악한다. 곧 내릴 모양인지 다시 고개를 돌려 벨을 누르려는 그와 또 눈이 마주쳤다. "...?" 그제야 알았다. 그를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아 ...잘생겨서."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는 그에 허둥지둥하고는 당황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는 숨을 푹 내쉬었다. "잘생겨서 눈이 갔네요. 이렇게 눈이 가는 사람은 그쪽이 처음이라 ...아, 불쾌했다면 미안해요." 직구에 조금은 당황한 모양인지 얼굴이 조금 상기됐다. 내리려는 그에 황급히 종이를 건넸다. "사심이에요. 혹시나 연락해줬으면 해서," 쑥스러운 웃음이 나왔다. 설마하니 천하의 내가 번호를 건넬 줄 이야. 고개를 까딱이며 그가 내렸다. 길에 서 있는 그 남자를 버스가 떠나고 나서야 시선을 돌렸다. 자다가 일어나서 이게 뭐하는 짓이야. 피식 새어나오는 웃음과 점점 뜨거워지기 시작하는 얼굴에 눈을 질끈 감았다. “하... 진정하자 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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