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19/05/15 21:25:06 ID : 9bbimGslwq3 0
나를 아는 사람들은 나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넌 참 단순해.” 그 말에 틀린 점은 없다. 부정하지 않는다. 한없이 들끓다가도 어느 순간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그때의 감정마저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 그게 사람들이 보는 나였다. 나 자신도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단순하다고 해서 가벼운 사람이 될 수는 없더라. 어릴 적부터 나는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를 극도로 두려워했다. ‘평범’한 척을 해야했기에 단지 그것을 티 내지 않았을 뿐, 나는 항상 타인과 거리를 유지하며 알게 모르게 벽을 세웠다. 내가 원하지 않아도 그런 식으로 행동했다. 그래야 덜 다치니까. 나는 언제까지나 겁쟁이다. 용기를 내본 적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 용기는 타인의 무의미한 시선 한줌에도 쉽게 사그라드는 종류의 것이라, 항상 오래가지 못했다. 솔직함. 내게는 그런 게 없었다. 날 것 그대로의 감정을 토해냈다가 크게 데인 후로는 그런 나는 없어졌다. 드문드문 가족 앞에서만 보일 뿐, 그 외에는 제대로 말해본 적이 없다. 또한 나는 사람들의 가식이 두려웠다. 내 앞에서 웃고있는 사람이 금방이라도 나에 대한 안좋은 말을 쏟아낼까, 항상 그렇게 마음 졸이며 살았던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을 부딪힐 용기가 없어, 그 스트레스는 전부 나 자신에게 향했다. 사람과의 마찰을 빚고 싶지 않아 자기합리화를 하며 유일하게 마음 편히 괴롭힐 수 있는 상대를 찾았고, 그게 나였다. 내 분노, 슬픔, 고통은 전부 나 자신을 학대함으로써 해결되었다. 그게 어찌나 한심한지. 그럼에도 그것을 고칠 수가 없어 또다시 상처입고, 내 손으로 아물어가던 상처까지 헤집은 후에야 나는 겨우 울었다. 그리고는 아무렇지 않은 척 다시금 다른 사람 앞에 나서는 것이었다. 평범을 유지하기 위해, 타인의 부정적인 시선을 받지 않기 위해. 나는 또다시 가면을 뒤집어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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