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19/05/15 22:03:59 ID : u5QnyL9eE05 0
썩 탐스럽게 흐드러져 있던 벚꽃이 아스팔트 바닥에 처박혀 수많은 구둣발에 짓이겨지는 을씨년스러운 저녁이었다. 효지는 그 날도 가게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무슨 일이라도 있나 싶을 정도로 새까만 차림이었다. 윗옷부터 새까만 맨투맨에 몸에 딱 달라붙은 것처럼 타이트한 진청색 청바지, 저런 배색이 팔리나 싶을 정도로 그저 시커먼 스니커즈까지. 신발 끈마저 새까맣다. 그 와중에 그녀의 머리만 늘 보던 화려하게 염색한 금발이라 괜히 오늘따라 더 눈에 띄었다.
2 이름없음 2019/05/15 22:07:35 ID : u5QnyL9eE05 0
내가 다가가자, 효지는 담배연기를 훅 내뿜으며 손을 흔들었다. 그 바람에 담뱃재가 부서져 효지의 발등까지 지저분하게 흩날렸다. “벚꽃 같네.” “응?” “아냐. 어디 갔다 왔어?” 나는 벚꽃을 싫어한다. 효지는 조용히 고개만 끄덕였다. 담배를 다시 입에 물고는 “아...”하고 말끝을 흐린다. 주머니에서 담뱃갑을 찾아 한 가치 꺼내 물었더니 어느새 효지는 라이터를 꺼내 내 눈앞에 디밀었다.
3 이름없음 2019/05/15 22:10:45 ID : u5QnyL9eE05 0
“언니 있어.” “그럴 거 같더라.” 목 안으로 흘러 넘어가는 담배 연기가 차갑게 느껴졌다. 날도 많이 풀려서 그럴 만한 기온도 아닌데. 그렇게 잠깐 말도 없이 담배를 태우고 있자 얼마 지나지 않아 가게 문이 드르륵 하고 거칠게 열렸다. “왔나?” 어떻게 알았는지 안에 있던 예지가 나를 보고 씩 웃으며 말을 걸었다. “한가해서.” “니 한가한 거 말 안 해도 안다.”
4 이름없음 2019/05/15 22:15:13 ID : u5QnyL9eE05 0
그러고 보니 이 녀석도 노란 머리였지. 예지는 킥킥 웃더니 “적당히 하고 들어온나.”하는 말만 남기고 다시 문을 닫았다. 뭐 하러 나온 거람, 그런 소리 안 해도 다 태우면 금방 들어갈 텐데. 효지도 그렇고 예지도 내가 벚꽃을 싫어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을까? 안지는 꽤 오래 됐지만 그런 얘기는 나눠 본 적이 없다. 여자애들이기도 하고 꽃이라면 좋아할까. 특히 분홍색으로 예쁘게 핀 벚꽃 같은 건 나 자신을 제외하면 싫어한다는 녀석을 본 적이 없고. 효지를 슬쩍 쳐다보자 재떨이에 담배를 비벼 끄고 있다. 이 무관심한 녀석은 내가 벚꽃을 싫어한다는 걸 알기는커녕 벚꽃 자체에 관심이 쥐뿔도 없을 것 같다.
5 이름없음 2019/05/16 22:46:16 ID : Bs4E5Pcldwt 0
그렇게 내가 혼자 생각에 잠겨있을쯤 효지는 두눈을 게슴츠름하게 뜨고 지그시 나를 응시하였다 "재미없...ㄴ..." 말끝을 흐리는 효지를 보며 나는 되물었다. "뭐라고?" 나의 무덤덤한반응이 재미없었는지 의자에 걸터앉아있던 효지는 발끝에 작은돌맹이를 무신경하게 툭차버렸다. 이내 효지는 쭉입술을 내밀며 뚱한표정을지어버렸다 나는 그저 효지를 멍하니 바라보기만했다. 순간 바람이 불었고 효지의 허리쯤오는 금색머리는 흩날렸으며 효지의 도톰하고 붉은입술이 반짝였다. 멍했던 정신이 차츰 맑아졌고, 난 효지에게 미안한어조로 낱게 조아렸다. "미안 일찍올려고했는데 많이 늦었지?" 그러곤 효지의 머리를 한번 쓰담어주었다. 효지는 큰쌍커플에 금방이라도 톡 떨어질것같은 사슴같은 눈망울로 나를 바라보았다. "응 한참 기다렸어 기다리느라 목빠지는줄알았어 나 좀 안아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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