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19/08/03 04:36:20 ID : panyHxA5dSG 0
전생체험을 시작하고 처음 보인건 흙바닥과 가죽신발, 걷는데 검집이 바닥에 탁탁 부딪치는 소리가 났고 검이 바닥에 끄이는걸로 보아 어린 나이의 남자아이였지 않을까 싶었어. 그리고 시간이 흘러 성인이 되고도 시간이 지난 이십 대 초중반, 연인은 없었고 누군가가 나를 '화랑님!' 이라고 한 걸 들었고 대충 신라가 아니었을까 추정해. 그 소리를 듣고 난 되게 행복하게 웃어주었고 처음엔 당연히 그 아이가 여자라고 생각했는데 여자라고 생각하니까 아무 얼굴이 안보였고, 남자라고 생각하니까 누군가 보였어. 웃는게 해사했고 맑았다는것과 나보다 어리며 신분이 다르다는것만 느껴졌지.
2 이름없음 2019/08/03 04:40:54 ID : panyHxA5dSG 0
가장 행복할 때, 쉬는 날이었는지 집에서 나오려는데(꽤 넓었던 걸 보면 좀 잘 사는 양반집?) 멀리서 도도도 뛰어다니는 아이의 모습이 보였어. 그리고 조각 기억인데 그 날 장터에서 노리개를 샀어. 시장 물건이라 그리 비싼 건 아니었는데 그냥 이끌리듯이...고르면서도 연신 웃고있었고 돌아와서 아이한테 주는데 사내아이에게 노리개가 무어냐고 팩 토라져서 흥칫뿡하는 거 보면서도 귀여워하며 하하하 웃었어. 그리고 며칠 지나서 다른 시비한테 놀림받는데도 꿋꿋이 노리개 차고 다니는 것까지 보고 흐뭇해 했던 것 같아.
3 이름없음 2019/08/03 04:41:47 ID : panyHxA5dSG 0
가장 고통스러웠을 때, 남의 집인것 같은데 지푸라기가 있던 어두운 광 안에서 집단 구타를 당하고 있던 것 같아. 기침을 하면 울컥 피가 나올 정도였고 계속 맞고있는데 드는 생각은 '괜찮을까' 의 연속이었어. 아마 그 아이한테 무슨 일이 있지 않았을까 싶었지. 그 아이 때문에 그런 꼴을 당했는데 정작 걱정하는 게 우습다는 생각도 들었어.
4 이름없음 2019/08/03 04:42:20 ID : panyHxA5dSG 0
죽을 때, 뭔진 몰라도 되게 힘들었음 폐에서 피를 토하는 느낌이 계속 있고 기억이 정확하진 않은데 대충 상황 나열해보면 내가 모시던 윗사람이 나를 죽이거나 자결하라고 한 게 아니었을까 싶었어. 겨울이었나봐. 되게 추웠어.
5 이름없음 2019/08/03 04:42:29 ID : panyHxA5dSG 0
사람이 죽을 때엔 주마등처럼 모든 장면이 스쳐간다고 하잖아. 마지막에 눈감고 파노라마가 스치는데 거기서 계속 '연아,' 라고 한 걸 보면 아이의 이름이 연이였나봐. 늘 아이 앞에선 늠름하고 멋있는 모습만 보여줘서 한 번 제대로 안아주지 못한 게 한이었는지 계속 다음 생에는 꼭 안아줄게, 라고 생각한 것 같았고 슬슬 죽어간다는 느낌이 들 때에는 아니되옵니다, 이리 가시면 아니되옵니다 하면서 엉엉 우는 아이 목소리가 들렸어.
6 이름없음 2019/08/03 04:43:25 ID : panyHxA5dSG 0
눈물닦아주고 싶었는데 힘이 안들어가서 희미하게 웃은것만 기억나네. 죽고나선 잠시동안 제 3자 시선으로 보였는데 아이가 대성통곡 하고있고 다여섯 되는 꼬마가 아이 어깨부분의 옷을 꼭 잡고 있었어요. 그 뒤에선 나보단 어리고 아이보단 성숙한 여자가 서 있었고...추가해서 저 맞는 대목?이랑 죽기 전에 엄청 헐떡였대. 전날에 하다가 못일어나서 이번엔 가족보고 옆에 있어달라고 했는데 실제로도 숨을 제대로 못넘겼다고 하더라...진짜 내 전생이라면 너무 슬프고 아파보였어.
7 이름없음 2019/08/03 04:48:58 ID : panyHxA5dSG 0
그리고 현생의 내 이야기. 아홉살 때 역사논술을 배웠는데 유독 한국사를 좋아했어. 그 중에서도 신라를 무척 좋아했어. 다른건 기억이 흐릿한데 그 때만 또렷하게 기억나는 것만 봐도 말야. 거의 집착하듯이 좋아했어. 박물관에서도 신라관에서 멍 때리고 한참을 있었대. 난 몇 분 안되는 줄 알았는데 한 가지 앞에서 삼십 분 넘게 멍하니 서있던 적도 있었어. 이건 좀 된 이야기인데 재미삼아 친구랑 사주보러 갔을 때도 비슷한 이야기 들었었고...올해 초에 전생체험 해보고 최근에 있던 일 겪고나서야 연결점을 느껴서 지금 이러고 있다ㅋㅋ
8 이름없음 2019/08/03 04:55:54 ID : panyHxA5dSG 0
7월 말 즈음에 책을 빌렸어. 혹시 진흥왕 알아? 진흥왕 때 지소태후랑 숙명공주, 진흥왕, 이화랑의 이야기가 있어. 이화랑은 화랑 리더(?)인 풍월주였어. 진흥왕이랑 숙명은 둘 다 지소태후의 자식인데 아빠가 달라. 근데 지소태후는 두사람을 엮으려고 했어. 결론적으로 숙명은 이화랑과 맺어졌지만 말야. 처음 빌린 책이 숙명공주랑 이화랑의 이야기였어. 다 읽고 그저께 반납하러 가서 책을 몇권 더 빌려왔어.
9 이름없음 2019/08/03 05:03:32 ID : panyHxA5dSG 0
새로 빌린 책 작가 이름이 나랑 같길래 흥미 느끼고 빌렸거든. 금륜이라고 진흥왕과 사도왕후의 자식이 있어. 추후 진지왕이 되는 사람. 그런데 새로 빌려온 책이 완전히 앞의 책이랑 이어진다? 동일 인물들도 꽤 나오고...비슷한 위치에 있지도 않았고 표지엔 그런 내용이 하나도 없었거든. 근데 딱 펼쳐보는 순간 머리가 띵하더라. 아무생각 없이 빌린 작가도 출판사도 다른책 두권이 이어지는 내용일 우연은 얼마나 될까? 새로 빌린 책은 금륜의 이야기더라. 참고로 금륜의 스승이 이화랑이야.
10 이름없음 2019/08/03 05:09:34 ID : panyHxA5dSG 0
그리고 두 책에는 공통적으로 많은 화랑들이 나와. 이화, 토함, 사다함, 문노, 비대 등등... 처음에 말했던 내 전생과 사주보러간 점집에서 들은 말과 맞물리지. 어찌보면 우연에 우연이 연속된 걸 수도 있겠지만 그냥 흘려보내기엔 흥미로워서 남기고 가. 괴담판인데 좀 벗어난 것 같아서 아쉽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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