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지인이 말해준 귀신 이야기! (366)
2.집문 (7)
3.내 생애 가장 사랑한 꿈 (17)
4.꿈이 이상해 (5)
5.있지 너흰 보통 어느 분야에 관심있어? (15)
6.이 세상에 좀비가 있을 확률 또는 생길 확률 (34)
7.내 삶에서 제일 소름끼쳤던 순간. (46)
8.엄마가 좀 이상하셔 (7)
9.나 악몽이랑 가위눌리는게 고민인 사람인데 (4)
10.꿈속에서 가위에 눌렸어 (6)
11.이어폰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는데 별거 아니려나? (5)
12.조현병 엄마 (4)
13.이것도 자각몽인가?? (3)
14.종점에서 내렸는데 역이 달라 전화도 안돼 (56)
15.전생 그런 거 볼 수 있는 사람 있어? (5)
16.안녕 나 꿈 썰 풀어왔는데 있을라나?? (3)
17.우리가 만났던 그 아이에 대하여 (49)
18.나방금 또 이상한꿈꿨어ㅠㅠㅠ (39)
19.나폴리탄 괴담 써줄게 (19)
20.존재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424)
얼마 남지 않은 삶 차분히, 또 조용히 돌이켜보려 해.
그간 참 많은 일들이 있었어. 누군가에 기대 엉엉 울고 싶던 일도, 높은 곳에서 모두가 들을 수 있게 소리치고 싶을 만큼 황홀하던 일도, 내 평생 바쳐 무언가를 사랑해 본 일도.
내 수많은 삶의 파편들 중 가장 아름답고 가장 행복했던 한 움큼을 꺼내 이곳에 올려보려고.
사랑 때문에 늘 씩씩하던 내가 이렇게 무너진다는 게 말이 되나, 싶다가도 그래, 내가 그만큼 열렬히 사랑했구나 싶더라.
하루하루가 의미 없다고 여겨질 때 쯤 꿈에 궁궐이 나왔어.
내가 현생에서 외로움을 많이 느껴서인지, 궁궐 내의 귀족임에도 불구 미치도록 외롭더라.
아름다운 봄날의 궁궐을 사분사분 자유롭게 거닐 수 있도록 허락 된 건 오직 어머니가 상궁이거나 그보다 높은 공주, 왕자들 뿐 이었지. 나의 어머니는 죄를 지어 멀리 떨어진 허름한 별채에서 살아가는 폐빈 이었어. 그러니까, 죄인. 꿈을 꿀 당시에 꿈이 너무 생생했던 탓에 난 이게 현실이라고 믿어버렸어. 그래서 그 짧은 하룻밤의 꿈속에서 많은 걸 바꾸려고 발버둥 쳤지. 폐빈의 딸, 죄인의 딸이라는 이름 탓에 손가락질 받아야했던 어쩌면 또 다른 세계의 나를 구원하려고 했던 거야. 그렇지만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었어. 난 고결한 공주 왕자들과는 접촉할 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죄인인 우리 어머니 (폐빈)와도 접촉할 수가 없었거든. 하루하루 죄인의 여식이라 불리우며 평민들에게도 비난 받던 매일이 너무 괴로워 결국 난 목을 맸어.
목을 매던 순간 지난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데, 어떤 이가 떠오르더군. 그 이의 얼굴이 어릿어릿 선명해지던 순간 눈앞이 캄캄해졌어. 폐빈의 딸이, 그러니까 그 세계의 내가 세상을 떠난 거지. 하지만 그 꿈과 나의 인연이 여기서 끝은 아니었어.
혹시나 내 생애 마지막 글을 봐주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레스 달아줘.
영원토록 잊지 않도록 할게
다음 날도 역시나 무기력하게 보내고 허위허위 침대로 돌아와 누웠을 때, 나도 모르는 새 순식간에 잠이 들면서 그 꿈을 꾸기 시작했어. 시작 부분이 전날 꾼 꿈과 정확히 똑같았어. 이번에는 결코 당시의 나를 목 매 죽은 비운의 왕녀로 만들지 않으리, 하는 다짐과 함께 나는 또다시 왕궁의 이름 모를 공주로 살기 시작했어. 전날처럼 허름한 내 처소에 머물며 무료한 하루를 보내던 나에게 한 사내가 찾아왔어.
-백화공주.
그가 나에게 건넨 첫 마디였지.
하지만 그 목소리와 따스한 표정, 풍채가 어쩐지 익숙하게 느껴졌어.
적어도 이제껏 그 꿈 속에서 본 이들 중에는 가장 다정했어.
그 한 마디가 사람 구경조차 힘들던 나에게는 너무나도 크게 다가왔지만 꿈 속에서 난 나름 공주였기에 체통을 지키려 태연하게 응대했지.
-누구시오?
사내의 표정에 당혹이 번졌어. 어찌 나를 몰라보냐는 말이 얼굴에 쓰여있는 듯 했어.
그 사내는 장난이라 여겼는지 장난스런 미소를 머금고
-처음 뵈옵겠습니다, 공주님. 저는 화명 공주님의 정혼자 설훈이옵니다.
예상치 못했던 tmi(?)를 얻은 기분이라 좋았지만, 나도 장난인척 하려면 평정을 유지해야 했어. 살짝 웃으며 설훈이라는 사람에게 고개를 숙였지.
-누추한 저의 거처에 발을 들이신 연고를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그러자 설훈은 표정이 살짝 어두워지며 사뭇 진지하게 내게 말했어.
-백화 공주님, 스스로를 낮추지 말라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난 또 예상치 못했던 꾸중에 당황해서 웃어버렸어.
물론 깔깔깔깔 이렇게 웃은 건 아니고 멋쩍게 웃었지.
-아, 그렇지요.
설훈은 그제야 빙긋 웃으며 내 윗머리를 가다듬어 주었어.
그러면서 자신이 내 거처에 온 이유는 날이 쌀쌀하기에 안녕을 여쭈러 왔다고 하더라.
어제와 오늘 (당시)을 통틀어 나를 누군가가 먼저 찾아와 안부를 물은 것은 처음이었기에 난 놀랄 수밖에 없었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설훈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 보니 전날 내가 꾼 꿈에 마지막 장면에서 떠오를 듯 말 듯 한 그 이의 얼굴에 설훈의 얼굴이 정확히 겹쳐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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