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19/08/06 23:07:06 ID : 9dvbeNz8781 4
얼마 남지 않은 삶 차분히, 또 조용히 돌이켜보려 해. 그간 참 많은 일들이 있었어. 누군가에 기대 엉엉 울고 싶던 일도, 높은 곳에서 모두가 들을 수 있게 소리치고 싶을 만큼 황홀하던 일도, 내 평생 바쳐 무언가를 사랑해 본 일도. 내 수많은 삶의 파편들 중 가장 아름답고 가장 행복했던 한 움큼을 꺼내 이곳에 올려보려고.
2 이름없음 2019/08/06 23:19:41 ID : 9dvbeNz8781 0
사랑 때문에 늘 씩씩하던 내가 이렇게 무너진다는 게 말이 되나, 싶다가도 그래, 내가 그만큼 열렬히 사랑했구나 싶더라. 하루하루가 의미 없다고 여겨질 때 쯤 꿈에 궁궐이 나왔어. 내가 현생에서 외로움을 많이 느껴서인지, 궁궐 내의 귀족임에도 불구 미치도록 외롭더라. 아름다운 봄날의 궁궐을 사분사분 자유롭게 거닐 수 있도록 허락 된 건 오직 어머니가 상궁이거나 그보다 높은 공주, 왕자들 뿐 이었지. 나의 어머니는 죄를 지어 멀리 떨어진 허름한 별채에서 살아가는 폐빈 이었어. 그러니까, 죄인. 꿈을 꿀 당시에 꿈이 너무 생생했던 탓에 난 이게 현실이라고 믿어버렸어. 그래서 그 짧은 하룻밤의 꿈속에서 많은 걸 바꾸려고 발버둥 쳤지. 폐빈의 딸, 죄인의 딸이라는 이름 탓에 손가락질 받아야했던 어쩌면 또 다른 세계의 나를 구원하려고 했던 거야. 그렇지만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었어. 난 고결한 공주 왕자들과는 접촉할 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죄인인 우리 어머니 (폐빈)와도 접촉할 수가 없었거든. 하루하루 죄인의 여식이라 불리우며 평민들에게도 비난 받던 매일이 너무 괴로워 결국 난 목을 맸어. 목을 매던 순간 지난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데, 어떤 이가 떠오르더군. 그 이의 얼굴이 어릿어릿 선명해지던 순간 눈앞이 캄캄해졌어. 폐빈의 딸이, 그러니까 그 세계의 내가 세상을 떠난 거지. 하지만 그 꿈과 나의 인연이 여기서 끝은 아니었어.
3 이름없음 2019/08/06 23:20:45 ID : 9dvbeNz8781 0
혹시나 내 생애 마지막 글을 봐주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레스 달아줘. 영원토록 잊지 않도록 할게
4 이름없음 2019/08/06 23:22:35 ID : 1ii2liqphuq 0
보고있어
5 이름없음 2019/08/06 23:24:30 ID : xUY5O5TRxwk 0
보고있어
6 이름없음 2019/08/07 01:44:20 ID : DvBgqrtck1d 0
보고있어
7 이름없음 2019/08/07 08:02:22 ID : srunyHzXxSG 0
보고있어 완전 기대되...!!
8 이름없음 2019/08/07 08:12:35 ID : 787cLfaoHzV 0
내가 사랑한 환각이랑 엄청 비슷한 느낌이네
9 이름없음 2019/08/07 08:36:34 ID : teL85TTO2qZ 0
ㅂㄱㅇㅇ
10 이름없음 2019/08/07 09:09:00 ID : qrtdAZa9uoF 0
ㅂㄱㅇㅇ 스레제목이 비슷해서 들어왔는데 내용은 좀 다른것 같기도 하다 기대중
11 이름없음 2019/08/09 14:15:05 ID : 9dvbeNz8781 0
다음 날도 역시나 무기력하게 보내고 허위허위 침대로 돌아와 누웠을 때, 나도 모르는 새 순식간에 잠이 들면서 그 꿈을 꾸기 시작했어. 시작 부분이 전날 꾼 꿈과 정확히 똑같았어. 이번에는 결코 당시의 나를 목 매 죽은 비운의 왕녀로 만들지 않으리, 하는 다짐과 함께 나는 또다시 왕궁의 이름 모를 공주로 살기 시작했어. 전날처럼 허름한 내 처소에 머물며 무료한 하루를 보내던 나에게 한 사내가 찾아왔어. -백화공주. 그가 나에게 건넨 첫 마디였지. 하지만 그 목소리와 따스한 표정, 풍채가 어쩐지 익숙하게 느껴졌어. 적어도 이제껏 그 꿈 속에서 본 이들 중에는 가장 다정했어. 그 한 마디가 사람 구경조차 힘들던 나에게는 너무나도 크게 다가왔지만 꿈 속에서 난 나름 공주였기에 체통을 지키려 태연하게 응대했지. -누구시오? 사내의 표정에 당혹이 번졌어. 어찌 나를 몰라보냐는 말이 얼굴에 쓰여있는 듯 했어.
12 이름없음 2019/08/09 15:39:11 ID : uoFa2qY3veN 0
ㅂㄱㅇㅇ
13 이름없음 2019/08/09 22:38:08 ID : Xtg0k009y2J 0
오대박이다
14 이름없음 2019/08/09 22:55:18 ID : Cp87gpgo7vw 0
이야 이거 각이다
15 이름없음 2019/08/10 13:04:29 ID : rAo3UY60mtv 0
보고있엉
16 이름없음 2019/08/13 23:09:25 ID : 9dvbeNz8781 0
그 사내는 장난이라 여겼는지 장난스런 미소를 머금고 -처음 뵈옵겠습니다, 공주님. 저는 화명 공주님의 정혼자 설훈이옵니다. 예상치 못했던 tmi(?)를 얻은 기분이라 좋았지만, 나도 장난인척 하려면 평정을 유지해야 했어. 살짝 웃으며 설훈이라는 사람에게 고개를 숙였지. -누추한 저의 거처에 발을 들이신 연고를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그러자 설훈은 표정이 살짝 어두워지며 사뭇 진지하게 내게 말했어. -백화 공주님, 스스로를 낮추지 말라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난 또 예상치 못했던 꾸중에 당황해서 웃어버렸어. 물론 깔깔깔깔 이렇게 웃은 건 아니고 멋쩍게 웃었지. -아, 그렇지요. 설훈은 그제야 빙긋 웃으며 내 윗머리를 가다듬어 주었어. 그러면서 자신이 내 거처에 온 이유는 날이 쌀쌀하기에 안녕을 여쭈러 왔다고 하더라. 어제와 오늘 (당시)을 통틀어 나를 누군가가 먼저 찾아와 안부를 물은 것은 처음이었기에 난 놀랄 수밖에 없었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설훈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 보니 전날 내가 꾼 꿈에 마지막 장면에서 떠오를 듯 말 듯 한 그 이의 얼굴에 설훈의 얼굴이 정확히 겹쳐졌어.
17 이름없음 2019/08/13 23:14:41 ID : jxVhxSMjfO3 0
소설 참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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