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지인이 말해준 귀신 이야기! (366)
2.집문 (7)
3.내 생애 가장 사랑한 꿈 (17)
4.꿈이 이상해 (5)
5.있지 너흰 보통 어느 분야에 관심있어? (15)
6.이 세상에 좀비가 있을 확률 또는 생길 확률 (34)
7.내 삶에서 제일 소름끼쳤던 순간. (46)
8.엄마가 좀 이상하셔 (7)
9.나 악몽이랑 가위눌리는게 고민인 사람인데 (4)
10.꿈속에서 가위에 눌렸어 (6)
11.이어폰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는데 별거 아니려나? (5)
12.조현병 엄마 (4)
13.이것도 자각몽인가?? (3)
14.종점에서 내렸는데 역이 달라 전화도 안돼 (56)
15.전생 그런 거 볼 수 있는 사람 있어? (5)
16.안녕 나 꿈 썰 풀어왔는데 있을라나?? (3)
17.우리가 만났던 그 아이에 대하여 (49)
18.나방금 또 이상한꿈꿨어ㅠㅠㅠ (39)
19.나폴리탄 괴담 써줄게 (19)
20.존재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424)
조금 긴 이야기가 될 것 같은데 나와 내 친구들이 만난 그 아이에 대해 이야기해보겠다.
지명이나 이름은 밝히지 않도록 할게.
먼저 말하자면 이 일이 어느정도 정리된 현시점이라 이야기를 꺼낸다는 걸 알아줬으면 한다.
지금은 다들 거의 잊을만할 정도의 시간이 지났지만 우리는 전혀 이 아이에 대해 잊지 못하고 살아가는 중이다.
괴담스러운 이야기는 추후에 등장하니까 재미없더라도 조금 양해를 구하고 첫 이야기를 시작해보도록 할게.
일단 내가 하는 이 이야기는 믿든말든 상관없지만 주작이다 뭐다라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
그렇게 주작이라 아니꼽게 생각든다면 이 스레는 무시하고 다른 스레를 구경하러 가는걸 추천해.
그러니까 난 그때 군면제 대상자라 군대도 안가고 대학을 다니던 중이었다.
고등학교 진학 직전에 육상부를 하다가 다리를 다쳐서, 십자인대 수술을 받고. 또 선천적으로 야맹증이 심한 탓에 군면제를 받게 되었어.
대학교 내에 나와 같은 과의 같은 학년의 남자애들은 다 군대를 갈 때 난 학교에 남아있어야 했지.
뭔가 군대를 안가니까 오히려 소외감을 느꼈다. 다른 내 동기들은 축복받았네 뭐네 하는데 솔직히 별 시덥지 않다 생각이 들었어.
내가 진학한 과는 체육과 관련되지 않은 뭐 정확히는 밝히지 못하지만, 환경과 관련된 학과거든.
어릴적부터 내가 육상선수나 체육교육과를 갈 것이라 의심치 않았는데 그것과 관련이란 1도 없는 과를 진학한건 나로써는 괴로운 일이었다.
그래도 바로 극복하기는 했어. 매사에 긍정적으로 생각하고자 하거든.
그래서 오히려 군대도 못갈 정도의 다리 상태라는 게 잊으려하다가, 군면제로 확인사살당하니까 조금 배알이 꼴렸어.
애초에 남자들은 대게 2년이라는 공백기간을 가지고 있으니까, 이왕이렇게 된거 학비나 벌어보자는 심산으로 1년 휴학을 신청하고.
다른 남자동기들 군대 가있을 동안에 알바나 하고자 고향으로 내려갔다.
내 고향이 지방이거든. 그래서 뭐 건물이 들어선다거나, 체인점 그런게 잘 존재하지 않아.
그렇다고 시골은 아니라 적당히 유명한 체인점들은 들어선 고즈넉한 동네야.
그런 곳에서도 알바할 곳이 있냐 묻는다면 엄청 많으니까 걱정안하면 좋겠다. 오히려 넉넉해.
내가 일한 알바는 오전 일찍이 나와서 좀 늦은 오후에 끝나는 카페 알바였다.
한 두달 일하니까 사장님이랑도 친해져서 휴학기간이 끝나기 전까지 일하는게 어떻냐는 이야기도 나올 정도였다.
당연히 시급도 오르고. 그때가 한겨울이었는데 기분이 좋아져서, 군 입대하기로 한 내 고향친구 몇명을 만나기로 했다.
여기서 나오는 고향친구 중 두명은 앞으로 계속 나올 애들이니까 먼저 소개좀 해주겠다.
먼저 한 명은 연우라고 하고, 나머지 한 명은 대명이라고 하겠다.
연우와 대명이와 나는 초등학생때부터 친하게 지내며 자란 내 친구들이다.
연우와 나는 육상부였고, 대명이는 공부를 곧잘잘했다. 내가 다리를 다친 이후로 상심이 컸을 때 날 지켜준 소중한 친구들이다.
연우는 계속 육상부를 하며 체육교육과로 진학했고, 대명이는 비상한 머리로 명문대라 부르는 곳의 좋은 학과로 진학했다.
그 후에도 나와 계속 연락을 하며 지냈는데, 대명이는 군입대를 1년 더 늦게 가겠다 했고. 연우는 3월에 입대하기로 하였다.
둘다 방학, 휴학을 한 상태였기에 고향에 있어 고향친구 몇명을 더 불러 만나기로 했다.
난 할일도 없어 알바를 투잡으로 뛰고 있었다. 게다가 부모님집에서 생활하다보니 숙식비도 들지않아 알바비에 손을 대지 않아 어느정도 돈이 모여있었다.
저녁에 모여 가볍게 밥을 먹고 반주를 걸치며 근황에 대해 이야기하고 우리는 헤어졌다. 하지만 그 후에 연우와 대명이와 난
따로 술을 마시자 하고 길을 빠져나왔다.
어디를갈까하며 우리는 생각없이 어두운 밤길을 걷고 있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은 건 길가에 수놓인 네온 사인들이었는데
음악홀이랄지 모텔 그런 전광판들이 거리에 가득했었다. 우린 그것들을 지나쳐 생각없이 길을 걷다보니 조용한 길거리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래보았자 우리가 나고자란 동네였기에 발걸음을 계속해 걸었다. 괜찮은 술집이 나오면 바로 들어가자며 말이다.
그렇게 걷다가 생각없이 고개를 들어 어떤 건물의 2층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깜깜한 창문과 함께 전광판도 아닌 심플한 디자인으로
'bar link'
라고 적힌 간판을 볼 수 있었다. 가로등도 띄엄이 놓여있어 눈에 띄지 않는 그런 칵테일바였다.
아마 이래서 이 동네를 살며 이 칵테일바의 존재를 몰랐던거겠지.
난 별 생각없이 연우와 대명이에게 말했다.
"야. 저기 칵테일바있다. 갈래?"
(대충 그랬을 것이라 생각하며 쓰는 것이니, 앞으로 나오는 말들은 내 기억과 예측이라 봐주면 좋겠어)
깜깜한 창문때문에 칵테일바가 문이 닫혀있는 것이라 생각이 들었지만, 닫혀있으면 다시 나오면 되는 것이기에 우리는
가자며 발걸음을 옮겨 후미진 길에 놓인 2층의 칵테일바로 향했다.
2층의 칵테일바 문 앞에 도착했을 때 이곳이 정상영업을 하는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흐릿하지만 어두운 조명이 켜져,
내부의 인테리어가 보였다. 대충 놓인 테이블과 소파. 인테리어용으로 설치되어있는 주크박스가 보였다.
우리는 분위기만으로 이곳이 혹시 조금 좋지못한 내용물을 가진 술집이지는 않을까 싶어 망설이다가,
저질러보자는 심정으로 칵테일바로 들어갔다.
그리고 우리가 그곳에 들어서자
"어서오세요"
하며 중년의 수염을 짧게 기른 아주 짧은 머리를 가진 바텐더가 우리를 맞아주었다.
나와 연우와 대명이는 멋쩍게 '아 안녕하세요' 하며 바텐더 앞의 긴테이블에 나란히 앉았다.
"여긴 어떻게 알고 오셨어요? 여기 엄청 후미진 곳이라 찾기 힘든데. 누구한테 소개받고 오신거에요?"
라고 바텐더 아저씨는 넉살좋게 우리에게 물었다.
그 말에 연우는
"아~ 그거 얘가 발견해서 온거에요. 야맹증인 새끼가 이런건 하나 잘 찾아요. 그래서 군면제도 받은 새낀데."
하고 나를 가리키며 낄낄댔다.
"야. 쫌."
대명이는 눈살을 찌푸리며 연우의 팔을 때렸다.
"아 왜."
하며 연우는 투덜거렸고 나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바텐더를 바라보았다.
바텐더는 그런 나를 보고 싱긋 웃으며 말하였다.
"이것도 인연인데 단골해주시면 되겠네요."
"그럼 술 싸게 주시나요?"
"아 낯짝두꺼운새끼."
그 말에 연우는 장난스레 말하였고, 연우의 말을 들은 대명이는 이번에는 등짝을 한대 치며 말하였다.
난 그 모습을 미소를 띄운채 바라보았다. 그리고 바텐더에게 말을 걸었다.
"뭐, 괜찮은 술 있나요."
"아 칵테일이 처음이시면 제가 대충 드릴까요?"
뭐 그런식으로 우리는 바텐더 아저씨에게 술을 받아 마셨어.
아마 처음 마셨던게 스크류 드라이버랑 깔루아였을거야.
그러면서 이것저것 바텐더 아저씨와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 같아.
기억도 안나는 시덥잖은 내용의 이야기들이었어. 뭐 몇살이냐, 군대는 가냐 뭐 그런식.
그렇게 추천받은 칵테일도 더 추가해서 마시고 하다보니까 새벽이 되었더라.
꽤 재치있는 아저씨의 입담덕분에 우리는 금새 친해질 수 있었어.
"아, 그럼 외국에서 오신거에요?"
"그렇지. 그냥 취미로 바텐더 하는거야. 저녁늦게 열어서 새벽까지 영업해.
그래서 외국인들이 자주 찾아오는 바거든. 영어 잘하는 지방의 바텐더는 드물잖아."
"아아~ 와 아저씨 엄청 멋있네요. 영어해주세요 영어."
"아 무슨 영어야. 죄송해요 아저씨 얘 취했나봐요."
연우가 하는 말에 대명이는 대신 사과하며 말했다.
"하하! 아니야 괜찮아. 유쾌하고 좋은 친군데 뭐. 그래서 처음에 너희한테 누구 소개받고 왔냐 물은거였어.
여기는 단골빼고는 잘 안오거든. 보다시피 후미진 곳에 있어서."
"그럼 왜 홍보안해요? 간판만 네온사인으로 바꿔도 인기 많아질것같은데."
"취미니까 딱히 손님 많이 오는 것도 원치 않고 말이야."
"아아~"
그런 노닥거리는 이야기를 나누고 폐점시간에 가까워 우리는 바텐더 아저씨에게 인사하고 각자 집으로 돌아갔어.
그 후에도 우리는 매주 그 칵테일바를 들렀어. 많으면 주에 3번. 가격도 저렴했고, 아저씨와도 많이 친해져서
안줏거리도 심심찮게 서비스를 받기도 했다. 갈때마다 우리만 있는 것은 아니었고. 몇몇 외국인들을 마주치기도 했어.
그러다 그 중에서 한국말 하는 외국인이 섞인 무리와도 친해져서 꽤나 재미있게 놀기도 했지.
그리고 그렇게 한달쯤 되었을 때 우린 그 아이와 마주쳤다.
겨울이 가시고 있는 날이었지만 그래도 춥기는 마찬가지라, 연우와 대명이에게 바에서 만나자고 문자를 하고
패딩을 꽁꽁싸매고 입김을 쓰읍 후 하고 불며 바로 향하였다. 바에 도착하니 그 둘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듯 바텐더 아저씨만 있었다.
난 바텐더 아저씨에게 반갑게 인사를 하고 패딩을 벗어던지며 거의 지정석이다 싶은 내 자리에 앉았다.
"와 오늘 날씨 엄청 춥네요. 겨울은 이제 끝나야 되는건데 왜 이런데."
"그러게. 일기예보 보니까 오늘내일로 눈이나 비올수도 있다던데."
"아. 너무한거 아니에요 진짜. 무슨 눈하고 비야."
그렇게 중얼대며 이야기를 하고, 아저씨에게 술 한잔을 시키고 기다릴때쯤 연우와 대명이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야! 이새끼야! 의리도 없이 벌써 혼자 쳐마시냐!"
"욕 좀 그만. 그만좀해 새끼야. 그만."
또 둘이 투닥거리며 들어오는 모습에 아저씨는 기분좋게 웃으며 둘에게 왔냐며 인사를 건냈다.
그렇게 넷이서 왁자하게 또 떠들고 있는데 바의 현관문에 달린 종이 딸랑하는 소리를 냈다.
우리는 고개를 돌렸다. 아저씨는 '어서오세요-'하는 말을 하며 고개를 돌렸고,
난 익숙한 외국인의 모습이 들어오겠구나 싶어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아무말도 잇지 못하였다. 아저씨 또한 항상 건네던 인삿말을 멈추었다.
축축하게 젖은 정돈안된 머리칼. 날씨와는 맞지 않게 얇은 회색 후드를 교복 위에 덧대어 입은 여자애였다.
물기가 후드를 젖게해 후드티의 상단부는 검회색을 띄고 있었다. 급하게 뛰쳐온듯 헉헉대는 숨소리를 내고
불안정한 눈과 공포심이 가득한 표정이 가득한 애였다. 그 아이와 우리의 첫만남이었다.
우리는 얼어붙어있었다. 상황이 상황인지라... 키도 덜자라고, 가는 몸을 가진 교복을 입은 아이가
칵테일 바로 들어왔다. 시각은 9시에서 10시 사이이기에 그렇게 늦은 시각이라 하진 못하지만.
회색후드티 안쪽으로 보이는 교복은 익숙한 디자인이었다. 이 주변에 있는 한 고등학교의 디자인.
겉모습은 아직 중학생으로 보일정도였다. 우린 그 누구하나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 닫힌 현관문과 그 애를 바라봤다.
바텐더 아저씨 또한 이러한 상황은 처음이었는지 아무말도 못하고 그 여자애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상황을 일깨운것은 다름아닌 대명이었다.
"...저기. 얘. 너 괜찮니?"
그 말에 우리는 대명이를 한번 흘끗보다가 그 애를 바라보았다.
그 애는 그제야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는 듯 흠칫 놀라 고개를 들어 우리쪽을 바라보았다.
"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무엇이 죄송하다는건지 그 애는 고개숙이며 외쳐댔다. 그 모습에 바텐더 아저씨는
"학생. 괜찮아? 진정하고-"
라 말하였다.
"곧 나갈게요. 죄송해요. 죄송해요. 잠깐만 여기 있을게요. 진짜 죄송해요. 잘못들어온거아니고요 잠깐만 여기있을게요."
파들파들 떨리는 맨다리와 그만큼 떨리는 목소리에 우리는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학생 괜찮아. 무슨 일인지 모르겠는데 여긴 안전하니까 진정하고."
하며 바텐더 아저씨는 현관문 앞에 서있는 여자애에게 다가가 한쪽 어깨를 잡고 바 실내로 조금 이끌었다.
그 모습에 대명이는 자신이 입고온 코트를 들어서는 여자애에게 다가가 걸쳐주었다.
"괜찮니? 무슨 일이야? 조금 진정하고 여기 앉아있어봐. 우리 무서운 사람아니니까. 일단 진정해봐."
연우는 안절부절하며 칵테일 진열장 안쪽으로 들어가며 말하였다.
"아저씨! 따뜻한 물 좀 끓일게요!"
"어, 그래그래. 연우야 물좀 갖고와라."
난 그 모습에 앉아있던 자리에 일어서서 현관문쪽으로 향했다. 저렇게 다급하게 달려와 들어온 것이니
누군가에게 쫓긴 것은 아닐까 싶어. 혹시 그 사람이 밖에 있지는 않을까 확인하려 현관문을 열고자했다.
그렇게 현관문고리를 붙잡는데
"안돼요! 열지마요!"
하고 약하면서도 강단있는 힘이 내 다른쪽 팔을 잡아당기는 것이 느껴졌다.
"열지마!"
여자애는 강렬한 눈빛으로 내 한쪽팔을 붙잡고 버팅기고 있었다. 여전히 공포에 질린 표정이면서도.
그 말에 난 현관문을 열려고 붙잡은 손을 놓으며 엉겹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보다 키도 작고 몸집도 한참은 마른 애에게
압도당해서 침하나 꼴깍일수없었다. 그 모습에 놀란 것은 아저씨와 연우 대명이도 마찬가지였는듯
모두 여자애와 나의 대치상황을 보고 있었다.
여자애는 그제야 자신이 내 팔을 붙잡은걸 깨달은 듯 팍하고 뿌리치며 말했다.
"...아. 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 죄송해요"
계속 사과를 연이어하더니 그애는 갑자기 무엇인가 서럽다는 듯이 세상 떠나가라
엉엉 울기 시작했다. 갑자기 더욱 당혹스러운 상황에 놓여 우리들은 더 얼어붙어 아무말도 못하였다.
갑자기 술집에 들이닥친 고등학생 여자애. 무엇인가 쫓긴 것같은 모습. 그리고 또 우는 그 모습. 어느하나
우리 모두를 패닉에 빠지지 않게 할 요소가 없었다.
후에 대명이가 여자애가 나에게 달려드느라 바닥에 떨쳐진 자신의 코트를 주워들어, 여자애에게 덮어주고
소파에 앉히기 전까지 우리는 계속 패닉에 빠져있었다. 그제야 아저씨는 진열장을 열심히 뒤적이며 외제쿠키를 꺼내고
연우가 따뜻한 물을 가져왔다. 나는 할짓이 없어 안절부절하다가 슬금슬금 소파쪽으로 향해, 여자애 옆에 앉아
열심히 달래는 대명이의 맞은편 소파에 다소곳이 앉았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여자애의 울음소리는 잦아들었다. 그리고 연우가 따뜻한 물을, 아저씨가 쿠키를 테이블에 올려두고
각자 소파에 자리잡아 엉겹결에 앉아있었다. 어색한 조용함이 감돌고 아저씨가 여자애에게 말을 걸었다.
"학생. 무슨 일 있어? 못된 사람이 쫓아오기라도 한거야? 부모님께 연락할래?"
여자애는 그 물음에 아무 말 않고 고개만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뇨. 죄송해요... 빨리 나갈게요. 영업중에 폐끼쳐서 죄송합니다."
담담하게 이어지는 말에 우리는 머쓱하였다. 분명 무슨 일이 있음에 분명한데
아무말도 않고. 계속 사과를 하며 오히려 예의바르게 사과를 하는 여자애의 모습에 오히려 우리가 숙연해졌다.
그리고 여자애는 정말 몇분지나지 않아 물만 조금 마시더니 몸을 일으켰다.
대명이에게 코트를 다시 건네며 고개를 꾸벅숙여 감사 인사를 하고, 연우와 아저씨에게도 꾸벅 인사하고.
나에게는 죄송하다 인사하고는 멈칫멈칫하며 현관문을 열러고 하다가. 이내 현관문을 확 열어제치고 칵테일 바를 나갔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 너무나 황당하고 당혹스러워 우리는 어벙하게 현관문쪽을 바라보며 서있었다.
이렇게 보내도 될까하는 생각이 들다가 어차피 남인데. 하는 생각에 신경을 끄고자 했다.
그런생각에 다시 내 지정석과 다름없는 의자에 앉으려는데 연우의 목소리가 들렸다.
"...너 뭐해?"
난 고개를 돌려 그쪽을 바라보자 각자 겉옷을 주섬주섬 입고있는 연우와 대명이 그리고 아저씨의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에 나는 뭐지하는 생각에
"왜."
라고 말하자 셋은 나를 엄청 못난놈이라는 듯 쳐다보며 말했다.
"혹시모르니까 저 여자애 쫓아가서 집에 데려다 줘야지. 쟤 나갈때까지 쫓아오던 새끼가
기다리고 있으면 어쩌겠어. 여자애가 위험하잖아."
"...그래."
난 그제야 패딩을 챙겨입으며 따라 나섰다. 못된 놈이라 생각이 들겠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난 그런 셋을 정의의 사도 납셨네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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