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19/08/19 20:12:04 ID : xSILdU0re2K 0
그리고 나는 지금 나를 버릴까 말까 망설이고 있다.
2 이름없음 2019/08/19 20:13:45 ID : xSILdU0re2K 0
그녀는 자살로 죽었다. 나에게 전날 무슨 말도 없이. 그저 전화가 왔고 받자 그녀의 아버지가 그녀가 목을 매달아 죽었음을 말했다. 장례식장은 휑했고 나와 내 가족들이 와 그나마도 소리가 웅성거릴 정도였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국화꽃을 들었다. 그곳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해 라며 흐느끼고, 주저앉았던 것 같다.
3 이름없음 2019/08/19 20:16:25 ID : xSILdU0re2K 0
그녀와 나는 블로그를 통해 만났다. 그녀는 항상 죽고 싶어했고, 나역시 죽고 싶어하는 것은 같았다. 죽고 싶어하는 인간이 올리는 글이란 죽고 싶다는 내용이었지. 그리고 너무나 삶이 괴롭다고 한탄하고 우울해하는 글이었다. 그러던 중 그녀와 이웃이 되었고, 그녀와 메신저를 주고 받기까지 했고, 알고보니 같은 지역, 아주 가깝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현실의 연으로까지 다가왔다. 우리는 둘 다 열 아홉살이었고 일탈하기도 했다. 그녀는 백화점에서 일하는 자퇴생이었고 나는 아무것도 좋을 게 없을 고등학생. 각자 죽고 싶은 이유가 있었고 우리는 서로가 죽지 않게 잡아주고 싶어했다.
4 이름없음 2019/08/19 20:17:10 ID : xSILdU0re2K 0
3년 정도 만났다. 그녀와. 짧다고 할 수 없는 인연이었다.
5 이름없음 2019/08/19 20:18:39 ID : xSILdU0re2K 0
장례식 다음날 부모님은 나를 정신병원으로 데려가셨다.
6 이름없음 2019/08/19 20:20:38 ID : xSILdU0re2K 0
나는 그렇게 부모의 동의가 있었다는 이유 정도로 정당한듯이 입원됐다. 그들은 내가 죽을까봐 두려웠던걸까. 나는 폐쇄병동에 입원했다.
7 이름없음 2019/08/19 20:22:18 ID : xSILdU0re2K 0
처음부터 이건 말이 안된다고 생각했다. 밖에서처럼 피가 웅덩이질 정도로 심각한 건 아니었으나, 손톱을 세워 자해를 하거나 무언가 날선 것을 미친듯이 찾아댔다. 나는 인생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8 이름없음 2019/08/19 20:22:36 ID : xSILdU0re2K 0
그애의 죽음에 내 책임이 분명 있다고.
9 이름없음 2019/08/19 20:24:05 ID : xSILdU0re2K 0
사람들은 쉽게 아니라고 했다. 그애도 네가 이러길 바라며 죽은 것이 아닐거라고. 그애의 몫까지 사는것이 네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라며 나를 나약한 사람인듯 보았다. 왜? 나는 질문해왔다. 줄곧.
10 이름없음 2019/08/19 20:25:08 ID : xSILdU0re2K 0
당신들이라면 견딜 수 있는가. 전부터 자살충동이 있었던 나를 두고 싹싹 털어내라고 한다. 대체 어떻게?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도 그게 가능한가.
11 이름없음 2019/08/19 20:26:16 ID : xSILdU0re2K 0
2달 반간의 입원 기간을 거치고, 나는 퇴원하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나는 이틀만에 넣어지게 되었다.
12 이름없음 2019/08/19 20:28:26 ID : xSILdU0re2K 0
나는 병원에서 하루도 빠짐없이 일기를 썼고 그 안에는 부모에 대한 의문, 원망, 전부터 있었던 삶에 대한 회의감, 그리고 그녀에 대한 그리움과 죄책감이,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13 이름없음 2019/08/19 20:29:04 ID : xSILdU0re2K 0
잠시 퇴원했을때 엄마는 그것이 일기인것을 알고서도 처음부터 끝까지를 다 읽었다.
14 이름없음 2019/08/19 20:37:08 ID : xSILdU0re2K 0
분개하는 나를 보고 우습다는듯이 아, 그래? 미안해. 그말이 전부였다. 나는 심장이 무너지는 것 같았고 언성을 높여 더 화내기 시작했다.
15 이름없음 2019/08/19 20:40:58 ID : xSILdU0re2K 0
화를 내니 감정은 더 격해지고 눈물이 났다. 그녀 생각이 났다. 그녀를 H라고 하겠다. 아빠가 그런 나를 보았다. 아니, 대체 왜 그러는데? 그가 묻는다. 내 일기를 봤어. 그리고 H에 대해 생각나서 눈물나. 뭐 대단한 H이라고. 죽은 애는 죽은애야! 그가 말한다.
16 이름없음 2019/08/19 20:42:14 ID : xSILdU0re2K 0
그리고 말이 쏟아졌다. 정신병자년아.얼빠진년. 난 결국 죽고 싶어 식칼을 들려했다.
17 이름없음 2019/08/19 20:50:43 ID : xSILdU0re2K 0
나는 가족들의 손을 계속해서 뿌리쳤고 뛰어내리고 싶어서 계속 베란다로 향하려 했다. 그들은 결국 경찰을 불렀다.
18 이름없음 2019/08/19 20:53:26 ID : xSILdU0re2K 0
이거 놔 이제 다 끝났어 대체 뭐하는 거야 정신병자년이라며 얼빠졌다며? 그럼 놔. 나는 소리쳤다. 넌 안돼. 어디 병원에 장기 입원이라도 해야지. 난 네 면회 안갈거야. 적당히를 알아야지. 아빠가 그렇게 말하며 나를 경멸하는 눈으로 쳐다보셨다.
19 이름없음 2019/08/19 20:58:39 ID : xSILdU0re2K 0
경찰차를 타고 나는 응급실로 옮겨졌다. 그리고 다시 뻔한, 폐쇄병동에 다시 넣어졌다.
20 이름없음 2019/08/19 20:59:36 ID : xSILdU0re2K 0
죽고 싶어도 못죽는 그 곳에서 나는 강박을 당하기도, 안정제를 맞기도 했다.
21 이름없음 2019/08/19 20:59:52 ID : xSILdU0re2K 0
결국 입을 닥치고 생각을 멈추며 지냈다.
22 이름없음 2019/08/19 21:11:50 ID : xSILdU0re2K 0
그래서 저저번주 금요일에 퇴원을 했고, 아무런 자살충동이 없는척을 했다.
23 이름없음 2019/08/19 21:12:04 ID : xSILdU0re2K 0
가족들은 나를 혼자 나가지 못하게 했다.
24 이름없음 2019/08/19 21:13:42 ID : xSILdU0re2K 0
그녀의 납골당에는 나와 맞춘 반지가 걸려있었다. 그녀의 아버지에 의하면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가 그걸 물고 왔다고 했다. 나는 무슨 운명이라도 되는 듯 너무 놀랐고 의미심장하다고 생각했다.
25 이름없음 2019/08/19 21:13:58 ID : xSILdU0re2K 0
나는 학교에 가지만 그녀는 더이상 만날 수가 없다.
26 이름없음 2019/08/19 21:14:13 ID : xSILdU0re2K 0
그녈 혼자 보러 갈 수도 없다.
27 이름없음 2019/08/19 21:14:33 ID : xSILdU0re2K 0
납골당에 혼자 가서 엉엉 울고 싶다. 참을 수가 없다.
28 이름없음 2019/08/19 21:15:09 ID : xSILdU0re2K 0
내 잘못이 사실 너무 많은 거 아닐까 내가 그애를 살릴 순 없었는가. 나는 계속 계속 생각한다.
29 이름없음 2019/08/19 21:18:37 ID : xSILdU0re2K 0
답이 나오질 않는다. 이미 죽은 그 애의 카카오톡 계정으로 톡을 보내보기도 한다. 소용없는 짓을 한다. 그녀와 자주 갔던 카페를 생각한다. 그녀의 블로그 네임을 생각한다. 나는 다시는 블로그를 할 수 없으리라.
30 이름없음 2019/08/19 21:19:04 ID : xSILdU0re2K 0
애초에 그런 경로로 그녀를 만난 내가 우매했던 걸지도
31 이름없음 2019/08/19 21:19:41 ID : xSILdU0re2K 0
미안해 내가 다 미안해 그냥 전부 왜 이렇게 됐지 가족들은 아무렇지 않아보인다.
32 이름없음 2019/08/19 21:30:20 ID : xSILdU0re2K 0
부모님은 내가 그녀와 찍은 사진과 카톡내용을 보고 자살충동이 들까봐 핸드폰의 모든 걸 포맷했다.
33 이름없음 2019/08/19 21:30:57 ID : xSILdU0re2K 0
이해할 수 없다 이해가 안된다 하려는 시도조차 하고싶지않다 부모님을 경멸한다
34 이름없음 2019/08/19 21:33:03 ID : q7tdBeY4HCk 0
스레주 괜찮아?
35 이름없음 2019/08/19 21:33:18 ID : q7tdBeY4HCk 0
아니지 안 괜찮겠지 그래도 너라도 살아야지
36 이름없음 2019/08/19 21:33:56 ID : xSILdU0re2K 0
그냥 너무 미안하고 무섭고 막막해
37 이름없음 2019/08/19 21:34:54 ID : xSILdU0re2K 0
부모님은 말한다. 그정도의 돈과 시간을 들였다면 나아지는 게 맞다고.
38 이름없음 2019/08/19 21:36:03 ID : xSILdU0re2K 0
정신병은 나아지질 않고 ECT(전기충격요법) 부작용으로 매일매일 지금 이순간도 손이 달달 떨린다.
39 이름없음 2019/08/19 21:36:42 ID : xSILdU0re2K 0
나는 대체 뭘 위해 산건지 알 수가 없어졌다. 고3이라고 다들 분주한데 나는 멈춰서 그리워하고 슬퍼하고 괴로워한다.
40 이름없음 2019/08/19 21:37:02 ID : xSILdU0re2K 0
내가 한심해서 하소연을 하고 싶었다.
41 이름없음 2019/08/19 21:38:31 ID : xSILdU0re2K 0
나는 며칠전 생각이 났다. 바로 n클라우드 자동저장. 분명 거기에 내 사진이 있을 것 같았다. 들어가보니 그녀와의 사진이 많이 남아있었다. 난 눈물이 났다. 갔던 장소, 했던 행동이 기억나기 시작하면서 그리움은 커졌다. 보고 싶었다. 간절히.
42 이름없음 2019/08/19 21:39:13 ID : xSILdU0re2K 0
보고싶다. 보고싶다. 아니 최소한 나를 희생해서라도 그애가 살아났으면 좋겠는데 그게 터무니없는 소리란건 안다. 그래도. 난.
43 이름없음 2019/08/19 21:41:16 ID : xSILdU0re2K 0
내가 지금 이 상황에서 밝게 살아가길 바라는 부모님이 있다. 이제 괜찮지? 전보다 나아졌네. 돌아온거지? 이제 안그러지? 그래 다 다 괜찮아보이구나 당신들은.
44 이름없음 2019/08/19 21:43:12 ID : xSILdU0re2K 0
나는 왜 그애를 살리지 못했지? 나는 왜 그애에게 우울한 말을 했지? 나는 왜 그애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혼자 병원이나 간거지? 나는 왜 그애를 사랑했고 사랑하지? 우리는 연인이었는가 친구였는가 다 모르겠다 도저히 너무 두렵다
45 이름없음 2019/08/19 22:33:51 ID : xSILdU0re2K 0
매일밤 악몽을 꾼다.
46 이름없음 2019/08/19 22:34:53 ID : xSILdU0re2K 0
그애가 꿈에 나왔을때 나는 얼마나 아팠냐고 물었다. 많이. 엄청. 나도 갈까? 그러던가. 그런 대화의 꿈을 꿨다.
47 이름없음 2019/08/20 02:18:35 ID : coFcpVhwE8m 0
해줄 말이 없네 스레주 힘들겠지만 버텨내줘 그 친구도 니가 버텨내고 살기를 바랄거야
48 이름없음 2019/08/20 03:24:07 ID : xSILdU0re2K 0
고마워 좋은 하루 되길.
49 이름없음 2019/08/20 03:24:43 ID : xSILdU0re2K 0
나는 항상 그앨 생각한 나머지 일상을 버리곤 한다.
50 이름없음 2019/08/20 03:26:53 ID : xSILdU0re2K 0
더는 나아갈 수 없다. 이건 정말 아니다. 라고 생각했다. 자꾸 흐느끼고 괴로워하면서, 나아지는 건 하나도 없으면서도, 숨만 부지하고 있다. 난 내가 진짜 끔찍하다고 생각한다. 왜? 왜 뭘 위해?
51 이름없음 2019/08/20 03:28:05 ID : xSILdU0re2K 0
현실에서 나를 위로하는 사람은 정신과 교수뿐이고 그 마저도 딱딱하고 사무적인 대우다.
52 이름없음 2019/08/20 03:33:34 ID : xSILdU0re2K 0
내 왼손 네번째 손가락에는 아직 그애와 맞춘 반지가 있다.
53 이름없음 2019/08/20 03:34:07 ID : xSILdU0re2K 0
지금 이순간 나는 내가 너무 혐오스럽다.
54 이름없음 2019/08/20 03:34:50 ID : xSILdU0re2K 0
학교 이외에는 어디도 혼자가게 두지 않는 부모가 싫다. 그들은 그게 자살을 막는 적당한 방법이라 생각한다.
55 이름없음 2019/08/22 07:23:13 ID : xSILdU0re2K 0
어제 옥상에 올라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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