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나 사회 부적응자인가 (4)
2.. (2)
3.중 1 끝나가도록 친구들끼리 놀이공원 못가본사람? (5)
4.내년엔 친구 사귀고 싶어.. (6)
5.슬럼프 씨게맞으면 어케극복해 (5)
6.은따인데 (10)
7.그냥 현실얘기랑 하소연 (1)
8.자살생각돌리는법있어? (10)
9.좌우명 추천좀 (1)
10.춤추 (2)
11.덕질하다 상처받았는데 위로해줘 (6)
12.스레삭젱 다시쓰구있어 (3)
13.홈스테이 유학생 생활 5개월째야 (17)
14.. (8)
15.나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 (3)
16.학생때 모든걸 포기하고싶을때 (1)
17.다들 우울할때 어떻게 극복해? (3)
18.페메 읽씹 (3)
19.난 나쁘지 않아 (30)
20.좋아하지 않는 남사친한테 질투가 나 (12)
1
이름없음
2019/12/15 23:15:41
ID : wK7AmLcIFeI
0
스레는 처음이고 스레딕은 대나무 숲 같은 느낌으로 종종 놀러오긴 해 나는 스물 한 살 여자고 고등학생 때부터 앓던 우울증이 대학교 들어오고 심해져 올 초부터 정신과를 다니며 치료하고 있어. 상담이랑 약물을 병행하면서 요즈음은 많이 좋아져 내가 우울했나? 싶을 정도였어. 근데 그제 있었던 일 때문에 다시 우울이 몰려와 이렇게 글을 써
우선 이 글은 여자/남자 갈등을 조장하기 위함이 아닌, 그저 내 경험일 뿐이야. 그러니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아줘.
2
이름없음
2019/12/15 23:17:42
ID : wK7AmLcIFeI
0
어디서부터 말을 해야 될까. 단순히 그제 얘기만 한다면 별 얘긴 아니긴 해. 그저께 나는 평소처럼 불면증 때문에 4시 넘어서 잠에 들어 내내 뒤척이다 11시 즈음에 눈을 떴어. 내가 방에서 자는 걸 싫어해서 종종 거실에 나와서 자는데 그때도 그랬어. 그날 나는 거실 소파에 누워서 잤고 아빠는 아침에 라면을 끓여먹고 티브이를 보고 있었어
3
이름없음
2019/12/15 23:22:32
ID : wK7AmLcIFeI
0
내가 9시 되기 조금 전 비몽사몽한 채로 눈을 떴을 때 아빠가 라면을 드시고 계셨으니 거의 2-3시간이 지나서까지 아빠가 먹은 걸 안 치우고 있는 거야. 여기서 잠깐 말하자면 나는 상 차리거나 상 치우는 게 정말정말정말 싫어. 특히 아빠가 시키는 건 더더욱. 그건 아마 내가 유치원 무렵부터 아빠가 나한테 “넌 여자니까 상을 차려야지”라며 상차리는 걸 시켰기 때문일 거야. (물론 그때마다 나는 아빠한테 상 차리는 일은 여자의 것이 아님을 말해왔어)
4
이름없음
2019/12/15 23:28:50
ID : wK7AmLcIFeI
0
여튼 눈을 떴는데 그 상황이길래 나는 아빠한테 상을 치우라고 했지. 그렇게 놔두면 분명 아빠는 안 치울 거고, 그럼 결국 엄마가 치울텐데 엄마가 요 근래 아프셨거든.(그리고 아픈데도 일을 나가신 상태였어) 난 아빠한테 그렇게 말하고 잠깐 화장실에 갔다왔는데 그대로인 거야. 그래서 또 “아부지 밥 먹었으면 치워야죠!”했지 근데 아빠가 “네가 치워”이러는 거야. 난 거기서 기분이 상해서 “아빠가 먹은 거니까 아빠가 치워” (뭐 대충 이랬을 거야)라고 말했어. 이런 대화를 두 번 즈음 했나? 그러니까 아빠가 갑자기 “야 너는 이걸 아빠가 치워야 겠냐? 니가 치우면 안 돼?”라며 “네가 하는 말은 지금 아빠가 쳐먹었으니까 아빠가 치워라 이 소리지?” 라면서 구구절절 맞는 말만 하길래 “응”이라고 했지 그랬더니 아빠가 “니 엄마가 그렇게 가르치던?” 그 전까진 괜찮았는데 그 말을 듣는 순간 심장이 우수수하고 무너지는 기분이었어
5
이름없음
2019/12/15 23:34:18
ID : wK7AmLcIFeI
0
어릴 적 아빠는 폭력적인 사람이었고, 이건 막 육체적, 정신적 폭력만을 말하는 게 아니라 삶 전반적인 부분에서 폭력적이었어. 당신이 가장 맞는 분이고, 당신이 아는 사실이 온 세상의 진리인 분이라 위같이 여자가~하는 말은 물론 당신 기분이 가장 중요한 분이라 욱하기도 잘했어. 나는 겨우 예닐곱살이었고 아빠는 당시 40대의 건장한 남성이었어. 그런 사람이 나를 보며 명백한 적의와 폭력적인 제스처를 숨기지 않는데 그걸 무서워하지 않을 수 있어? 나는 그런 아빠를 기억하고 있고, 그게 내 기억의 반 넘게를 차지하고 있는 아빠의 모습이야. 내가 머리가 크고 당신이 나이가 들어선 왜인지 자식들한테 살갑게 대했지만 어제까지 소리치고 혼내고 했던 사람이 오늘 와서 사탕을 흔든다고 그 사람을 좋아할 수가 있겠어? 적어도 난 못하겠더라. 그래도 난 아빠가 노력한다고, 그때의 당신이 잘못됐다는 걸 알았기에 이렇게 노력하고 있는 거라 생각했어. 그래서 나도 옛날의 아빠는 묻어두고 지금의 아빠를 받아들이려고 했어.
6
이름없음
2019/12/15 23:34:58
ID : wK7AmLcIFeI
0
하지만 그건 개소리였지. 정신병 환자의 망상 같은 거였어. 나도 참 멍청했지. 그때의 잔재가 아직까지 남아있는데.
7
이름없음
2019/12/15 23:35:42
ID : wK7AmLcIFeI
0
나는 아직 중년의 남성이 소리치는 게 가장 무섭고, 아빠가 언제 화낼지 몰라 말할 때마다 노심초사했어. 그런 삶을 살고 있으면서 나는 저렇게 생각했던 거야.
8
이름없음
2019/12/15 23:41:41
ID : wK7AmLcIFeI
0
얘기가 조금 샜는데, 난 여전히 남성이 소리치는 게 정말정말 무서워. 그리고 그날 아빠가 그렇게 내게 화를 낸 순간 나는 내가 그어릴적 7살 여자아이로 돌아간 것같은 느낌이 들었어. 이제 난 말할 수 있는데, 그사람이 한 말의 오류에 대해, 내가 왜 잘못하지 않았는지, 지금 당신이 화를 내는 게 얼마나 이상한 일인지, 조목조목 따져가며 말할 수 있는데, 입이 안 떨어졌어. 발끝에서부터 심장께까지 누가 손톱으로 칠판을 긁듯이 소름끼치는 기분이 사악 올라왔고 핸드폰을 쥐고 있던 손이 덜덜덜 떨리는 게 보였어.
9
이름없음
2019/12/15 23:43:59
ID : wK7AmLcIFeI
0
그리고 아빠가 화장실로 들어갔고, 지독한 우울증을 겪으며 내가 깨우친 가장 효과적으로 감정을 털어내는 방법은 그 일을 기억하지 않는 것이었기에, 나는 그 즉시 내 방으로 들어가 옷을 입고 패딩을 걸치고 모자를 쓰고 가방을 챙겨 밖으로 나왔어.
10
이름없음
2019/12/15 23:44:41
ID : wK7AmLcIFeI
0
내 생에 첫 가출이었지.
11
이름없음
2019/12/15 23:45:09
ID : wK7AmLcIFeI
0
아니 그날 바로 집을 들어가긴 했으니 가출은 아니려나. 엄마한텐 걱정 끼치기 싫었거든
12
이름없음
2019/12/15 23:47:08
ID : wK7AmLcIFeI
0
그날은 친구(특:우울증임)에게 내 얘기를 털어놓고 맛있는 것도 먹고 늦게 집에 들어갔어. 그러니 아빠는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하더라. 그러면 그게 없던 일이 되는 것처럼. 그럴 수 있는 것처럼.
13
이름없음
2019/12/15 23:47:37
ID : wK7AmLcIFeI
0
하지만 난 밖에서 친구와 얘기를 나누며 마음을 정리한 상태였어
14
이름없음
2019/12/15 23:49:32
ID : wK7AmLcIFeI
0
뭐랄까, 20살이 넘어 아빠에게 그 말을 듣는 순간 내가 어릴적 아빠에게 들었던 말들은 이런 거였구나, 7살의 내가 겪었던 사람은 이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났어. 그러니 내가 너무 가여워졌어. 나는 여지껏 학대를 받았던 거구나. 이런 취급을 받으며 살았던 거구나. 아빠는 늘 나를 이렇게 대했구나.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어.
15
이름없음
2019/12/15 23:50:46
ID : wK7AmLcIFeI
0
그렇게 나는 그날 아빠를 덜어냈어.
16
이름없음
2019/12/15 23:53:19
ID : wK7AmLcIFeI
0
그리고 하나 더 비참했던 건 그날밤 집에 와 자려고 침대에 누웠는데 불현듯 이런 아빠와 이년을 더 산 오빠가 생각이 났어. 그러면서 오빠는 어떻게 아빠와 잘지내지?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때 깨달았어. 오빠는 이런 취급을 받은 적이 없다는 걸. 이런 말을 듣고 이런 감정을 느끼고 억울하고 증오스럽고 수치스럽고 하는 감정들은, 오롯하게 나만 느껴온 감정이라는 것.
17
이름없음
2019/12/15 23:58:06
ID : wK7AmLcIFeI
0
그날 난 처음으로 내가 여자인 게 싫어졌어. 여성학을 배우며 나는 다음에 태어나면 다른 성별로 태어나고 싶다,라는 질문에 나는 지금의 내가 좋아, 그러니 난 여자로 태어날래. 라고 생각하곤 했는데, 그때 남성이 되고 싶어요 라고 말하던 수많은 여자 동기들에게 공감이 되었어
18
이름없음
2019/12/15 23:58:42
ID : wK7AmLcIFeI
0
그런 적은 처음이었어. 내가 나를 부정한 건.
19
이름없음
2019/12/15 23:59:40
ID : wK7AmLcIFeI
0
하지만 우울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알기에, 내가 행복하기 위해 이기적이게 살자고 다짐했기에 나는 그 생각에 빠져 죽는 대신 아빠를 덜어냈어.
20
이름없음
2019/12/16 00:02:32
ID : wK7AmLcIFeI
0
그럼에도 난 원래가 약한 사람이라, 사람을 미워하는 걸 못해. 그날 일이 미안한 것인지 괜히 (아주 조금이지만) 잘해주는 아빠를 보며, 우리를 키우시느라 고생하신 그 남자를 보며 아빠가 저렇게 고생하는데 내가 이래도 되는 걸까,하는 생각이 들적마다 나는 다짐하듯이 속삭였어.
21
이름없음
2019/12/16 00:03:14
ID : wK7AmLcIFeI
0
그사람이 그렇대도 너에게 그렇게 하는 건 잘못한 것이다. 너를 키워준 것이 너를 상처줄 권리를 주지 않는다.
22
이름없음
2019/12/16 00:03:23
ID : wK7AmLcIFeI
0
그 어느 것도 나를 상처줄 수 없다.
23
이름없음
2019/12/16 00:04:00
ID : wK7AmLcIFeI
0
당신이 나를 키웠대도 심지어는 당신의 희생으로 내가 살았대도 그것이 내게 상처줄 권리를 주지 않는다.
24
이름없음
2019/12/16 00:04:05
ID : wK7AmLcIFeI
0
그럴 수 없다
25
이름없음
2019/12/16 00:04:51
ID : wK7AmLcIFeI
0
나는 나쁘지 않다
26
이름없음
2019/12/16 00:07:14
ID : 6rxO2pO1cre
0
당연하지 하나도 나쁘지 않아
오히려 스레주가 가지는 마음과 생각을 보면 정말 훌륭하다고 느껴지는 걸? 약하지도 않은거야
앞으론 스레주에게 좋은 일 행복한 일만 있었으면 좋겠어
27
이름없음
2019/12/16 00:13:26
ID : wK7AmLcIFeI
0
정말 고마워 빈말이 아니라 정말로
28
이름없음
2019/12/16 00:19:07
ID : 6rxO2pO1cre
0
다짐한대로 스레주가 행복한 길을 걸어갔으면 좋겠어 그리고 또 하나 다짐한대로 스레주는 정말 소중한 사람이니까, 그걸 앞으로도 잊지 않길 바랄게..!
29
이름없음
2019/12/16 18:08:18
ID : wK7AmLcIFeI
0
덕분에 오늘 하루 즐겁게 보냈어 고마워☺️
30
이름없음
2019/12/16 23:39:39
ID : 6rxO2pO1cre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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