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눈물로 지새우는 밤 2020/01/29 02:20:56 ID : rz9h9jAqi8m 2
20200129 오늘도 너의 숨에 잠기다
2 눈물로 지새우는 밤 2020/01/29 02:26:21 ID : rz9h9jAqi8m 0
편지지를 샀어, 나는 글씨를 예쁘게 쓸줄도, 정교한 문법을 쓸줄도 몰랐지만. 눈길을 끌만큼의 화려하고 아름다운 문체를 가진것도 아니었지만. 문득 너에게, 이젠 집주소도 알수없는 너에게, 내 열세살 여름날 밤을 같이 보내준 너에게 편지를 보내고싶었어
3 눈물로 지새우는 밤 2020/01/29 02:33:32 ID : rz9h9jAqi8m 0
나는 열여섯살의 너를 보았지. 삼년후의 너는 굉장히 많이 달라져있더라, 키는 나처럼 작던 주제에, 쑥쑥 커서는 어엿한 중학생 다 되었더라. 눈이 나쁜편도 아니었는데 얇고 동그란 안경을 끼고 다니고, 머리카락은 어울리지 않게 조금 더 길렀더라. 그 나이 남자애들이 입고 다닐법한 옷을 입고, 약속시간에 늦어 멋쩍은듯 웃는 네가 참 낯설기도 하더라.
4 눈물로 지새우는 밤 2020/01/29 02:40:18 ID : rz9h9jAqi8m 0
그때 나는 네 여드름 하나 없는 작은 얼굴을 보며, 뭘 생각했더라. 지금은 그지 생각하길, 수염이 막 자라 처음으로 면도 해보는 네 모습이 아른거려 어쩐지 우습기도 하고 귀엽기도 한것 같아. 너는 참 순진했지. 열여섯이 되고도 너는 티 하나 묻은것 없이 깨끗해 보였지. 아직도 순진하고 어린 아이 같았더라지.
5 눈물로 지새우는 밤 2020/01/29 02:44:01 ID : rz9h9jAqi8m 0
열일곱살의 나는 다른 누구도 아닌 네가 보고싶었어. 침대에 엎드려선 버킷리스트를 적던중 문득 네가 보고싶었어. 너와 함께 하고싶었던것은 너무나도 많았어. 나는 다른 누구도 아닌 오직 네 옆에 있어야만 빛이 날것만 같았어. 서로에게 의지해서 꿈을 향해 나아가는 친구가 필요했어. 네 공백이 시간이 흐를수록 너무나 크게 느껴졌어.
6 눈물로 지새우는 밤 2020/01/29 02:50:50 ID : rz9h9jAqi8m 0
열여덟살의 나는 완전히 비어있다고 느끼게 되었어. 믿었던 친구와 이별하고, 어설프게 연애를 해본것도 좋지않게 마무리 되고, 계속해서 나 자신을 미워하는 일이 늘어나고, 결국 눈물로 지새우는 밤은 늘어만갔지. 나는 많이 후회를 했어. 다른 중학교, 고등학교를 다닐걸. 그 아이를 만나지말걸. 조금 더 공부해볼걸. 그러다가 문득 그런 생각을 했어. 네가 보고싶어.
7 눈물로 지새우는 밤 2020/01/29 02:56:33 ID : rz9h9jAqi8m 0
그냥, 널 만나고싶었어. 만나서, 우리가 만나지 못한 시간만큼 있었던 일들을 하나하나 꺼내 천천히 이야기 하고싶었어. 산책로를 걸으면서, 좋아하는 음악이 나오는 카페에 앉으면서, 서점에서 마음에 드는 책을 고르면서, 조금씩 내 마음속의 여백을 너로 다시금 채워나가고 싶었어.
8 눈물로 지새우는 밤 2020/01/29 03:03:13 ID : rz9h9jAqi8m 0
있잖아, 우리는 이제 열아홉살이 되었잖아. 나는 네가 어떻게 지낼까 궁금해. 편지를 보내면, 너에게 도착할까? 너는 아직도 나를 기억할까? 너도 조금은 옛날을 그리워할까?
9 눈물로 지새우는 밤 2020/01/29 03:16:25 ID : rz9h9jAqi8m 0
역시 아무래도 네가 아니면 안 될것 같아
10 눈물로 지새우는 밤 2020/02/01 20:35:02 ID : rz9h9jAqi8m 0
너네 학교에서 한명이 자살했다는 얘기를 들었어. 도박 때문에 빚이 생겨서 자살했다고, 고등학생이. 나는 그 얘기를 듣고 네 얘기가 아닐까, 한참을 고민하고 불안해했어. 그 많은 애들중에, 그 한명이 너일리는 없을거라고, 네가 그딴 도박따위를 하겠느냐고 해봤자 불안함이 가시질 않더라. 그냥 지금도 무섭고, 네가 부디 살아있길 바라. 그냥 그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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