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GnzQmr9eFin 2020/03/09 01:24:38 ID : xQnBe1BaqY2 2
고등학교 2학년 때 일이야. 학교에서 한 이상한 아이를 만나게 됐어.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버렸는데, 지금 생각해도 이상해서 이렇게 이야기를 남겨봐.
2 ◆GnzQmr9eFin 2020/03/09 01:27:53 ID : xQnBe1BaqY2 0
고등학교 2학년 때 나는 친구들과 싸워서 반에서 혼자가 된 상태였어. 왜 학교생활하다보면 무리에서 떨어져서 혼자가 된 애 있잖아? 내가 딱 그런 상태였던 거지. 지금은 아무렇지 않게 혼밥하고 그러는데, 그땐 친구 없으면 이상하게 보는 환경이라서 급식실에서 혼밥하는 게 어렵더라고. 게다가 급식실이 좁아서 나랑 싸운 무리들이랑 마주쳐야 되는 일도 많았고.
3 ◆GnzQmr9eFin 2020/03/09 01:30:44 ID : xQnBe1BaqY2 0
그래서 나는 도시락을 싸들고 다녔어. 처음엔 혼자서 교실에서 먹으려고 했었는데 반에 아이들이 들어와서 날 신기한 표정으로 보거나 그러면 뭔가 밥 먹기가 힘든 느낌? 그땐 한참 싸운 직후라 반 애들 시선도 무서웠고.
4 ◆GnzQmr9eFin 2020/03/09 01:33:23 ID : xQnBe1BaqY2 0
그래서 학교 체육관 뒷편에서 밥을 먹기로 했어. 거긴 벚꽃나무 아래에 벤치도 있고 뭔가 분위기도 있어서 혼자 밥 먹어도 기분이 좋은 장소라고 해야 되나ㅋㅋ 거기서 몇몇 양아치들이 담배를 피러 오다가 잡혔다는 얘기도 들었지만 내가 밥 먹을 때는 담배피러 오는 애들이 딱히 없어서 한동안 거기서 편하게 밥을 먹었어.
5 ◆GnzQmr9eFin 2020/03/09 01:37:56 ID : xQnBe1BaqY2 0
근데 밥 먹으러 갔는데 거기 누가 앉아있는 거야. 거기 애들이 잘 안 오는 이유가 체육관 뒤편 위에가 산길이거든? 거기가 오르막길을 올라서 좀 들어가야 있는 곳이거든. 들어가기가 꽤 귀찮은 곳이라서 한동안 내가 편하게 밥을 먹었는데 누가 앉아있으니 그 날은 밥을 못 먹고 다시 교실로 돌아갔지..
6 ◆GnzQmr9eFin 2020/03/09 01:43:00 ID : xQnBe1BaqY2 0
그리고 다음 날 다시 가봤는데 거기에 또 걔가 앉아있는 거야. 난 이제 더는 여기서 밥을 못 먹겠다 싶은 마음이 들었지.. 근데 걔를 가만히 봤는데 뭔가 멍하니 허공을 보고 있는 느낌? 난 처음엔 그냥 학생회인가보다 했지. 담배 피는 애들 있나 없나 감시하러 온 학생회인 줄 알았어. 내가 걜 빤히 들여다보는데 걔가 갑자기 날 쳐다보는 거야. 근데 뭔가 이상했어. 걔를 처음 본 순간 좀 이질적인 느낌? 우리 학교 교복이긴 한데 빛바랜 느낌? 뭐라 설명해야 되는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얼굴이나 옷차림 채도가 전체적으로 약간 흐린 느낌이었어.
7 이름없음 2020/03/09 01:47:11 ID : 4ZfWjbbhbxv 0
보고 있엉!!
8 ◆GnzQmr9eFin 2020/03/09 01:47:33 ID : xQnBe1BaqY2 0
걔가 날 보더니 "여기 왜 왔어?" 이러더라고. 근데 보통 우리나라 문화가 처음 보는 사람한테 먼저 말 걸진 않잖아. 그래서 저렇게 말하는 걸 보니 학생회다. 내가 담배피러 온 줄 알고 심문하나보다. 100% 확신을 내렸지. 그래서 내가 도시락통 보여주면서 "밥 먹으러 왔어" 이랬어. 그니깐 걔가 "그럼 어제도 나 때문에 밥 못 먹고 그냥 간 거?" 이러더라고. 그래서 내가 그렇다고 말했더니 난 신경쓰지 말고 앉아서 밥 먹고 가라는 거야
9 이름없음 2020/03/09 01:51:57 ID : TPbeFck1csm 0
엉엉 보고있오
10 ◆GnzQmr9eFin 2020/03/09 01:52:21 ID : xQnBe1BaqY2 0
근데 솔직히 그렇게 말하면 더 신경쓰여서 밥을 못 먹거든? 근데 됐다고 하고 그냥 가기에도 뭐한 거야.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걔 옆에 앉아서 밥을 꾸역꾸역 먹는데 내가 예의상 "먹을래?" 하고 물어보는데 아무 말이 없더라고. 근데 교복에 명찰이 달려있잖아. 근데 걔 명찰을 보니까 김재희(가명으로 쓸게)라고 써져 있더라고 그래서 내가 얘랑 좀 친해지면 앞으로 여기서 밥을 먹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친해지려고 "너 몇학년 몇반이야" 물어봤어.
11 ◆GnzQmr9eFin 2020/03/09 01:57:20 ID : xQnBe1BaqY2 0
재희가 아무 말도 안하다가 "2학년 8반." 이라고 말했어. 난 당시 2학년 2반이었고 우리 반은 본관에 있었는데 2학년 8반은 후관에 있는 반이라서 만날 일이 별로 없었어. 그래서 그런갑다 하고 "넌 여기 왜 있어?" 물어봤어. 근데 애가 말을 안 하는 거야. 그래서 내가 "학생회야?" 물어봤어. 그니깐 걔가 "응." 하고 대답하길래 내 예측이 맞았구나 생각했지. 그리고 나는 점심시간 끝나기 10분 전에 밥 먹으러 교실로 돌아갔고 걔한테 넌 안 가냐고, 여기서 교실까지 가는 시간이 10분 정도 걸리는데 지금 나랑 같이 가야 시간이 맞는다고 했는데 그냥 묵묵히 앉아있더라고. 그래서 그냥 나 혼자 갔어.
12 ◆GnzQmr9eFin 2020/03/09 02:03:34 ID : xQnBe1BaqY2 0
아무튼 재희는 항상 거기에 있었고 내 입장에선 희한한 애였지. 아무튼 난 거기서 재희랑 얘길 나누면서 이틀인가 삼일만에 친해졌어. 재희랑 나눈 얘기 중에 몇 가지 기억나는 게 있다면 나는 재희한테 점심시간인데 밥 안 먹냐고 물어봤었고 재희가 말하길 학생회는 일찍 먹게 해준다는 말을 했었어. 재희도 나한테 왜 여기서 밥을 먹냐고 물어봤고 나는 얼추 친해진 상태니까 자초지종 설명했지. 친구들이랑 싸워서 밥 먹을 데가 없었다고.
13 이름없음 2020/03/09 02:06:40 ID : tiqi2pRyK5c 0
헐 보고잇어
14 ◆GnzQmr9eFin 2020/03/09 02:06:52 ID : xQnBe1BaqY2 0
재희가 내 얘길 듣더니 "나쁜 애들이네.. 걔네들" 이러는 거야. 근데 재희가 그렇게 말하는데 뭔가 싸한 느낌이 들더라고. 장난기가 아니라 정색을 하고 말하니까. 그래도 난 재희가 날 위로해줬구나 싶어서 고맙다고 하고 그 날 교실로 돌아갔어. 근데 나랑 싸운 애 중 한 명이 다음 날 학교에 안 오는 거야. 애들이 말하길 교통사고가 났다고 하더라고. 등교길에 오토바이랑 부딪혀서.
15 이름없음 2020/03/09 02:08:01 ID : 4ZfWjbbhbxv 0
16 이름없음 2020/03/09 02:08:06 ID : tiqi2pRyK5c 0
재희가 한건가..?
17 ◆GnzQmr9eFin 2020/03/09 02:11:16 ID : xQnBe1BaqY2 0
그 당시 난 그게 재희가 했을 거라고 생각조차 안했어. 그땐 재희가 귀신이라는 의심을 상상조차 못할 때였고. 그냥 나랑 싸운 애가 오토바이에 치였단 얘기를 들었을 때? 솔직히 난 별 생각이 없었어. 약간 쌤통이기도 했고. 왜냐면 나랑 싸운 애가 전적으로 잘못한 일이었는데도 정치질 당해서 내가 무리에서 떨어진 상황이었거든. 그리고 그날도 밥 먹으러 체육관 뒤편으로 갔는데 재희가 처음으로 날 보고 씩 웃으면서 인사하더라고
18 ◆GnzQmr9eFin 2020/03/09 02:12:52 ID : xQnBe1BaqY2 0
평소에 공허한 표정으로 허공만 보던 애가 갑자기 웃으면서 인사하니까 난 얘가 좋은 일이 있나 싶었지. 근데 재희가 그러는 거야. "걔 오토바이에 치였다며?" 난 그 소릴 듣고 그 얘기가 벌써 8반까지 돌았다고? 솔직히 좀 이상했어. 오토바이에 치인 애가 그렇게 유명한 애도 아니었고 본관 소문이 벌써 거기까지 나나? 했거든. 그래도 난 그냥 2반 애들 중에서 8반 애들이랑 친한 애가 있나싶다 했어.
19 ◆GnzQmr9eFin 2020/03/09 02:15:41 ID : xQnBe1BaqY2 0
근데 한 일주일 뒤에 또 일이 터진거야. 나랑 싸운 무리 애들 중에서 어떤 애 부모님이 죽었다고 하더라고. 걔가 울면서 학교 결석하고 장례식 가고 난리도 아니었는데 그거 보면서 나도 좀 안타깝고 울컥하고 그러더라고. 근데 그 날에도 재희가 갑자기 나 보자마자 "기분 좋지?" 이러는 거야. 솔직히 내가 아무 말도 안했는데 뜬금없이 "기분 좋지?" 말하는 사람이 어디있어. 그때부터 이상하다고 느꼈어.
20 이름없음 2020/03/09 02:17:08 ID : y5bu782rgje 0
흐억... 보고있어
21 ◆GnzQmr9eFin 2020/03/09 02:18:56 ID : xQnBe1BaqY2 0
그때도 그걸 재희가 했다고 생각을 안했고 재희가 귀신이란 의심도 하지 않았지. 그냥 재희 성격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근데 솔직히 나랑 싸운 애들이 그렇게 됐으니까 친구로써 기분 좋냐고 물어볼 수도 있는 거니까. 그때 나는 솔직히 기분 안좋다고 말하기도 뭐하고 기분 좋다고 말하기도 뭐해서 그냥 저냥이라고 말하고 교실로 돌아갔어.
22 ◆GnzQmr9eFin 2020/03/09 02:22:56 ID : xQnBe1BaqY2 0
근데 계속해서 나랑 싸운 무리 애들이 이상한 일? 안좋은 일을 겪더라고. 나 한 명 왕따시키고 지들끼리도 정치질하면서 싸우다가 5명이었는데 3명 2명 막 갈라지고 무리애들 중 한 명은 계단에서 굴러서 인대 다치고 뭔가 애들 얼굴이 다 피폐해지는 느낌?이었어. 그러다가 이제 큰 일이 터진거지. 날 왕따시킨 애(오토바이 사고났던 애)가 오토바이 사고나고 한 달쯤 후에 교통사고로 죽어버렸어. 그때 난 걔가 밉긴 했어도 죽을 정도로 밉진 않았고 나도 충격을 많이 받았고 아직까지도 사망했단 얘길 들었을 때 기억이 생생히 나.
23 ◆GnzQmr9eFin 2020/03/09 02:26:02 ID : xQnBe1BaqY2 0
애들 다 뒤집어지고 울고 선생님도 패닉오고 후관까지 소문은 다 났어. 2반에 누구 죽었다고. 그날 나는 밥맛도 뚝 떨어져서 체육관 뒤편에도 안 갔고 그냥 엎드려만 있었어. 무리 애들은 그런 일이 겪은 후로 다 제정신이 아닌 상태였고 나는 걔 죽었단 소식 듣고 한동안 도시락 쌀 마음도 없어져서 그냥 급식실에서 밥 먹었어. 무기력해졌다고 해야 되나.. 그렇게까지 되길 바라진 않았었거든.
24 ◆GnzQmr9eFin 2020/03/09 02:29:21 ID : xQnBe1BaqY2 0
그리고 체육관 뒤편으로 안 간지 며칠쯤 됐는데 갑자기 재희가 보고 싶은 거야. 한동안 안 갔으니까. 근데 솔직히 재희한테 서운한 점이 뭐였냐면 나한테 전화번호도 안 알려줬었고 내가 거길 안 가도 내 반에 찾아오질 않았거든. 재희랑 그렇게 막 베프? 는 아니었고 얘기만 나누는 정도였으니까 걔가 안 와도 그렇게 서운하다는 아니었고 조금 서운한 정도였어. 나랑 그 이상 친해지고 싶지 않은 거구나.. 그런 느낌.
25 ◆GnzQmr9eFin 2020/03/09 02:32:19 ID : xQnBe1BaqY2 0
근데 어느 날 어떤 선생님을 만났는데 자기 노트북을 8반에 갖다놔서 설치해달라는 부탁을 하더라고. 그래서 노트북 핑계로 재희 반으로 가서 얘기도 좀 해야겠다 해서 8반으로 갔어. 근데 반을 둘러봐도 재희가 없는 거야. 수업 시작 5분 전이라서 애들은 다 앉은 상태였고. 난 이상해서 자리 배정표(이름 써져있는데) 를 봤는데 거기 재희 이름이 없는 거야. 그때 진짜 뭔가 쿵 내려앉는 느낌?
26 ◆GnzQmr9eFin 2020/03/09 02:34:40 ID : xQnBe1BaqY2 0
막 뭐지? 뭔가 잘못됐다 이런 느낌이 들었어. 그래서 앞자리 앉은 애한테 여기 김재희란 애 없냐고 물어봤는데 앞자리 애가 김재희란 애 우리 반에 없다고. 그렇게 얘기하는데 나는 8반 나가고 복도 걸으면서 이건 진짜 이상하다 잘못됐다 생각이 들었어. 솔직히 그때까지도 재희가 반을 거짓말쳤거나, 내가 반을 기억 못하거나 그 둘중 하나라고 생각했지. 재희가 귀신이라는 의심을 그때까지도 안했어.
27 ◆GnzQmr9eFin 2020/03/09 02:37:30 ID : xQnBe1BaqY2 0
솔직히 반에 재희 이름이 없다고 얘가 귀신이구나! 의심을 어떻게 하겠어?? 솔직히 8반에 재희 이름이 없을 때 난 거짓말이 괘씸하다고 생각했고 걔가 정말 2학년이 맞는지도, 1학년인데 나이 속이고 반말한 거 아닌가 막 오만가지 생각도 다 들고 빡치고 짜증나고 그랬었어. 그 다음날 점심시간 때 2학년 반을 다 돌면서 자리배정표를 확인했는데 2학년 반 어디에도 재희 이름이 없었어.
28 이름없음 2020/03/09 02:38:55 ID : TPbeFck1csm 0
헐 소름이야
29 ◆GnzQmr9eFin 2020/03/09 02:40:44 ID : xQnBe1BaqY2 0
그때 배신감이 장난 아니었거든. 무리에서 떨어지고 혼자 돼서 유일하게 마음 터놓은 애였는데 걔가 2학년도 아니었고 반도 구라쳤다는 사실에 화나고.. 걔 얼굴 보고 따지는 것도 무의미했지만 얘기라도 해보자 왜 거짓말했는지 물어보자 이렇게 생각하고 체육관 뒤편으로 갔어.
30 ◆GnzQmr9eFin 2020/03/09 02:42:15 ID : xQnBe1BaqY2 0
가니까 재희가 거기 앉아있더라고. 근데 재희가 맨날 공허하고 텅 빈? 그런 표정만 짓던 애였는데 처음으로 약간 표정이 화난 것 같은 거야. "그동안 왜 안 왔어?" 이러면서 나한테 되려 화를 내니까 나도 그때 열받아서 "너 왜 거짓말했어?" 물어봤어.
31 ◆GnzQmr9eFin 2020/03/09 02:45:18 ID : xQnBe1BaqY2 0
근데 보통 그러면 들켰단 표정을 짓잖아. 근데 재희는 진짜 망설임도 없이 "나 2학년 8반 맞는데?" 라고 하는 거야. 그래서 내가 "8반 가봤는데 네 이름 없는데?" 하고 따졌는데 재희가 아무 말이 없는 거야. 나만 빤히 보더라고. 그러다가 "나 2학년 8반이었어." 이러는데 "이었어" 는 과거형이잖아? 나는 하도 어이없어서 3학년이냐고 물었고 재희는 3학년 아니라고 대답했어. 학생회는 맞냐고 물으니까 그건 거짓말이었대. 난 재희가 약간 머리가 아픈 애일지도 모른단 생각을 했지.
32 ◆GnzQmr9eFin 2020/03/09 02:49:43 ID : xQnBe1BaqY2 0
난 빡쳐서 따지는 것도 한심하고 가려고 하는데 재희가 가지말라고 하는 거야. 그리고 나한테 "넌 고맙지도 않니?" 이러는 거야. 그래서 내가 뭐가 고맙냐고, 너 나한테 거짓말만 치지 않았냐고 하니깐 재희가 "너도 오토바이에 치이고 싶어?" 이러는 거야. 그때 난 재희가 귀신이라고 의심도 안 한 상태니까 재희가 그냥 악담이나 퍼붓는 거란 생각이 들었고 오토바이에 치이는 얘기가 갑자기 왜 여기서 나와? 진짜 이상한 애다 이런 생각만 들었고.. 재희한테 다시는 안 올거라고 하고 그냥 가버렸어. 그때 교실로 돌아가면서 진짜 이상한 애랑 엮었구나. 다시는 거기 안 가야지 맘 먹고 돌아갔어.
33 이름없음 2020/03/09 02:51:11 ID : tiqi2pRyK5c 0
헐 보고잇ㅇ
34 ◆GnzQmr9eFin 2020/03/09 02:53:05 ID : xQnBe1BaqY2 0
근데 집에 돌아와 곰곰히 생각해보니까 이상한 거야. 재희한테 나랑 싸운 애들 얘기를 하고 나서부터 그 무리들이 다치기 시작했고 너도 오토바이로 치이고 싶어? 란 말은 싸울 때 나오는 말이라기엔 좀 이상했기 때문이지. 그때 처음으로 재희가 귀신이란 의심을 하기 시작했어. 재희가 귀신이어서 걔네들을 다치게 했고, 오토바이로 치이게 만든 것도 재희가 한 짓이다. 그래서 나한테 "너도 오토바이로 치이고 싶어?" 란 말을 한 것이다. 란 가설을 세웠는데 솔직히 말도 안되잖아. 대낮에 귀신을? 그것도 며칠씩이나 귀신을 봤다고? 난 그냥 정신병자 머리에 아픈 애가 하는 헛소리라고 생각하고 넘겼어. 솔직히 그땐 중2병이 아닐까도 생각했다고.
35 ◆GnzQmr9eFin 2020/03/09 02:55:42 ID : xQnBe1BaqY2 0
그렇게 맘 먹으려고 해도 솔직히 이상하잖아? 재희가 귀신이 아니란 걸 확실히 증명해야겠다. 그 생각만 들었어. 그래서 난 점심시간과 방과 후 시간에 1학년 반과 3학년 반을 돌았어. 점심시간 때는 3학년 반을 돌았고 방과후엔 1학년 반을 돌았는데 근데 이상하게도 재희의 이름을 어느 반에서도 보지 못했어. 그때까지만 해도 난 내가 반을 빠뜨렸나? 많은 반을 봤으니까 못 보고 지나쳤나 싶었지. 근데 계속 반을 돌면서 확인했는데도 김재희란 이름이 없었어.
36 이름없음 2020/03/09 02:55:47 ID : tiqi2pRyK5c 0
헐 근데??
37 ◆GnzQmr9eFin 2020/03/09 02:57:23 ID : xQnBe1BaqY2 0
그때 난 진짜 미쳐버릴 것 같았어. 재희가 그럼 우리 학교 학생이 아닌가? 했는데 우리 학교 교복도 입고 있었고 명찰도 김재희란 이름이 달려 있었고 또 우리 학교 학생이 아니면 우리 학교 교복 입고 왜 체육관 뒤편까지 와서 점심시간마다 있냐고. 이상하잖아???
38 이름없음 2020/03/09 02:58:45 ID : vCi8kpSFa7g 0
헐 대박
39 이름없음 2020/03/09 02:58:58 ID : vBf89Btdu67 0
ㅂㄱㅇㅇ
40 ◆GnzQmr9eFin 2020/03/09 03:02:04 ID : xQnBe1BaqY2 0
그래서 난 담임 선생님에게 재희랑 있었던 얘기를 다 하고. 점심시간 때 담임 선생님이랑 체육관 뒤편에 가봤어. 근데 그날 이상하게도 재희가 없더라고. 선생님이랑 같이 간 날. 선생님은 나한테 그냥 어떤 애가 자기 이름 거짓말한거고 장난치거라고만 하고, 너무 크게 생각하진 말랬어. 세상에 귀신이 어디있고 대낮에 며칠씩 귀신을 보냐고. 선생님은 나보고 애들은 막 상상력이 풍부하구나? 이러면서 웃었어. 근데 하필 선생님이랑 같이 간 날에만 재희가 없었고 그 뒤로도 재희는 나타나지 않았어. 나는 그냥 편하게 생각했지. 중고 교복을 물려받아서 명찰이 자기 이름이 아니라던가.. 난 재희가 귀신이라고 의심은 하고 있었지만, 그땐 거짓말이다란 믿음이 더 컸어.
41 이름없음 2020/03/09 03:05:22 ID : vBf89Btdu67 0
ㅂㄱㅇㅇ
42 ◆GnzQmr9eFin 2020/03/09 03:05:27 ID : xQnBe1BaqY2 0
근데 어느날 가위를 눌렸는데 재희가 서있는거야. 재희가 내 앞에 서서 침대에 누워있는 날 내려다보고 있었어. 그리고 재희가 "너,너,너,너,너,너,너" 이 말만 반복하기 시작했어. 난 그때 진짜 무서워서 가위에 깨려고 했는데 재희가 "너, 너, 너, 너, 너!!!"하면서 소리를 지르다가 막 웃는 거야. 그때 난 진짜 기절할 것 같은데 몸은 안 움직이고 진짜 온 힘을 다해서 몸 일으키려고 했는데 그 순간 가위가 풀리더라고. 근데 그 날이 가위를 눌린 첫째날이었고 계속 번번히 가위를 눌릴 때마다 재희가 나타났어.
43 ◆GnzQmr9eFin 2020/03/09 03:07:01 ID : xQnBe1BaqY2 0
재희가 내 목을 조르면서 웃는 가위도 눌렸고 재희가 머리를 길게 늘어뜨리고 입이 찢어져라 웃는 것도 봤고 나는 재희가 귀신이라고 의심해서 무의식에서 나오는 거다 가위는 수면장애에 일종이다 계속해서 생각했지만 가위 몇 번 눌리고 나서 이건 진짜 못 살겠다 싶어서 엄마랑 손 잡고 동네에 유명하다는 무당에게 갔어.
44 ◆GnzQmr9eFin 2020/03/09 03:10:59 ID : xQnBe1BaqY2 0
무당이 내 말을 다 듣고나서 자살귀가 붙었다고 했어. 재희가 학교에서 자살한 귀신이어서 거기에 터잡고 살았는데 어느날 네가 나타나서 말을 걸어줬고 그게 시발점이었단거야. 원래 태어날 때부터 신기가 강한 사람은 대낮에도 귀신을 보고 한다는 거야. 나는 귀신을 보는데, 본다고 못 느꼈던 거고. 보통 귀신은 사람과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어서 여태껏 귀신을 귀신으로 인지 못했을 수도 있다는 얘기였어. 그 말을 듣자마자 소름이 확 돋더라고. 평소같았으면 내가 귀신을 본다고? 내가 막 특별한 능력을 가진거구나 좋아했을 텐데 그땐 가위를 며칠씩 연속으로 눌리고 그럴 때라서..
45 ◆GnzQmr9eFin 2020/03/09 03:13:03 ID : xQnBe1BaqY2 0
암튼 무당이 네 얘기를 듣고 재희가 대신 복수해준거다. 네가 기분이 좋지 않다고 얘기해서 기분이 좋아질 때까지 걔넬 괴롭힌 걸수도 있다 부적을 써줄테니깐 베개 밑에 두거나 베갯잇 안에 넣고 자면 재희가 널 괴롭히러 안 올거다 그렇게 말하는데.. 솔직히 난 귀신, 막 무당 이런 거 안 믿고 살았거든. 근데 부적을 두고 잤더니 그날 가위를 안 눌렸어. 위약효과일 수도 있지. 하지만 난 그날 편히 잠을 잤어.
46 이름없음 2020/03/09 03:13:04 ID : lclbcpVhBwI 0
헐 오랜만에 짱 재밌는 스레 찾았다 보고 있어
47 ◆GnzQmr9eFin 2020/03/09 03:15:03 ID : xQnBe1BaqY2 0
나는 재희가 이름을 구라친건지 진짜 귀신인건지.. 어떻게든 확인하고 싶었고 궁금하긴 했지만 1학년부터 3학년 전체 반 애들 얼굴을 내가 확인할 순 없잖아. 그래서 난 그냥 재희의 존재를 잊고 살기로 했어.
48 ◆GnzQmr9eFin 2020/03/09 03:16:30 ID : xQnBe1BaqY2 0
그 이후로 난 3학년이 됐고 새 무리를 사귀었고 평범하게 살고 있었는데 내가 친구들에게 이 얘기를 해줬더니 애들이 너 말 잘 지어낸다고, 재미있다고 그러는데 나는 진짜라고 하는데 진짜 애들이 아무도 안 믿는 거야. 솔직히 안 믿을만도 하지. 근데 그 며칠 후에 그 친구가 막 나한테 와서 묻는 거야. 걔 이름이 김재희 맞냐고. 확실하냐고.
49 ◆GnzQmr9eFin 2020/03/09 03:18:32 ID : xQnBe1BaqY2 0
친구가 말하길 자기 언니가 학교 다닐 때? 누가 학교폭력으로 자살했었대. 근데 내가 말한 걔랑, 그 자살한 애랑 이름이 똑같단 거야. 그니깐 김재희란 애가 몇년전에 학교폭력으로 자살했었단 거야. 나는 그 말을 듣고 무당이 했던 말이 생각났어. 자살귀가 붙었단 얘기. 나는 친구에게 거짓말 아니냐고 했지만 걔 표정이 거짓말하는 표정이 아니었어.
50 ◆GnzQmr9eFin 2020/03/09 03:20:16 ID : xQnBe1BaqY2 0
나는 2학년 8반 김재희가 맞냐고 따져물었지만 걔가 자살하고 졸업사진에도 못 실려서 몇학년 몇반인지 기억은 안나고 우리학교에 김재희란 아이가 자살했었다 란 것만 알고 있단 거야. 솔직히 그때 난 김재희가 진짜 귀신이 아닐까란 생각을 했어.
51 이름없음 2020/03/09 03:22:22 ID : zf865dSLf88 0
ㅂㄱㅇㅇ
52 ◆GnzQmr9eFin 2020/03/09 03:23:13 ID : xQnBe1BaqY2 0
그런데 무섭다기보단 갑자기 눈물이 나는거야 걔가 학교폭력으로 자살해서, 날 위해서 무리에게 복수해준거란 생각이 드니까 그 무리 애들한테 미안하기도 하고 학교폭력으로 자살해서 계속 혼자 앉아있던 재희가 불쌍하기도 하고 여러 감정이 막 들면서 복잡했어. 집에 돌아와서 펑펑 울었지. 가위 눌릴 때만큼은 재희가 진짜 싫었지만 재희가 나한테 왜 그러는지 이제 이해가 될 것 같았어. 재희가 귀신이었다면 재희는 거기 몇년을 혼자 앉아있던 거였고 날 위해서 물론 잘못된 방법이었지만 걔네들에게 복수까지 하면서 친구가 되고 싶어했던 건데. 난 재희를 한순간에 떠나버린 거잖아. 미안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재희가 밉기도 하고 내가 거길 왜 갔을까 후회되기도 했어.
53 ◆GnzQmr9eFin 2020/03/09 03:27:40 ID : xQnBe1BaqY2 0
그리고 졸업할 때쯤인가 체육관 뒤편에 갔어. 평소엔 부적을 늘 갖고 다니는데 그 날은 진짜 부모님 말도 어기고 부적을 잠깐 교실에 두고온채로 체육관 뒤편으로 갔는데, 난 솔직히 부적도 뗐으니 재희를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 하지만 거기엔 아무도 없었고 나는 졸업식날 재희한테 쓴 편지를 벤치에 두고 떠났어. 그 뒤로 재희는 나타나지 않았고 나는 재희가 귀신이었을까? 아니면 그냥 거짓말친 애였을까 궁금해. 학교폭력으로 자살한 그 아이, 그냥 동명이인이라고 생각하려고도 했지만 지금은 재희가 귀신이 아닐까? 란 생각을 들어.
54 ◆GnzQmr9eFin 2020/03/09 03:30:35 ID : xQnBe1BaqY2 0
진짜 묘한 기억이었고 지금까지도 생생하게 기억 나. 현재까지 나는 부적을 갖고 다니고 있고 지금은 재희가 보이지 않아. 그냥 이 세상 어딘가에 재희란 거짓말쟁이가 살고 있거나, 아님 진짜 재희란 귀신이 내 곁에 왔다갔거나. 둘 중 하나겠지. 어찌됐든 이런 얘기하면 주변에서 다 지어낸 거 아니냔 말만 하고, 말도 안된단 반응이 많아서.. 여기다 후련하게 털어놓으니 이제 맘이 좀 가볍다.
55 ◆GnzQmr9eFin 2020/03/09 03:31:45 ID : xQnBe1BaqY2 0
지금까지 얘기 들어줘서 고맙고.. 너희 생각은 어때? 재희가 사람일까, 아니면 귀신이었을까.
56 이름없음 2020/03/09 03:39:38 ID : lclbcpVhBwI 0
너무 잘 봤어 스레주ㅠㅠ! 괴담판은 잘 안 보는데 계속 갱신돼서 뭔가 하고 계속 봤어 나도 싸우고 혼자 다닌 적이 있어서 몰입해서 봤던 것 같아 재희도 뭔가 착하다고 해야하나 계속 사고 난 거 보면 정말 귀신이 맞는 걸지도 모르겠다 편지도 봤겠지? 그랬음 좋겠어
57 ◆GnzQmr9eFin 2020/03/09 10:46:15 ID : xQnBe1BaqY2 0
긴 얘기 들어줘서 고마워! 레더 말처럼 편지 꼭 봤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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