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름없음 2020/04/20 20:38:54 ID : CphxPbhbu3C 0
감상은 언제나 환영이야
2 이름없음 2020/04/20 20:53:04 ID : CphxPbhbu3C 0
태양이 타오른다. 진홍색으로. 지구가 멸망하는 순간. 그것을 멍하니 지켜보는 사람들. 지구 최후의 노아의 방주에 탄 사람들이 태양에 삼켜지는 지구를 보고 있다. 선택받은 자들. 선택받지 못한 자들을 짓밟고 올라 노아의 방주에 탑승한 자들. 그들의 눈에는 무엇이 비칠까? 태양에 덮쳐지는 지구? 아니면, 회색빛 재로 피어오르는 선택받지 못한 자들? 그들의 귀에는 무엇이 들릴까? 타오르는 태양이 내는 휘파람같은 ‘휘익.’거리는 소리? 아니면 선택받지 못한 자들의 단말마의 비명? 너무나도 불합리했다. 그들의 선택은 합리적이지 못했다. 산업혁명이래 가진 자들은 다시 한 번 더 못 가진 자들을 짓밟았다. 하지만 인류의 역사가 늘 그렇듯, 승리는 언제나 가진자의 차지였다. 그들의 눈에 태양에 먹히는 지구가 비쳤다. 그리고 그들의 입꼬리가 씰룩거리며 올라갔다. 자신들의 살아남음을 기뻐하며.
3 이름없음 2020/04/20 22:39:05 ID : CphxPbhbu3C 0
딸기 캐이크 커피 동성애의 늪에 빠져 나혼자 끙끙 앓으며 짝사랑 했던 친구가 있었다. 나의 성향을 밝히면 관계가 틀어질 것 같아서 그저 동성의 친구가 하듯 대하며 지냈던 그런 친구. 하지만 그 아이도 연애의 대상이 아닌 친구로서는 내가 좋았는지 언제나 살갑게 대해 주었다. 그녀가 나를 조며 미소 지을 때마다 내 심장은 쿵쾅댔다. 그리고 그녀는 뒤에서 갑자기 나타나 팔짱을 끼거나 포옹을 하는 장난을 많이 쳤는 데, 그럴 때마다 나는 죽을 것 같았다. 언젠가 한번은 그 애에게 남자친구가 생겼는데 너무나 질투가 나서 주체할 수 없었다. 그 때 부렸던 나의 히스테리도 그녀는 웃으며 잘 받아주었다. “우리 토요일날 데이트 할래?” 그 아이가 나에게 말했다. “데이트?” “응. 알바비 나왔지롱!” 그녀는 뭐랄까 예쁘고 서구적으로 생겨서 뭔가를 먹으러 가거나 뭔가를 하러 다니는 것도 서구적인 것을 좋아하게 생겼지만, 사실 그렇지 않았다. 가끔 같이 밥을 먹으러 시내로 나가면 그녀가 빠삭하게 꿰고 있는 각종 국밥집이 모여 있는 국밥골목이나, 곱창볶음집이 모여 있는 곱창 골목을 전전했다.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데이트하기로 한 그 날. 그녀는 나를 이끌고 예의 그 곱창집을 갔다. “여기가 맛도 좋고, 양도 많아.” 배시시 웃으면서 말하는 그녀에게 다른 곳을 가자고 할 수 없었다. 대신 그녀에겐 원칙이 하나 있었는데 밥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먹지만 디저트는 꼭 내가 원하는 곳에 갔다. “하아, 배부르다. 둘이서 곱창 3인분에 볶음밥까지 먹어 버렸어.” 심호흡을 하며 배부름을 가라앉히는 그녀가 말했다. “좀 걸을까? 배를 꺼트려야 디저트 먹지.” “헤헤. 그럼 시장 구경 좀 할까?” 그녀가 나의 팔에 자신의 팔을 끼우고 앞서 갈어 나가기 시작했다. “근데 우리. 디저트 뭐 먹으러 갈거야?” 그녀가 궁금하다는 듯이 물어 온다. “케잌뷔페. 1인당 8000원만 내면 2시간 동안 케잌과 음료가 무한 리필이래.” “꺄악!”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내 볼에 뽀뽀 했다. 그녀는 눈치챘을까? 내 얼굴이 폭발 할 것처럼 붉어졌다는 것을. “빨리가자. 빨리. 기다릴 수 없어.” “배부른 거 아니었어?” “디저트 배는 A구역에 따로 모셔두고 있다고.” @@@ “뭐야, 내 얼굴에 뭐 묻었어?” “ 으음, 아니.” 나는 생글 생글 미소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대학교 2학년이 된 지금, 나는 고등학교 졸업 후 2년만에 만난 그녀와 맛있는 곱창이 구워지기를 기다렸다. “수연아. 우리 곱창 먹고 그 집 또 갈까? 케잌 무한리필집.” “어? 그 집 아직 안 망했어?” “응. 오히려 번창하고 있다구. 오늘은 딸기특선이래.” “우오옷! 딸기라면 안 갈 수 없지!” 즐거워 하는 그녀를 보고 있자니 나도 절로 웃음이 지어졌다. “음료는 아이스아메리카노 하나, 딸기에이드 하나 주시구요. 디저트는 딸기타르트 3개, 딸기 생크림 케잌 3조각 주세요.” “히히 딸기다 딸기. 다 먹고 더 먹어 줄테다.” 어린 아이처럼 즐거워 하는 그녀는 2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나를 설레게 한다. 에스프레소 더블샷처럼 쓰디쓴 사랑이지만........
4 이름없음 2020/04/23 19:02:45 ID : CphxPbhbu3C 0
동화 체리 풍선 아름답고 현명한 여왕이 다스리던 왕국이 있었다. 하지만 여왕은 자신을 시기하고 질투하던 마녀의 저주에 의해 목숨을 잃었다. 여왕의 풍선으로 꿈과 희망을 얻고 행복하게 살아가던 백성들은 이제 꿈과 희망 대신 공포와 절망에 떨어야 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고 왕국의 백성들은 아무도 현명한 여왕이 다스리던 때의 왕국을 알지 못하게 되었다. @@@ 마세라티 어촌의 가난한 어부 헨델의 아내 그레텔은 만삭의 몸으로 화톳불 가까이에 앉았다. 은근한 숯의 열기가 그레텔을 쬐었다. 그녀는 뱃속의 아가에게 이야기를 하며 남편 헨델을 위한 목도리를 짰다. “아가야. 우리들은 모두 잊었지만, 과거에는 참 아름답고 현명한 여왕님이 있으셨단다. 그 여왕님은 백성을 끔찍하게 사랑해서 백성들을 위해 꿈과 희망이 담긴 풍선들을 날려 보내 주셨지. 하지만그 용모와 지혜를 시기한 마녀가 여왕님을 저주에 걸어 죽이고 대신 왕이 되었단다. 꿈과 희망을 주던 옛 여왕의 통치가 끝나고, 억압과 핍박, 공포와 절망을 주는 새로운 여왕의 통치가 시작된 거야. 사람들은 공포가 무서워서 새로운 여왕에게 대들지 못했어. 그렇게 왕국의 백성들의 기억에서 현명했던 여왕은 사라졌단다.” 그레텔은 건강한 사내아이를 출산하여 헨델2세라고 이름을 지었다. 그리고 3년 뒤, 다시 만삭이 된 그레텔은 3살배기 아들을 옆에 앉혀 놓고 이야기를 해주었다. “여왕님은 자신이 죽을 것을 알고 있었단다. 그래서 꿈과 희망을 새로운 생명에게 부어 주었어. 하지만 그 모든 일들은 마녀가 모르게 행해져야 했기 때문에 추위를 싫어하는 마녀가 눈치채지 못하게 노스랜드의 가장 높은 산 꼭대기에 새로운 생명을 두었단다. 기온이 낮고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그 정상위에 심어 진 나무. 바로 체리나무였어. 체리나무는 작았지만, 풍성한 열매를 맺었고 추위에도 잘 버텼어. 그리고 누군가 현명한 여왕의 이야기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자신을 먹고 마녀에게 대항할 수 있는 영웅이 나타날 때까지 강인하게 살아 남고 있단다.” 그레텔은 둘째 아이를 낳았고 아이의 이름을 그레텔2세라고 지었다. 핸델과 그레텔은 각각 15살과 12살이 될 때까지 어머니 그레텔에게 현명한 여왕의 미담에 대해 들으며 컸다. 그레텔은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해주면서 마지막에는 항상 체리나무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그리고 이야기의 끝은, “영웅이 체리를 먹고 왕국을 마녀의 손에서 구했어요.”였다. 헨델이 15살, 그래텔이 12살이 됐을 때, 어머니 그레텔은 병을 얻고 말았다. “헨델. 그레텔.” 그래텔은 아들 헨델에게 팔을 뻗었다. 헨델은 엄마에게 안겼고, 그래텔은 아들에게 귓속말을 했다. “헨델? 그레텔과 함께 체리를 찾으렴. 너희들은 아무 것도 갖지 않아도, 그 곳에 도착할 수 있단다.” 이것이 어머니 그래텔의 유언이었다. 헨델과 그레텔은 짐을 쌌다. “가자, 그래텔.” 핸델은 동생의 작은 손을 꼭쥐고 북으로 향했다. 다음에 이어질 이야기는 핸델과 그레텔의 이야기. 아름다우면서도 잔혹한 어른의 동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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