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nQpQsmJPdBa 2020/04/22 12:10:04 ID : eY004IHzXvw 0
제목 그대로. 글을 잘 쓰는 편은 아니고 그냥 취미로 쓰는 정도인데 그냥 생각날때마다 짧게라도 써보고 싶어서. 무엇보다 내가 문체가 아직 딱 자리잡지 않아서 이런 식으로 썼다가 저런 식으로 썼다가 하는 정도라, 짧게라도 이런 저런 글 써보면서 나만의 문체를 찾고 싶다. 조언 혹은 비판 및 반응, 환영. 비난은 X
2 ◆nQpQsmJPdBa 2020/04/22 12:18:29 ID : eY004IHzXvw 0
그 아이의 짧은 머리카락이 내 손가락 사이사이를 스쳐 지나가듯이 파고든다. 이 작은 공간 안에, 단지 너와 나, 단 둘만의 숨소리가 조용히 울려퍼진다. 내 귓전까지 시끄럽게 울려퍼지는 내 심장소리는 과연 너에게도 닿을까? 닿았을까? 만약 그랬다면, 내게 등을 돌린 채 제 머리를 내게 온전히 맡긴 너는 과연 무슨 표정을 짓고 있을까. 그것이 궁금해져 나는 문득 몸을 살짝 숙여 너의 얼굴을 살핀다. 창밖에 비춘 노을 만큼이나 붉게 물든 네 얼굴을 보고 나는 안심해버려서 바보 같이 실실거리며 웃음을 흘린다. 어쩌면 빠르게 뛰는 이 심장소리는 내 것이 아니라 네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은 너와 내가 공유하고 있을 이 마음을 말로 내뱉지는 않은 채, 나는 다시금 너의 머리를 조심히 매만진다. 그냥, 지금 당장은 이 순간 자체가 너무 소중해서. 그래서 이 순간을 깨뜨리고 싶지가 않아서. 그뿐이었다.
3 ◆nQpQsmJPdBa 2020/04/22 12:29:55 ID : eY004IHzXvw 0
누구나 싫어하고, 또 좋아하는 소리가 있다. 내가 제일로 싫어하는 소리는 칠판을 손톱으로 긁는 소리이며, 반대로 제일로 좋아하는 소리는 책의 페이지가 팔랑거리며 넘어가는 소리다. 단지 그 소리를 듣겠다는 목적 하나만으로, 나는 늘 책에 둘러쌓여 지냈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어려운 책들에도 손을 뻗었다. 무슨 소린지 단 한마디도 알아듣지 못할지라도, 그저 단어 하나하나를 눈으로 쫓으며 그렇게 조금씩, 책의 페이지를 넘겼다. 말로, 혹은 글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내 귀에 똑똑히 들려오는 그 소리가 좋아서 나는 오늘도 책을 펼쳐든다. 글자를 눈으로 훑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이 아이가 내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보다 어떤 소리를 들려줄지를 기대하는 것은, 역시 조금 특이한걸까, 하는 생각. 하지만 종이가 조용히 넘어가는 소리에 이내 그런 것은 아무것도 좋다는 결론을 내린다. 그냥 이 소리가, 이 순간이 좋으니까, 그거면 된거야.
4 ◆nQpQsmJPdBa 2020/04/23 11:51:29 ID : eY004IHzXvw 0
너는 아주 가끔, 너 본인에게 어울리지 않는 미소를 지었다. 남들보다 두뼘은 큰 키, 넓은 어깨, 차분하게 내려앉은 머리카락, 날카롭게 찢어진 눈. 이러한 모습의 너는 늘 차분하고 부드러운 미소만 지었고, 그 미소는 퍽이나 네게 어울려서 나는 그 미소에 매료되었다. 그렇지만 아주 가끔, 너는 그런 너의 덩치와 모습에 어울리지 않는, 아이 같은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날카롭게 뻗었던 눈이 초승달과 같은 모양으로 접히고, 일정이상 올라가지 않던 입꼬리가 그 끝을 모르고 올라갈 때, 나는 너에게 그 미소가 참 안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난 너의 그 어울리지도 않는 미소가 어째선지 마음에 들더라. 그 무해하고 순진하게만 보이는 미소가 좋더라. 그래서 나는 너를 따라 밝게 웃으며 그 미소가 사그라들어 버리기 전에 내 눈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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