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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없음 2018/08/16 07:16:28 ID : TWmLcJTWo1z
이 소설은 판타지/일상/백합이야. 모르는 레스주들을 위해: 백합은 여자애 둘이 꽁냥꽁냥하는.. 그런거야. 장편이고, 원래 화수가 나뉘어져 있는데, 누가 굳이 읽어주지 않더라도 이런 온라인?에다 올리면 좀 자극이 될것 같더라고. 심지어 삭제도 못하니까, 더 정신 바짝 차려서 최대한 좋은 글을 쓰려고 자극이 될것 같아서 올려봐. 피드백, 오타, 문법, 어법 지적은 언제나 환영이고, 읽어주기만 해도 고맙지만 뭐... 백합이니까 굳이 나중에 읽고 더럽다던가 이렇게 취좆하지 말고 거부감이 있으면 읽지 않는게 너의 정신건강에도 좋을거라고 봐. 그리고 또 한가지, 백합이 괜찮더라도... 꽤나 좋지않은 내용?이 담겨있어...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거부감을 불러 일으킬수도 있고... 약간의 욕설이 있어(모자이크 처리 할거지만). 자기혐오와 죄책감에 찌든 쓰레기 여주. 프롤로그에 대충 써있으니까 보고 아니다 싶으면 그냥 뒤로가기를 눌러! 다시 한번, 말할게, 이 소설은 장편 판타지 백합소설이야!
이름없음 2018/08/16 07:17:53 ID : TWmLcJTWo1z
소개: 나는 대한민국의 평범하지 않은 여성이다. 뭐, 더 이상 그건 상관없겠지. 그도 그럴게.... 나, 방금 죽었으니까. 그런데 왠지 모든게 뒤죽박죽인 세계에서 환생한듯 한데...?
이름없음 2018/08/16 07:24:57 ID : TWmLcJTWo1z
프롤로그: 나는21세기 대한민국의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란 23살의 여성, 천예성이다. 우리 부모님은 사채업자다. 불법 사채업자. 그래 그 왜, 돈 빌려주고 못 갚으면 돈 뜯으러 다니면서 행패 부리는 인간들. 돈 못 갚으면 집에 있는거 다 쓸어가고 몸으로라도 갚으라면서 막 억지로 사람 데려가는 쓰레기들. 그래, 난 쓰레기다. 그리고 우리 부모님은 본인들이 사채업자라는 것에 전혀 죄책감을 느끼지 않으시는듯 하다. 우리 부모님은 언제나 날 때리셨고, 죽도록 운동을 시켰다. 누가 말했지, 폭력은 대물림 된다고. 난 부모님께 받은 스트레스를 발산하기 위해 학교에서 동급생들을 괴롭혔다. 물론 처음엔 조용히 지내려 했지만 중학생때 일진 놀이 하던 애가 나에게 시비를 걸었고, 결론: 걔는 나한테 존X게 털렸다. 그 사실을 알게된 그 일진 그룹의 우두머리격인 언니가 나에게 제안을 하나 했다. 우리 그룹에 들어오라고. 우웩. 중2병 개오지네. 그 당시에 난 머리에 뭐가 들었는지 그 제안을 받아들였고, 그때부터 동급생이고 하급생이고 상급생이고, 가리지 않고 괴롭히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 조금 철이 들 무렵, 그렇게 지독히도 증오하고 두려워했던 사람을 나 자신의 안에서 발견했다. 난 아버지랑은, 어머니랑은 다르다고, 그렇게 도망쳤던 주제에, 학교에서 서슴치 않고 폭력을 휘두르고 있었다. 성인이 되어서는 부모란 이름의 쓰레기들의 강요아닌 강요에 사채업 일을 돕기 시작했다. 돌아다니면서 행패를 부리고 돈을 빼앗았다. 그래, 나도 할말 없어. 강요던 아니던, 중학생때부터 난 쓰레기 짓을 해왔고, 난 이런 삶을 끔찍히 싫어하면서도, 용기가 없어 끝내지도 못하고 있었다. 난 모순되어 있어. 나 자신이 싫다면서, 이 세상이 싫다면서, 막상 내 인생을 끝낼 용기는 들지 않는다. 칼을 몇번이나 들었다가 내려놓았을까, 건물 옥상에 몇번이나 올라가 보았을까, 밧줄을 몇번이나 목에 대어봤을까. 언제나 시도도 못하고 끝났다. 그럴때마다 자기혐오는 더욱더 짙어져갔다. 내 자신의 몸을 해할 용기도 없는 주제에, 남의 인생을, 몸을, 꿈을, 그렇게 짓밟고 다니다니. 그러던 어느날, 난 내가 바라던 대로 죽었다. 하지만 그리고, 다시 태어났다. 이건, 벌이야. 지금까지 사람들을 괴롭혀 온 나에게 하늘이 내린 벌.
이름없음 2018/08/16 07:29:28 ID : TWmLcJTWo1z
1화: 제발 날 좀 내버려둬 "제, 제발.. 돈은 무슨 일을 해서라도 꼭 갚을게요! 그러니까 제발 한번만..." 50대가 조금 넘어보이는 아줌마가 내 발 앞에 엎드려서 울면서 빌고 있었다. 씨X. "이봐요 아줌마. 그쪽, 돈 갚겠다 한지 벌써 3개월이나 지났어요. 내가 정에 약해서 지금까지 봐줬더니, 날 물로보네?" 개소리다. 속이 울렁거리고 머리가 어지러워 지금 당장이라도 속을 게워내고 싶었지만 간신히 참았다. "한달만..! 아니 몇주만 더 기다려 주세요..! 돈은 무슨 일이 있어도 구할게요.. 제발..." 이 아줌마, 남편이 죽자 딸과 둘이 살면서 혼자 온갖 고된 일을 다하며 살고 있다 그랬던가. "아니, 지금까지 기다렸으면 많이 기다렸지. 뭘 더 어떻게 기다려?" 마음과는 다르게, 내 입은 거친 말들을 마구 내뱉는다. 난 한숨을 푹-쉬고는 뒤에 연장을 들고 있는 건달 남자들을 뒤돌아본다. "야, 돈 될 만한거 다 쓸어와." "예 누님!" 우락부락한 남정네들이 연장을 치켜들고는 좁아터진 집으로 들어가 물건들을 쓸기 시작했다. 씨X 사채업자 좋아하네. 그냥 건달 아니야. 아, 사채업자가 건달인가? 혀를 차며 담배 한까치를 꺼내 불을 붙였다. 애들이 물건을 쓸어 나오는걸 구경하던 중, 오른 다리에 묘한 무게감이 느껴졌다. "흐흑... 저기요 제발 한번만 봐주세요... 제가 무슨 일을 해서라도.. 몸을 팔아서라도 돈은 갚을게요..!"
이름없음 2018/08/16 07:33:01 ID : TWmLcJTWo1z
내 나이 또래로 보이는 한 여성이 내 바짓자락을 붙잡고 눈물을 쏟아내고 있었다. 이 사람이 저 아줌마 딸이구나. 몸을 팔아서라도...라.. 그렇게 절망적이라는 걸까. "이봐요, 몸을 팔아서? 웃기지 말라 그래요. 우린 기다릴 대로 기다렸고, 더 못 기다려. 가만히 있으면 죽이진 않을 거에요. 그러니까 저기 짜져있지 그래?" 존대와 반말이 섞인 요상한 말투가 튀어나왔다. 전부터 감정이 폭발해 더 이상 참을수 없을것 같을때마다 나오는 나의 버릇이다. 주로 분노지만. 난 그렇게 말하며 내 다리에 매달린 여자를 매정하게 발로 슬쩍 밀어버렸다. "정말... 제발요.. 약속할게요.. 흑...." 그런 눈으로 보지 마. 토 나와. 난 일이고 뭐고 도망가 버리고 싶은걸 초인적인 인내심으로 참으며 여자를 내려다 보았다. "하 씨X... 가만히 짜져 있으라고요. 응?" 그래, 여자를 때리는건, 내 취미가 아니라서. 좀 짜져 있어주지 않을래? "제발..." 내 다리에 매달려 있던 여성은 내 바짓자락을 한번 더 붙잡으며 울기 시작했다. 이 사람 엄마는 뭘하는 거야 쯧. 아.. 둘다 정신 나갔나 보네. 딸은 사채업자 바짓가랑이 붙잡으며 울고 있고, 엄마란 사람은 물건을 쓸어가는 남자들을 붙잡으며 울고있다. 엄마나 딸이나. 모전여전이라고. 난 결국 참지 못하고 내 다리에 매달려 우는 여성의 배를 있는 힘껏 차버렸다.
이름없음 2018/08/16 07:36:05 ID : TWmLcJTWo1z
"꺄악! 으.. 쿠, 쿨럭 쿨럭..." 저만치 떨어져 나간 여자는 연신 기침을 내뱉으며 다시 기어와서 내 앞에 엎드려 울면서 뭐라 알아듣지도 못할 말을 지껄이기 시작했다.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나도 이딴 짓 하기 싫어. 제발 서로 빨리 끝내자. 응? "하... 안 꺼지냐? 얌전히 있으라고 했죠? 아가씨. 아직 어린것 같은데, 벌써부터 불구되기 싫으면 가만히 있자, 응?" 내 말에도 불구하고 이 여자는 포기란 것을 모르는지 계속해서 내 다리를 붙잡고 매달려 울었고, 난 더 이상 참을수가 없었다. "씨X! 좀 작작 하라고!" 삐쩍 말라 안 그래도 쓰러져 버릴것 같이 생긴 여성을, 그것도 죽도록 때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물론 죽이진 않겠지만. "아이고 수아야! 아이고! 그만 하세요! 제발..!" 이름이 수아인건가. 아줌마는 나에게 매달리며 날 저지하려 했지만 당연하게도, 건달 남정네들에게 막혔다. 난 너무 짜증나서 분이 풀릴때까지 패고 싶었지만 더 이상 뭔 짓을 하기에도 귀찮아서 결국 나머지는 건달들에게 맡기고, 대기를 타고 있던 두명의 남자와 함께 철수했다.
이름없음 2018/08/16 07:40:08 ID : TWmLcJTWo1z
2화: 지옥에서 탈출해 지옥으로 그 후의 일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아줌마가 울고불고 뭐라고 했지만 밑에 애들이 뭐라뭐라 하며 알아서 처리했다고 했다. 난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 아무 말도, 생각도 할수가 없었다. "누님, 도착했습니다." 집. 죽도록 들어가기 싫은곳. 쓸데없이 크다. 이제 집에 가서 보고를 해야한다. 납을 단듯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억지로 옮기며 부모님이 있는 서재로 향했다. 부모님이라.... 그래, 난 부모님을 쓰레기라 부르지만, 결국 나도 쓰레기야. 아니, 어쩌면 날 낳은 저 두 사람보다, 내가 더 구제불능인건지도. "아버지, 어머니." "일은 끝냈냐?" 난 끝까지 현장에 남아있지 않았다. 이 점을 부모님께 설명했더니 그럼 나머지 애들이 올때까지 기다리란다. 결국 그 자리에 서서 한 15분 지났나-슬슬 화가 나려던 참에 애들이 들어왔다. "일은?" "돈을 갚지 않아 집에서 돈 될 물건들을 싹 다 쓸어왔습니다." "액수에 맞아?" "이자까지 포함하면 조금 미달이지만... 빌려준 금액 정도는 나옵니다." "에잉 쯔쯔쯧. 그럼 집에 있는걸 팔아서 돈을 갚을것이지 그 미친X은... 바보 아니야? 뭐 암튼, 잘했어." 집에 있는 물건, 분명 사정이 있는 물건들이겠지. 그러니까 못 팔았겠지. 남편이 생전에 사놓은 물건들이라던가? 아니지, 뭔 상관이야. 난 고개를 저으며 잡생각을 떨쳐냈다. "뭐 그래, 순순히 내주디?" "설마요. 그... 과정에서 그 집 딸이 죽었습니다."
이름없음 2018/08/16 07:43:46 ID : TWmLcJTWo1z
뭐? 죽었다고?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가능성은?" 흠칫 놀란 나와는 다르게 보고를 하던 남성은 너무나도 평온해 보였다. 마치 작업중에 방해가 되던 벌레 한마리를 죽였다는 듯한 반응. "대학에서도 언제나 혼자 다니고, 알바도 뭐... 여자애가 막노동이나 하는듯 했고요. 사람들이랑 별로 교류는 없었는지라 문제될 일은 없습니다." "뭐 그럼 됐어. 잘했다." 아버지는 흡족한듯이 일어나서 보고한 남자의 어깨를 툭툭 치고는 서재에서 나가셨다. "씨X..." 사람을 죽였다고. 이봐요 아버지. 사람, 사람이 죽었다고. 뭐? 잘해? 당신들 지금 제정신이야? 뭐가 잘하긴 잘해. 경찰에 가서 자수해버릴까? 그러면 차라리, 마음이라도 편할텐데. 우리 나라가 사형제도를 부활시켜 준다면, 그러면 좋을텐데. 그럼 나보고 극악무도한 년이라면서, 사행을 집행해주지 않을까-하고 생각했지만 그 생각은 이내 머릿속에서 지워졌다. 내가 자수하면 우리 집안도 알려지겠지. 하지만 이 나라의 법은 썩었어. 돈 많으신 우리 아버지가 위에 분들한테 돈 몇푼 찔러주면 분명 아무 문제 없이 풀려나시겠지. 그러면 그 다음은? 아버지와 어머니는 분노에 더 날뛰실게 분명해. 씨X 정말 상황 뭣같네. 답없다 내 인생. 죽을까. 하... 사실 나도 안다. 그냥 이건 자수하기도 두려운 나의 변명일 뿐이야.
이름없음 2018/08/16 07:47:39 ID : junxvbg2K3P
헉...재미있다...88 앞으로 많이 써줘 스레주!
이름없음 2018/08/16 07:51:29 ID : TWmLcJTWo1z
난 내방으로 돌아와 창문을 열고 담배를 입에 물었다. 아, 이것도 끊어야 하는데. 라이터로 담배에 불을 붙이곤 한모금 빨아들였다. 씁쓸한 향이 입안을 맴돌아 내 목구멍을 간질였다. "후우..." 니코틴 향의 하얀 연기가 창밖에 퍼져, 금방 사라져버렸다. 오늘이야말로. 죽어보이겠어. 난 한모금 빨은 담배를 창밖으로 던져버리곤 습관처럼 서랍을 뒤져 하얀색 약통을 찾았다. 내 습관 비슷한 거다, 자살시도. 아, 시도라고 하긴 그런가, 맨날 도구만 만지작 거리다 도로 넣어버리니. 하지만 오늘은 아니야. 진짜 죽자. 내 영혼이 닿을곳은 지옥뿐이지만, 그래도, 이곳도 지옥이다. 타인도, 나 자신도 지옥으로 밀어 버리면서 사느니, 내가 죽자. 나 하나 죽으면 끝날 일이었던 것을, 뭣하러 지금까지 끌었을까. 약통을 열고 한손 가득 약을 손에 부었다. 이게 무슨 약이더라. 손이 덜덜 떨리고, 하얀색 약들이 손에서 넘쳐 내 다리위로, 바닥위로 떨어졌다. 한번에, 한번에 가자. 나는 떨리는 손으로 약을 입안에 한번에 털어넣고는 곧장 화장실로 향해 세면대를 틀어 입을 대고 물과 함께 약을 삼켰다. 화장실 세면대 물을 마시는건 좀 찝찝하지만, 상관없나. 화장실에서 나와 침대로 향하는데 시야가 어지러워지면서 사물들이 두개가 되었다 한개가 되었다를 반복했다. 드디어. 웃음이 새어나왔다.이렇게 쉬운걸, 난 왜 지금까지 하지 못했을까. 몸에 감각이 없어지고, 난 그대로 바닥으로 넘어졌다. 분명 내 방바닥은 차가웠던것 같은데. 지금은 따듯한것 같기도 하고. 더 이상 그 무엇도 느껴지지 않았다. 무감각한 몸과 점점 더 시려지는 시야, 그리고 이내 귀에서 삐-하는 이명 소리가 들려왔다. 드디어, 죽는구나.
이름없음 2018/08/16 08:10:09 ID : TWmLcJTWo1z
3화 : 여긴 어디 너는 누구세요 의식이 돌아왔다. 젠장, 실패한건가. 난 눈을 떴지만 눈부신 불빛에 이내 다시 눈을 질끈 감았다. 팔고 다리, 손끝부터 발끝까지, 모든 감각이 그대로 느껴졌다. 푹신푹신한 매트리스와 따뜻한 이불이 내 몸을 감싸고 있음을 느꼈고, 묘하게 달달한 냄새가 내 코를 자극했다.하하, 죽는것도 내 마음대로 못 죽는구나. 나는 한숨을 쉬며 눈을 다시 한번 천천히 떴다. 눈이 아직 빛에 적응되지 않아서인지 모든것이 너무 눈부셔서, 저절로 눈이 찡그려졌다. 눈을 비비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집? 아닌데.. 병원도 아닌것 같다. 병원이라 하기엔 너무... 평범해. 평범한 가정집이다. 그래, 평범한 가정집이야. 우리 집은 평범한 가정집이 아니라고. 주변에 누군가... 아 있다. 옆의 소파에 앉아서 책을 읽고있는 긴 흑발 머리의 여성이 있었다. 여긴 어디에요? 그리고 당신은 누구죠? "어으아.....? 에브아...?" 씨X 뭐. 인간의 언어가 아니었다. "어머, 일어났니? 책을 읽던 여성은 책을 덮어, 자신의 옆에 내려놓더니 가까이 다가왔다. 딱봐도 찰랑거리는 고운 머릿결에 그에 걸맞는 짙은 검은색 눈동자. 엥. 당신 누구야. 대충 한 20대 후반정도로 밖에 안 보이는데, 나랑 연관되어서 좋을거 없어요. 아쉽게도 나의 이 외침은 닿지 않았는지 흑발의 여성은 나를 안아들었다. 잠시만 뭐. 날 안았다고? 난 이래봬도 키 168에 54키로나 나가는 건장한 성인 여성이란 말이다. 날 그렇게 아기안듯 가볍게-뭐....? 난 다급히 내 손을 내려다봤다. 작고 뚱뚱한 손. 뭐야 이건 또. 내 팔다리도 정말 한없이 짧았다. 그러고보니 날 안고 있는 이 여성은 거의 거인 수준으로 보였고, 그녀는 날 내려다보며 자상한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나에겐 이 미소가 무섭기 그지 없었다. "으아..." 감탄사인지 웅얼거림인지 모를 무언가가 내 입에서 튀어나왔다. "엘렌아."
이름없음 2018/08/16 08:12:38 ID : TWmLcJTWo1z
흑발의 여성은 그렇게 말하며 내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엘렌? 그게 누구야. 그보다 저희 초면인데요, 벌써부터 이마에 키스는 좀 그렇지 않을까요? 님 저 아세요? 왜 갑자기 제 이마에 입을 맞추고 그러세요. "으브아..." 계속해서 말을 해보려 시도했지만 내 입술 사이에서 튀어나온 것은 의미를 알수 없는 웅얼거림 뿐이었다. 목소리도 내 목소리가 아니야. 높고 앵앵 거려. "왜 그러니 엘렌아. 어디 불편해?" 흑발의 여성은 그렇게 말하며 나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었다. 아니 뭐, 안겨 있는 자세 자체는 꽤나 안락한데... 마음이 너무 불편해. 여긴 어디 나는 누구, 라는 말이 너무 내 상황에 잘 어울렸다. 여긴 어디? 넌 누구? 그때, 갈색머리의 여성이 다가왔다. 머리는 단발로, 꽤나 잘 어울렸-나 뭐래, 왜 이딴 생각하고 있어. 단발머리의 여성이 흑발의 여성의 어깨에 자연스럽게 머리를 기대더니 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우리 딸 진짜 귀여운것 같아, 그치 자기야?" 네....?
이름없음 2018/08/16 08:16:03 ID : TWmLcJTWo1z
"그럼, 누구 딸인데." 흑발 머리의 여성이 자랑스럽게 대답하며 아까 나에게 했던 것처럼 단발 머리의 여성의 이마에 입술을 갖다대었다. 이건 또 뭔 소리래. 내가 왜 너네 딸이야. 난 생물학적 아버지 되시는 분 한분이랑 어머니 되시는분 밖에 없는데? 혹시 꿈인가. 아, 그래, 꿈인가 보다. 다시 자야지. 안녕히 주무세요. "엘렌이 또 자나봐, 귀여워." 쿡쿡 거리며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젠장, 잠을 못 자겠잖아. 아니 애초에 꿈이 이렇게 생생할수가 있나? 안겨있는 느낌이 너무 생생한대... 게다가 아까부터 무슨 달콤한 냄새가 나는데... 쿠킨가. 꿈에서 이렇게 달달한 냄새를 맡을수 있을리가 없잖아. 게다가 꿈은 나의 지식에 바탕된 거라는데... 나 이런 생각은 해본적도 없다. 꿈이 아니면... "버...?" "음? 엘렌이 왜 그래요?" 벌. 그래, 이건 하늘이 나에게 내린 벌이 분명해. 지금까지 내가 괴롭힌 사람들을 대신해서 하늘이 나에게 벌을 주는거야. 그래...... 라고 하겠냐!!!!!! 아무리 내 인생이 X같았다고 해서! 엉?! 자살시도를 했다고 해서!! 내가 응애응애 애기가 됐다는 사실에 "아 이건 벌이구나." 하고 근엄하게 받아들일 사람은 이 세상 천지에 없다고!!! 있으면 어디한번 나와보라 그래!!! "히브아..." "엘렌이 배고파? 기저귀 갈때가 됐나." 아니 그거 아니니까 엉덩이 더듬지 말아봐. 그냥 욕한거야 욕.
이름없음 2018/08/17 11:36:04 ID : TWmLcJTWo1z
4화: 뭐가 그리 좋은건데 결국 다시 겨우겨우 잠을 청하고 일어났을땐 놀랍게도 병원이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까랑 똑같은 곳이었다. 있는 힘껏 내 볼을 꼬집어 보지만 내 볼에서 느껴지는 아픔과 손끝에 느껴지는 말랑한 감촉이 너무 생생히 잘 전달되었다. 씨X. 난 자살을 했고, 눈을 떠봤더니 아가가 되어있었다. 짜잔. 그것도 엄마가 둘인 집으로. 애초에 여자 둘이서 애기를 갖는게 가능한건가. 물론 정자기증이라던가 여러 방법이 있다지만. 사실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 더 이상 꿈이니 뭐니 부정은 안 하겠다. 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아닌것 같아. 난 어느집의 아기로 다시 태어난것 같은데 이름이 뭐라고? 엘렌? 적어도 대한민국은 아닌듯 하다. 근데 또 서양이라고 하기엔 엄마들이 지나치게 동양인처럼 생겼는데? 한국인 아니야? 게다가 내가 말을 알아들을수 있는데... 혹시 외국에 사는 한국계 커플 뭐 이런건가. 아 그건가. 한국에선 동성혼이 법적으로 금지되어있으니 외국으로 사랑의 도피를... 난 내 혼자 머릿속으로 두 사람에게 매우 실례되는 소설 한편을 쓰며 열심히 자는척을 하고 있었다. 흑발의 여성과 단발의 여성은 나의 어머니들인듯 하다. 안 그래도 X같던 인생을 리셋 시켜 주다니. 벌이 분명해. 뭐 적어도..... 난 자는척을 때려치고 부엌에서 저녁준비를 하며 떠들고 있는 엄마들을 보았다. 가족은 전보다 나은것 같다. 근데 그럼 벌이 아니지 않나.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다보니 깨달은 사실이 있다. 엄마들이 하는 말, 한국어가 아니다. 뭐야, 왜 알아들을수 있는거지? 한국어도, 일어도, 중국어도, 영어도, 불어도 아닌 무언가가...(5개국어를 다 배웠지만 5개 다 못했다). 의아해하며 엄마들 머리에 구멍이라도 낼듯이 뚫어져라 보고있던 나는 이내 관찰에 지쳐서 잠들어버렸다. 애새끼의 몸이란. . . .
이름없음 2018/08/17 11:41:08 ID : TWmLcJTWo1z
. . . 얼마가 지났을까, 내가 눈을 떴을땐 거실 소파에 앉아서 단발 엄마가 티비를 보고 있었고, 그 옆에서 흑발 엄마가 책을 읽고 있었다. "흐미..." 아, 방금 되게 이상한 소리 냈어. "엘렌이 일어났니?" 흑발 엄마는 날 가만히 납두면 죽는 병에라도 걸린건지 읽던 책을 바로 내려두고 나한테 다가오더니 날 안아들었다. 그러고 보니까 이거 아기침대네. 근데 이거 왜 거실에 있는건데. 계속 같이 있자고? 난 싫은데. 하지만 아기인 나에게 선택권 따위가 있을리 없었고, 흑발 엄마는 소파에 다시 앉더니 그대로 내 목과 등을 받쳐서 안아주었다. 굳이 이러고 있어야 할까. 나 혼자서도 잘 있을수 있는데. "엘렌이는 마리를 많이 닮은것 같아." 단발 엄마가 말했다. 흑발 엄마의 이름은 마리인건가. 기억해 둬야지. "그래? 내가 보기엔 줄리를 더 닮은거 같은데." 단발 엄마의 이름은 줄린가. 그보다 나 아직 앉아있기는 커녕 뒤집기도 못하는 아긴데. 손을 뻗어 내 머리에 갖다 대봤다. 썅... 팔이 짧아서 힘들어. 머리가... 그 왜 뭐 그거 있잖야, 할아버지. 응 머리 거의 다 빠진 할아버지. 거의 그 정도의 머리 양인데. 나 아직 이도 안 났고. 뭘 보고 닮았다는 거야. 애기들은 다 똑같이 생겼더만. 난 뚱한 표정으로 엄마들을 올려다 보았지만 엄마들은 뭐가 그리 좋은지 날 내려다보며 그냥 계속 웃었다, "우리 공주님, 어쩜 이리 이쁠까." 마리 엄마는 그렇게 말하며 이번엔 내 손을 잡고 거기에 그대로 입 맞췄다. 어... 손에 뽀뽀라니, 많이 부끄러운데. "나두! 나도 뽀뽀할래!" 줄리 엄마는 지지 않겠다는 듯이 와서는 내 손에 똑같이 입을 맞춘다. 엄마 혹시... 정신연령이-읍읍. 에효, 이런데도 마리엄마는 뭐가 그리 좋은건지 줄리엄마를 보면서 눈에서 하트 뿅뿅을 발사한다. 아주 알콩달콩한 커플, 퉷. 그래 나 모쏠이었다, 됐냐? 젠장할, 설탕 토하겠어요. 난 결국 커플의 꽁냥질을 봐줄 비위가 되지 않아 그냥 잠들어 버렸다. 그래, 둘이 이쁜 사랑 하세요. 난 잘거야.
이름없음 2018/08/17 11:47:31 ID : TWmLcJTWo1z
5화: 태어나서 미안해요. 내가 응애응애 애기가 된지도 벌써 어느정도 시간이 흘렀다. 사실 난 지금까지 무의식중에서 어렴풋이나마 그래, 이건 꿈이야, 라고 생각하고 있었던듯 하다. 안 그러면 이런 상황을 그냥 받아들일리도 없지. 며칠이 지나면서 난 여러가지 알아낸 사실이 있었다. 첫째로, 이런 꿈이 아니라는것, 그리고 혹시 꿈이라면, 이건 절대 깰수 없는 악몽이라는거. 하하, 쉣. 두번째, 이 세상은 뒤죽박죽이라는거. 지난번에 줄리엄마가 티비를 틀어놔서 같이 보는데 뭐라더라, 러시아의 수도 평양이래. 러시아의 수도 평양. 거기다 뭐 서울의 수도 한국도 있었다. 참고로 내가 사는 곳은 로마의 수도 파리래. 씨X 이건 또 뭐야. 게다가 이곳엔 황제가 있단다. 나라마다 왕도 있는데, 우리가 사는 (로마의 수도) 파리에는 황제폐하께서 사는 궁전이 있단다. 세대는 21세기인데 무슨 왕에 황제야. 다른거? 몰라. 내가 아는건 이게 다야. 어디 소설이나 만화처럼 주변 사람들이 이 세상에 대한 정보를 뚝뚝 떨어뜨려 주진 않더라고. 보통 소설에서 주인공이 환생하면 주변에서 다 알려줘서 며칠 지나면 이 세상에 대한건 다 알게 되던데. 흠. 내가 주인공이 아닌건가. 아니 뭐래. 나 지금 뭔소리 하는겨. 죽기전에 코코넛페이지에서 읽은 만화 몇개가 떠오르네. 비슷한 세계관인걸까. . . .
이름없음 2018/08/17 11:52:26 ID : TWmLcJTWo1z
. . . 사실 며칠이 지나고 몇주가 지나도 바뀐건 없었다. 내가 이야기를 빨리 스킵해버린것도 이 때문. 딱히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도 않았고, 이건 꿈도 아니었다. 에효, 인생 참. 아, 내가 아기로 태어났을때? 빙의했을때? 는 이미 어느정도 나이가 차있었던듯 하다. 뭐, 태어난 순간부터 내가 신생아였던건 아니니 빙의인가? 모르겠다. 아무튼 여러가지 시도하던중, 내가 뒤집기를 이미 꽤나 수월하게 할수 있음은 물론 앉을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게다가 도움이 있으면 일어설수도 있다! 자세한 나이는 몰라도 유치가 한두개 정도 나기 시작한걸로 보아... 6, 7개월? 정도 되지 않았을까 싶다. 뭐 아무렴 어때. 난 지금 매우 잉여스러운 삶을 보내고 있다. 밥먹고, 싸고, 자고. 사실 23살의 정신연령으로 타인에게, 그것도 나와 나이도 비슷해 보이는 사람에게 기저귀라던가 목욕이라던가 기저귀를 맡기는것은 정신적으로 매우 고통스러운 일이다. 하.... 현재 똥 만드는 기계로써 생활하며 최대한 이 세계에 대한 정보를 알아내려 하는 중이지만... 딱히 알아낸 사실은 별로 없다. 그냥 유모차 타고 몇번 나갔을때, 역시 이 세계는 지구랑 크게 다르지는 않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하게 되었을뿐. 아니 여기도 지구인가? 아무튼, 학생들은 우르르 몰려다니며 떠들고 핸드폰을 하고(휴대폰이 있어서 다행이다.) 시장도 있고, 슈퍼도 있고, 피방도 있다. 있을건 다 있는듯 하다. 이쯤되면 그냥 세계관이 약간 뒤틀린 지구인듯 하다. "엘렌아 맘마 먹자~" 우왕 맘마다. 사실 이가 나기 시작해서 다행이다. 그 전까진 엄마의... 엄마의... 여튼 고통스러웠다. 지금도 뭐 이유식? 이라 하기도 뭐한게 그냥 약간 과일을 갈은것 처럼 생겼다. 엄청 묽은 죽? 하여튼 다행이야 엉엉. 속으로 울면서 맘마를 먹고 엄마품에 안겨서 손꼬락을 꼼지락 거리고 있는데 마리 엄마가 너무 흐뭇한 미소라서 좀 부담스러웠다.
이름없음 2018/08/17 11:55:14 ID : TWmLcJTWo1z
난 누가봐도 사랑받고 있다. 하다못해 유모차를 타고 주변에 나가기라도 하면 아줌마, 아저씨, 할머니와 할아버지, 길가는 학생들 모두, 내가 이쁘다고 다가온다. 심지어 초등학생 애들도. 내가 이렇게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걸까. 아닌데, 없는데. 천예성일때, 그렇게 사람들을 괴롭혀놓고. 가족에게서, 혹은 친구에게서 사랑받는 사람들한테 그런짓을 해놓고선, 이제와서 이렇게 좋은 곳에서, 좋은 집에서 태어나서 이렇게 사랑 받으면서 편안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이 사실에 안도하며 이 모든것을 즐기고 있는 내가 더 싫다. 천예성일때부터도 나를 지독하게 따라다니던 자기혐오는, 내가 엘렌이라는 이름을 가지게 된 지금도, 날 놔줄 생각이 없나보다. 아무리 봐도 빙의한것 같은데. 아기야. 엘렌아, 미안하다. 이상한 사람이 너의 몸에 갑자기 빙의해버려서. 그렇게 생각하자 갑자기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천예성일때는, 안 울었는데. 애새끼가 되어버리니 눈물샘도 조절 못하나 보다. "흐에에에엥~ 흐아앙~" 결국 눈물이 터져나왔다.날 품에 안고 있던 엄마는 당황하며 날 꼬옥 안아준다.
이름없음 2018/08/17 11:58:47 ID : TWmLcJTWo1z
"엘렌아? 엘렌아 왜 그래~" 날 걱정하는 목소리, 따듯한 체온. 토할것 같다. 전생에서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것들, 내가 받아선 안될 것들. 내가 아니라, 엘렌이라는, 한 작고 여린 아이가 받았어야 할것들, 그걸 지금 내가 받고 있다. 내가 가로채갔다. 엄마가 직접 만들었다는, 정성이 가득 들어간 아기옷 너머로 엄마의 따스한 체온이 그대로 느껴진다, 그 조그만 귀에 날 걱정하는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하도 울어 눈물로 흐릿해진 시야 너머로 걱정으로 가득찬 엄마의 얼굴이 보인다. 아니야, 난. 난 이런걸 받아선 안돼. 이 모든 걱정과 사랑과 관심은, 본디 내가 받아야 하는게 아니야. 내가 받아서도 안되는 거야. 엄마 미안해요. 난 날 꼬옥 안아주는 엄마에게 너무 미안해졌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자식이, 전생의 사채업자에게 빙의당했다. 물론 엄마는 그걸 알턱이 없겠지. 하지만. 아니야, 싫어. 엘렌아, 아기야, 내가 미안해. 이렇게 못난 사람이 너의 몸에 들어와서, 너여서, 미안해. 엄마도, 마리 엄마도 줄리 엄마도, 자식새끼가 이 모양이 되게 해버려서 미안해요. 정말로 미안해요. 그러니까 날-사랑하지 말아줘. 차라리 질타하고 욕하고 때려줘. 사죄하게 해줘. 날-원망해 주세요.
이름없음 2018/08/17 12:05:04 ID : TWmLcJTWo1z
6화: 아 유치원 젠장 결국 난 주변의 엄청난 사랑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 사랑 때문에 오히려 더욱더 지독한 자기혐오를 안고 자라갔다. 라곤 해도 이제 내 나이 겨우 4살이다만. 물론 4살짜리가 자기혐오를 하면 안됐기에 겉으로는 그냥 평범한 4살짜리 꼬마 행세를 했다. 속으론 썩어 문드러져 가고 있다만. 내가 생각해도 난 정신병자가 분명하다. 이런 모든게 뒤죽박죽인 세계에서 환생을 해서 그런걸까, 아니면 원래 그랬을까. 방실방실 웃고 있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울고, 또 나중에 미친듯이 화를 낸다. 속으로만. 뭐, 그건 천예성일때도 그랫으니 정신병자가 맞으려나. 정신병원에 가본적은 없지만 내 몸이니까, 내 정신이니까 얼핏 예상은 했다. 내 정신이 매우 불안정하다는것. 범죄자 주제에 무슨 말이냐 싶겠지만, 그것도 하필은 이 세계에서는 내 정신만 이어져서 이 빌어먹을 순수한 몸뚱어리에, 썩어빠진 범죄자의 정신이 들어가 있었다. 이런 생각을 하다가도 난 "엄마"가 보이자 해맑은 웃음을 얼굴에 띄웠다. "엄마!" 난 해맑게 웃으며 줄리 엄마의 품에 안겼다. 듣자하니 마리 엄마는 소설가, 줄리 엄마는 일러스트레이터란다. 어쩐지 둘다 일을 안 나가더라. 덕분에 우리 집엔 책이 아주 많았다. 그 점은 감사한다. 물론 4살짜리가 1000페이지에 육박하는 책을 읽는다 그러면 난리가 날테니 책은 몰래 읽었다. 그리고 알아낸 또 다른 사실, 이 세상은 동성애와 이성애라는 개념 자체가 없다 그래야 하나, 두개가 다르다는 개념이 없다. 정확한 방법은 모르겠지만 정자기증 이딴거 없이도 여자둘이서, 혹은 남자 둘이서도 아기를 만들수 있다는듯 하다. 그러니 차별이 없겠지. 거기에 돈이 많고 적음으로 사회에서 이익을 보거나 불이익을 당하지는 않는다. 직업을 가지고 차별을 당하지도 않는다. 물론 그렇다고 왕따 같은게 없는 아니야. 그냥 내가 천예성일때 본 차별들이 없을뿐. 성차별이라던가... 성소수자, 사회적 위치, 직업, 인종, 등등... 내가 아는 차별들은 없었다. 그건 좋다. 물론 꼭 일진 놀이를 하면서 남 괴롭히는 애들은 있었지만.
이름없음 2018/08/17 12:09:04 ID : TWmLcJTWo1z
"있지 엘렌아." 난 고개를 갸웃 거리며 마리 엄마를 쳐다보았다. 아, 참고로 마리 엄마는 33, 줄리 엄마는 31세란다. 저 미모가 어딜봐서. 많아봐야 25살처럼 보이는데. "우리 엘렌이는 이제 다음주부터 유치원에 다니게 될거에요." "유치어?" "유.치.원." "유.치.워." "유.치.원." "유.치.원." 엄마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날 껴안았다. 그보다 유치원이라니, 갑작스럽군. "우리 엘렌이는 가든 유치원에 다니게 될거야." 가든 유치원이라 하면 꽤나 유명한 곳이다. 가든 대학교, 가든 고등학교, 가든 중학교, 가든 초등학교와 함께 같은 이름으로 운영중인데, 쉽게 말하자면 아가씨 양성시설이다. 돈 좀 있다는 사람들은 그들의 자제들을 가든 교육 기관으로 보내기 때문인데, 여학교이기 때문에 유치원때부터 대학을 졸업할때까지, 남학생과의 접점없이 자라온 그녀들은 말 그대로 아가씨. 중간에 전학을 가는것도, 전학을 오는것도, 꽤나 드문 일이라는듯 하다. 여자 커플이 제일 많이 생성되는 곳이라고 하기도.... 물론 여담이다. 그보다 우리 집이 그렇게 잘 살던가. "엄마가 아는 분이 가든 고등학교 교장이셔서, 유치원도 가든에서 다니기로 했지~" 아 인맥. 그보다 나야 뭐 정신이 23... 올해로 26인가가 되니 그렇다 쳐도, 보통 네살짜리한테 그런말 하면 이해 못할텐데요. 난 그냥 웃으면서 엄마를 꽉 껴안았다. 아, 짜증나. 유치원. . . .
이름없음 2018/08/17 12:15:22 ID : TWmLcJTWo1z
. . . 결국 주말이 지나가고 월요일이 찾아왔고, 난 유치원에 가게 되었다. 원래는 버스를 타거나 진짜 돈 많은 집안 애들은 기사님들이 데려다 준다는데, 오늘은 첫날이니만큼 학부모랑 같이 등원한단다. 오른손으론 마리엄마의 손을, 왼손으론 줄리엄마의 손을 잡고 유치원으로 향했다. 유치원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부모님과 손을 잡고 행복한 미소를 얼굴에 그리며 등원하는 아이들이 많이 보였다.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쳤다. 내가 이들 중 한명이어선 안되는데. 이런 부정적이고 자기혐오스러운 생각을, 일상생활속에서도 하는것은 익숙했다. 그건 천예성일때부터 시작했으니까. 다만.... 이런 미친X에게 몸을 내줘야 했던 엘렌이라는 아이에게 미안할 뿐이다. 그리고 졸지에 이런 자식이 생겨버린 엄마들도. 생각이랑은 다르게 겉으로는 나도 저 행복해 보이는 아이들과 똑같은 표정을 지으며 걸었다. 유치원에 도착하자 학부모와 아이들이 나뉘었다. 학부모들은 잠시 선생님들이랑 대화를 한단다. 아마 이 가든 교육기관에 대해 설명하겠지. 아이들은 잠시 운동장에 남아있게 되었는데(라곤 해도 그냥 유치원 앞에 있는 작은 흙바닥이다.) 나는 혼자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아이들을 관찰하고 있었다. 여자아이들은 하늘색 원피스 비슷하게 생긴 옷에, 남자아이들은 파란색 셔츠와 조금 더 진한 파란색 바지. 아, 믈론 여자아이들이 바지가 더 편하다 하면 바지를 입혀도 되고 반대도 상관 없단다. 대부분 여자아이들이 치마를, 남자 아이들은 바지를 골라서 그렇지. 그보다 디자인이 영 구리지만 뭐... 여긴 네이밍 센스도 구리다. 아, 내가 아직 성을 안 말해줬지. 쿠로 엘렌. 거기에 쿠로 마리와 쿨로 줄리 엄마....... 여긴 다 좋은데 성이랑 이름을 매칭하는 센스가 좀 거시기 하다. 섞인게 나라 이름만이 아니다. 사람 이름도 마찬가지. 한국식 성에 영어이름이 붙는가 하면, 미국식 성에 일본 이름이 붙거나 한다. 에효, 참 적응 안된다. 대충 아이들이 모여서 왁자지껄 떠들고, 신나게 뛰어노는 모습을 보고 있는데 한 아이가 다가왔다. 포니테일로 묶은 갈색 머리에 초록색 눈을 가진 아이. 초록색이라니.... 뭐, 내눈은 빨간색이니 할말은 없다만. 나에게 다가온 아이는 내 앞에 서서 말도 하지 않고 날 내려다 보고 있다. 뭐야 너.
이름없음 2018/08/18 01:57:29 ID : jBxWmGk6Zjw
짱재밌다...!
이름없음 2018/08/20 21:21:44 ID : SE3BaldxBfb
재밌어 맞아!!
이름없음 2018/08/21 11:31:46 ID : TWmLcJTWo1z
, 스레주야! 보는 사람이 있는줄 몰랐는데 봐준 데다가 재밌다고 해줘서 정말 고마워!! ㅠㅠ
이름없음 2018/08/21 11:35:49 ID : TWmLcJTWo1z
7화: 귀여운 여자아이 내 눈앞의 여자아이는 날 잠시 내려다 보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넌 왜 혼자야?" 아니 얜 또 뭐래. 내가 혼자 있는것도 남 허락 받아야 하니. "그냥." 내 대답에 할말이 없어졌는지 여자아이는 그 작은 앵두같은 입술을 다물더니 이내 잘근잘근 씹기 시작했다. "너, 이름은?" "쿠로 엘렌. 넌?" "아담 릴리." 아담 릴리라..... 뭐, 그래서? 나에겐 무슨 볼일이신지? "너, 나랑 친구하자." 이건 또 뭐지. 너 내 동료가 되라, 뭐 이런건가. 사실.... 친구를 만들고 싶은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었다. 천예성이란 사람은 친구를 사귈 자격도 없는 인간이니까. 하지만.... 엘렌은 있었다. 또한, 엘렌의 엄마들은, 엘렌이, 본인들의 딸이 친구를 잘 사귀고는 있는지 걱정할 것이다. 뭐, 선택지는 없는걸까. "좋아." 그래도 저 시원시원한 성격,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기도 했고 말이야. 릴리는 내 대답에 흡족한 미소를 짓고는 손을 내밀었다. "선생님이 이제 들어가야 한대. 가자." 난 아무 말 없이 아이의 손을 잡았다. 손과 손이 맞닿는 순간, 알수없는 불쾌함이 온몸을 덮었다. 순수한 아이. 내 곁에 있다간, 부서져 버릴거야. 난 한 아이의 인생을 부숴버리는 일이 없도록 거리를 두자고 생각하며 재빠르게 일어나 손을 놓아버렸다. ++++++++++++++++++++++++++++++++++++++++++++++++++++++++++++++++++++++
이름없음 2018/08/21 11:41:37 ID : TWmLcJTWo1z
+++++++++++++++++++++++++++++++++++++++++++++++++++++++++++++++++++++++++ 유치원 건물 내부로 들어갔다. 유치원 치곤 큰데. 내가 애라 커보이는 건가. 참고로 반은 색깔로 나눈다고 한다. 난 빨강반. 난 곱게 뻗은 내 머리를 만지작 거리며 아무 의자에나 앉았고, 릴리는 내 옆에 앉았다. 머리는 확실히 마리엄마에게서 물려받았구나-싶다. 짙은 흑발. 뭐, 마음에 든다. "자 여러분~" 내가 내 머리에 대한 감상에 젖어있는 와중, 선생님이 손뼉을 한번 쳤다. "전 여러분의 선생님, 아벨 현아에요~ 앞으로 잘 부탁해요~" 잘 부탁-이 아니라 뭐? 아벨 현아? 아니 X발 이제 갈때까지 가는구나. 아벨 현아란다, 허. 아니 제발 네이밍 센스좀. 이 세계는 가망이 없어. 내가 이 세계의 X같은 작명 센스에 혀를 차고 있는동안 선생님은 급 자기소개를 시켰다. 아니 내가 27살이나 먹고 이 짓을 해야할까. 물론 겉은 4살의 꼬꼬마다만. 아, 내 차례. "제 이름은 쿠로 엘렌이에요." 나는 이름만 말하고 자리에 도로 앉았다. 아니 왜, 또 뭔 말을 해. 4살짜리 애가 취미가 있을리도 없지 않니. "어 그... 엘렌이는 누구랑 살아요?" "엄마랑 엄마요." "좋아하는 음식은 뭐에요?" "다 잘 먹어요." "따로 좋아하는건 있어요?" "책이요." 무슨 인터뷰같다. 질문을 받으면, 답한다. 아니 그래 물론 밝고 착한 아이를 연기하면서 친구들은 잔뜩 사귀어 엄마랑 엄마를 기쁘게 한다는 선택지도 있었다. 하지만 굳이 유딩이 그런짓을 해야할까. 결국 나랑은 더 이상 대화가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눈치챘는지 선생님은 결국 단념하고 내 옆의 아이, 그러니까 릴리에게 자기소개를 시켰다. 릴리는 당차게 일어나더니 당당하고 큰 목소리로 자기 소개를 시작했다. "전 아담 릴리고요, 아빠랑 아빠랑 살아요, 좋아하는 음식은 피자, 그리고 따로 좋아하는건...." 릴리는 갑자기 힐끗 나를 보더니 씨익-하고 장난꾸러기 같이 웃었다. 아니 왜 날 봐. "귀여운 여자아이입니다." 내가 방금 뭘 들은거지.
이름없음 2018/08/21 11:47:26 ID : TWmLcJTWo1z
8화: 무서운 공주님 "따로 좋아하는건... 귀여운 여자아이입니다." 내가 뭘 들은거지. 솔직히 어이가 털렸다. 아니 막말로 내 전생에서, 자기소개 시킨다고 "전 귀여운 여자아이가 좋아요"라고 하는 남자아이나 "전 잘생긴 남자아이가 좋아요" 라고 하는 여자아이는 없었다. 아무리 당연한 일이라곤 해도 그걸 보통 입밖으로 내뱉지는 않는데... 유치원생이라 생각이 없는걸까. 그러고 보니 얘 그럼 혹시... 그래서 나한테 친구하자고 한걸까. 아니 왜 뭐. 천예성일때는 몰라도 엘렌의 미모는 그래, 확실히 미래가 기대된다. 찰랑거리는 흑발, 짙은 빨간색 눈, 오똑한 콧날, 뽀얀 피부, 그리고 앵두같은 입술. 유전자가 좋아서 그런지 정말 미래가 기대되는 아이란 말이야. 릴리가 자리에 앉자 난 귓속말로 나의 의문점을 내뱉었다. 궁금한건 궁금한거니까. '너 그럼 혹시 그래서 나랑 친구하자 그런거야?' '응, 그런데?' 릴리도 귓속말로 대답해준다. 허, 당당한 아이로구만. '왜, 안돼?' '.... 아니, 딱히 안되는건 아니지.' 내 말에 릴리는 장난꾸러기 같이 웃더니 다른 애가 자기소개 하는것을 집중해서 보기 시작했다. 뭐 나야 남에게 딱히 관심도 없고 친해질 생각도 없으니 그냥 듣는둥 마는둥 멍하니 있었지만. 뭐, 엄청난 이름이 귀에 들리기 전까지는 말이다. "제 이름은 카난 에덴입니다."
이름없음 2018/08/21 11:51:43 ID : TWmLcJTWo1z
씨X 뭐? 카난 에덴? 오우.......... 로마의 수도 파리, 이곳에 거주하는 황제의 이름은 카난 칼리우스. 그리고 그와 왕비님 사이에서 나온 외동딸, 그녀의 이름은 카난 에덴이다. 테레비에서 봤어. 근데 카난 에덴이라니.... 우연도 아니다. 전세계적으로 카난 가문은 딱 한 가문뿐. 성이 겹칠일은 없다. 이곳은 혈통과 가문을 무엇보다는 중요시 하는 세계다. 다른 애들은 모르는듯 하지만 와..... 눈에 띄면 안되겠다. 나는 방금 자기소개한 애를 찾았다. 집중을 안했더니 누가 하고 있던지를 모르겠네. 카난 에덴. 그 아이는 허리까지 뻗은 약간 곱슬한 금발에, 마치 바다를 연상시키는 파란색 눈의 소유자였다. 이 아이도 미래가 기대되는군. "아빠랑 살고 있습니다." 거짓말 하지마, 하녀랑 하인도 같이 있잖아. "음식은... 그렇네요, 뭐든지 잘 먹어요." 나의 뭐든지 잘 먹는다랑 저 아이의 뭐든지 잘 먹는다는 느낌은 다르다. 내가 피자, 햄버거, 치킨 같은 패스트 푸드로 시작해 진짜 말 그대로 뭐든지 잘 먹을것 같다면, 쟨 무슨 잘 먹는다의 기준이 푸아그라, 스테이크, 캐비어, 샥스핀 뭐 이런 걸거 같은데. "따로 좋아하는건...." 눈이 마주쳤다. 아니 여기 아이들은 왜 이렇게 자기소개할때 나를 쳐다봐. "그렇네요, 귀여운 여자아이려나요." 얜 또 왜 이래. 그렇게 말하며 아이가 지어보인 미소는, 어딘지 모르게 섬뜩했다. 다른 사람이 봤으면 아름다운 미소다-아니 애새끼가 아름답긴 개뿔, 귀엽다-라고 생각했을 미소지만.... 내가 보기엔 아니었다. 어딘지 모르게 소름 돋아. 온몸의 털이 곤두섬과 함께 소름이 돋는 것을 느끼며 난 눈을 돌려 아이의 시선을 피했다. 젠장, 이건 또 뭐야. 왜 이러는 거야.
이름없음 2018/08/21 11:56:56 ID : TWmLcJTWo1z
9화: 초등학교에 갑니다 다행히도 자기소개 이후로 그 공주님과는 접점이 없었다. 대화는 커녕 눈을 마주칠 일도 없었다. 흠, 그때의 그 미소도 그냥 기분탓이었던 걸까. 그런것치고는 기분이 좀 묘하긴 했다. 내 감은 틀린적이 없어. 자랑은 아니지만 난 사채업자 부모님 밑에서 자라면서, 사채업 일을 했다. 그것도 불법. 적정한 선타기와 뛰어난 감이 있지 않으면 잡혀도 진작 잡혔어. 그 외의 유치원 생활이야 뭐... 4살베기 애기들이 뭘 하겠어. 그냥 대충 숫자랑 국어 쪼끔 배우고 나머지는 그림 그리거나 책 읽거나 하면서 노는거지. 사실 지구랑 환경이 너무 똑같아서 놀랐다. 아니 지구인건가. 왜 가끔 이런거 나오잖아, 평행세계. 재미위주로 그러한 판타지 소설은 많이 읽었지만 물론 그런걸 믿진 않았다. 평행세계라니. 하지만 환생? 빙의?를 한지도 벌써 4년이 지났는데 아직까지 꿈이라고 현실도피 하기도 뭣하고. 랄까 난 진짜 뭘 한걸까. 환생이라고 하기에는 시기가 애매하다. 대충 6개월? 정도 아기의 몸에서 의식을 되찾았다. 그렇다며 다시 "태어났다"고 보기에는 애매하다. 그럼 빙의? 하지만 그것도 자살한 사람이? 그것도 아예 다른 세계의 아이한테? 내가 뭐 전에 무당도 아니었는데? 환생을 했다고 하기에도, 빙의를 했다고 하기에도 뭣한게 지금 나의 상황이었다. 적어도 지금 내 상황을 자세히 알아야 이 모든 일의 원인이라도 알아낼수 있을텐데. 하늘이 내린 벌이라고 하기엔 난 지금 너무 잘살고 있다. 또한, 지금의 난 정신은 천예성이지만 몸은 엘렌이다. "엘렌"의 엄마들이 아이가 힘들어한다는걸 알면 어떤 반응을 보일가. 본인들이 더 힘들어하겠지. 남들을 나보다 더 괴롭게 하는건 이제 사절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내 전생의 과오를 잊고 살아갈 생각도 없다. 그런 생각은 자라가면서 차차 하도록 하자. 난 아이들에게 둘러쌓여 있는 금발의 공주님을 한번 힐끗 보았다. 내 감이 말해주고 있다. 저 아이, 피해야 한다. 조심해야 해. . . .
이름없음 2018/08/21 12:00:21 ID : TWmLcJTWo1z
. . . 사실 상기해낸다거나 추억에 젖는다고 할만큼 유치원에서 한 일은 없었다. 다만.... 초등학교는 가든 초등학교가 아니라 다른곳으로 가게 되었다는 점? 나도 자세한 이유는 듣지 못했다. 애초에 초등학교 입학도 안한 애를 붙잡고 이것저것 설명하는 것도 웃기니까. 뭐, 아마 그냥 계약기간이 다 되어서 이사를 가야하는게 아닐까-하고 그냥 때려맞춰본다. 아님 말고. "엘렌아...." "왜." 릴리 요것은 유치원 생활 내내 나한테서 떨어질 생각을 안했다. 거 신기하게도 계속 나랑 같은 반이었고. 그보다 내가 이제 8살이라니. 벌써 4년이 지난건가. 사실 너무 건너뛰는 듯한 기분이 들긴 하지만 뭐... 그만큼 특이한 일이 없었다는 거니까." "나 잊으면 용서 안한다!" "안 잊어." 아니, 못 잊어. 너같이 거머리 같은 사람은 내가 또 처음 보거든. "어느 초등학교에 가는거야?" "뭐더라. 새롬 초등학교?" "헤에~ 다음에 또 만날수 있었으면 좋겠다." 난 그 말에 대답을 하지 않았다. 난 별로 널 다시 만나고 싶은 생각은 없단다? 하지만 누가 말했지,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사채업 일 하면서 그런건 다 개소리라고 생각했는데... 어린애의 몸으로 편하게 살다보니 또 그게 바뀐듯 하다. 나도 풀어져서 문제야 아주. 뭐, 다시 만날 일은 없겠지. 애초에 전학을 가거나 오는 경우가 거의 없으니까.
이름없음 2018/08/21 12:06:16 ID : TWmLcJTWo1z
"뭐... 인연이 닿으면 만나고 아니면 못 만나겠지." "닿을거야!!" 너 지금 내 말 알아듣지도 못했잖아. 뭐 그래도 확실히 얘 주위에선 편하긴 했다. 주위 어른들이나 선생님들 사이에서 해맑은 어린아이인척 하는거, 사실 진짜 힘들었거든. 적어도 얘 앞에선 그런건 없었으니까. 난 대충 인사를 받아준뒤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엄마들을 향해서 걸어갔다. 뛰어가 줘야 하는건가. 뭐 아무렴 어때. "엘렌아~ 인사는 다 했어?" "응...." 괜히 시무룩한척 연기를 해준다. 좋아하는 기분을 그대로 드러내주면 안되겠지? "괜찮아~ 거기 가서도 새로운 친구들 많이 사귈수 있을거야~ 우리 엘렌이가 얼마나 이쁘고 착한대!" 욱씬. 마음 한켠이 저려오는것을 느낀다. 마리 엄마도 그렇고, 줄리 엄마도 그렇고... 두 사람이 보는건 "엘렌"이지 "천예성"이 아니야. 뭐 그야 당연하다면 당연한 거다. 정신나이로만 따지자면 내 나이 이제 31살이다. 37살에 35살인 엄마들한테 어리광 부릴 생각도 없다. 내가 이런 감정을 느끼는건 단순한 죄책감이다. 희망과 행복으로 가득차야 할 아이의 몸을 내가 꿰차고 있다는것, 그리고 이 두 상냥한 엄마들의 아이가 나라는 점. 미안하고 미안해서 어떻게 해야할지를 모르겟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받아보는 사랑에 처음에는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좋아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에게 그런 자격은 없으니까. 실컷 남을 때리고 짓밟아놓고, 이제와서 이쁨 받으면서 행복하게 산다니. 천예성, 네가 그러면 안되는 거잖아. 난 엄마들의 손을 잡고, 겉으로는 우울한 척을 하면서 속으로는 자해를 하고 있었다. 그래, 신이던 악마던, 내가 전생에 한 일을 봐왔으면, 적어도 나보고 행복하게 살으라고 이 세계에 날 던져놓지는 않았겠지. 그러니까, 조금만 더 살아보자. 난 어차피 함부로 죽을수도 없으니까. 양 옆에 미소를 지으며 내 보폭에 맞춰 걸어주는 엄마들을 보면서 생각했다. 인생 정말 X같구나-라고.
이름없음 2018/08/21 12:19:40 ID : TWmLcJTWo1z
10화: 엄마의 슬럼프 이사하기 전에는 알지 못했지만, 우리가 이사를 한것은 엄마들의 직업 때문이었다. 소설가와 일러스트레이터가 무슨 사정으로 잘 살던 곳에서 집을 옮겨야 하는지 생각해보았는데, 답은 하나였다. 슬럼프. 마리 엄마가 너무 덤덤하게 있어서 몰랐지만 엄마는 슬럼프가 온 것이다. 소설가가 글을 쓰지 못한다면 돈을 벌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 줄리 엄마도 다른 사람들의 요청대로 그림을 그려주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마리엄마의 소설에 들어갈 그림을 그려주던 거였다. 게다가 줄리엄마는 일러스트레이터를 제대로 직업으로 삼았다기 보단-아니 직업이지만-그저 마리 엄마를 옆에서 도와주고 그림을 그리는게 즐거워 겸사겸사 하는 거라고 하니. 그런데 마리 엄마가 슬럼프가 와서 급 일을 못하게 되었다면 줄리엄마의 일거리도 거의 반 이상이 줄어드는것이 당연했다. 그렇다고 두 사람다 손 놓고 일을 안 할수는 없으니 급한대로 주변에 아는 사람의 도움으로 사무직 일을 구하게 되었는데, 그 회사가 가든 교육기관이 있는 곳과는 위치가 좀 떨어져 있었다. 밤에 엄마들이 몰래 하는 얘기를 엿듣고 알아낸 사실이다. 사실 나야 어찌되든 상관없지만 마리엄마가 슬럼프라니, 좀 충격이랄까. 딸내미 앞에서는 언제나 당차고 자랑스러운 엄마로 남고 싶었던 건지 전혀 그런 내색이 없었으니까. 뭐 그래도 하는 말을 들어보면 엄마가 아직 소설가로써의 직업을 포기한건 아니란다. 엄마랑 연이 있는 출판사도 엄마의 재능을 알고(몰랐는데 엄마가 꽤 유명한 소설가란다), 놓치고 싶지 않았던건지 정인건지, 언제든지 돌아와 달라고 했다고 했다던데. 그런걸 보면 확실히 대단하긴 한것 같다. 나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대충 학교에 갈 준비를 마쳤다. 그래 학교. 오늘부터 난 초등학생이다. 벌써부터 헷갈릴것 같아. 1 + 1 = 2라던가 이런 계산은 다르지 않다. 하지만 좀... 그렇잖아? 로마의 수도 파리라니. 지리적인거나 사회적인건.... 내가 천예성일때랑은 너무 달라서 뇌가 정보를 처리하지 못할지도. 여기 애들은 그것"만" 배웠고 그게 당연한 것인걸. 그렇게 자라왔으니 헷갈릴 일도 없다. 하지만 난 아니다. 난 23년이란 시간동안 천예성의 삶에, 천예성이 배우는 지식들에 익숙해져 왔다. 그곳의 지리, 법, 아니, 뭐가 됐든. 근데 이제 와서 "엘렌"으로써 지금까지의 상식을 완전히 뒤엎는 정보들을 나보고 처리하라고 던져준다면... 난 아쉽게도 정신병자에 머리가 그리 좋은 편은 아니기에 힘들지도 모른다. 바보-까지는 아니지만 천재도 아니고, 그냥 평범하달까. 나는 속으로 한숨을 푹-쉬고는 줄리 엄마와 마리 엄마의 손을 잡고 학교로 향했다. 듣자하니 오늘은 첫날이니 데려다 주지만 앞으로는 일 때문에 어려울 거라고-아니 그렇게 미안한 표정 짓지 마. 그렇게 먼 거리도 아니고, 끽해봐야 걸어서 15분, 빨리 걸으면 12분 남짓하는 거리인것을. 그것도 초1짜리의 걸음으로 걸어서 그렇지, 평범한 성인여성의 걸음걸이로는 7분도 채 안되는 거리다. 나는 대충 교문에서 인사를 해준뒤 운동장 내를 가로질러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뭔가 예감이 안좋단 말이지. 내가 천예성이란 이름을 달고 살고 있었을때, 불법 사채업자로 일하고 있었을때, 가끔 경찰에 걸릴뻔한 일이 몇번 있었다. 물론 아버지가 높으신 분들에게 돈만 좀 쥐어주신다면 빠져나올수야 있었겠지만 알려져서 좋을건 없지. 그러니 당연하게도 우리는 언제나 경찰을 피해다녔다. 불법 사채업자치고 경찰이랑 친한 사람 봤냐고. 뭐 아무튼. 근데 그럴때 나의 감은 언제나 나를 살렸다. 아니 살린게 맞는걸까.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들어 애들을 철수시키거나 잠시 몸을 사리고 있자면, 언제나 그 주변에 경찰이 나타났다. 어렸을때부터 보고 자란게 있기 때문일까, 감 하나는 뛰어났었다. 안 좋은 쪽으로 써서 문제였지. 아무튼. 지금 내 감이 말해주고 있었다. 이곳은 위험하다고. 아니 이"곳"이 위헌한지는 모르겠지만, 어찌됐건 무언가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불길해. 하지만 지금의 난 천예썽이 아니야. 도망칠수 없어. 아니, 도망치는게 맞는걸까. 어떡하지.
이름없음 2018/08/21 12:26:23 ID : TWmLcJTWo1z
여러 고민을 하고 있노라니 결국 선생들이 나타나 아이들을 한곳으로 일렬로 세우고 교장 선생님이 연설을 시작했다. 원래 이런건 반배정 해준 다음에 하는거 아니야? 아닌가? 초등학생 때의 기억은 이미 저 뿌연 안개속 너머에 위치해 있었다. 뭐 중요한 거라고 그 안개속을 더듬거리면서 굳이 초등학생 때의 기억을 찾을 생각도 없고. 그보다 연설은 좀 빨리 끝내주면 좋겠네. "에-마지막으로-" 순간 깊은 빡침이 몰려왔다. 왜 이건 어딜 가나 똑같은걸까. 희망 고문도 아니고, 마지막이면 제발 마지막으로 끝내면 안되는 걸까. 난 속으로 겨우 이런거에 빡쳐하면서 혼자 속으로 이것저것 아무말 대잔치를 벌이고 있는 나는 역시 병X이라고 생각하며 피식 웃었다. 그래, 역시 난 병X이야. 천예성일때는 몰랐다. 주변에 하도 정신 이상자들이 많았으니까. 아니, 알았지만 굳이 그 사실을 되새김질 하며 자학하는 취미는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정상인들 사이에 꼽사리 끼어 있으니까 확실히 전과는 다른 기분. 내가 정말 부정할수도 없을만큼 정신이상자라는 사실을 실감하며 또 뭐가 웃긴지 웃음을 흘린다. 실컷 자학을 한뒤에 "그래 난 정신병자야." 하면서 웃는 미친놈이, 이 세상에 나 말고도 더 있을까. 있다면 한번 만나보고 싶네. 조금 더 크면 정신병원이라도 찾아가 봐야 하려나-아니 됐다. 이대로 살지 뭐. 정신병자라고 연기를 못하는 것도 아니고. 적어도 천예성일때는 이렇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지는 않았던것 같은데, 요즘 계속해서 아무말 대잔치 중이다. 뭔가 의식을 붙잡지 않고 있었더니 그냥 의식의 흐름대로 아무 생각이나 하는 중이랄까. 괜히 또 즐겁다고 웃다가, 뭐가 그리 서러운지 또 울고, 그러다가 부모님의 원수라도 본 양 노발대발하며 화내고, 그러다가 급 자학을 시작한다. 아 물론, 겉으로 표출은 안하지만. 뭐... 그리고 언제나 끝은 내가 정신병자라는 사실을 의식함과 동시에 나 자신을 비웃는것. 내가 생각해도 난 좀 이상한 놈인것 같아. 아, 교장 선생님의 연설이 드디어 끝났네, 지루했어. 내 주위에서 시선이 느껴지는데, 하긴. 교장 선생님의 지루하디 지루한 연설중에 갑자기 누군가 피식 피식 웃어대는데 그야 이상하겠지. 하지만 뭐, 집도 아닌데 연기를 해야할까. 해야하나? 어쩌지-나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을 굳이 잘라낼 생각도 하지 않고 그냥 선생님의 인솔아래 배정된 반으로 향했다. 1-B.
이름없음 2018/08/22 07:29:34 ID : TWmLcJTWo1z
11화: 선물이 움직이는데 이건 또 뭘까 배정된 반으로 가고 나의 개같은 하루는 시작되었다. 모든 초등학교가 그렇듯, 담임이 들어와 간략하게 자기소개를 한뒤 돌아가면서 아이들에게 소개를 시킨다. 참고로 난 교실 맨 뒤의 구석자리에 앉았다. 선생이 뭐가 좋다고 앞에 앉아. 그렇다고 문쪽에 앉으면 그건 그거 나름대로 귀찮다. 수업 중에 대충 창밖에라도 보고 있으면 되니까 난 이 자리를 선정했다. 난 대충 유치원때랑 비슷하게 이름과 취미 정도를 말했다. 좋아하는건 변하지 않았어. 책 읽는거. 다행히도 엄마가 작가라 그런지 집에 책은 많았다. 뭐 어디 저택의 도서관 이런 수준은 아니었지만 그냥 평범한 가정집 치고는 많은편. 간략하게 소개를 마친뒤 서로 알아가는 게임, 이딴걸 했다. 이거 왜 하냐 진짜로. 나는 궁시렁 거리면서 의욕 없이 참여했고, 쉬는시간, 당연하게도 모든 아이들이 분주하게 친구를 만들려 하고 있었다. 날 제외하고는. 이미 친구가 된 아이들도 있는듯 하고. 뭐 하긴, 유치원에서 드디어 초등학교로 넘어왔다. 모르는 얼굴 투성이에 모든게 새롭겠지. 난 그냥 집에서 가져온 책이나 읽어야겠다-하고 책을 꺼냈는데, 나의 독서를 방해하는 자들이 나타났다. "저기..." 뭐야, 왜 말 걸어. "그, 우리랑 같이 구슬치기 할래?" "아! 아니면 우리랑 보물찾기 하자!" "말뚝박기는 어때?" 하? 무심코 창밖을 내다보니 벌써 운동장 한가운데서 놀고 있는 아이들이 눈에 들어온다. 겁나 빠르네. "미안하지만 사양할게." "사, 사양....?" 아, 초1이면 사양이란 단어를 모르겠구나. "아 음... 권유는 고맙지만 난 책을 읽고 싶어서." "권유...?" 자꾸 초등학생의 지능에 맞춰 얘기를 해야한다는걸 까먹는다. "..... 물어봐 준건 고맙지만, 난 책을 읽고 싶어서." "아, 그, 그렇구나.... 엘렌은, 어려운 단어를 많이 아네!" "별로 어렵지는... 않아." "으음... 뭐 아무튼! 그래도 혹시 우리랑 놀고 싶어지면 언제든지 나와!" "응 고마워." 뭐 적당히 이 정도로 해둘까. 물론, 내가 밖에 나갈일은 없을거다. 적어도 얘네랑 놀기 위해서라면. 하지만 굳이 쌀쌀맞게 애들을 처낼 필요도 없지. 아니, 이미 쌀살 맞았으려나. 뭐 그래도 적어도 이렇게 해두면 나중에 필요할때 가서 말을 걸 정도는 되겠지.
이름없음 2018/08/24 13:04:29 ID : TWmLcJTWo1z
사실 난 애들이 권유를 해왔을때, 잠시 고민했다. 천예성으로써 살아갈 것인가, 아니면 엘렌으로써 살아갈 것인가. 고작 초등학생 아이들한테 같이 놀자고 권유를 받은것 뿐이었지만 나에겐 나의 정체성을 정체시킬수 있는 중요한 문제였다. 마리와 줄리... 가 신경쓰이는 것도 있지만 사실 난 그냥 이 아이의 몸에 빙의했다는 쪽으로 생각중이다. 그도 그럴게, 환생이면 완전 신생아, 그러니까 막 태어난 아기일 때부터 기억이 이어져야 한다. 하다못해 1달 안팎. 하지만 나의 기억은 생후 6개월 이후부터 이어졌다. 그 6개월간은 적어도 이 아이의 몸에 나의 의식은 없었다는것. 아무리 아이라고 해도, 의식, 그러니가 자아가 없을수는 없다. 그러니까 결과적으론 내가 누군가의 몸을 빼앗은게 되는건데... 혹시 누가 알아, 나의 의식이 사라지고 이 몸의 본 주인이 돌아올지. 혹시 그때 친구 하나 없이, 다가오는 사람들을 전부 쳐내는 쌀쌀맞은 년이라고 인식되고 있어도 곤란해. 이런 생각을 했지만 역시... 그냥 내 편한대로 하기로 했다. 뭐, 이 몸의 본 주인이 실제로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거고. 있다고 해도 돌아올수 있을지 어떨지 모른다. 게다가 의식이 돌아왔다고 쳐도... 어차피 그때까지 엘렌의 몸으로 살아왔던건 "엘렌"아니다. "천예성"이지. 그러면 내가 뭘 하던 소용이 없겠지-하는 사고에 도달한 나는, 그냥 적당히 쳐내기로 했다. 굳이 욕하면서 타인을 멀리할 필요가 있는것도 아니고. 아, 책을 읽으며 생각에 잠겨있다보니 쉬는 시간이 끝났는지 아이들이 반으로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 이후는.... 어차피 초등학생 1학년 1학기의 첫날이다. 뭘 하겠어. 그냥저냥 남이 하는 말은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며 앞으로의 일을 어떻게 해야할지에 대해서 고민했다. 나에게 있어선 이 반의 아이들과 무슨 동물을 좋아하는지에 대해 토론하는것 보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가 중요하니까. 당연한거 아니야? 정말 생산성 없는 하루. 나쁘지 않아. 학교가 끝났더니 마리 엄마가 기다리고 있었다. 아니, 일은 어쩌시고 이런 누추한 곳까지 행차하신거지. 아니, 비꼰건 정말로 아니다. 진심이다.
이름없음 2018/08/24 13:10:18 ID : TWmLcJTWo1z
"엄마 일은?" "오늘은 빨리 끝냈지~ 집에 가자, 우리 엘렌이를 위한 선물이 있어요~" "우와 선물? 뭐야 뭐야?" "미리 알려주면 재미없잖니? 궁금하면 빨리 가자!" "칫. 지금 알고 싶단 말이야!" "후훗, 빨리 가자!" 아 역겹다. 난 왜 나이를 30살도 더 쳐먹고 이런 짓을 하고 있는가. 죽었을때가 23살이었는데 지금 엘렌으로써 8년을 더 살았.... 하..... 그래, 환생이니까, 아니 빙의니까. 아무튼 지금의 난 천예성이 아니니까, 무효화 시키자. 그보다 저 "우리 엘렌이" 좀 그만둬 줬으면 좋겠는데. 어쩔수 없나 집으로 엄마랑 장난을 치며 오고 있던 도중, 생각이 들었다. 선물이 있다 그랬지? 그래봤자 초등학생 꼬맹이니까.... 뭐 색연필? 크레파스? 인형? 이 정도겠지 뭐. . . . 그렇게 생각하던 나는 집에 오자마자 맞닥뜨린 줄리엄마와 한 상자에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지 잠시 고민했다 포장도 되어있지 않은 평범한 상자. 게다가 작은데. 두 사람, 왠지 엄청나게 흐뭇한 미소 짓고 있고. 상자의 내용물을 확인하려 다가가서 손을 뻗었는데, 덜컹-하고 상자가 움직였다. 아니, 잠시만. 도대체 선물로 뭘 준비한거야. 왜 선물이 움직이는거죠? 왜죠?
이름없음 2018/08/24 20:51:15 ID : PilxzXvA5ap
애완동물인가
이름없음 2018/08/29 12:04:39 ID : TWmLcJTWo1z
12화: 고양이 새끼 선물이 움직였다. 눈에 띄게 당황한 나를 보더니 머리 위에서 쿡쿡대며 웃는 소리가 들린다. 저 반응을 보니 원래 움직여야 하는 거겠지. 아니 방금 한 생각은 좀 많이 병X 같지만서도. 나는 조심스럽게 상자를 열었다. 안에는... [먀아-] ......... 고양이? 몇달도 채 안되어 보이는, 새끼 고양이가 있었다. 등쪽은 오렌지 색에 절묘하게 갈색이 섞인듯한 색깔의 윤기나는 털들이 뽀송뽀송하게 자라있었고, 배와 다리는 하얀 털로 뒤덮여 있었다. 난 고양이, 아니 동물과는 전혀 연이 없는 사람이다. 23살이 될때까지 그 흔하디 흔한 금붕어 한마리 안 키워봤으니까. 상자가 움직였을 때보다도 당황한 나는 순간 반응을 하지 못하고 굳어있다가- "우와! 고양이!! 엄마! 고양이!" -그래, 엘렌 행세는 해줘야지. 나는 고양이를 상자에서 조심스럽게 꺼내들었다. 부드럽네. 엄마들은 뭐가 그리 좋은건지 나와 고양이를 내려다 보면서 계속 후후-하고 웃는다. 아이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로써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만. 엄마들은 나보고 고양이랑 놀고 있으라고 하면서 슬슬 장을 보러 가겠다고 했다. "같이 갈래?" "아니 고양이랑 놀래!" "그래." 너무 쉽게 허락해줘서 좀 얼떨떨하긴 했지만, 뭐 요 앞 슈퍼에 잠시 나가는 거니까. 딱히 8살짜리 아이를 잠시 집에 혼자 둔다고 해서 큰일이 나진 않을 것이다. 아마도. 엄마들이 나가고 나는 웃으며 손을 흔들어준뒤-잽싸게 고양이를 품에서 내려놓았다. 저 따뜻함이, 부드러움이, 참을수 없을 정도로 불쾌했다. 난 동물과 연이 없다. 동물을 싫어하거든. [먀아-] "시끄러워." 고양이는 뭔가가 불안한지 상자 속으로 도로 들어가려고 애썼다. 자기 몸의 몇배는 되어보이는 상자를 낑낑대며 올라타려는게 어딘지 안쓰러워서 대충 뒷덜미를 잡아서 상자에 넣어버렸다. 이것도 못 넘고, 고양이 실격이야 너. 상자에 넣어주자 고양이는 구석에 몸을 말고 가만히 누웠다. 난 잠시 고양이를 내려다 보다가 책가방에서 책을 꺼내 들었다. . . .
이름없음 2018/08/29 12:10:14 ID : TWmLcJTWo1z
. . . 저녁 6시, 마리 엄마가 만든 저녁을 먹기 시작했다. 엄마는 요리도 잘해, 못하는게 뭘까. "엘렌아." "으응?" "고양이 이름, 뭘로 하고 싶어?" "음....." 그러네, 생각해본적 없다. 뭘로하지, 계속 고양이라고 부를순 없고. 대충 이 나잇대의 애들이 할만한 대답을 골라야 한다. 꾸꾸...는 강아지 이름이고. "미미!" "미미? 그게 좋아?" "응 미미!" "그래 그럼 미미로 하자~" 미미. 왜 미미인가 싶겠지만... Mimi. 단순히 불어로 "귀엽다"라는 뜻이다. 동물을 싫어한다고 해도 귀엽다-라는거 정도는 알수 있다. 한자로 하면 미미는 매우 좋은 맛 정도가 되겠지만. 뭐... 그런뜻은 아니니까. 뭐 그래, 확실히 귀엽긴 귀엽다. 내가 쟤한테 정붙일 일이 없을것 같아서 그렇지. . . . 다음날, 고양이는 여전히 반응도 없고 상자가 마음에 든건지, 아니면 밖이 무서운건지 나올 생각도 안한다. 나야 편하지만. 고양이 상자는 내 방에 놓기로 했다. 싫은데. 엄마들은 날 급하게 준비시킨뒤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회사로 출근했다. 아마 저녁쯤에나 돌아오신다는듯 한대. 나야 뭐 정신연령이 이미 성인이라 상관없지만 내가 정말 애였다면 어떨까 싶은데. 물론 상황이 상황이다만, 8살짜리 아이를 장시간 혼자 방치해 두는건 좋지 않잖아. 내가 아이들과 관련이 없다 해도 이 정도는 안다고. 뭐... 상관 없나. 대충 책가방을 챙겨서 집을 나선다. 오늘도 어제와 별로 다른 점은 없었다. 나한테 아이들이 다가오고, 난 쳐낸다. 그리고 선생님 말씀을 흘려듣는다. 그리고 집에 왔다. 응, 정말로 별거 없었다. 집에 돌아와 내 방으로 들어가 바닥에 내 가방을 대충 아무렇게나 던져놓았다. 그리고 침대에 대충 누으려는데-웬 고양이 한마리가 내 침대의 정중앙에서 주무시고 계신다. 이 고양이 새끼가.
이름없음 2018/08/29 12:16:38 ID : TWmLcJTWo1z
"야." 내 기척에 고양이는, 아니 미미는 눈을 뜨고 기지개를 편다. 아니 뭔데. 아까 아침까지만 해도 상자에서 나오지도 않았잖아. "나와." 고양이 새끼한테 말을 걸어 무엇 하겠나. 알아먹질 못한건지, 알아듣고도 무시하는건지, 이 조그만 생명체는 나에게 다가와서 몸을 부비적 거릴 뿐이었다. "좀, 비켜봐." 난 대충 침대에 걸터앉아서 고양이가 재롱 부리는걸 감상했다. 내 다리에 얼굴을 막 비비더니 이내 침대에 다시 올라와 내 다리에 앉으려 한다-내려가라. 후. 이래서 동물이 싫다는 거다. 개는 주인이 지를 죽이려 해도 주인을 보고 꼬리를 흔든다지. 물론 얜 고양이지만, 별 다를바 없어 보인다. 그래, 이게 싫다는 거야. 이 아이의 눈동자는 오롯이 나만을 담아내고 있다. 나의 눈동자는, 아니 인간의 눈동자는 살면서 무수히 많은 것들을 담아낸다. 지금 내 눈앞의 이 아이처럼 한번에 한개씩만 담아내는것도 아니다. 거기다 사람은, 사람의 눈은, 마치 소나기 내리듯이 담아냈던 것들이 금방 씻겨져 나간다. 그에 비해 이 아이는 평생토록, 자기 삶이 다하는 그날까지 한 사람만을 담아내겠지. 그 맹목적인 애정, 그 관심, 그 사랑, 나에게는 부담일 뿐이다. 돌려줄수가 없으니까. 설령 상대가 보답을 바라는게 아니라 하더라도. 싫다고, 그런 감정. 이 아기 고양이는 경계심이 없는건지, 이제 적응 기간이 끝난건지 아주 내가 지 엄마다 엄마. 아니, 저리 가라고. [먀아...] "하... 귀찮게." 난 결국 책상으로 가 의자에 앉아 어제 못다 읽은 책을 꺼내들었다. 침대에서 버림받은 듯한 눈으로 날 보고 있는 녀석의 시선이 신경쓰였다. 그렇게 보지마. 짜증나니까. 마치 내가 널 버린것 같잖아. 그냥, 밥주고 똥 치워주고 털 정도는 빗어줄게. 엄마들도 내가 그러길 원할테니까. 하지만-그 이상은 넘어오지마. 사람이든 동물이든, 날 그런 눈으로 보지 말란 말이야. 어차피 내가 돌려줄수 있는건, 상처와 절망 뿐이니까. 난 사랑과 애정따위, 되돌려줄 능력도 없고, 방법을 모르니까. 1 + 1의 수학공식의 답도 모르는 아이한테, 2 X 2를 풀어보라 그러면, 그 아이는 당연하게도 멘붕에 빠지겠지. 당황하겠지. 바로 지금의 나처럼.
이름없음 2018/08/29 12:24:20 ID : TWmLcJTWo1z
13화: 그대의 개소리에 경의를 고양이와 앞으로의 일 때문에 잠시 현재의 일을 내버려 두었더니 큰일이 되었다. 하.... 미래의 일따위 내가 생각한다고 어떻게 될 일이 아닌걸 괜히 일 냈다. 그냥 지금의 초등학교 생활에나 집중할걸. 이게 무슨 일이냐, 간단히, 긴 이야기를 짧게 요약하자면, 난 지금 왕따를 당하고 있다. 그냥 은따, 공기 취급 이런게 아니고, 실내화를 빼앗기거나, 물건이 사라져 있거나, 기타 등등. 자꾸 놀자는 권유를 거절했다. 아이들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심어줬다. 그래도 뭐, 1학년때까지는 괜찮았어. 그냥 무시하면서 지냈다. 하지만 3학년 즈음 되자 그게 또 아니었나 보다. 그리고 5학년이 된 지금도, 그 괴롭힘은 계속되고 있다. 하긴, 계속해서 권유를 거절하고, 혼자 구석에서 맨날 책이나 읽으면서 있으면, 잘난척 하는것처럼 보일수 있겠지. 맨날 책만 읽고 수업에 제대로 참여도 안하는 아이가 성적은 좋다. 뭐, 이거야 당연한 거지만. 내가 아무리 천재가 아니었어도, 세계가 달라져도, 겨우 초등학생이다. 이걸 딱히 전전긍긍하며 숨길 생각도 없고, 그냥 당분간은 대충 머리 좋은 아이로 밀고 붙여도 되는 것이다. 아무튼 그래서 처음엔 단순히 날 무시하는 것으로 시작했었다. 하지만 좀 지나면서 물리적으로 바뀌어갔다. 화장실에 갔다 왔더니 내 필통이 사라져 있다던가, 나한테 와서 시비를 건다던가. 처음엔 남자애고 여자애고, 나한테 시비를 걸면 그냥 맞받아쳐줬다. 내가 굳이 왜 얘네들한테 당하고 있어줘야해? 처음엔 말빨로, 그러다가 날 치려 그러길래 천예성일때 배웜거은 호신술을 쓰기도 하고 그랬다. 그걸 여기서 쓸줄은 몰랐지만. 환생했다고 해서 전에 배운 것들이 어디에 가는게 아니다. 물론 연습을 안했으니 쓸때 어색했지만.. 자랑은 아니지만 꽤 오래 불법 사채업 일을 하면서 나도 내 몸 정도는 쉽게 지킨다고. "씨 너... 맨날 책만 읽고 있는게 무슨 힘이 이렇게 쎄냐?" 이건 또 뭔가. 바로 방과후에 나에게 시비를 걸다 거꾸로, 나에게 팔을 등뒤로 잡혀 옴짝달싹 못하고 있는 남자아이의 불평이지 뭐긴 뭐야. "그러게, 넌 맨날 나가서 노는데, 왜 이렇게 약해?" 꼬마야, 세상은 냉정한 거란다. "뭐?! 너...." 분한지 애가 이를 아득바득 간다. 그보다 얘 이름이 뭐더라. "하아... 왜 이렇게들 나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지 모르겠네. 저기, 내가 너네한테 뭔가 했어? 그냥 조용히 책을 읽고 있었을 뿐이잖아. 그냥 신경 좀 꺼주지?" "그래! 기분 나쁘다고! 맨날 책만 읽고 있잖아! 말도 안해, 놀지도 않아. 무슨 귀신이냐?" 무슨 개논리야 이건 또. 쌈박한 개소리를 정말 열정적으로 해주길래 속으로 박수를 쳐주었다. 그래 너 짱먹어라. 뭐 그렇지, 왕따시키는데 정당한 이유따위, 있을리가 없지. 중고딩도 그딴 이유가 없거늘, 초딩한테서 논리적인 이유를 찾으려 했던 내가 빙신이구나.
이름없음 2018/08/29 12:33:18 ID : TWmLcJTWo1z
"뭔 개소리야." 난 나의 허탈함을 감추지 않고 그대로 내뱉었다. "뭐? 귀신이냐고? 책 읽으면 귀신이야? 그러면 너는 귀신이 될때까지 책 좀 읽어야겠다. 지능이 너무 딸린다고 생각하지 않니?" "너.. 공부 좀 잘한다고 잘난척 하냐?!" "응." 꼬우면 공부를 하던가. 이게 뭐하는 짓인지. 난 슬슬 이런 개논리나 뱉어내는 꼬맹이를 상대해주기도 귀찮아서 잡고 있던 팔을 놔버렸다. 팔이 세게 잡혀있던 탓인지 꼬맹이가 거의 떨어져 나가서 바닥에 그대로 엎어진다. 하... 괴롭힘이고 뭐고, 귀찮다고. 일일이 상대해주자니 정말 귀찮아서 뒤지겠고, 그렇다고 상대안해주자니 자꾸 시비 걸어와서 더 귀찮아. 아오, 대충 친한척 해줄걸. "한심해..." 난 그대로 책가방을 챙겨 반에서 나왔다. 초딩들이 원래 저렇게 유치하던가. 아, 쟤네 아직 5학년이지. 내가 5학년때 저랬던가, 아닌것 같은데. 난 뒤에서 뭐라 고래고래 소리치는 애들을 깔끔히 무시해주고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미미가 나를 반긴다. [먀아-] 4년전보다 확실히... 돼지가 됐다. 날 귀찮게 굴때마다 이거나 먹고 떨어지라는 식으로 간식을 하나씩 던져줬더니 저렇게 됐다. "저리가 이 돼지야." [먀!] 어쭈? 알아듣기는 듣냐? 그래서 뭐 싸우자고? 요즘 왜 이렇게 나한테 시비 거는 자식들이 많은지 모르겠다. 고양이랑은... 똑같다. 어떻게 4년 내내 싫다는 사람에게 들러 붙을수가 있는걸까. 그 열정에 내 박수를 쳐주마. [먀아-] 아 귀찮게. "아 좀. 좀 닥쳐봐." 짜증을 한번 팍 내준뒤에 방으로 향했다. 정말 부담스럽게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 4년 내내 싫다는 티를 팍팍 내줬으면 슬슬 포기할때도 되지 않았나 싶은데. 고양이는 분명 사람 별로 안 좋아하고 와서 애교도 안 부린다 그랬던것 같은데. 그 말 한 새끼 나와. 아주 저게 개지 고양이냐. 지가 개새낀지 고양이 새낀지 구분을 못해요. 책가방에서 오늘치 숙제를 꺼내 5분만에 다해버렸다. 쉬워서 괜찮긴 하다만, 난 왜 또 학교를 다녀야 하는걸까. 짜증나네. 특히 수학. 머리를 싸매고 할것도 없다만,(물론 그러면 나의 지능 수준이 걱정되는 정도다만), 그냥 기계적으로 손을 움직여야 한다는 것에 짜증난다. 게다가 적당히 틀려줘야 하고... 노가다잖아 이거. 흠, 숙제를 너무 빨리 끝내버렸나. 책 읽어야지. 책을 읽으면서도, 퇴근한 엄마들을 맞이해 주면서도, 같이 저녁을 먹으면서도, 심지어 씻고 잠에 들때도, 난 알지 못했다. 오늘 내가 한 행동과 언행들이, 평소보다 조금 더 분노로 흥분해버린 나의 이 추악한 감정들을 그대로 내비치는 것이, 어떠한 결과를 초래할지를. 얼마나 더 귀찮은 일을 불러오고, 내가 얼마나 추악한 인간이었는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상황을 만들어버릴지, 난 알지 못했다.
이름없음 2018/09/07 23:00:38 ID : O7cK3SIFhdV
오늘 알게 되서 다 읽었는데 어디갔어ㅠㅠㅠ재밌어!! 더 올려줘!!
이름없음 2018/09/08 14:48:09 ID : TWmLcJTWo1z
헛 미안해..! 좀 바빠서 잊고 있었어.. 금방 다시 이어서 쓸게!! 재밌다고 해줘서 고마워!!
이름없음 2018/09/10 10:21:25 ID : TWmLcJTWo1z
14화: 너 죽고 나 죽을래? 다음날, 학교에 갔을땐 어딘지 분위기가 묘했다. 평소랑 다르게 시비를 거는 아이들도 없었고, 잠시 자리를 비운다고 내 물건들이 사라지는 일은 없었다. 그래서 이상해. 물론 나도 사람이니만큼 그런 상황을 반겼던건 아니다. 하지만 그런 행위들이 갑자기 멈춘다면 불안한건 당연한거 아닐까. 자신을 괴롭히던 학생이 어느날 자신을 가만히 놔둔다면, 그 학생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학생은 과연 기쁨의 풍악을 울릴까 아니면 불안에 떨까. 보통 후자가 아닐까 싶다. 물론 무섭다는건 아니지만. 더욱더 이상한것은, 이게 일시적인것이 아니라 학교가 끝날때까지 아무일도 없었다는 것이다. 뭐지? 어제 그 정도 일로 그냥 포기할 아이들이 아닌데. 겁을 먹은것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애초에 그렇게 세게 팔을 비틀지도 않았고. 설령 세게 비틀었다 해도, 초3짜리의 여자아이가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할수 있겠는가. 거기에 걔네가 내 말을 듣고 "아, 내가 잘못했구나" 하고 반성할리도 없을텐데 말이다. 나의 이런 의문은 방과후, 선생님이 나를 교무실로 부르셨을때 풀렸다. ++++++++++++++++++++++++++++++++++++++++++++++++++++++++++++++++++++++++++++++++++++++++++++++++++++++++++++++++++++++++
이름없음 2018/09/10 10:30:32 ID : TWmLcJTWo1z
++++++++++++++++++++++++++++++++++++++++++++++++++++++++++++++++++++++++++++++++++++++++++++++++++++++++++++++++++++++++++ 교무실에는 어제 나에게 팔이 잡힌 아이, 그 아이의 부모로 추정되는 사람들과 담임 선생님, 그리고... 내 엄마들이 있었다. 이게 뭐야. 내가 의문이 담긴 표정으로 선생님을 바라보자 선생님은 인자한 표정으로 나보고 앞의 의자에 앉으라고 하셨다. 그리고는 나에게 물으셨다: "엘렌아, 혹시 어제 윌이랑 싸웠니?" 쟤 이름이 윌이었냐. 랄까 이건 뭔 소리야. 난 이게 뭔 개소리냐는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윌이 그러더라, 어제 네가 윌의 팔을 붙잡고 심한 말을 했다고. 사실이니?" 아, 그렇게 된 거 였나. 윌의 부모님은 말은 하지 않아도 매우 화난 표정을 짓고 계셨고, 마리와 줄리 엄마는 불안불안한 표정을, 윌은 불만 가득어린 표정이었다. 하... 씨X. 꼬마야, 이래봬도 누나는 그 X같은 세상에서, 불법 사채업자로 23년을 산 사람이란다? 순순히 당해줄거라 생각하냐? 어디 가해자 새끼가 피해자 코스프레 하고 있어. 지가 한 짓은 생각도 안 나나 보지? 아 맞아, 얘 머리 나빴지. 그냥 왕따 당한다고 말해? 사라진 내 물건들과 아이들이 내가 한 모욕적인 말들, 다 말해? 내가 울면서 말하면 들어주지 않을리도 없잖아. 거기다 날 집에 혼자 놔두고 일을 나가시는게 영 불안하셨는지 엄마들은 8살의 어린 나에게 휴대폰을 쥐어주셨다. 녹음과 촬영 기능도 다 딸려있다 이 말이야. 난 혹시 몰라 지금까지 내가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다는 증거를 모아놨다. 물론 어린아이가 괴롭힘을 당하면서 이런 증거를 모아놨다 하면 놀라겠지만... 지금 그게 중요한게 아니잖아? 어쩔가, 꼬마야. 너 죽고 나 죽을래? 어차피 나에게 있어 이 생은 버린 생이다. 엘렌이건 천예성이건, 어찌 되어도 상관 없다고. 하지만 넌? 나는 증거를 보여주자 다짐하며 올려다봤지만 그 순간-마리엄마와 눈이 마주쳤다. 걱정과 신뢰, 그리고 애정이 담긴 눈빛. 우리 딸이 그럴 아이가 아니라는것을 잘 알고 있고, 그를 믿고 있다. 하지만 혹시나 이 일로 내 아이가 상처를 받지는 않을까 하고 걱정하는 눈빛. 그리고 그건 줄리엄마도 똑같았다. 젠장. 이러면 계획이 틀어지잖아. 저 눈을 마주보고, 어떻게 "나 왕따 당해요." 같은 소리를 할수 있겠어. 자기 자식이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한다는 소리를 듣고 좋아할 부모는 없다. 제대로 된 부모라면 말이지. 하.... 그래 할수 있어. 그래도 이 상황은, 충분히 빠져나갈수 있어. 생각해라 천예성. 이 상황을, 무사히 빠져나갈수 있는 변명을 생각해내. 학부모들과 선생님이 모두 만족할수 있는 답변을, 그리고 나 또한 만족할수 있는 답을...! 생각해 내야 한다고. 난 짧은 고민 끝에 당황한듯한 표정을 덧붙이고 입을 열었다.
이름없음 2018/09/10 10:40:48 ID : TWmLcJTWo1z
"선생님...." "왜 그러니 엘렌?" 그리고는-한방울, 두방울, 눈물을 흘려준다. 이 닭똥같은 눈물들은 미처 주체를 하지 못하고 내 눈에서 흘러넘쳐 나의 오동통한 볼을 타고 내 손등 위에 떨어진다. 이곳에서 살면서, 아니 천예성으로써 살면서, 연기는 수준급이 되었다. 미안한데 꼬마야, 나 혼자 죽지는 않을거야. "흐, 흐윽..." 나의 눈물의 교무실의 분위기는 얼어 붙었다. 모두 당황했어. 좋아, 순조로워. "저, 저는..." 나는 눈물을 흘리는 그 사이사이에 말을 이었다. 마치 말을 제대로 하고 싶지만 감정이 북받쳐,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는 듯한 연기. 완벽해. 그리고 손등으로 감정이라곤 조금도 담겨있지 않은 눈물을 훔쳐내며 윌의 표정을 살폈다. 당황, 그리고 공포. 그래, 이쯤되면 본인도 자각하고 있겠지. 내가 여기서 그냥 까발리면 넌 끝이야. 무슨 생각으로 니 부모님께 그딴 말을 한건지는 모르겠지만, 넌 오늘 내가 제대로 손 봐줄게. "울지 말고 엘렌아. 우리 모두 듣고 있으니까 천천히. 괜찮으니까, 알았지?" "흐, 흑... 네에..." 나는 잠시 숨을 가다듬는척, 고개를 양손에 묻었다. 자, 이제 시작이야. 말을 잘 골라야해. 잘못된 단어선정은 독이 될거야. 전체적인건 구상을 해뒀지만 세세한것까지 생각할 생각은 없었으니까 말이지. 자 정신차려 천예성. 잠시 생각을 고른 나는 위를 올려다보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 그게.... 애들이랑 친구가... 되고 싶은데 어려워서..." 쭈뼛 거리며 말을 잇는다. 나의 말에 지금 당장이라도 달려와 날 안고 달래주고 싶어하는 듯한 엄마들의 표정을 애써 무시한다. "그, 그런데 윌이... 윌이 같이 놀자고 해주어서, 정말 기뻤어요! 그랬는데..." 절묘하게 말을 끊어가며 눈치를 살피는 나의 행동에 주변의 공기는 더욱더 무거워지고, 어른들은 차분히 나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윌의 부모님도 마찬가지. 그래, 아무리 자기 자식이 어디가서 맞고 왔다 그래도, 상대는 동년배의 여자아이. 게다가 지금 그 여자아이는 눈앞에서 울면서 "저 친구가 없었어요 엉엉" 선언을 하고 있다. 그야 몰아붙일수 없지. 그 윌도 지금 이게 무슨 소린가-하면서 내 말을 듣고 있으니까. 방금 친구 되기가 힘들었어요-발언은 이제부터 내가 할 말과는 관련성이 전혀 없다. 단지... 동정심을 사려는 발언, 그래, 그것 뿐이야. 친구와 어울리고 싶지만 그럴 용기가 나지 않아 언제나 쭈뼛거리는 여자아이, 그야 불쌍하지 않아? "그런데 친구들이랑 놀다가 그... 티비에서.. 레스리...? 레슬.. 어.." "레슬링?" "아, 네! 레슬링이요." 적절히 순수한 아이의 연기를 해준다. "그걸 봤다고 재밌을것 같다고 해서... 그 사실 아플것 같았는데 윌이.. 되게 재밌을거라고.. 지, 지금까지 윌이 하자고 한건 다 재밌었으니까요! 그래서...." 뒤로 가면서 말을 흐린다. 은근슬쩍 이 모든것을 윌의 탓으로 몰아가는 것도 잊지 않는다. "그, 근데... 제가 윌을 아프게 할 생각은.. 없, 없었는... 흑, 흐윽.." 말을 끝내지 못하고 울기 시작하는 아이의 모습. 이런 아이의 모습에 당황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적어도 초등학교 교사, 혹은 한 아이의 부모라면 말이지. "그, 그래 진정하고..." "그랬는데... 윌이.. 많이 아팠대요? 미안해요.... 흐윽..." 윌을 힐끗 쳐다보며 말을 잇는다. 아이의 표정은 현재 공포를 넘어선 당황으로 일그러졌다. 그야 당연하지. 우린 친구가 된적도 없고, 레슬링을 한적도 없는걸. 이게 무슨 소린가 싶으면서도 낄수도 없겠지. 난 이내 코를 훌쩍거리면서 눈물을 억지로 멈추는척, 감정을 다스리려는척을 한뒤 윌을 올려다 보았다. "그... 선생님." "왜 그러니?" "윌에게, 사과하게 해주세요."
이름없음 2018/09/10 10:46:46 ID : TWmLcJTWo1z
15화: 미친개 "윌에게, 사과하게 해주세요." 나의 요구에 어른들은 서로를 쳐다보더니 이내 다시 나를 내려다보았다. "그럼... 그럴래?" "네! 아 근데... 그..." 손가락을 꼬물거리면서 올려다본다. "따로 밖에서.. 사과해도 될까요...? 아무래도 조금.. 부끄러워서..." 나의 말에 선생님은 어른들끼리 할 이야기도 있으니 그러라고 했다. 됐다. 난 속으로 웃으며 윌을 데리고 교무실 밖으로 향했다. 그리고 교무실 문을 닫기 직전, 어른들의 말소리가 드문드문 들려왔다. "아무래도---어린--문제--없을--" "우리 아들이--엄살---죄송합--" 단편적인 부분만 들렸지만 무슨 대화가 오갔는지는 충분히 유추할수 있었다. 킥. 윌, 넌 나에게 못 이겨. 뛰는놈 위에 나는놈 있다는 속담, 못 들어봤니? 난 윌을 끌고 나와 교무실 문을 제대로 닫았다. 말소리가 들리면 곤란하거든. 난 윌을 보며 빙긋 웃어줬다. "맞아, 생각났어. 너 이름, 윌이었지?" "바, 방금 그건 뭐..." 지금까지 상황파악하느라 입도 못 열었나 보다. "잘 들어 이 미친놈아. 난 지금까지 네가 날 놀리고 내 물건을 뺏어가도 참아줬어. 근데 뭐? 어이가 없어서 웃음밖에 안 나온다." 윌의 표정이 당황 밑 놀람에서 공포로 서서히 물들어갔다. "이렇게 하면 너에게 불리해 질거라는 생각은 안해봤니? 진짜로 책 좀 읽지 그러니?" 점점 창백해지는 얼굴. "내가 거기서 [윌이 저 놀리고 제 물건 뺏어갔어요] 라고 했으면, 어쩌려고 그랬어?" 대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하지만 난 대답을 원한게 아니야. 뭔가 말하려는듯 계속 입술을 옴짝달싹 하면서 가만히 냅두질 못하는데, 말 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 내가 쌓인게 좀 많거든?
이름없음 2018/09/10 10:53:49 ID : TWmLcJTWo1z
"어린애라고 봐줄줄 알았냐? 지랄하지 마." 난 윌에게 다가갔다. 키는 내가 더 작지만... 지금만큼은 내가 더 컸다. "야, 들어가면... 내 사과 받았다고 제대로 말해. 안 그러면... 어떻게 할지 잘 생각해둘게. 그렇네~ 울면서 사실 윌이 절 괴롭혀요~ 라고 말할까? 아니면 어제 했던 것처럼 팔 꺾어줘? 아 맞다! 이번에 꺾으면..." 난 윌의 귀에 대고 조용히 읊조리듯이 말했다. "앞으로는 꺾일 팔 따위, 없게 될 거니까." "!!!" 윌의 표정이 명백한 공포, 마치 살인마라도 본듯한 표정이 되었다. 그러게 왜 가만있는 나를 건드려? "미친개가 왜 무서운지 아니, 윌?" "...?" "앞뒤 안재고 달려들기 때문이야. 사람은 보통 뒷일을 생각하고 행동해. 나에게 불이익이 오면 안되니까. 아, 넌 이런 어려운 말 해도 모르려나. 한마디로1" 난 입꼬리를 한쪽만 비틀어서 조소하는 웃음을 지어준뒤 계속 말을 이었다. "난 앞으로 어떻게 될지, 그딴거 신경 안써. 그러니까... 난 내가 부서지게 되면, 날 부순 사람과 함께 파멸할거야. 같이 부숴줄거란 거야. 뭐... 너도 앞일 따위 신경 안썼던것 같지만? 우리집 고양이가 너보다 똑똑하겠다." 특히 마지막에 한말, 이 말은 120%의 진심이 담긴 말이었따. "자 그럼 들어가자 윌! 우린 같이 레슬링도 하는 친구잖아?" 나는 윌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애가 표정도 창백하니 놀라긴 놀랐나 보네. 손을 잡았더니 거의 기절하게 생겼다. 그러게 날 왜 건드냐고. 원래 미친개는 건드는거 아니야. 이걸로 네가 뭔가 배웠으면 좋겠구나. 난 당당하게 웃는 얼굴로 교무실에 들어갔다. "선생님! 저희 화해했어요!" 어른들의 흐뭇한 미소를 확인함과 함께, 나 역시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내가 겉멋으로 23년을 산게 아니야.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이때, 조금은 자중했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도 그럴게, 잊고 있었거든. 미친개는 앞뒤 안보고 달려든다. 그건 맞아. 하지만 결국 개는 개다. 앞뒤 안재고 달려들다 죽음을 맞이한 개는 널리고 널렸다. 겨우 10살짜리 꼬마가지고, 너무 열을 냈어. 하지만 물론 이 당시의 나는 그저 윌에게 빅 엿을 먹여줬다는 생각으로 하이텐션이었다. 이게 모든 일의 시발점이 되었을 줄이야. 아니지, 이 일은 이미 한참 전에 시작됐었지... 발화점. 그래, 이 일이 어느정도 잠잠하던 바다에 자극을 줬다.
이름없음 2018/09/22 14:30:42 ID : TWmLcJTWo1z
16화: 참아야 하느니라 윌에게 빅엿을 안겨준뒤 나는 다행히도 남은 학교생활을 조용히 할수 있었다. 아이들은 아무도 나를 건드리지 않았고, 특히 윌. 걔의 눈동자는 나를 보기만 해도 공포와 경악에 빠져 사정없이 흔들렸따. 사실 통쾌하기도 했고, 귀찮은것들이 다 나가 떨어졌으니 좋기는 했지만.... 역시 약간은 자중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뭐가 어찌됐든 적어도 엄마들한테는 친구많은 해맑은 아이로 남아있는게 좋잖아? 친구를 만들지 않고 싶다고 해서 엄마들까지 실망시키고 걱정끼치고 싶은건 아니다. 물론 나에겐 너무나도 과분한 사람들이지만. 그런만큼, 더욱더 열심히 해야하지 않겠어? 나에게 이렇게 받아서도 안될 사랑을 퍼주고 있는데, 조금은 노력해줘야지. 뭐 그래서 일주일에 3번 정도는 친구집에 간다거나 학교 끝나고 논다면서 혼자 어디 놀이터에 가서 책이라도 읽다가 집에 늦게 들어가고 있지만. 여간 귀찮은게 아니지만... 뭐 적어도 그 돼지(고양이)를 그 시간동안은 안봐도 되니 긍정적으로 생각할까... 나의 이런 이중적인 생활은, 중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계속 되었다. . . . 그 이후로는 놀라울 정도로 아무 일 없이 지나갔던 나의 초등학교 생활. 드디어 초등학교 6년의 과정도 거치고 난 중학교에 입학하게 된다. 초등학교 보다야 나으려나. 여기 초등학교에 딸린 중학교가 있지만 난 다른곳에 가게 되었다. 이유는 뭐, 엄마가 슬럼프 극복이랄까. 줄리엄마의 훌륭한 내조와 딸인 나의 재롱과(?) 애교로(?) 마리 엄마는 어떻게든 슬럼프를 극복했다. 정확히는 본인이 미친듯이 노력한거지만 뭐 어쨋든. 주말마다 어디 여행도 다니고 전보다 책도 많이 읽고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데로 적어놓고 하는 식으로 죽을 각오로 노력했다고 한다. 보통 이런 방식으로 슬럼프가 극복되는건가? 잘 모르겠지만 여튼 대단해. 뭐 아무튼 다시 슬럼프에 빠지지 않기 위함도 있고, 두 사람의 직업 특성상, 한 장소에만 오래 머무르는 것은 영감을 얻기도 힘들고 해서 자주 옮겨줘야 한다나 뭐라나. 나한테 미안하다 연신 사과를 했지만 난 오히려 이게 더 좋고, 기쁘게 이사를 했다 했는데.... 설마 더 개 같은 생활이 날 기다리고 있었을 줄이야. ++++++++++++++++++++++++++++++++++++++++++++++++++++++++++++++++++++++++++++++++++++++++++++++++++++++++++++++++++++++++
이름없음 2018/09/22 14:38:36 ID : TWmLcJTWo1z
++++++++++++++++++++++++++++++++++++++++++++++++++++++++++++++++++++++++++++++++++++++++++++++++++++++++++++++++++++++++++ 긴 이야기를 짧게 요약해서 말하겠다. 여기 아이들은 내가 나온 초등학교 아이들과 지능수준이 똑같았다. 뭐 그래, 나 또 왕따 당한다고. 한번 왕따는 평생 왕따인건가 왜 이래. 이유는 정말 별거 없었다. 책을 읽고 있어서 귀신 같았다던가, 이런게 아니라, 남자 때문이다. 응, 남자. 이 빌어먹을 중학교는 공학이다. 뭐, 나도 초등학생 때처럼 귀찮은 일을 되풀이 하고 싶은건 아니었기에 이번엔 아이들한테 대충 맞춰주면서 그냥 좀 어른스러운 아이 행세를 하면서 놀고 있었다. 중학생 시절을 바르지 못하게 보낸 나에겐 신선한 경험이기도 했고. 하지만 같이 다니던 그룹의 어떤 한 여자애, 에루라는 이름의 여자아이가 있었다. 에루는 다른반의 어떤 남자애랑 사귀는데, 그 미친놈이 에루가 아니라 내가 좋아졌다고 지랄을 했다. "엘렌! 나 너 좋아해. 나랑 사귀자. 내가 진짜 잘해줄게." "....? 너 에루랑 사귀는거 아니었어?" "맞는데, 그.... 솔직히 에루가 좀..." "에루가 뭐." "아무튼, 난 지금 에루가 아니라 널 좋아해. 에루랑은 깨끗이 정리할게. 그러니까 나랑 사귀자." "너 약했냐?" 난 완강히 거부했지만 이 ㅈ같은 상황은 소문이 났고 결국 조오오오온나 빡친 에루님께서 "이 여우같은 년이! 내 남친을 꼬셔! 친구없이 있는게 불쌍해서 좀 같이 데리고 놀아줬더니!" 와 같은 전형적인 한류 막장 드라마의 대사를 치며 왕따 주동을 시작했습니다. 와아-인생 존나 행복하네. 아니 난 가만히 있었는데 너 남친이 나 좋다고 온거야. 그러니까 내가 진작부터 그런 바람둥이 새끼 차버리랬잖아. 미안하지만 난 걔 이름도 몰라. 아웃 오브 안중, 유 노우? 뭐 내 입장이야 어찌됐든 난 여자애들 사이에서 공공의 적이 되었고, 남자애들은 그걸 노리고 더욱 대쉬했지만 그건 역효과 였습니다-그런 상황에서 "어머나, 내가 이렇게 인기가 많다니!" 하면서 그걸 즐길 미친년이 어디있겠냐. 아니, 있기야 하겠지만 적어도 난 그런 싸이코는 아니라서. 그냥 계속 처냈고 결국 남자애들 역시 "쯧, 잘해줘도 지랄이에요. 아주 지가 제일 잘났지." 라는 대사를 치기 시작했다. 난 가만히 있었을 뿐인데 말이지. 내가 뭘 했던 아니던 결국 난 또 다시 왕따로 전락했다. 인생 참. 아쉽게도 이번에는 맞받아 칠수가 없었다. 초등학생들이랑 다르게 조금 더 폭력적이라. 만약 내가 받아치면 몇명이서 붙어서 패겠지. 그럼 상처가 남을테고... 그럼 엄마들한테 뭐라고 하냐. 지금 상황에선 그냥 얌전히 맞아주는게 최선이었다. 맞을때 일부로 최대한 안 아프게, 상처가 안 남게, 안 보이는 곳에만 상처가 남도록 하는게 내가 할수 있는 일의 전부. 싫어도 어쩌겠나. 아무리 나라도 몇명이 달려들면 이기지 못한다. 천예썽일때야 모르지만 지금은 엘렌. 그때와 같이 따로 운동을 미친듯이 하지 않기 때문에 신체적 스펙이 전생에 비해서 많이 딸린다. 아직 중학생이기도 하고.... 게다가 싸우고 다니면 엄마들 귀에 그게 들어갈텐데 그건 절대적으로 사양이다. 그러니까 참을수밖에 없다. 약하면, 잃을게 있으면, 죽기 직전까지 참아보는 수밖에는 없잖아.
이름없음 2018/09/28 08:23:23 ID : TWmLcJTWo1z
17화: 또 옮기는 건가요 앞ㅎ서 말했듯, 난 이 개같은 중학교에서 왕따를 당한다. 뭐 셔틀을 시킨다거나 하는건 아니고.(요상하게도 말이지) 그냥 보이면 때리고, 욕하고? 사실 매점 셔틀은 거의 왕따의 상징이 아닐까 싶을 정도인데 여기 애들은 이상하기도 하지. 일단 그건 중요한게 아니니까 제쳐두고, 초반에 나는 이 아이들을 원망하기도 했었다. 정말 많이 원망했었다. 인생이 좇같아서. 원망하고, 짜증내고, 속으론 쌍욕을 퍼부으며 화를냈다. 난 아무 잘못도 없는데 왜 내가 이렇게 맨날 맞고 살아야 하는지 이해도 안되었었지만 그건 아주 잠시였다. 난 잘못도 없는데 내가 왜?-라는 답을 원하던 질문은 딱히 아니었던, 그냥 그런 질문. 나는 스스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 애썼다. 그리고 상기해내었다. 난 결국 천예성이다. 이건 벌이다. 지금까지 너무 편하게 살아왔어. 그래서 잊고 있었던 거다. 난 내가 지금껏 받았던 사랑을, 관심을, 행복을, 원래는 누려도 될 자격이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는것을. 난. 나는. 그래. 평생을 고통속에서 울부짖으며 살아가야 하는, 그런 인간이었다. 그런 인간인 것이다. 그래, 어쩐지 너무 쉽게 죽었다 했어. 벌. 이건 벌이야. 하늘이 내게 내린 벌. 남들에게는 고통을 줄대로 줘놓고서는 지 혼자 뒈져버리니, 꽤씸하겠지. 그러니까 이건, 벌이다. 내가 저지른 과오, 잘못, 그리고 죄를 속죄하기 위한 벌. 하지만 절대로 속죄받지 못할, 그런 죄들을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하는 나에게 내려진 벌인 것이다. 그래, 그냥 그런 거야. ++++++++++++++++++++++++++++++++++++++++++++++++++++++++++++++++++++++++++++++++++++++++++++++++++++++++++++++++++++++++
이름없음 2018/10/02 10:30:42 ID : TWmLcJTWo1z
++++++++++++++++++++++++++++++++++++++++++++++++++++++++++++++++++++++++++++++++++++++++++++++++++++++++++++++++++++++++++ ~중2의 엘렌~ "이 씨XX이!" 갈색 머리의 여성이 엘렌의 배를 힘껏 걷어찼다. 그녀는 헉-하고 숨을 들이마쉰뒤 그대로 본인의 배를 붙잡고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다... 다 너 때문이야! 네가 내 남친을 꼬셔서...!" 엘렌은 잔기침을 내뱉으며 바닥을 내려다볼뿐, 그 외의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불과 1년전까지만 해도 엘렌과 친구였던 에루 그녀는, 현재 바닥에 널부러져 있는 소녀를 경멸이 가득 담긴 시선으로 엘렌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그녀의 일행들은 이 상황 자체가 엘렌의 잘못이 아님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입을 열지 못했다. 아니, 열지 않았다. "불쌍해서 좀 데리고 놀아줬더니.... 이 개새끼가!!!" 엘렌의 배에 다시 한번 에루의 발이 꽂혔다. "으읍..." 엘렌은 숨을 내뱉지도, 들이마쉬지도 못하고 그저 숨을 참아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도록 노력했다. 엘렌은 에루와 반이 갈리지도 않고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했고, 정작 이 일은 벌인 에루의 남친, 아니 정정하겠다, 전남친은 자신은 이 일과는 관계 없다는듯 혼자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이런 나날들이 계속되던 중학교 생활. 그리고 그런 생활이 마침내 종지부를 찍게된것은, 봄방학이 시작되고 나서였다. "엘렌." "왜요 엄마?" "고등학교는... 고향으로 돌아가서 가든 고등학교를 가게 될것 같아." "가든? 갑자기?" "응, 거기 원장선생님이 일도 진정됐으면 오는게 어떻냐고... 엄마들도 거기가 더 좋기도 하고... 엘렌에게 있어서도 가든이 더 좋을것 같은데.. 물론 엘렌이 싫다고 하면 여기 남아있을거란다. 어떻게 생각하니?" "전 괜찮아요." "그래? 친구들이랑 떨어지게 될텐데 괜찮니?" "...괜찮아. 친구야 가서 또 사귀면 되는거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건 좋으니까요." "그래? 그럼 가든으로 옮기자. 잘됐다." "응!" 존대와 경어를 섞어가며 엄마들과 평소같이 대화를 나눈 엘렌은 방으로 들어갔다. "가든이라... 다시 거기로 돌아가는 건가." 거기서도 맞고 다니려나-하고 생각한 엘렌은 방문에 기대에 털썩 주저앉았다. [먀아?] "뭐." [먀`] "너도 내가 한심하니?" [먀아`] "아아-시끄러워. 좀 조용히 해주지 않을래? 너의 주인님은 지금 매우 피곤하단다?" [먀아!] 엘렌은 신경질적으로 자신의 주위에서 나뒹굴던 학교 가방을 집어들어 고양이의 바로 옆으로 던져버렸다. 미미는 익숙하다는듯이 미동도 없었고, 바로 옆에 떨어진 가방을 잠시 내려다보더니, 이내 킁킁대며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하.... 씨X..." 엘렌은 조용히 욕을 내뱉은뒤 다리를 끌어모아 팔로 감싸안고는 얼굴을 파묻었다.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슬프다거나, 힘들다거나, 그렇다기 보다는 그냥 자기 자신이 너무나도 한심할 뿐이었다. 23살의 나이에 열심히 불법 사채업자로써 살아가다가 자살, 그런데 눈을 떠보니 어느 아기의 몸이었다니. 커가면 커갈수록 괴롭힘은 심해지고... 도대체 왜 이러고 있는건지. 엘렌은 그 자세 그대로 무거운 눈꺼풀을 감았다.
이름없음 2020/04/20 20:28:29 ID : AnO7hy6nRu4
더 올려줘ㅠㅠㅜ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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