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용량이 없네 2020/06/17 01:32:09 ID : q1CnQmpPa5S 0
글을 쓰려니까 새노트가 없고 또 사이트에 비공개로 올리려니 똥컴이라..용량이 부족해 렉이 잔뜩 걸리니 여기다가 쓸게 그냥 묘사나 표현같은거 쓰는거니까 스루해도 상관 없어 *주제는 검은 고양이의 시점, 프랑스 어느 마을이 배경
2 이름없음 2020/06/17 01:36:11 ID : q1CnQmpPa5S 0
어둠 속에서 흰 수염을 움찔 거리며 호박색 위험한 빛을 발하는 두 눈을 빛냈다. 기다랗고 유연한 네 발 달린 몸뚱이를 앞으로 숙여 조용히 기지개를 피고서는 유유히 자신의 아름다운 검은빛깔 털을 거칠고 단련된 선홍색 혀로 정돈하기 시작했다.
3 이름없음 2020/06/17 01:40:09 ID : q1CnQmpPa5S 0
잠시 털을 고르다 어깻죽지를 들어 주위를 조심스레 살펴보았다. 내가 가진것이라곤 어두컴컴한 이 방에서 유일한 빛은 낡은 창가에서 삐걱이는 창틀 사이사이로 비집고 세어나오는 어슴푸레한 월광이 다였다. 나에게는 이 빛이 가진 전부이자 낙이었다. 아침이되면 노르스름한 태양의 빛이 나오는가 하면, 새벽에는 푸르스름한 새벽빛, 밤에는 빛임에도 불구하고 우아한 기품마저 느껴지는 월광이 세어 나왔다.
4 이름없음 2020/06/17 01:44:43 ID : q1CnQmpPa5S 0
그러나 한가지 비참한 것은, 주인이란 작자가 나를 제대로 보살피지도 않고 이 더럽고 너저분하기 그지없는 먼지투성인 작은 다락방 하나를 달랑 선심쓰듯 주고서는 하루에 밥이라고는 그 토끼똥 같은 딱딱한 사료만 주는것이었다. 아우성 치듯 울부짖으면 들려오는건 벽에 튕겨오는 메아리이자 공명이었다. 외롭고 두려워 어둠을 벗삼아 몸을 웅크리면 더욱 더 사무치는 감정이 들 뿐, 나아질 기미는 꼬빼기도 없었다.
5 이름없음 2020/06/17 01:48:08 ID : q1CnQmpPa5S 0
결국 일찌감치 주인의 사랑은 포기한지가 오래다. 이젠 그저 그 맛없는 사료 한끼만을 기다리며 창틀 너머를 보고만 있다. 물론 나도 고양인지라 간사하여 주인의 마음을 사로잡으려 애교도 교태도, 칭얼대거나 추근덕 거리는 노력을 수도 없이 해봤다. 그러나 이 눈썰미 없고 멍청한 주인놈은 징그럽다며 자릴 박차고 일어나니 나로썬 엄청난 수치이자 상처가 아닐수가 없다.
6 이름없음 2020/06/17 01:51:40 ID : q1CnQmpPa5S 0
나는 내가 꽤 한 인물한다는걸 믿어 의심치 않는다. 창틀에 비친 내 윤곽과 모습은 꽤나 기품 넘치는 귀족의 자제같다고 생각한다. 물론 낡고 고물단지 같은 창문이라 뚜렷하게 보일리는 없다. 그러나 분명히 들여다 보면 볼수록 나는 꽤 아름다운 고양이임에 틀림없다는 생각이 이젠 사실이 되어가고 있다. 적어도 내 생각엔 그렇다.
7 이름없음 2020/06/17 01:59:08 ID : q1CnQmpPa5S 0
아무튼, 나의 외모부심은 접어두고 슬슬 모험을 나가보려고 한다. 왜 갑자기 모험이냐며 놀라는 작자도 분명히 있을것이다. 그러나 이건 당연한 욕구가 아닌가. 나는 평생을 이 좁은 다락방 생활을 했고, 산책이랍시곤 이 집 아랫층을 잠시 돌아다닌게 다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 일로 호되게 혼나고 여기에 감금당한게 맞는 표현이다. 당신이 고양이라면, 더구나 신비롭고 은밀한 검은 고양이라면 반드시 내 기분을 이해할것이다. 미지의 세계로 간다는건 황홀감마저 느껴지는 거다. 숲과 강, 그리고 어쩌면 다른 이성의 고양이와 만나 사랑이란걸 느껴볼수도 있을것이다. 그러나 나는 지혜롭다. 이 생을 사랑따위로 보내고 싶진 않다.
8 이름없음 2020/06/17 02:02:11 ID : q1CnQmpPa5S 0
그러기에 나는 모험을 거는거다. 수도관에 사는 맹수라던지 그런것과 맞서 싸우는 게 아니라, 이 아름답고 고상한 마을의 번화가라던지, 따스함이 세는 예쁜 조명의 가게를 볼 거란 말이다. 담벼락에도 올라가 초승달이 만월이 될때까지를 지켜보기도 할거다. 너무나 벅차오르는 일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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