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강박 2020/09/04 01:53:07 ID : o1xu8kmnA0s 0
제목대로 강박증이 너무 심해
2 강박 2020/09/04 02:01:35 ID : o1xu8kmnA0s 0
스스로도 강박증이 심한 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서, 심리상담센터에가서 검사를 했더니 역시나 강박증이 심하게 나왔더라고.
3 강박 2020/09/04 02:06:23 ID : o1xu8kmnA0s 0
일단 정리에 민감해, 그렇다고 해서 방이 깔끔하고 잘 정돈되어있다는 건 아니고 '내가 정한 물건 위치'에 민감해. 물건들이 중구난방 있어도 나만의 규칙이 있다고 해야하나? 그걸 누가 건드리면 기분이 나빠. 이건 다들 그럴텐데, 부모님이 방 청소하면서 가구나 물건 위치를 멋대로 다 바꿔놓으면 불편하고 짜증나잖아? 나는 그 정도가 더 심하다고 봐야해. 얼만큼 심하냐면, 내가 물건을 놔두고 '이 물건은 여기에 뒀어' 라고 생각을 해. 그럼 아무도 내 방에 들어오지 않고, 아무도 건드리지 않아도 그 물건이 거기에 확실히 있는지 확인해야 직성이 풀려. 밥을 먹거나 텔레비전을 보다가도 문득 '그 물건이 지금 거기에 놓여있는게 맞나?' 하면서 방으로 가서 물건 위치를 확인해
4 강박 2020/09/04 02:10:55 ID : o1xu8kmnA0s 0
근데 이게 물건 하나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야. 그 물건이 나한테 전혀 가치없는 쓰레기여도 그 위치에 그대로 놓여있어야만해. 내가 책을 많이 읽는 편이라 책꽂이에 책이 꽤 되는데, 가끔 정말 이유없이 머릿속으로 내가 가진 책들을 떠올리면서 '이 책은 내가 책꽂이 어느 위치에 뒀고, 저 책은 저 위치에 뒀고,' 하면서 되새기다가 정말 거기에 잘 있는지 확인해야한다는 생각이 막 들어. 그럼 또 책꽂이 앞으로 가서 그 책들이 다 제자리에 있는지 확인해야해. 또 어디에 뒀는지 위치가 잘 기억이 나지 않으면, 미치도록 불안해. 내가 혹시 그 책을 분실한 게 아닌가, 내가 가진 책이 어디 사라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계속 드는거야. 또 이 책 말고도 내가 위치를 기억하지 못하는 책이 있는게 아닌가, 아니면 내가 있다는 것도 잊어버린 책이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넘어가서 결국은 지금까지 모은 책들 제목을 전부 기억해내고, 그게 책꽂이에 전부 꽂혀있다는 걸 확인해야해.
5 강박 2020/09/04 02:11:37 ID : o1xu8kmnA0s 0
물론 책은 예시였을 뿐이고 내가 가진 모든 물건에 해당되는 얘기야
6 강박 2020/09/04 02:12:16 ID : o1xu8kmnA0s 0
내가 가진 옷들이 전부 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옷장을 다 뒤집어서 옷 종류를 하나하나 확인할때도 있어
7 강박 2020/09/04 02:16:27 ID : o1xu8kmnA0s 0
앞서 예시를 들었던 '부모님이 방을 치운다며 물건 위치를 모두 바꾼' 경우에는 아예 미쳐버리지. 물건이 정말 다 있는지 확인해야해. 그리고 이전에 내 머릿속에 집어넣어놨던 물건 위치에 대한 정보를 싸그리 바꿔야해. 이게 쉬운 일이 아닌게, 강박증이 심해서 하루에도 몇번이고 물건 위치를 떠올리고 거기에 있는지 확인하고 그래왔기 때문에 물건 위치를 갑자기 바꿔버리면 적응할 수 없어. 물건 위치 확인 빈도가 늘어나고, 정말 자려다가도 잘 있나 싶은 마음에 불을 켜고 모조리 확인해. 어쩌다 내가 물건의 위치를 바꿔도 거기에 익숙해지기 위해 정말 물건이 여기 있는 게 맞나를 자주 확인하는데, 남이 바꿨다고 생각해봐
8 이름없음 2020/09/04 02:16:35 ID : bCpfhzaspe2 0
약 먹는 거 추천 나도 지금 강박생각이 올라와서 괴롭다
9 강박 2020/09/04 02:22:03 ID : o1xu8kmnA0s 0
또 개인정보에 관해서도 마찬가지야. 다들 계정 아이디 비밀번호 다 있잖아. 나는 그걸 꼭 어디에 기록해놔야 만족해. 계정이 열가지는 훨 넘는데, 그걸 언제든 확인할 수 있는 곳에 기록해놔야해. 예를 들면 휴대폰 메모장에 기록해놔. 계좌번호, 주소, 우편번호, 주민등록번호, 각종 아이디랑 비밀번호 등등을 기록해. 물론 이정도는 다른 사람도 흔히 기록해놓잖아. 근데 나는 휴대폰 메모장에 전부 기록해놓고 생각해. 이게 지워지거나 분실되면 어떡하지 하고 말이야. 메모를 백업해놔도 그래. 그래서 휴대폰 메모장에 들어가서 메모 하나하나 캡처를 해. 그럼 갤러리에 사진으로 들어가잖아. 근데 또 이 사진이 분실될까봐 불안해. 내가 실수로 지울 수도 있고, 새 사진을 저장하다 밀려나면 나중에 찾기 어려울 수도 있고. 그래서 수첩에 볼펜으로 전부 기록해놔. 근데 이렇게 해놓고, 앞서 물건들과 마찬가지로 그게 잘 적혀있는지 확인해야해. '내 개인정보들 전부 잘 적혀있나?' 하는 생각이 정말 불현듯 들어. 그럼 수첩, 메모장, 갤러리를 전부 뒤져서 하나하나 확인해.
10 강박 2020/09/04 02:22:31 ID : o1xu8kmnA0s 0
안그래도 약을 처방받아 먹었는데도 잘 고쳐지지 않더라고
11 이름없음 2020/09/04 02:25:25 ID : bCpfhzaspe2 0
움 그러면 약이랑 심리치료 병행 추천 심리치료를 병행하면 강박 행동이 촉발되는 시점에서 참는 연습 같은 걸 한다고 하더라고
12 강박 2020/09/04 02:27:01 ID : o1xu8kmnA0s 0
친구들과 약속을 잡거나, 중요한 일정이 잡히면 그 일이 다 끝날때까지 강박증이 엄청 심해져. 예를 들어 '몇 월 몇 일 동사무소에 가서 무슨 서류를 떼야한다' 이런게 생기면, 서류를 떼기 전까지 그 일정을 반복해서 생각하게 돼. 한 달 뒤에 일정이 있다고 하면 한달 내도록 시달리는거야. 하루하루 날이 지날때마다 서류 떼기까지 며칠 남았다 하면서 카운트다운하고, 매일매일 정확히 무슨 서류를 몇 부 떼야하는지 다시 확인해. '그 날 몇시에 동사무소에 가서 번호표를 떼고 'ㅇㅇ서류 발급하러 왔는데요' 이렇게 말해야지.' 이렇게 당일 어떻게 할지를 머릿속으로 매일, 또 하루에도 몇번씩 시뮬레이션해. 그렇게 해도 뭔가 놓치고 있는 기분이 들어서 초조해.
13 강박 2020/09/04 02:32:11 ID : o1xu8kmnA0s 0
또 그 일정을 끝내도 마음이 편하지 않아. 그 일정을 내가 정말 잘 끝냈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서류 발급으로 예를 들자면 '내가 떼야하는 서류를 전부 떼온 게 맞는가' 하는 생각. 그래서 발급해야했던 서류 목록을 전부 다시 확인하고, 내가 발급받은 서류랑 비교하고, 그 서류를 어디에 제출하기 전까지 또 그걸 반복하지. 뭘 신청할 때 개인정보 적잖아. 주민등록번호나 휴대폰번호나 주소같은거. 그걸 적고 몇 번이나 확인하고도, 집에 돌아오면 내가 그 때 개인정보를 정확히 적었나 하는 불안감이 들어. 근데 제대로 기입했는지 확인할 방도가 없을 경우에는, 신청완료가 제대로 되었는지 결과가 나오는 날까지 그 생각에만 사로잡혀. 정말 확인 못하나. 확인하고 싶은데. 그 때 내가 잘 적었나. 그리고 방법이 분명 없는데도 'ㅇㅇㅇ 확인하는 방법' 하고 검색하고 그래
14 강박 2020/09/04 02:37:21 ID : o1xu8kmnA0s 0
이것때문에 학교다닐 때도 엄청 고생했어. '전등을 전부 껐는지, 챙겨야할 걸 다 챙겼는지, 오늘의 시간표, 현관문을 잘 닫았는지, 집에 가스밸브가 닫혀있는지.' 이런 사소한 것들을 전부 확인해야 만족했거든. 모든 준비를 하고 현관문을 나서서 문 닫히는 소리가 나면 일단 나는 문손잡이를 잡아당겨. 문이 제대로 닫힌 게 맞는지 말이야. 근데 문이 잘 닫혀있다는 걸 확인하니까, '이제 하교후까진 집 안을 확인할 수 없다'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서, 그럼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확인해야해. 하는 생각이 들어서 비밀번호 누르고 집에 들어가서 전등 준비물 시간표 가스밸브 등등을 확인해. 심지어 아침에 샤워한 후 샤워기기능에서 일반기능으로 잘 바꿔놨는지까지 확인한 후 다시 집 밖으로 나가. 그 다음에 다시 현관문을 닫고, 현관문을 확인하면 또다시 닫힌 문을 보면서 '이제 저 문 너머를 확인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그럼 불안해서 미칠것같아. 이 강박증때문에 학교다니는 내내 일찍 일어났어. 중학교때부터 새벽 5시에는 일어났던 것 같아.
15 강박 2020/09/04 02:40:20 ID : o1xu8kmnA0s 0
모든 일에 이런 강박관념을 가지고있다보니 머릿속이 확인해야할 것들로 넘치잖아? 예를 들어 a b c를 확인해야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 그리고 생각대로 a를 확인하고, b도 확인하고, c도 확인해. 근데 많은 걸 확인하다보니 b를 확인할 때는 내가 a를 제대로 확인한 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고, c를 확인할 땐 a랑 b를 제대로 확인했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결국 다 확인한 후에 a부터 b를 거쳐 c까지 또 확인해.
16 강박 2020/09/04 02:42:44 ID : o1xu8kmnA0s 0
진짜 아무 맥락없이 밥먹다가 책읽다가 폰하다가, '이게 이 위치에 잘 있나, 이게 잘 된 게 맞나' 하는 생각이 확 들어. 생각이 안 날 땐 괜찮은데 한 번 이렇게 생각이 나면 도저히 끊어낼 수가 없어. 이런저런 확인과 생각때문에 두통이 심한데도 생각을 못멈추겠더라.
17 이름없음 2020/09/04 02:43:41 ID : ctwE9s9Aqkl 0
너 정도는 아니었지만 강박증이 있었음 어느날 그 강박을 놔버리니까 한도 끝도 없이 놔지더라. 이를테면 청소에 집착했다가 강박이 풀리고 정말 쓰레기장같이 해두고 지낸다고나.
18 강박 2020/09/04 02:44:46 ID : o1xu8kmnA0s 0
그 유명한 거 있지 '당신은 지금부터 눈 깜빡이는 것, 숨 쉬는 것 전부를 의식하게 됩니다.' 이걸 보면 눈 깜빡이는 거 숨 쉬는 거 하나하나 의식되면서 미치겠잖아. 적절한 비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이게 거의 하루종일 이어진다고 보면 돼. 하루종일 미칠 것 같아.
19 강박 2020/09/04 02:47:08 ID : o1xu8kmnA0s 0
나도 물론 심리치료를 병행하고 있는데, 도저히 고쳐지지 않아. 아예 강박을 놔버리고 싶을 때가 있어. 이걸 놓기만 하면 정말 편할 것 같다고 생각이 드는데, 왜 안풀리는지 모르겠어. 초등학생때부터 이런 강박이 좀 있었던 것 같아, 갈수록 심해지는 중이야.
20 강박 2020/09/04 02:51:54 ID : o1xu8kmnA0s 0
강박증이 있다고 해서 내가 깔끔하게 정리하고 사는 건 아니라고 했잖아. 난 게으른 사람이라, 가끔 컴퓨터를 하다가 개별포장된 과자를 가져와서 먹고, 컴퓨터 책상에 쓰레기를 놔둬. 이걸 가만히 놔두다 자리에서 일어나야 할 일이 있을 때 가져다버려. 근데 가져다버린 다음에 깨끗한 책상을 보면서 '방금까지 이 자리에 이 쓰레기가 있었는데' 하면서 허전하다고 해야하나, 여튼 좀 불안해. 맨날 손에 뭘 쥐고 있던 사람이 어느날 그걸 안쥐면 허전해서 손 쥐었다폈다하고 그러잖아. 그런 느낌이 들어.
21 이름없음 2020/09/04 02:54:11 ID : ctwE9s9Aqkl 0
강박때문에 스트레스받는다고 의식하고 강박에서 벗어나야한다고 의식하면 더 힘들대 청소년은 나이 먹으면서 자연스레 깨지는 경우도 많으니까 그러려니 하고 지내 일단
22 강박 2020/09/04 02:55:46 ID : o1xu8kmnA0s 0
사람들은 자기 전에 누우면 별별 잡생각이 들잖아. 물론 나도 그래. 정말 피곤해서 쓰러질 것 같을 땐 뭘 생각할 틈도 없이 금방 잠이 드는데, 그렇지 않을 때는... 뭘 하면서도 '무얼 확인해야만한다' 이런 생각이 드는데, 아무 것도 안하고 누워있을 땐 어떻겠어. 대환장파티지. 불끄고 누워서 확인해야한다는 생각이 들면 그 날 잠은 다 잔거야. 곧장 불키고 확인하고 하다가 아예 밤을 새버리는 경우가 많아.
23 강박 2020/09/04 02:57:36 ID : o1xu8kmnA0s 0
나도 그동안은 그러려니하고 지내왔어, 근데 지금 스물 몇 살이 되어서도 계속 심해지기만 하더라
24 이름없음 2020/09/04 03:02:41 ID : ctwE9s9Aqkl 0
충격도 필요해. 나는 해외 나가서 살게됐는데 그 순간부터 애착했던 물건들은 다 필요없게 되는거잖아. 다 들고 갈수도 없는거고. 옷가지부터 사서 모았던 것들이 의미없어지는건데 그 나름 아무 문제 없다. 그때부터 난 물욕은 없어졌어.
25 이름없음 2020/09/04 03:04:25 ID : ctwE9s9Aqkl 0
서류를 적을땐 적고나서 완벽하게 적었는지 컴퓨터 스샷이나 핸드폰 사진같은거 찍어둬. 강박이라는건 결국 확인하면 해소되는거니까. 강박을 없애기보단 강박을 쉽게 해소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좋아
26 이름없음 2020/09/04 03:06:13 ID : ctwE9s9Aqkl 0
너무 쉽게 말하는 걸수도 있지만 극단적으로 생존이 달린 문제에 직면하면 그런 강박이 생기지 않을거라고 봐. 스스로 마인드 트레이닝 해야해. 아 그건 내 인생에 좆도 영향이 없다. 난 그랬어 자기암시
27 강박 2020/09/04 03:26:43 ID : o1xu8kmnA0s 0
이 강박증이 어디서부터 왔는지 생각해볼 때가 있어. 아마 내 소유물에 대한 집착에서 오지 않았나싶어. 부모님이 돈을 엄청 아껴서 나한테 뭘 충족시켜준 적이 없어. 어렸을 때 장난감 한 번 사준 적 없고, 먹고 싶은 음식도 마찬가지야.(식사류/간식류 모두 포함해서) 물건도 반드시 필요한 물건이 아예 못 쓸 지경이 되었을 때 새로 사주고, 옷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였지. 옷을 한 번 살 때 상의 2벌 하의 1벌 이런 식으로 샀는데, 반년에 한 번 혹은 일년에 한 번 사주셨어. 어릴 때는 금방금방 커서 새 옷을 사면 그전 옷은 작아서 못입어. 초등학교 다닐 때 교복이 아니라 사복을 입잖아. 유치원생 때는 부모가 입히는대로 그냥 입는데, 초등학생때부터는 슬슬 그런게 신경쓰이잖아. 학교를 주5일 다니는데(내경우엔 놀토 갈토라고 있어서 2주에 한번 토요일마다도 나갔고) 상의가 두벌이야. 3일에 한 번 다른 옷으로 바꿀 수 있는데다, 다음주가 되면 전주에 입었던 옷을 그대로 입어야하지. 바지는 맨날 똑같고 말이야. 신발도 운동화 한 켤레에, 밑창이 다 닳아서 구멍날지경이 되어야 새 신발을 샀어. 아 맞다, 옷 중에서 겨울이면 아우터를 입잖아. 근데 이것도 딱 한 벌을 사주셔서, 겨울 내내 이걸 입고다녀야한다는 게 싫었어. 심지어 1년만 그런 것도 아니고, 아우터의 경우는 튼튼하고 널널해서 몇 년 입을 수 있으니 빛이 다 바랜 패딩을 몇 년동안 입고다녔지. 나는 이게 너무 창피하고 싫어서 일부러 겉옷을 안 입고 학교에 간 적도 있어. 초등학생 때 영하 10도의 날씨였는데도 긴팔 셔츠에 긴 바지 하나 입고 학교갔어. 밥은 학교에서 한 끼 급식을 먹고, 집에서는 컵라면을 먹었는데(이거 말고는 먹을게 맨밥이 전부였어.) 가스불이 위험하다고 부모님이 못 쓰게 했어. 당연히 커피포트도 안되고. (부모님이 바쁘셔서 집에 없으니 챙겨줄 수도 없고, 위험하니 쓰지도 말래) 정수기는 온수가 안나오는 거였어. 그렇다고 컵라면 뜯어서 생라면 우적우적 먹을 수도 없잖아. 하는 수 없이 보일러 켜서 뜨거운 물을 받았는데, 팔팔 끓는 물도 아니고 이 물이 뜨거워봤자 얼마나 뜨겁겠어. 당연히 기다려도 면은 안 익고, 결국 미지근한 물에 둥둥 뜬 설익은 라면사리 퍼먹었지. 우리 집은 가난하진 않았어. 적당하게 벌었는데, 아예 쓰지를 않은거야.(그럼 모은 돈이 많겠네 싶겠지만, 엄마아빠가 이걸 투자에 날려먹어서 글쎄) 그래서 나는 늘 가진 것이 적었고, 어쩌다 아끼는게 생기면 지나치게 그거에 집착했던 것 같아. 내가 돈을 모아 뭘 사면, 그게 망가질새라 고이고이 외부자극을 받지 않는 곳에 모셔둬. 근데 그렇게 꽁꽁 숨겨서 모셔두면 내 눈에 안보이잖아. 그럼 나는 그 물건이 잘 있는가 확인하게 되고 그렇지. 거기다 예전부터 아빠가 시간약속을 철저히 지켜야한다고 가르쳐서 말이야. 단순히 늦지 않는다, 10분 정도 일찍 도착한다가 아니라, 반드시 약속시간보다 1시간은 넉넉히 가야한다. 이렇게 가르쳐서 약속시간에 늦어본 적이 없어. 1시간 일찍 가는게 습관이 되다보니 그렇게 하지 않으면 불안하더라. 늦기는커녕 1시간을 일찍 도착하는데 그럼 많이 기다려야하잖아. 어느 날은 많이 기다리는 게 싫어서 20분 정도만 여유있게 도착하면 되겠지 했는데, 너무 초조한거야. '지금 가야 1시간 일찍 도착하는데' 이 생각에서 10분 지나면 '지금 출발하면 50분 일찍 도착하네' 여기서 10분 더 지나면 '지금 출발하면 40분 전에 도착하는데 너무 늦는 시간이 아닌가. 무슨 변수가 생길지도 모르겠고. 40분은 생각보다 긴 시간이 아니야.' 이런 생각으로 넘어가. 휴대폰 시계도 있지만 우리집 거실에 아날로그 벽걸이 시계가 있는데, 휴대폰 화면을 켜지 않는 이상 이게 먼저 눈에 들어오잖아. 시침과 분침의 간격을 보면서 몇 십 분이 생각보다 긴 시간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 마음이 너무 불편해서 그 뒤로는 그냥 1시간 일찍 가고 있어. 어쨌든 강박증이 여기서부터 시작되지 않았나싶어. 물건, 시간에 대한 강박증이 점점 심해지고, 정보나 일정까지 범위도 확대된 것 같아.
28 강박 2020/09/04 03:31:07 ID : o1xu8kmnA0s 0
당연히 그렇게 하고는 있어, 뭘 작성하고 나면 반드시 사진을 찍어두는데 사진을 찍어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도 나아지진 않더라. 확인은 쉽게 할 수 있는데 오히려 확인이 쉬워진만큼 더 많이 확인하게 돼. 서류 뿐만 아니라 모든 확인이 쉬운 일도 계속 확인하려들어. 대충 어떻냐면 일단 서류작성 후 사진을 찍어놔. 반드시 화질도 좋게 해서 찍어야 해. 그러면 바로 확인할 수 있으니까 서류를 작성한 그 자리에서 사진을 두고 내가 적어둔 정보를 바로 옆에 둬서 꼼꼼히 확인해. 이 확인도 주소 하나를 세 번 네 번은 확인하고 넘어가. 그 다음엔 집에 돌아와. 집에 돌아와서 한 번 더 확인하지. 근데 강박증 때문에 얼마 지나지 않아서 사진을 다시 확인하게 돼. '내가 잘 확인했나. 한 번 더 확인해볼까' 하는 생각으로 이어져버려. 사진을 찍든 찍어두지 않든 관련된 일이 전부 완벽히 해결되기 전까지는 확인하려들어.
29 강박 2020/09/04 03:39:53 ID : o1xu8kmnA0s 0
해외에 나갈 때 모든 물건을 챙길 순 없다, 생존에 직결된 문제가 아니다. 이 경우도 생각을 해봤는데, 소용이 없더라. 나는 그런 경우를 생각하면서 오히려 어떻게해야 다 챙겨갈 수 있을지를 고민해. 이게 당장 닥친 문제가 아니라 그런다 생각할 수도 있지. 근데 어느 날 우리 집 바로 근처 건물에서 불이 났거든, 바람도 꽤 불어서 불씨가 옮겨붙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어. 나는 재난같은 걸 무서워해서 불안해했는데, 그 와중에도 머릿속으로는 내 물건들과 내 개인정보들을 들고 가야한다는 생각을 했어. 집에 있는 캐리어를 떠올리고, 그 안에 우선 챙길 것들을 생각하고, 캐리어 위에 이런 방법으로 뭘 올려서 이런 방식으로 고정하고 이렇게 끌고가야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 중요한 물건은 물론이고 휴지나 물처럼 기본적인 건 챙겨가야 해, 이런 생각을 했어.
30 강박 2020/09/04 03:40:38 ID : o1xu8kmnA0s 0
우리 나라에 지진이 난 적이 있잖아. 그 때도 마찬가지였고.
31 이름없음 2020/09/04 03:44:54 ID : ctwE9s9Aqkl 0
생각했던 것보다도 극복하기 힘든가보구나. 이렇게 이야기하면서 풀어낼 수 있어서 다행이다. 여긴 맘 편히 얘기할 수 있어 좋지
32 강박 2020/09/04 03:45:47 ID : o1xu8kmnA0s 0
물론 내가 곧 죽을 상황이면 정말 쓸데없는 물건이야 버리고 가겠지. 그래도 급한 와중에 챙길 수 있는건 챙겨야해 하는 마인드일게 분명해. 아마 중요한 것만 챙겨가도 내가 버린 물건들이 무엇이 있는지를 생각하며 강박에 시달릴 게 분명해. 다 쓴 펜을 걸 버리잖아. 나같은 경우에는 버려야 할 물건을 버린 뒤에도 내가 버린 것들에 대해 생각하고는 해. 무엇을 무엇때문에 버렸는지, 그걸 버리고 나서 원래 그 물건이 있던 자리에 뭐가 새로 놓였는지, 이런 식으로 말이야. 물론 버린게 아까워서 그런 건 아니야. 분명 버릴 때도 아깝지 않았고, 버린 후에도 아쉽다는 생각이 안 드는데 그럼에도 생각하게 돼. 내가 직접 버린 것도 생각을 하는데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전부 버리고 가는 상황'을 가정해봐도, '다 버리고 간 후에 버린 것들을 생각하지 않을까?' 하는 결론이 나와. 아마 실제로도 그럴걸
33 강박 2020/09/04 03:46:14 ID : o1xu8kmnA0s 0
쉽지가 않더라. 맞아 여긴 맘 편하게 얘기할 수 있어서 좋아.
34 이름없음 2020/09/04 03:48:28 ID : ctwE9s9Aqkl 0
나는 강박은 깨졌는데 동시에 이상한 성도착증이 생겨서. 인과관계가 맞는건진 모르겠지만 좀 그렇다... 뭐 남한테 피해주진 않지만.
35 강박 2020/09/04 03:57:42 ID : o1xu8kmnA0s 0
그러게 이게 강박증 대신 다른 곳으로 타고 넘어갈까봐 걱정이 돼. 강박증만 싹 없어지진 않을 것 같거든.
36 이름없음 2020/09/04 03:59:31 ID : ctwE9s9Aqkl 0
강박때문에 혼자 살아?? 가족이랑은 못살고같은데
37 강박 2020/09/04 04:13:38 ID : o1xu8kmnA0s 0
아직 가족이랑 같이 살고 있어. 내 물건에 대한 강박은 물건을 내 방에 두니 방에 가족들만 안 들이면 괜찮고. (강박이 나아진다는 건 아니지만 가족한테 신경질 낼 일은 없어.), 내 강박증이 심하다는 걸 스스로도 알기 때문에 내 방 밖의 상황 '서류나 현관문 확인이나 기타 등등'은 조용히 확인하면서 가족한테는 피해 안주려고 해. 내 방 밖에서까지 내 규칙을 강요할 순 없잖아. 방 밖의 물건을 옮긴다든지 하는 건 내가 받아들이려고 하지. 누가 물건을 잘못된 곳에 가져다두면 얌전히 제자리에 돌려놓으면 그만이고. 이걸 뭐라고 해야하지. 체념은 아니고. 물건을 제자리에 둔다고 해도 나는 계속 확인하려들고, 제자리에 두지 않는다고 해도 확인하려들고. 솔직히 이래도저래도 확인해야하고 강박이 심하니 남한테 스트레스 받는 건 오히려 덜한 것 같아. 잠시 스트레스를 받더라도 화내거나 짜증을 내진 않아. (가끔 속으로 짜증낼 때가 있긴 하지만) 남이 뭘하든 말든 내가 겪는 스트레스는 비슷하다는 느낌? 내 스스로 스트레스를 주고 받고 있으니 그냥 내 스스로의 문제지. 실제 나 자신은 강박증이 심하지만 부모님이 내 강박증때문에 영향받지는 않아. 부모님은 내 강박증이 이만큼 심한지도 모르고 있어.
38 강박 2020/09/04 04:23:25 ID : o1xu8kmnA0s 0
어쨌든 강박을 달고 살다 보니 두통이 너무 심해. 강박증 때문에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없는 느낌도 들어. 머릿속으로 '이걸 확인해야만 해' 하는 생각만 주구장창 하니 멍청이가 된 기분이야. 요즘은 이러다 다른 생각을 아예 못하게 되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까지 들어. 확인해야만한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다른 생각이 머릿속에 전혀 안 들어와. 억지로 다른 생각을 하려고 하면 머리만 아프고 아무 생각이 안 들어. 내가 책읽는 걸 좋아하는 건 아마 강박증의 영향이 클거야. 다른 오락거리들은 아무리 집중하더라도 빈틈이 많이 생기는데, 책은 몰입하게 되면 헛생각할 틈이 덜 생기는 편이야. (다른 생각을 아예 안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한 번 다른 생각으로 넘어가면 걷잡을 수 없는 건 마찬가지야.)
39 강박 2020/09/04 04:35:53 ID : o1xu8kmnA0s 0
어쨌든 다들 얘기 들어줘서 고마워. 오늘 처리해야 할 일정이 2가지 생겨서 이런 생각들이 심하게 들었거든. 그 중 하나는 며칠동안 결과를 기다려야하는 일이라 미치겠더라. 그래서 스레딕에 고민상담 글 남겨봤어. 해결책이 생기는 게 아니라해도 기분은 좀 낫다. 근데 이걸 쓰다보니 오히려 생각의 초점이 이쪽에 맞춰졌어ㅋㅋ 미치겠다 정말. 밤을 새버렸으니 다시 자는 건 안되겠고, 책을 읽으면서 생각을 다른 쪽으로 돌려볼 예정이야.
40 이름없음 2020/09/04 23:13:46 ID : ctwE9s9Aqkl 0
가족(물건)에는 강박하지 않는다는게 신기하네. 보통 강박때문에 가족한테 뭐라고하는 경우도 많다고 들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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